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7 회: 격돌. -->
흑도섬이 쓰러지자 두 사람은 서로 약속한 듯 주먹을 내질렀다.
제갈 사혁의 주먹과 우사의 주먹은 정확하게 서로의 얼굴을 가격했고 그때부터는 피하는 것을 거부한 채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한 공격만 있을 뿐이었다.
우사가 왼쪽 가슴을 때리자 제갈 사혁은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두 손으로 우사의 머리를 붙잡고 무릎으로 복부를 찍고 또 찍었다. 무릎으로 복부를 때릴 때마다 우사의 목을 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서 목을 압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놈!”
우사가 피를 쏟으며 저항하자 뱀처럼 목을 휘감은 두 팔이 풀리며 공격이 멈췄다.
(대충 요리가 됐군.)
우사가 공격을 위해 자세를 잡자 기다렸다는 듯 제갈 사혁은 바깥쪽이 아닌 다리 안쪽에 하단 발차기를 날려 우사가 중심을 잡지 못하게 만들었다.
안쪽 종아리를 걷어차자 우사는 휘청거렸고 제갈 사혁은 웃으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우사의 무공이 두 다리가 중심을 잡고 있을 때 성립된다면 노골적으로 다리를 노리기보다는 복부를 공략해 다리를 쓰지 못하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다리 풀렸네~”
제갈 사혁은 권법사로서 신체의 모든 힘은 복부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제갈 사혁은 어떠한 권법사보다 복부 공격을 맹신하고 있었다.
“죽어!”
위에서 아래로 망치를 휘두르듯 우사의 머리를 가격하려 하자 그 순간 제갈 사혁을 향해 우사의 부하들이 달려들었다.
“이신!”
청하의 외침과 함께 이신은 기다렸다는 듯 비류보(飛流步) 펼쳐 다가간 뒤 몸을 날려 뒤돌려 차기로 제갈 사혁에게 검을 휘두른 마교의 무사 한명을 처리했다.
이신을 향해 나머지 무사들이 달려들자 청하는 돌멩이에 내공을 실어 그들의 이마와 인중 그리고 목젖을 노렸다.
부하들이 시간을 끌자 기력을 되찾은 우사는 몸을 일으키면서 머리로 제갈 사혁의 턱을 들이받고 가까이에 있는 이신을 붙잡았다.
졸렬하지만 인질을 잡고 도망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물러서라 그렇지 않으면 이놈의 목숨은 없다.”
이신을 앞세워 물러설 것을 요구하자 제갈 사혁은 오히려 호황을 뽑아들었다.
“갈사 소협!”
청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호황을 쥔 제갈 사혁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제갈 사혁이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자 인질을 붙잡은 게 효과가 있다고 느낀 우사는 이신의 목을 비트는 시늉을 했다.
“내가 도망칠 때까지 그렇게 얌전히 있어라.”
제갈 사혁은 호황을 쥔 손에 힘을 주었고 청하는 이신이 걱정되어 제갈 사혁이 어찌하지 못하도록 더욱 강하게 힘을 주었다.
“이래서 엄마하고 아빠는 다르다는 거야.”
제갈 사혁은 이신이 걱정돼서 꼼짝도 못하는 청하를 보며 웃었다.
“청하 소저. 이신이에요.”
“그래요! 이신이에요. 걱정 되지도 않아요?”
“그렇게 약하게 키운 적 없습니다. 어이~ 우사.”
“?”
“얘 꽉 잡은 거 맞지?”
오히려 제갈 사혁은 우사에게 이신을 꽉 붙들고 있냐며 확인까지 하는 여유를 부렸다.
“걱정하지 않아도 꽉 붙들고 있으니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
“.........”
제갈 사혁은 우사에게 붙잡힌 이신을 보면서 시선을 아래로 두어 우사의 다리를 살펴봤다.
“이신.”
“하아아아!”
제갈 사혁이 이신의 이름을 부른 순간 이신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단 한번! 지금 우사의 몸 상태를 봤을 때 단 한번이면 폭류신공(暴流神功)으로 우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신이 폭류신공의 힘으로 저항하자 제갈 사혁과 흑도섬. 이 두 사람에게 공격을 당한 우사는 이신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겁니까?”
제갈 사혁은 청하의 손을 뿌리치고 호황을 이신에게 던졌다.
우사의 품에서 빠져나와 호황을 쥔 이신은 몸을 틀어 우사를 향해 호황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순간 이신이 휘두른 일격은 단단한 둔기에 막혀 우사의 목숨을 거두지 못했다.
우사를 보호한 자는 십야성주 망지성의 호위대장이었다.
“현질(賢姪).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
그 말과 동시에 호황을 막은 자는 검을 쳐내고 이신의 어깨를 때렸다.
“좌호법. 길을 열겠습니다.”
“살다 살다. 애송이놈 부하에게 신세를 지는군.....”
우사가 경공을 펼쳐 도망치자 제갈 사혁은 그 뒤를 쫓아가려 했지만 강력한 기운이 그 앞을 가로 막았다.
“이 앞은 갈 수 없다.”
