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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02화 (202/262)

<-- 202 회: 정사대전 -->

청해에서 배교가 저지른 일은 전 무림으로 빠르게 퍼졌고 무림맹에 도착한 제갈 사혁은 무림맹 회의에 함께 사천으로 온 청해의 무림인들과 함께 개인활동을 건의했다.

“그럼 자네는 개인활동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네. 그렇습니다. 단체보다는 개인 대 개인으로 이름 있는 고수들 간의 싸움을 유발시켜 세력 간의 균형을 무너트려야 합니다. 무림맹은 연합단체고 병력을 유지하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직 내부에서 잡음이 나오기 마련이죠.”

“그건 흑사련도 마찬가지네.”

청성파 출신의 장로가 흑사련을 들먹이자 제갈 사혁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나서 함께 온 무림인에게 발언권을 넘겨주었다.

“청해에서 온 강기승이라 하오. 맞는 말이오. 흑사련도 그것은 똑같소. 하지만 흑사련은 무림맹과 그 마음가짐이 다르오. 흑사련은 적어도 무림맹처럼 힘이 있는 조직과 힘이 없는 조직 간의 알력은 존재하지 않소.”

물론 흑사련도 내부에서 기득세력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적어도 무림맹과 비교하면 그래도 아직까지는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는 편이다.

힘이 있고 없고에 따른 조직 간의 알력 다툼에 대해 말하자 무림맹 간부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때 다시 제갈 사혁이 앞으로 나와 발언권을 행사했다.

“무림인인 이상 전통적인 방법으로 상하를 가려내는 게 중요합니다. 군인 흉내만큼 답답한 것도 없지요. 우리는 병사가 아닙니다.”

제갈 사혁은 무림인이라는 본질적인 정체성을 건드리며 분위기를 주도해나갔다.

“하지만 조직이란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서 흩어지면 죽는 법이다.”

도오 진인이 개인활동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자 제갈 사혁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덩어리처럼 모여 있으면 집중공격을 당할 뿐입니다. 지금 우리 처지가 딱 그렇지요.”

어차피 전면전을 하지 않을 경우 개인활동 밖에 답이 없었다. 실제로 지난생애에 개인활동을 펼쳐서 얻어낸 성과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활동을 하게 되면 몸을 사리는 자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네.”

우스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실력이 고만고만한 자들은 정사대전임에도 불구하고 싸움을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문제지 타인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포상제를 하면 어떻겠습니까?”

“포상제 말인가?”

“어차피 겁쟁이들은 빠져주는 게 무림맹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아무런 목적 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걸 좋지 않게 생각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자들에게 공적에 대한 포상을 해주면 알아서 움직일 겁니다.”

“금전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정사대전에 참여하지 않는 문파에게 거두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그대가 말했던 잡음이 일어날 텐데?”

이때 무림맹 총사인 여망상이 이 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결국 힘없는 조직에게 ‘너희는 싸우지 않으니 돈이라도 내서 도와라.’ 라고 말하는 꼴이었다.

“몸을 사리는 게 창피합니까? 아니면 금전이라도 지원해서 정파를 위해 지원하는 게 창피합니까?”

“.................”

“결국 당장은 불만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사대전이 끝난 후 금전적 지원을 한 문파에 대해서는 높이 추켜세우고 칭찬을 해주면 됩니다.”

“단지 그것뿐인가?”

금전적 지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방파 쪽에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예를 들어 ‘어떤 문파가 무림맹을 위해 돈을 지원했다.’. 이 사실을 무림맹이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해당 문파에게는 명예로운 일이 됩니다. 그거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면 아무것도 안하고 조용히 있다가 존재감 없이 사라지게 될 겁니다.”

제갈 사혁이 이렇게까지 자신 있게 이 제도를 밀어불이는 건 실제로 이 포상제도 때문에 무림맹에 참여한 낭인들도 꽤 있었다. 그 과정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린 자들이 이름 없는 무림인이 하루아침에 정도 무림의 영웅이 되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뭐 당시의 나한테는 조금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포상제도는 금광수가 건의한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낭인들이 무림맹에 몰려오고 낭인출신인 금광수의 위상이 높아졌다.

제갈 사혁은 지금 금광수가 없는 현재를 이용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나는 자네의 의견에 따르겠다.”

제갈 사혁이 그동안 개인으로 그리고 봉황대로서 쌓아올린 공적을 생각해 무림 맹주 판가량은 의견에 동의했다.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하시오?”

무림 맹주인 판가량이 제갈 사혁의 손을 들어주자 화산파의 도오 진인과 무림파의 성제 진인이 동의했다. 그리고 무림맹 장로는 아니지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제갈 민까지 동의하자 그것에 대한 일종의 군중심리가 작용해 만장일치로 개인활동 및 포상제도가 통과되었다.

개인활동이 가능해지자 호전적인 무림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상부의 명령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사천을 넘어 흑사련과 배교의 경계를 넘었고 이는 3일 째 되는 날 정사대전의 판세를 뒤집었다.

흑사련 측의 유명한 무림인이 이름 모를 자에게 목이 잘려나가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낭인들이 속속 무림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무림맹은 그렇게 위기를 극복해나갔고 정사대전은 아무런 진전도 후퇴도 없이 그로부터 3개월이 흘렀다.

“으악!”

