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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11화 (211/262)

<-- 211 회: 격돌. -->

그로부터 이틀 뒤 제갈 사혁이 머물고 있는 마을에 한 사내가 찾아왔다.

복장은 여느 무림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붉은 도복에 허리에는 칼을 차고 머리는 가지런히 묶어 뒤로 넘겼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귀신을 본 것처럼 어디론가 도망쳤다.

이들이 도망친 이유는 간단했다. 그게 마화천이기 때문이다.

제갈 사혁이 묵고 있는 객잔 안으로 마화천이 들어오자 그 안에 있던 정파의 무림인들은 칼을 뽑기보다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무혈입성(無血入城)을 축하하며.”

객잔 구석에 앉아 있는 제갈 사혁이 술잔을 들며 사천에 입성한 것을 두고 비꼬자 마화천은 제갈 사혁이 앉아 있는 탁자로 자리를 옮겼다.

제갈 사혁은 마화천에게 술을 건넸고 그는 자리에 앉아 따라주는 술을 들이켰다.

“솔직히 놀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내게 결투를 신청할 줄이야.”

“촌스럽지만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촌스럽다는 말에 제갈 사혁은 웃으면서 두 손을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좋잖아. 사내답게 결투를 하는 게 뭐가 촌스러운데? 대신 말을 전해주러 온 아가씨도 예뻤고 말이야. 사파만 아니면 어떻게 해보는 건데.”

“아저씨 같은 소리 하기는.”

서로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대결을 앞두고 서로 긴장감을 풀기 위해 일부러 술자리를 가졌다.

“너는 이번 정사대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

마화천의 물음에 제갈 사혁은 미간을 찡그렸다가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시작은 나지만 끝은 그 노인네가 될 거야.”

그 노인네. 천중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배교의 제갈 사혁 납치사건이 명분이 되어 배교와 무림맹은 전면전을 선언했지만 기다렸다는 듯 거기에 흑사련이 끼어들고 배교는 무림맹을 무시한 채 마교를 공격해 무림맹을 닭 쫓던 개꼴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점점 칼끝은 마교로 향했다.

“이 판의 주인공은 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노인네한테 빼앗긴 건 좀 그러네......”

“그럼 정사대전이 끝난 후에 이 강호는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냐?”

“변한 건 없겠지. 무림맹은 여전히 정의를 외칠 테고 흑사련도 자기들 알아서 하겠지. 개인적인 원한도 있으니 배교는 좀 사라져 줬으면 좋겠고 어디보자 마교도 사라져 줬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그냥 그 노인네만 사라지면 될 것 같은데 말이야.”

“만약에 말이다. 이 무림에 무림맹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냐?”

“!”

순간 제갈 사혁은 마화천의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무림맹만 존재하는 세상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결투를 신청한 건 다른 이유가 없다. 그저 소령. 그녀를 놓고 벌였던 비무가 아닌 서로의 목숨을 노리를 싸움이 하고 싶었다. 네가 말했지 않느냐? 싸워야만 존재할 수 있다고.”

그 말과 함께 마화천은 거대한 대력도인 이랑(利狼)을 뽑아들었고 그 순간 두 사람이 있던 객잔은 반으로 갈라져버렸다.

객잔이 무너져 내리자 제갈 사혁은 창문으로 몸을 날려 재빨리 빠져나갔다.

“!”

제갈 사혁을 뒤쫓아 온 마화천은 대력도 이랑을 크게 휘둘렀고 그의 압도적인 힘에 의해 제갈 사혁은 반대편 건물의 벽에 처박혔다.

주위에서는 여인들이 비명을 질렀고 정파의 무림인들은 칼을 뽑아들었지만 감히 마화천과 맞설 용기가 없었다.

“젠장.....”

아래에서 위로 이랑을 휘두르자 제갈 사혁은 양손에 내공을 씌워 손날로 내려쳤다.

더 이상 도검불침이 아니기 때문에 날이 달려있는 무기를 상대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내공을 소모해야만 했다.

대력도는 분명 위력적인 무기지만 접근전에서는 이야기가 날랐다. 무기 자체가 커서 가까이에서 상대를 대면했을 때 빈틈이 많았다.

마화천의 멱살을 잡은 제갈 사혁은 그대로 바닥에 내쳤다. 그 후 전광석화와 같은 일격으로 그의 머리를 내려쳤지만 피해버렸다.

“.....”

자리에서 일어난 마화천은 제갈 사혁이 내려친 바닥을 응시했다. 움푹 파인 자국만 보더라도 그 위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제갈 사혁은 쉬지 않고 달려 들어가 마화천의 머리를 무릎으로 찍었지만 무릎이 닿은 순간 크게 느낌이 오지 않았다.

“부드러움은 힘보다 강한 법이지.”

그러면서 마화천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타격이 들어간 순간 경신법(輕身法)으로 몸을 가볍게 만든 뒤 제갈 사혁의 힘을 최대한 감소시키는 노련함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끈질기게 따라 붙은 제갈 사혁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고 마화천은 대력도의 넒은 검면을 이용해 방패처럼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귀찮은!”

제갈 사혁은 주먹으로 세게 이랑을 친 후 주먹을 떼지 않고 힘으로 밀었다.

제갈 사혁과 마화천이 싸우고 있는 곳은 건물이 많은 번화가였기 때문에 양옆으로는 큰 길이 쭉 늘어섰지만 앞뒤로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

제갈 사혁이 힘으로 밀어붙이자 어느 새 마화천의 등은 어떤 상점 벽에 닿았다.

“부드러움 좋지. 하지만 힘은 언제나 압도적이다.”

