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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169화 (169/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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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중요했다. 여기서 방만장이 입을 조금만 뻐끔거리면 배후 세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방형. 하지만 탈단이라니 너무 위험하지 않소? 우리도 엄연히 사문이 있는데......”

“탈단이라면 흑사련으로 가자는 것이오?”

“흑사련이 아니오. 새로운 무림단체이오.”

“새... 새로운 세력을 만들잔 말이오?”

하지만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그 누구도 한 단체를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모시는 분이 있소. 그분을 따른다면 무림맹보다 더 강력한 단체를 만들 수 있소!”

드디어 방만장의 입에서 배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제갈 사혁은 호황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안 돼.”

“?”

배후가 있다는 사실만 방만장의 입에서 나오면 그 후에는 취조를 하든 고문을 하든지해서 배후세력을 캐낼 생각이었지만 뒤에서 어깨를 잡고 있는 남궁 미려가 제갈 사혁을 말렸다.

“월상의 판단을 기다려.”

그랬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구월상에 의해 조사하게 된 만큼 일시적으로 구월상을 따라야했다.

구월상은 조용히 손을 내밀었고 그것은 기다리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남궁 미려의 말대로 습격할 마음을 접은 제갈 사혁은 다시 귀에 신경을 집중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분이 오늘 이 자리에 오셨소. 그러니 그분을 뵙고서 결정하기 바라오.”

배후 세력이 이 자리에 있다는 말에 제갈 사혁은 구월상의 판단을 믿은 게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벽 너머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느껴졌고 그 이유가 이번 일의 배후 세력 때문임을 감지한 제갈 사혁은 이를 악물었다.

“만나서 반갑소.”

목소리로 나이를 어림짐작해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게 어떻겠소? 여러분.”

“생각보다 젊군요.”

자리에 있는 무림인 한명이 나이를 걸고넘어지자 갑자기 조용해졌다.

도저히 벽 밖의 상황을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갈 사혁은 기감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공을 쓰고 있다.”

“뭐?”

“내공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벽 너머로 느껴지는 기의 흐름을 감지한 결과 일종의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재주 부리고 있는 거야.”

“재주?”

“내공으로 할 수 있는 것들 말이야. 삼매진화(三昧眞火)라던가 하는 그런 쓸 때 없는 잡기술 말이야.”

그런 쓸 때 없는 잡기술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제갈 사혁은 벽 너머의 광경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는 것도 벽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허공섭물(虛空攝物)을 이 눈으로 보게 되다니!”

허공섭물이라는 말에 그 자리에 있는 네 사람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젊은 나이에 그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는 몇 명 없기 때문이다.

“제갈 사혁.”

구월상의 부름에 제갈 사혁은 미간을 구겼다. 그가 하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다.

제갈 사혁이 이기어검을 구사한다는 소문은 돌지 않는다. 화산파 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월상은 알고 있었고 지금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의미 또한 잘 알고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제갈 사혁의 나이 내일모레 스물둘이다. 고금을 통틀어 이기어검의 경지에 오른 최연소 무림인이다. 그와 엇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무림인 중에 제갈 사혁처럼 이기어검을 구사하는 자는 없다고 봐야했다. 하지만 만약 그런 게 가능한 자가 있는데 소문이 나지 않는다는 건 이기어검을 구사하는 그 누군가에게 이미 하나의 조직이 버티고 있다는 말이 된다.

“모두 준비해.”

구월상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간다!”

제갈 사혁이 벽을 발로 차자 벽돌로 된 벽은 흙으로 쌓아올린 마냥 가루가 되어 무너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앞방에 모여 있던 무림인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무림맹에서 왔다. 저항하지 않는 자는 살려주겠다.”

구월상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말하자 순간 검에 손을 가져다댄 사람들은 조용히 손을 뗐다.

“웬 놈들이냐!”

한 박자 늦었지만 방만장은 기세에 있어서는 절대 제갈 사혁일행에게 밀리지 않았다. 아마도 술자리의 상석(上席)에 앉아 있는 젊은 무림인을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림맹에서 왔다. 방만장과 그 이하 전원을 구속하겠다.”

구월상이 한걸음 나아가자 그 순간 왼쪽에 있는 미닫이문을 박살내고 무사들이 난입했다.

구월상과 지곤 그리고 남궁 미려는 갑작스러운 급습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그들을 침착하게 막아냈고 제갈 사혁은........

“아프잖아. 이 새끼야.”

옆구리에 검이 반쯤 들어간 상태였다. 물론 얼핏 보면 베였다고 생각할 테지만 검기도 씌우지 못하는 쇠붙이 따위에 베여질 몸이 아니었다.

상대 무사의 목을 움켜쥔 제갈 사혁은 눈앞에 있는 젊은 무림인에게 시선을 두었다.

“여유부리지 마라.”