“!”
호위대장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갈 사혁의 몸은 경직되었다. 그것은 어떠한 힘이 작용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네가 어째서 거기에 있는 거냐?”
“만나서 반가웠다.”
그 말과 동시에 호위대장은 자신의 무기로 땅바닥을 내려쳤고 그와 동시에 강력한 기파가 형성되어 주위를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먼지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자 제갈 사혁은 패성각을 펼쳐 방금 전 그가 그랬던 것처럼 기파를 일으켜 시야를 확보했다.
“아이고~ 나죽네!”
그때였다. 뒤에서 흑도섬의 목소리가 들린 건.
제갈 사혁과 우사의 공격을 동시에 받았음에도 흑도섬은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서있었다.
“너 이 자식!”
“봉명공은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단 말이야. 그렇지?”
“흑도섬....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봉명공은 파계승의 신분으로 흑사련에 가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흑도섬이 봉명공을 알고 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다만 그가 봉명공을 알아봤다는 점이 제갈 사혁의 신경을 건드렸다.
“나도 방금 전에 목소리 듣고 알아봤지. 그나저나 오늘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너....... 잘하면 어이쿠~ 무당파 아가씨 앞에서는 할 말이 아닌가?”
지금 흑도섬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청하로서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왜 뒤에서 공격하지 않았지?”
봉명공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아마도 한참 전에 의식을 되찾았다는 말인데 그 시간이면 등 뒤에서 제갈 사혁을 노리고도 남았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화산파 후계자. 나는 마교가 목적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천중기. 그놈 빼고는 아무것도 관심 없다. 오늘도 그저 좌호법 우사가 움직인다기에 사천까지 왔을 뿐이다.”
그러면서 흑도섬은 검은 천을 꺼내 두 눈을 가렸다.
“이번에는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화산파 후계자 어떠냐? 우리와 같이 천중기를 노리는 건.”
“우리?”
“검현군과 나 그리고 마화천이라고 해두지.”
“이~ 사숙께서 너희와 함께 할 리 없다!”
검현군의 이름이 언급되자 청하는 이를 갈았다.
“검현군과 나는 일생의 맞수. 따로 얘기가 된 건 없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는 법. 검현군과 나에게 천중기는 그런 의미다.”
그러면서 흑도섬은 검은 천을 살짝 들어 천중기에 의해 잃어버린 한쪽 눈을 보여주었다.
“천중기가 그렇게 강한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천중기가 그렇게 강하냐고 묻자 흑도섬은 그 말 한마디만 남겨놓고 사라져버렸다.
“갈사 소협.”
“돌아가죠. 삼전문은 좌호법 우사가 전멸시킨 걸로 그리고 흑도섬은 덤입니다.”
배교의 성지가 사천에 있다고 공표했지만 정작 배교에서 움직임을 보인 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무림맹과 마교 그리고 흑사련 간의 신경전만 거듭될 뿐이었다.
같은 시각. 운남과 마주한 서장.
“젠장.....”
마교의 무사가 잘라나간 팔을 붙잡고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주위에는 그와 똑같은 옷을 입은 자들이 넘쳐났지만 이미 망자가 된지 오래였다.
“고작 이 정도냐?”
검은 옷을 피로 물들인 사내는 자신의 검으로 마교인의 목을 겨눴다.
“죽기 전에 할말은?”
“마교천하(魔道天下)! 천세불멸(天歲不滅)!”
“개소리......”
피가 고인 땅바닥에 마교인의 머리가 떨어지자 마교인을 죽인 사내로부터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가울님.”
가울이라 불린 사내의 옆으로 중년의 남자가 나가오자 가울은 기운을 거둬들였다.
“막주께서는 어떠시냐?”
“서장을 피로 씻어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중년의 남자가 건네준 것은 취옥이 장식된 무기였다.
“사령도(死靈刀)? 분실 된 거 아니었나?”
“다시 만들었습니다.”
“용케도 만들었군.”
“하지만 전대 배교에서 만든 물건을 기초로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이 안에 든 검술은 삼재검법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분실했던 사령도에 비하면.....”
“이기어검을 흉내 내기만 하면 될 뿐이다.”
가울이 사령도를 쥐자 사령도에 박힌 취옥이 검게 물들었다.
“서장으로 향한다.”
그날 배교는 마교를 공격하기 위해 서장을 넘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한명의 무림인이 명성을 얻게 된다.
배교 천주 가울. 젊은 나이에 이기어검을 구사한다고 알려지면서 정사대전이 한참인 강호무림에 새로운 신진 고수로 새롭게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어제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몸살 때문은 아니고 간혈적 단식을 따라했는데 도저히 몸이 안받는 것 같습니다.
살 때문에 고민이어서 간혈적 단식이라는 말에 덥썩 물었는데 설마 주화입마에 빠질 줄이야.
여러분은 인터넷을 하다가 이런 식이요법에 혹해서 따라하신 적 있나요?
저는 뱃살 때문에 인터넷에 다이어트 방법 떴다하면 그날 바로 따라하다 좌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