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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188화 (188/262)

<-- 188 회: 강호분란. -->

제갈 사혁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이 순간 청하의 귀에는 마치 남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고 청하는 제갈 사혁을 향해 술상을 던졌다.

“!”

제갈 사혁은 재빨리 술상을 피했지만 빗나간 술상은 그대로 벽을 뚫고 나가 옆방 남녀의 적나라한 사랑을 보여주기 이르렀다.

(어이어이~ 아가씨. 저거 진짜야? 맞으면 죽을 뻔이 아니라 죽는다고 당신을 연모하는 이..... 내가!)

“꺄아~”

“다... 당신들 뭐야?”

옆방의 남자와 밤시중을 드는 기녀는 이불로 몸을 가린 채 비명을 질렀고 제갈 사혁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시끄러우니까. 입 닥치고 꺼져! 지금 목숨이 왔다 갔........”

그 와중에 청하는 물건 던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 멍청이! 이 멍청이! 멍청이!”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말을 해봐요! 말을!”

청하는 멈추지 않았고 제갈 사혁은 하는 수 없이 먼저 미안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요! 미안해요. 이제 그만 해요.”

“뭘? 뭐가 미안한데요? 미안한 일을 했으면 말을 해봐요.”

뭐가 미안하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갈 사혁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생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짜증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남자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한 종류였다.

청하는 청하대로 답답한 소리를 늘어놓는 남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당사자인 제갈 사혁은 필사적으로 청하의 주먹을 피했다.

“!”

급기야 청하는 왼손으로 제갈 사혁의 멱살 잡고 오른손 팔꿈치로 제갈 사혁의 얼굴을 후려쳤다. 힘이 얼마나 강한지 또 다시 옆방 벽을 허물었다.

제갈 사혁은 필사적으로 청하를 떨어트린 뒤 방 안에서 술을 따르고 있는 기녀에게 술병을 빼앗아 청하에게 휘둘렀고 청하는 양팔을 십자 형태로 감싸 능숙하게 충격을 흡수했다.

두 사람은 한번 죽일 기세로 검을 휘둘러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서로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고 무엇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대응에도 완벽했다.

먼저 제갈 사혁이 주먹을 날리자 청하는 제갈 사혁의 주먹을 받은 후 재빨리 몸을 옆으로 틀어 엎어치기로 바닥에 내리 꽂았다. 그리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주먹으로 제갈 사혁의 얼굴을 후려쳤다.

“꺄아!”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내공이 실린 주먹은 바닥을 허물었고 아래층에서는 천장이 무너지자 천재지변이 일어난줄 알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불통인 두 사람은 주변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싸우는 걸 멈추지 않았다.

제갈 사혁이 옆구리를 주먹으로 두어 번 때리자 청하는 두 팔을 모아 공격을 막았다.

“식!”

이상한 기합소리와 함께 옆구리를 발로 차려하자 청하는 그대로 제갈 사혁의 발을 붙잡아 던져버렸다. 권법이 주특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하는 절대 제갈 사혁에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에요?”

급기야 제갈 사혁은 싸움을 멈추고 옆에 있는 식탁을 발로 차며 소리 쳤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지 몰라요?”

“그래 몰라! 모른다!”

제갈 사혁은 정말 지금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반말까지 할 정도였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듣고 싶었다. 정말 뭐가 문제인지 꼭 좀 듣고 싶었다.

“나는!”

“?”

“나는 뭔데요? 당신의 그 명성 같은 뜬구름 잡는 것 때문에 마음 조리는 나는 어떻고요? 제갈 사혁? 그 이름이 어쨌는데? 말을 해봐!”

“청하 소저?”

제갈 사혁은 지금 청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이름 쫓아서 불나방처럼 꼬이는 무림인들은 또 어떻고?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제갈 사혁도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좋아요. 나도 더 강해지고 싶고 더 유명해지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어요. 나도 여자이기 이전에 칼에 목숨을 맡기는 무림인이니까. 그래서 한때는 당신을 질투했고...... 하지만 이건 다르잖아. 이건 다르잖아 멍청아!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죽는다고! 나한테는 제갈 사혁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용화장 하인 갈사혁이 필요하다고!”

청하는 너무 화가나서 주먹을 휘둘렀고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진 제갈 사혁은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보통 여자라면 모르긴 몰라도 이런 말할 때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릴 텐데 이 여자는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적어도...... 적어도 언젠가 그녀가 흘릴 눈물은 정말 값질 테니까.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어난 제갈 사혁은 청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는 이 일이 정말 좋아요. 어쩌면 당신보다 더.”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요.”

“아프면 제일 먼저 말 할 게요. 화 풀어요.”

머리를 잘 못 맞았는지 분명 그녀는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령령이 아니라 청하가 좋다고. 사내로서 외모에 반했지만 마지막에는 내 마음가짐에 빠져들었다고 말했잖아요. 나는 그게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는지 알았어요. 그런데 뭐요. 왜 청하 소저한테 말을 해야 하냐고요? 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화가 나고 창피했는지 알아요. 나만 헛물 켠 것 같았어요. 나만... 나만........”