자신 이외에 다른 누군가가 적을 앞에 두고 여유부리는 꼴은 인정할 수 없었다. 적을 앞에 두고 보이는 그 여유와 느긋함은 오직 자신만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 적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면 저 따위로 여유 부려서는 안 된다.

“흥!”

제갈 사혁을 비웃은 사내의 검집에서 검이 스스로 뽑아져 나와 그대로 제갈 사혁을 향해 날아갔다. 그야말로 의심할 여지없는 이기어검의 경지였다.

날카로운 검의 끝이 정확히 눈과 눈 사이 미간에 자리 잡았지만 허공에 뜬 검은 더 이상 제갈 사혁의 얼굴에 닿지 못했다.

“여유 부리지 말라했지.”

상대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는 무림 최고이자 최악이며 이미 그 나잇대 대적할 자가 없다고 불리는 자.

“!”

허공에 머문 검을 손가락으로 튕겨내자 중심을 잃은 검은 그대로 날아가 주인의 얼굴에 옅은 상처를 냈다.

제갈 사혁의 검이 바로 머리 위로 떨어지자 사내는 급히 두 자루의 검으로 제갈 사혁의 일격을 막아냈다.

“만나서 반갑다. 제갈 사혁이라고 한다.”

“!”

제갈 사혁의 이름을 듣자마자 눈을 부릅뜨며 동요했고 그것을 본 제갈 사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나를......”

(...... 알고 있는 눈치군.)

제갈 사혁을 모르는 이가 강호에 존재한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만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알고 있다. 즉 제갈 사혁이라는 사람을 겪어봤다는 의미에서 내뱉은 말이었다.

상대도 이기어검의 경지에 이른 자. 분명 이만한 경지에 오른 자라면 그를 키워낸 사문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실력을 가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디 밑장 한번 드러내 봐라!”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휘둘러야 하는 소천성검법(小天星劍法)을 무식하게 펼쳐대며 상대를 압박하자 그 순간 바로 앞에서 검이 날아왔다. 제갈 사혁이 맨 처음에 튕겨낸 그자의 검이었다.

(이기어검을 또 쓴단 말이야?)

처음에는 이기어검으로 자신의 눈을 어지럽힌 뒤 태세를 정비할 생각인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기어검을 펼치는 검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더니 결국에 방안을 꽉 채우기에 이르렀다. 이건 그야말로 이기어검 자체로 제갈 사혁을 상대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어이가 없었지만 제갈 사혁은 일단 주위를 살폈다. 구월상과 나머지 일행은 처음 급습한 무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이미 창문을 뚫고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좁은 곳에서는 내가 불리하다.)

일단 행동범위를 넓히기 위해 제갈 사혁도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예상대로 그도 함께 밖으로 나왔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 제갈 사혁은 새벽 공기를 가득 들이마셨다.

“이기어검이 만능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기어검은 그리 만만한 무공이 아니다. 분명 이런 식의 대응이 계속된다면 상대가 먼저 지치기 마련이다. 같은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제갈 사혁을 비웃었다.

(웃어?)

그 비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제갈 사혁은 이 순간 그 낯짝을 찢어발기리라 마음먹었다.

총 두 자루의 검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양 옆에서 압박해 들어오자 광풍쾌검(狂風快劍)을 펼쳐 보다 빠르고 힘 있게 검을 쳐냈다.

(저놈과 직접 검을 마주해서 검법의 뿌리를 알아내려 했는데 이런 식으로 이기어검만 상대했다가는 끝이 나지 않겠어!)

제갈 사혁은 날아오는 검과 맞서기보다 검을 피하면서 이기어검의 시전자와 거리를 좁혔다. 피하면서 동시에 조금씩 상대에게 다가온 제갈 사혁은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순간 제갈 사혁의 입에서 어이없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뭐여?”

그는 제갈 사혁이 검을 휘두르자 자신의 검으로 쳐냈다. 어떻게 보면 별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제갈 사혁이 어이없어 하는 데는 그 이유가 있었다.

이기어검을 구사하는 자.

(동시에 검술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의지로 펼치는 이기어검과 몸으로 구사하는 검술을 동시에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제갈 사혁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설사 이기어검을 100년 동안 수련한다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했다.

강함과 약함의 차이가 아니다. 사람의 정신은 강하든 약하든 하나다. 이기어검만으로도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구사하면서 동시에 검술을 펼치는 건 사람의 몸에 두 개의 마음이 깃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마지막 대사는 원래 "뭐야?" 로 하려 했는데 조금 더 당황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뭐여?" 로 바꿨습니다.

유명회사의 과자가 너무 비싸서 이름 없는 회사의 과자를 샀는데

질소한봉지를 공짜로 주네요.

이제 메이커든 비메이커든 과자는 사먹을 게 못되네요.

화산의협의 분위기가 처음에는 그래도 유머러스했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못하는 것 같아서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릴까? 생각했는데 포기했습니다. (유치한 말싸움이라던가.)

그냥 제갈 사혁의 경박한 주둥이로 만족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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