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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173화 (173/262)

<-- 173 회: 배교의 사술 -->

제갈 사혁이 이기어검의 묘리를 이용해 두 자루의 검을 붙잡았지만 저항하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

하지만 이미 이 두 자루의 검을 붙잡아 본 제갈 사혁은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꼈다. 분명 만공에 의해 검을 작동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째서인지 그 힘은 원래 주인이었던 자가 부리는 것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만공 선생. 특별히 다른 무언가를 한 것은 아니오?”

“그렇소. 단지 녹옥을 새로운 검에 장착시키고 내공을 불어넣었을 뿐이오.”

만공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비록 제갈 사혁에 의해 화산파에 강제로 머물고 있지만 손님대접은 확실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만공의 내공 자체가 무언가 있다는 뜻이었다.

(일단 저것을 멈추고 볼 일.)

제갈 사혁은 호황을 뽑아들어 직접 맞서기로 마음먹었다.

두 자루의 검은 거침없이 달려들었고 검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흡사 거한의 장사와 힘을 겨루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힘이라면 제갈 사혁 역시 절인지력(絶人之力).

절대 밀리지 않았다.

“사형. 도와드리겠습니다!”

“물러나라!”

다행히 검의 표적은 제갈 사혁 한 사람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검 그 자체에는 자아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 그 범위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무덕! 다른 사람들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사형에게서 떨어져라! 그리고 당장 사람을 보내 장로님들을 모셔 와라!”

무덕은 화산파의 장로들을 불러 이번 일을 해결하려 했다. 반면 제갈 사혁은 힘과 힘의 싸움에서 차츰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젠장!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젠 사람이 아니라 곰하고 힘을 겨루는 느낌이야.)

호황과 두 자루의 검이 겨루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검과 검이 마주할 때 만들어내는 소음은 듣고만 있어도 귀를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끝이 없군.”

검을 흘려낸 제갈 사혁은 경공을 펼쳐 검에게서 도망쳤다. 아니 정확히 따로 노리는 수가 있었다.

암벽을 밟고 벽 위를 가로질러 달리는 기이한 행동으로 시선을 끌자 두 자루의 검은 제비처럼 날아 들어와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었다. 검이 날아오는 속도는 제갈 사혁을 따라오지 못했고 그대로 암벽 사이에 검이 박힌 순간 제갈 사혁은 암벽에 틀어박힌 검의 손잡이 부분을 향해 호황을 집어 던졌다. 하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빗겨나가며 노림수가 먹히지 않았다.

(쳇! 검이 암벽 사이에 박히면 어떻게 될 것 같았는데.)

지난번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달리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공을 주입한 만공을 공격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형!”

호황을 던졌기 때문에 제갈 사혁은 무방비 상태였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미물 주제에 건방떨지 마라!”

기합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간 호황이 되돌아와 제갈 사혁의 손에 쥐어지자 다시 두 자루의 검과 한 사람의 공방이 이어졌다.

“사백. 어서 오십시오. 여깁니다.”

그때 때마침 도청진인이 당도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사백. 저기를 봐주십시오.”

무덕이 제갈 사혁을 가리키자 도청진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기어검?”

“아닙니다. 저 검에 박힌 녹옥에 어떤 사술이 걸려있어 그와 같이 보일 뿐 실제로는 저것을 따로 조종하는 이가 없습니다.”

조종하고 있는 이가 없다는 말에 도청진인은 한동안 고민을 했다. 그러더니 등에 진 검에 손을 가져다대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보도록 하겠다.”

“어찌?”

“기다리거라.”

일단 이기어검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 두 자루의 검과 싸우는 제갈 사혁이 생각보다 잘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도청진인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사백. 저대로 가다간 사형이......”

“잘 하고 있지 않느냐.”

“네?”

“급하게 부르기에 무슨 죽을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별일 아니구나.”

“별일이 아니라니요?”

상황만 놓고 본다면 제갈 사혁은 이기어검과 맞서고 있는 절제절명의 상태지만 그냥 이 상황을 ‘가정’하고 본다면 화산파의 제자와 쌍검을 다루는 자의 대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오랜만에 녀석의 실력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사백?”

무덕은 도청진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편 제갈 사혁은 검 손잡이에 박힌 보석을 노리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된 건지 알겠네.”

도청진인이 손뼉을 치자 제갈 사혁은 도청진인을 쳐다봤다.

“삼재검법(三才劍法)을 써보거라. 연무를 펼쳐야 한다.”

“연무요?”

연무라는 말에 제갈 사혁은 인상을 구겼다. 연무는 말 그대로 삼재검법(三才劍法) 32초식을 순서대로 쓰는 걸 말한다. 절대 실전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제갈 사혁은 도청진인의 말대로 삼재검법을 펼치기는 했지만 상황에 따라 초식을 바꿨다.

“연무를 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사백!”

“무엇하느냐? 어서 연무를 펼치거라.”

“........”

연무를 펼치라는 말에 제갈 사혁은 하는 수 없이 연무를 펼쳤다. 32초식 중 처음 5초식은 상단 공격이 주를 이뤄서 대응할 수 있었지만 그 후로는 중단 공격이었다.

