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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06화 (206/262)

<-- 206 회: 격돌. -->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도 마교의 좌호법을 은퇴시켜버릴 수 있었는데 괜히 끼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 사혁은 이왕 이렇게 된 거 둘 중 한명만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두 사람의 치열한 공방에 끼어들었다.

“우사!”

제갈 사혁은 우사의 이름을 부르며 무릎으로 우사의 머리를 찍었다.

“!”

흑도섬을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사는 제갈 사혁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고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며 먼지를 뒤집어썼다.

“저 놈 잡을 때까지 힘을 합치는 게 어때?”

“놀고 있네!”

정사대전 중에 힘을 합쳐 마교를 몰아내자며 악수를 권하자 제갈 사혁은 흑도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정파 놈들은 하여간 유연하질 못해요.”

“난 니놈 새끼가 제일 마음에 안 들어!”

알게 모르게 젊은 날의 흑도섬과 그 행보가 비견된다느니 뭐라느니 하는 소리 들을 때마다 제갈 사혁은 흑도섬에게 악감정이 쌓여 있었다.

“머리 좀 식혀라. 꼬마야.”

흑도섬이 검을 휘두르자 주먹을 휘두르던 왼팔이 베였다. 다행히 그냥 살짝 베인 정도의 상처만 입었지만 제갈 사혁의 뜨거운 머리를 더 뜨겁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 애송이가!”

흑도섬에 정신이 팔린 사이 기력을 되찾은 우사는 뒤에서 제갈 사혁의 등을 외가권법 다섯 차례 후려쳤고 제갈 사혁이 나가 떨어지자 원래 목표인 흑도섬을 공격했다.

“사내새끼들한테 인기 있는 건 싫은데 말이야.”

흑도섬은 어쩐지 제갈 사혁과 우사가 자신을 동시에 노리는 기분이 들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한편 세 사람의 공방? 순서가 뒤죽박죽인 난전을 구경 중이던 이신은 제갈 사혁이 우사에게 나가떨어지자 우사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가만히 있어. 우리가 상대해야 할 쪽은 그 쪽이 아니야.”

하지만 청하는 그런 이신을 말리며 우사의 부하들을 노려봤다. 그들 역시 세 사람의 난전에 가담하지 않은 채 지켜만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이 싸움의 균형이 깨졌을 때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었다.

“아저씨들 상대로 이게 무슨 촌스러운 짓이야.”

옷을 털고 일어난 제갈 사혁의 눈에는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흑도섬!”

여전히 흑도섬을 부르며 미친개처럼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우사와 그런 우사를 농락하며 기회를 엿보는 흑도섬.

흑도섬의 검과 우사의 권장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둘이 얼싸안고 짝짜꿍하는 건 그쯤에서 관둬라.”

제갈 사혁이 이기어검의 묘리로 두 사람의 몸을 구속하자 흑도섬과 우사는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몇 살이냐. 애송이?”

“스물다섯 이하라고는 하지마. 제발.....”

이기어검이 꼭 무공의 수준을 가르는 경지의 기준점은 아니다. 이기어검을 사용할지 모른다고 해서 이기어검을 구사하는 자보다 무공수위가 낮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이걸 구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물의 본질을 깨닫고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이해했을 때 비로써 펼칠 수 있다는 무형의 힘. 그리고 그 힘의 구체적인 사용법이라 할 수 있는 이기어검.

제갈 사혁이 어느 정도 한계를 느껴 두 사람을 구속하는 힘이 사라지자 흑도섬과 우사는 진지하게 제갈 사혁을 쳐다봤다.

“흑사련의 흑도섬이라고 한다.”

“우사다.”

통성명을 제대로 한다는 건 자신과 같은 수준의 실력자로 인정해주겠다는 뜻이었다.

흑도섬과 우사가 동시에 제갈 사혁에게 달려오는 그때 갑자기 흑도섬과 우사는 제갈 사혁에게 가다 말고 서로를 공격했고 흑도섬이 나가떨어지자 제갈 사혁은 재빨리 우사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고작 이 정도냐?”

제갈 사혁의 주먹을 맞고 버틴 우사는 제갈 사혁의 귀를 붙잡고 두상치열(頭上齒列)로 제갈 사혁의 입을 가격했다.

“칫!”

오기로 버텨낸 제갈 사혁은 우사가 한 것을 되갚아 주려는 듯 이마로 우사의 코를 들이 받았다. 우사가 휘청거리자 기다렸다는 듯 번갈아가며 두 주먹으로 우사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우사를 신경 쓰느라 흑도섬의 존재를 잊고 있을 때 뒤에서 흑도섬이 제갈 사혁의 허리를 벴고 제갈 사혁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사부!”

흑도섬이 뒤에서 제갈 사혁을 공격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제갈 사혁이 피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신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처참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청하 역시 처음에는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다.