늘 부드러움은 힘보다 강하다고 말하지만 그것도 다 자기가 써야 강하고 좋은 것이었다.

제갈 사혁이 주먹을 휘두르자 마화천은 그대로 벽을 뚫고 날아갔다. 벽을 등지고 있어서 방금처럼 경신법으로 위력을 줄일 수 없었다.

“여전히 성질이 날정도로 아프단 말이야......”

“이보쇼! 당신들 뭐요?”

가게주인이 갑자기 나타난 마화천에게 따지고 들자 가게주인의 등 뒤에서 제갈 사혁이 다가왔다.

“저리 비켜!”

마화천은 재빨리 가게주인을 밀쳤고 그 빈틈으로 인해 또다시 제갈 사혁에게 정타를 허용했다.

“히익!”

가게주인은 제갈 사혁과 눈이 마주치자 제대로 걷지도 못한 채 두 팔로 기며 도망쳤다.

그는 사람이 아닌 악귀(惡鬼)였다.

“멍청한 짓 하지 마라. 마화천. 내가 일반인을 공격할 거라 생각했나? 결투 중에 한눈을 팔다니 실망이다.”

숨통을 끊기 위해 다가간 순간 마화천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손에 들고 제갈 사혁의 머리를 후려쳤다. 흙먼지가 튀기며 묵직한 느낌의 무언가가 머리를 가격하자 제갈 사혁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고 마화천은 있는 힘껏 걷어찼다.

건물 밖으로 튕겨져 나온 제갈 사혁은 전날 밤 술을 마신 뒤 숙취에 시달리는 것처럼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길을 비켜라!”

그때였다. 정사대전 시기에 사천에서 큰 싸움이 일어나자 무림맹의 무사들이 현장으로 달려왔다.

“아니? 저 놈들이!”

무림맹 무사들은 제갈 사혁과 마화천이 사천 시내에서 싸움을 벌이자 일단 칼을 뽑고 현장에 뛰어들려 했고 그 순간 무거운 철전(鐵箭)이 땅 바닥에 박혀 그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물러서라.”

2층 건물 위에서 활을 쏜 동경을 발견한 무림맹 무사들은 봉황대 대원인 동경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인상을 구겼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동경!”

“이 싸움에 개입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정사대전 중에 사천에서 사사로운 싸움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사대전 중에는 같은 정파인끼리의 싸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같은 편끼리 싸우는 건 그대로 정파의 전력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배님. 저자는 마화천입니다!”

그때 마화천을 알아본 무림맹 무사가 그의 이름을 알렸고 무림맹 무사들은 본능적으로 마화천을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그런 것이라면 문제 될 것 없다.”

“동경! 마화천이오! 마화천이 사천에 들어왔단 말이요!”

동경과 무림맹 무사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마화천이 휘두른 이랑을 피할 수 없었던 제갈 사혁이 호황을 뽑아들어 막아냈다.

“드디어 뽑았군.”

마화천는 내심 제갈 사혁이 호황을 뽑았다는 사실을 기뻐하고 있었다. 그가 권사임은 알고 있지만 검 또한 능숙하게 다루기 때문에 한번은 검을 뽑게 만들고 싶었다.

검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상대를 봐주거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스스로 뽑지 않으려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갈 사혁은 검을 뽑자마자 망설임 없이 유성추월검(流星追月劍)을 펼쳤다.

“유성추월검? 화산파!?”

유성추월검을 알아본 무림맹 무사는 지금 마화천과 싸우고 있는 자가 화산파 인물이란 사실과 동경이 자신들을 막아서고 있는 것을 연계시켰다.

“그렇다면 저자.... 아니 저분은 화산파의!”

“그렇다. 그러니 물러나라. 개입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동경은 화살 끝을 무림맹 무사들에게 겨눠 절대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모두 물러서라. 저분이 화산파의 제갈 사혁 소협이시라면 우리는 이 싸움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무림맹 무사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자가 후배들에게 물러설 것을 명령하자 그들은 묵묵히 그 명령을 따랐다. 그리고 절대 두 눈을 제갈 사혁과 마화천에게서 떼지 않았다.

상대는 강호무림의 강자로 군림하는 인물이며 다른 한명은 떠오르는 신성(新星).

비록 그들의 결투가 천하제일인을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대결은 향후 50년 간 강호무림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마! 화! 천!”

제갈 사혁이 짐승처럼 포효하자 그 순간 두 사람의 검이 맞닿았다.

============================ 작품 후기 ============================

자주 휴재를 해서 죄송합니다.

스토리와 상관 없이 글에 힘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제도 글은 연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썼습니다. 하지만 연재 할 수 없었습니다.

마화천과의 결투인데......... 솔직히 말하면 어제 쓴 글은 미인도와 무림맹주편의 양전과의 결투보다 못썼습니다.

대단한 글은 아닙니다. 저도 그 정도까지 글을 잘 쓰진 않고요.

하지만 진짜 뭔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허세도 좋고 처절한 것도 좋지만 정말 어제는 아무것도 안느껴지는 최악의 글이었습니다.

마화천과의 대결. 첫 대립은 스킵이나 다름 없었죠.

사실 연재초기에 마화천은 흑도섬과 같은 레벨로 계속 나왔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상대적으로 흑도섬은 실력자라는 느낌이고 마화천은 단체에서 푸쉬를 주는 선수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칠객 전부를 제갈 사혁이 쓰러트리고 마화천으로 넘어가려했는데 칠객 전부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송수겸으로 마무리를 하고 마화천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른 단계를 거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결국 고민하다가 프로레슬링을 떠올렸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마화천이 됐죠. 단체에서 밀어주고 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흑도섬과 대등한 평가를 받는 건 약간 무리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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