(상체가 비면 영락없이 당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백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삼재검법의 연무를 순서대로 펼치자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마치 두 자루의 검이 삼재검법과 합을 짠 듯 움직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그것은 공격이 아니었다.

왼쪽으로 베면 오른쪽으로 베어 들어와 막아내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면 검을 가로로 세워 막아냈다.

그것은 공격에 대한 대응에 불과할 뿐 절대 누군가를 해할 수 없었다.

“사백. 어떻게 하신 겁니까?”

“처음에는 이기어검에 놀랐지만 자세히 보니 저절로 움직이는 두 자루의 검은 삼재검법을 쓰더구나. 그것도 아주 똑같이....... 그래서 생각했다.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저 물건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삼재검법을 따라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그것은 제갈 사혁도 알지 못한 부분이었다. 삼재검법은 흔히 검법이되 검법이 아니라고 한다. 삼재검법은 검을 휘두르는 방법을 익히는 무공. 그 정도로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삼재검법이다.

제갈 사혁이 펼친 삼재검법 연무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펼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삼재검법이 아닌 다른 검법을 사용하면 공격하게 되어 있군.)

삼재검법으로 계속 두 자루의 검을 유인한 제갈 사혁은 약속된 움직임에 의한 빈틈이 생기자 재빨리 두 자루의 검을 한손에 움켜쥐었다.

“자~ 해결되었으니 나는 이만 가보겠다. 망아지 같은 녀석들아. 네 녀석들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구나.”

확실히 무공에 대한 깊이는 재아무리 제갈 사혁이 천재라 한들 노강호의 경험을 따라올 수 없었다. 문제를 일으킨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만공의 처소로 향한 제갈 사혁은 두 검의 난동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만공의 처소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곧바로 다른 처소를 내어주겠소.”

“아니오. 이곳이면 되어 그냥 바람만 막아주시오. 그보다 방금 전 사건으로 알게 되었소.”

“무엇을 말이오?”

“이 물건은 배교의 사술로 만들어진 물건이오.”

배교라는 말에 제갈 사혁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살막과 관련되어 있는 자의 물건을 가져왔는데 뜬금없이 배교라니 그것도 마교에 의해 멸문한 구시대의 유물이나 다름없는 이름을.

“어떻게 그것을 장담하시오?”

“삼재검법을 아니 하나의 검법을 고스란히 넣어 부릴 수 있는 사술이 배교에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오.”

그러면서 만공은 눈을 감더니 무언가 크게 결심한 듯 말했다.

“원래 우리 문파는 배교의 하부조직이었소.”

“.............”

배교의 하부조직. 처음 만공을 만났을 때 그 신묘한 기술이 정파의 것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배교라니.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소.”

“무엇이오?”

풀리지 않는 의문 그것은 바로 이 두 자루의 검에 깃든 검법이었다.

“처음 이 검에 깃든 무공은 삼재검법이 아니었소.”

처음 제갈 사혁이 이 검과 마주했을 때 겪은 것은 분명 살막과 관계있는 그들의 검법이었다. 그 때문에 제갈 사혁은 이번 일을 살막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검에 깃든 검법이 삼재검법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오?”

“그렇소.”

“허허.... 이런!”

만공이 자신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때리자 제갈 사혁은 인상을 구겼다. 저 행동은 분명 좋지 못한 무언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 검에는 원래 삼재검법이 들어 있었는데 다른 검법을 덧씌웠다는 말이 되오.”

“배교의 것이라 하지 않았소? 그리고 배교는 멸문하지 않았소.”

“그러니 문제요. 이 물건 속에 있는 검법을 새로 덧씌울 수 있다는 말은 배교의 기술을 가진 배교의 생존자가 있다는 뜻 아니겠소! 그게 아니라면 그 누가 이 속에 든 것을 바꿀 수 있단 말이오.”

그랬다. 이 두 자루의 검을 처음 만났을 때 겪은 살막의 검법과 삼재검법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고 그 말은.

(살막 안에 배교의 생존자가 있다!)

여태까지 살막이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번 일로 알게 되었다.

(배교의 목표는 마교다!)

============================ 작품 후기 ============================

설 잘 보내셨나요?

저는 세상에나 큰집에 갔는데 정말로 똑같이 제갈 사혁 꼴을 당했습니다.

애인은 있냐느니

결혼은 언제 할거냐느니

너희 아버지는 스물 다섯에 결혼했는데 넌 언제 할거냐?

세상에 내가 쓴 글의 주인공 꼴을 내가 당할 줄이야.

전 아직 88년생인데 결혼이라니

이번편은 이제 제갈 사혁이 살막의 목적을 아는데 그 의미를 두었습니다.

PS. 여러분들 공지 보시나요? 보통 선작란으로 이 소설을 보실텐데 그러시면 보통 공지는 안보이죠?

저는 소설을 쓰는 공간에 공지를 쓰는 걸(저 역시 작가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는 그냥 짜증나요.) 별로 안좋아해서 공지란의 공지를 꼭 이용합니다. 혹시 화산의협의 글이 안나온다면 휴재 때마다 공지를 쓰니까 꼭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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