그냥 평소처럼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 말했을 뿐인데 청하가 그것을 그런식으로 받아들였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그제야 청하가 이렇게 화를 내고 이해 못할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청하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전하지 못할 선물도 벽장에 쌓아두고 눈치만 보던 주제에 정작 그녀의 마음은 이해해주지 못했다.

(이 한심한 남자야. 이 한심한 생물아........)

제갈 사혁은 결국 청하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잘 못 했어요.”

청하는 생애처음 이 남자에게 진심으로 잘 못 했다는 말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뭐 잘못했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 남자에게 말이다.

어쩌면 이 인연을 평생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다. 또 그러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사람을 밀어내버렸다.

“나도 화내서 미안해요. 상 집어 던져서 미안해요.”

“술병으로 머리 때려서 미안해요.”

“저기.....”

“응?”

청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머리에 냄비를 뒤집어 쓴 남자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제갈 사혁을 불렀다.

“이... 가게 주인입니다만......”

사랑싸움에는 돈이 들었다. 특히 무림인에게는 더 많은 돈이.

“에엥~ 이게 뭐야.”

그때였다. 온천욕을 끝낸 이신이 밖으로 나온 건.

“야! 이신.”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이신의 등 뒤로 속옷을 입은 기녀가 따라 나온 것이다.

“너 임마! 거기서 그 여자랑 뭘 한 거야!”

이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제갈 사혁은 아들의 탈선을 목격한 아버지처럼 화를 냈다.

“그러니까. 뭐 했냐고!”

“이 누나가 등 밀어줬는데요.”

“뭐?”

“등 밀어줬어요. 혼자 목욕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어와서 도울 일 없냐 해서 등 밀어달라고 했더니 등 밀어줬어요.”

제갈 사혁은 기녀에게 눈치를 주었고 기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욕하는데 이렇게 미인이 등 밀어줬다고?”

“네.”

이신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자 제갈 사혁은 정말로 부러움을 느꼈다.

“아.... 진짜 부럽다.”

“청하 누나. 앞에서 그런 말해도 돼요.”

“괜찮아. 신아. 갈사 소협은 겉으로 스물 둘 한량인척 해도 속은 숫기 없는 열일곱이니까.”

확인 결과 그 기녀는 정말로 그렇고 그런 시중을 들기 위해 들어갔지만 이신이 순진하게 등만 밀어 달라고 하자 정말 등만 밀어주고 말았다고 한다.

건물을 거의 반파시킨 제갈 사혁과 청하의 싸움은 제갈 사혁이 책임지기 위해 신분패를 맡기는 것으로 일단은 해결됐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남은 방이 없습니다.”

“내가 다 해결 한다니까. 주인장.”

“죄송합니다. 남은 방이라고는 제일 싼 2인실뿐입니다.”

제일 큰 방을 그리고 그 옆 옆방까지 날려버렸기 때문에 세 사람은 셋이서 자기 불편한 일반실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사부. 좀 옆으로 가요.”

일반실 침대는 남녀가 눕기에는 딱이지만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같이 눕기에는 조금 작았기 때문에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옆에 자리 없어. 그리고 가운데 누운 놈이 무슨 자리 타령이야!”

“뭐 하는 거예요. 두 사람 난 여자란 말이에요! 이럴 땐 남자들이 바닥에서 자는 게 맞잖아요.”

평소라면 청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할 법도 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누구도 침대를 양보하지 않았다.

“이게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그런 말이 나와요.”

“또 내 책임이에요?”

세 사람은 그렇게 한 침대에서 서로 밀어내며 잠을 청..........

“이신!”

.............하지 못했다.

잠을 자려는 순간 창문 너머로 검을 든 무림인들이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흑사련이었다.

“도대체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죠?”

젓가락으로 대충 머리를 틀어 올린 청하는 급히 칼을 뽑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를 베어버리고 길을 텄다.

“아무래도 가게 보수를 약속하고 준 신분패가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지만.....”

가게를 부순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에 현금보다는 신분패가 더 확실한 증표가 되어서 건네준 게 외부에 알려진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런 걸 왜 줘요!”

“청하 소저가 가게를 부셨으니까요.”

“그러니까. 왜 하필 신분패냐고요!”

“청하 소저가 가게를 부셨으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내 잘 못이라는 거예요?”

“청하 소저가 가게를........”

“사부! 청하 누나! 그만 좀 하고 빨리 도망쳐요!”

그날 세 사람은 밤새 쉬지 않고 뛰어 귀주를 빠져나갔다.

============================ 작품 후기 ============================

유치하고 소란스럽게 연출하려 하니까. 별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 청하의 감정을 잘 잡아야 했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몇번 고쳤습니다.

2시부터 글 썼는데 벌써 5:30분이 다되가네요.

잉카제사장님이 댓글 남기신 거 봤는데

성인 노블레스가 사람들이 더 잘보나요?

저는 일반 노블레스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요?

그렇다면 성인 노블레스로 옮기고 싶은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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