“침착해.”

허리를 부여잡은 제갈 사혁은 오히려 이신에게 침착하라고 일러주었다.

“칼 들고 싸우는 놈이 있는데 베이지 않는 게 이상한 거 아냐.”

그러면서 제갈 사혁은 우사의 배를 발로 차고 흑도섬의 멱살을 잡으며 다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건 자존심 싸움이었다. 정파의 제갈 사혁. 마교의 우사 그리고 흑사련의 흑도섬.

배교만 없다 뿐이지 전통적인 정사대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었다.

흑도섬의 검은 마치 살아 있는 듯 그 움직임이 자유로웠고 그의 손끝에서 펼쳐진 화룡난무(廻龍亂舞)는 피할 수 없었다.

“그 검은 장식이냐?”

흑도섬이 허리에 찬 호황을 가리키며 묻자 제갈 사혁은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소리가 나도록 주먹을 쥐었다.

“이건 장식으로 보이냐?”

검과 권법을 동시에 수련하고 있지만 그래도 본바탕은 두 주먹이었다.

두 사람과 식경(食頃)이 지날 때까지 싸우는 동안 제갈 사혁은 두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이 섰다.

흑도섬은 예리하고 정확한 쾌검을 구사하는 반면 내공이 부족한지 확실하게 노리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검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사는 절대 다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권법만을 사용할 뿐 두 다리는 권법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심만 잡을 뿐이었다. 그리고 제갈 사혁이 두 사람을 판단했듯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도 서로가 서로에 대한 판단이 끝났다.

제갈 사혁은 제일 가까이에 있는 우사에게 달려들어 두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동시에 때리는 호아구(虎牙口)를 펼쳤다.

“크윽!”

호구아가 적중하자 제갈 사혁은 추가 공격을 하지 않고 재빨리 몸을 숙였다. 등 뒤에서 흑도섬이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몸을 뒤로 돌림과 동시에 발을 높이 들어 흑도섬에게 발차기를 날리자 흑도섬은 상체를 뒤로 숙이며 여유 있게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제갈 사혁에게 틈이 발견되자 검을 거꾸로 잡아 손잡이로 제갈 사혁의 옆구리를 찔렀다.

“!”

흑도섬의 손잡이 끝은 매우 뾰족했고 통증을 이기지 못한 제갈 사혁은 그만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은 적기가 기가 막혔는지 무릎 꿇음과 동시에 제갈 사혁의 뒤에 있던 우사가 권풍을 날렸다.

처음부터 제갈 사혁의 뒤통수를 노리고 날린 권풍은 그대로 흑도섬에게 적중했고 빠르게 상황판단을 한 우사는 무릎을 꿇은 제갈 사혁의 뒤통수에 주먹을 날렸다.

“컥!”

이걸 피하면 또 저걸 피해야하고 이걸 맞으면 또 저걸 반드시 맞을 수밖에 없는 정말이지 이중고(二重苦)가 따로 없었다.

제갈 사혁은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자율회복 되기를 기다리며 육합권법(六合拳法)으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제갈 사혁이 육합권법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자 흑도섬은 제갈 사혁이라는 방패를 부수려는 듯 검을 휘둘렀고 그 틈을 노린 우사가 흑도섬의 등 뒤에서 사자현신을 펼쳤다.

“사자현신(死者現身)!”

“아편쟁이!”

두 손으로 어깨를 동시에 누르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강타했다.

흑도섬은 입에서 피를 뿜었고 제갈 사혁은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 모았다.

오른발로 중심을 잡은 후 상체를 끌어당기듯 어깨와 등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여 눈앞에 있는 흑도섬에게 복호파산(伏虎破山)을 펼쳤다.

“으아아아!”

뒤에서는 사자현신이 어깨를 짓누르고 앞에서는 철산고를 펼쳐 온몸을 뒤흔들어 놓자 흑도섬은 비명을 질렀다.

============================ 작품 후기 ============================

3파전은 오랜만에 쓰는 거라 균형 맞추기가 힘드네요.

앙투안님의 댓글에 답해드리자면 이제 이 부분을 말씀하신 거겠죠?

“마화천에게 요령을 좀 배웠지.”

“그 배신자 놈이! 본교의 무공까지 욕보이다니!”

원래 마교의 검법이다. 마화천의 근본은 마교이기 때문에 이 검법을 알고 있었고 현재 진정한 의미에서 이 검법을 제대로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실력자라 할 수 있었다.

오타는 아니고요.

흑도섬이 마화천에게 쌍수배회 검법을 배웠다.

이것은 원래 마교의 검법이다.

마화천의 출신은 마교고 현재 쌍수배회 검법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은 마화천이다.

라는 뜻입니다.

용량이 적어서 죄송합니다.

후반부라 늘 머리를 쥐어짜면서 고민하지만 안될 때는 정말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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