이름 없는 산 속에서 흑사련의 무사가 입에 거품을 물며 비명을 질렀다.

검은 흑의를 뒤집어 쓴 사내는 사방으로 뇌전(雷電)이 튀기며 그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드러냈다.

쓰러트린 상대의 시신을 뒤져 신분패를 꺼냈다.

“양종?”

생소한 이름이었다.

“구망권(九罔拳). 양종이다. 제법 괜찮은 놈을 잡았네.”

그때 나무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갈 사혁이 내려왔다. 그리고 흑의를 뒤집어 쓴 사람은 다름 아닌 제갈 사혁이었다.

“별거 아니던데 그렇게 유명했어요?”

“그래.”

사실 구망권이니 뭐니 하는 건 제갈 사혁이 지어낸 것이었다. 제갈 사혁은 몇 개월 동안 정사대전을 이용해 이신의 실전 훈련을 행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지금처럼 거짓 고수도 만들어냈다. 이런 식이라면 자칫 자만에 빠질 수도 있지만 이신의 성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또 무엇보다 이신과 제갈 사혁의 관계 때문이라도 그것은 불가능했다.

중원 무림에 스승과 제자가 현역인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흑운 누나가 있을 까요?”

3개월 동안 정사대전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하오문은 달랐다. 하오문은 배교에 의해 수뇌부가 괴멸한 직후 갑자기 무림에서 사라져버렸다.

하오문을 급습한 게 배교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하오문은 무림맹도 흑사련도 믿지 못한 채 꽁꽁 숨어버렸다.

“있을 거라고 믿고 찾아내야지.”

하오문은 제갈 사혁이 뒤에서 조종하기 위해 흑운 공주를 후계자로 만든 터라 지난생애와 조금 다르게 굴러갔다.

자신의 지난 기억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 미래를 알고 있는 제갈 사혁에게는 이것만큼 정신적인 압박을 받는 일이 또 없었다.

“!”

어디선가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자 제갈 사혁은 자신의 이마를 세게 때렸다.

“가자. 청하 소저 쪽 난리 났나보다.”

“방금 그거 비상용 폭죽이었죠?”

“그래.”

두 사람은 경공을 펼쳐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나 청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음산한 날씨 때문에 밤인지 낮인지도 알 수 없지만 귀곡산맥(鬼哭山脈)이라는 이름만큼은 잘 어울렸다.

청하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이미 청하는 수십 명의 배교 무사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수적으로 크게 밀리는 듯 했으나 청하는 다수의 상대를 방어 위주로 유린하며 허점을 노렸다. 도와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지금은 놀러온 게 아니었다.

“이신.”

제갈 사혁이 이신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궁신탄영(弓身彈影)의 묘리로 튕겨져 나가듯 달려간 이신은 적들이 청하를 상대하는 사이 복호백열격을 사방에 피를 튀겼다.

“!”

그 많던 배교의 무사들은 둘만 남았고 갑작스러운 이신의 등장에 놀란 이들은 이신을 향해 암기를 던졌다. 하지만 이신을 향해 날린 암기는 귀신에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췄다.

“쓰레기 주제에 발악하기는.”

“!”

“!”

등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제갈 사혁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그 두 사람을 옭아맸기 때문이다.

“암기가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아냐? 저런 거 날리면 안 돼.”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 멈춰선 두 개의 암기는 그대로 제갈 사혁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런 거 던지지 마라.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제갈 사혁은 암기 본래 주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제갈 사혁이 어깨동무를 풀고 천천히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배교의 무사들은 그 틈을 타 암기를 던졌다. 그러자 제갈 사혁은.......

“윽!”

암기에 맞고 쓰러졌다.

“!”

“...................”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청하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이신은 침착하게 죽은 배교 무사들의 검을 들어 도망치는 두 사람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이신이 던진 검은 그들에게 닿지 못했고 결국 멋있는 척 하다가 허리에 암기를 맞은 제갈 사혁만 남게 되었다.

“뭐 한 거예요. 사부?”

“뭐하긴 뭐한 거야. 헛짓거리 하다가 뒤통수 맞은 거지. 그보다 암기 좀 빼봐. 아프다. 개새끼들 설마 뒤통수 칠 줄이야.”

“저는 왜 방해하셨어요?”

“뭐가?”

“시치미 떼지 마세요. 방금 전에 제가 저 사람들한테 검을 던졌을 때 방해하셨잖아요.”

이신의 말대로라면 그건 힘이 부족해 닿지 못한 게 아니라 제갈 사혁이 이기어검의 묘리로 제어한 게 되었다.

“모르겠는데.”

“..............”

하여간 늘 이런 식이었다.

“괜찮아요?”

정신을 차린 청하가 다가오자 제갈 사혁은 허리에 박힌 암기를 빼내며 고개를 끄덕였고 청하는 미간을 찡그리며 제갈 사혁의 등을 세게 후려쳤다.

“이게 무슨 푼수 같은 짓이에요!”

“멋있어 보일 것 같아서......”

“누가 좋아 한다고!”

“그러니까요.”

============================ 작품 후기 ============================

그나저나 화이트데이라.

화이트데이에 속지 마요. 그거 그냥 족보도 없는 거에요.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의 상술이라고요.

빼빼로데이 화이트데이 이렇게 족보도 없는 것들 싹 사라져야 함!

내가 솔로라서 이러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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