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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14화 (214/262)

<-- 214 회: 격돌. -->

제갈 사혁이 마화천이 권법에 익숙할 거라도 착각하는 사이 마화천은 자신 있게 공격을 펼쳤고 점점 자신만의 방식으로 권법을 구사하는데 익숙해졌다.

‘나의 주먹은 날이 달리지 않은 두 자루의 검이다!’

제갈 사혁이 마화천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는 사이 임기응변(臨機應變)을 발휘해 휘두르는 주먹은 점점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 시작했다.

비록 한줌의 내공도 남아있지 않지만 마화천의 주먹은 정말 칼처럼 날카로웠다.

검에 베인 상처를 입거나 하진 않았지만 주먹에 맞았을 때 제갈 사혁은 정말로 칼에 베인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위험하다!’

이 상황은 위험했다. 제갈 사혁은 마화천이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힘을 불어넣어줄 내공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지만 이러한 극한 상황이 마화천을 더욱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주었다.

내공이 한줌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마화천의 몸을 중심으로 공기 중에 흐르는 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외부의 기운은 끊임없이 마화천의 몸을 자극했고 그 자극으로 인해 텅 비어있던 단전에 내공이 스며들었다.

“일났네!”

마화천은 극한의 싸움 속에서 무림인으로서 한 단계 나아가고 있었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최상의 성장을 이뤄내는.....

무림인으로서는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마화천은 뛰어난 자다. 하지만 그것은 제갈 사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우! 후우! 후우!”

그 모습을 본 제갈 사혁은 숨을 빠르게 내뱉어 내공을 모았다.

‘이 정도면 가능하다.’

흘러넘치는 자색(紫色)의 기운은 절대적인 힘의 상징.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운 순간......

“마화천. 축하한다. 하지만 너만 그 힘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가장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자하신공(紫霞神功)인가?”

천하제일의 무공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항상 그 중 하나를 자하신공으로 꼽을 정도로 자하신공의 위력은 대단했다. 자하신공과 대면한 순간 자신이 익히고 있는 무공과 자하신공은 그 격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아!”

“!”

제갈 사혁의 주먹의 마화천의 복부를 친 순간 마화천은 등 뒤에 벽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분명 등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주먹에 맞은 순간 뒤로 밀려나지 않고 모든 힘이 자신의 몸을 집어 삼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버텨내야 했다. 이대로 쓰러지면 다시는 눈앞에 있는 사람과 마주할 수 없었다.

“얕보지 마라!”

마화천이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자 제갈 사혁은 발목에 힘을 줘 버텼지만 뒤쪽에 있는 건물 벽에 부딪쳤다.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바라본 순간 마화천의 수기(手氣)가 거대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제갈 사혁은 손을 뻗어 수기를 막아냈고 손바닥이 찢어져 사방으로 피가 튀겼다.

“이따위 잔재주로는 절대 나를 꺾지 못한다.”

아무리 자하신공을 펼친 상태라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화천의 수기를 맨손으로 받아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었다. 하지만 제갈 사혁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움켜쥐며 웃었다.

“와라! 마화천!”

그 말과 동시에 마화천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이것을 이 악물고 버텨낸 제갈 사혁은 마화천의 턱에 주먹을 날렸다.

마화천이 쓰러지자 그의 발목을 붙잡은 제갈 사혁은 그대로 물건 던지듯이 마화천을 눈앞에 있는 건물 쪽으로 던져버렸다.

“사람이 아니야......”

제갈 사혁과 마화천의 일전을 보고 있는 누군가가 말했다.

그 말대로 그들의 싸움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 그들이 싸우기에는 이 마을이 너무나도 작았다.

주먹 한방에 벽이 부서지고 건물이 무너졌다.

“젠장!”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건물 안에 처박힌 마화천은 제갈 사혁이 따라 들어오자 아무거나 집어서 던졌다. 그러자 제갈 사혁은 두 팔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고 그 틈을 이용해 마화천은 제갈 사혁의 머리를 움켜쥐고 무릎으로 옆구리를 가격했다.

제갈 사혁이 자신에게 사용한 공격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무릎으로 또 다시 옆구리를 때리기 위해 오른발을 뒤로 빼는 순간 마화천은 옆구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큭..... 이 새끼가 진짜!”

“남의 기술은 함부로 따라하는 게 아니다. 객기 부리지 마라. 마화천.”

머리를 단단히 움켜쥐고 무릎으로 옆구리를 때린 것까지는 좋았지만 하지만 두 번째 공격을 할 때 오른발을 뒤로 너무 뺀 게 잘못이었다. 그 순간 빈틈이 생겼고 제갈 사혁의 주먹이 역으로 마화천의 옆구리를 때렸다.

“이 기술은 말이다. 첫 번째 공격은 강하게 그리고 두 번째 공격은 짧고 빠르게 쳐야 하는 거다.”

“그런가?”

허세라고 생각될 정도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인 마화천은 장법을 펼쳐 제갈 사혁을 밖으로 밀어냈다.

밖으로 나온 마화천은 또 다시 수기를 날렸고 제갈 사혁의 상체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두 사람 다 이미 그 육체는 한계에 다다랐지만 오직 정신력만으로 버티고 있었다.

복호백열격(伏虎百閱拳)을 펼치자 마화천은 그 중 반 이상을 피해내며 제갈 사혁의 절기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하!”

기합소리와 함께 마화천이 주먹을 내지르자 그 주먹을 이마로 받아낸 제갈 사혁은 손날을 세워 쇄골을 내려쳤다.

“!”

쇄골에 금이 가자 마화천은 중심을 잃었고 제갈 사혁은 왼손으로 매화산수(梅花散手)를 펼쳐 뱃가죽을 움켜쥐고 비틀었다.

“크윽!”

엄청난 통증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마화천은 사력을 다해 제갈 사혁의 손목을 붙잡고 힘을 줬다.

이를 악물고 왼손에 힘을 주자 마화천의 인상이 심하게 구겨졌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오기를 부리며 손목을 힘껏 움켜쥐었다.

“으아아아!”

마화천은 괴성을 지르며 기어이 제갈 사혁의 왼손 손목을 부러트렸고 제갈 사혁은 손목이 부러지든 말든 남은 오른손으로 일권복호(一拳伏虎)를 날렸다.

“나의 승리다!”

사력을 다한 일격에 마화천은 무릎을 꿇었고 그와 동시에 제갈 사혁의 전신을 감싸던 자색 기류가 사라졌다.

몇 분간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고 제갈 사혁이 뒤돌아서 서자 여태까지 이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겼다..... 이겼어!”

“제갈 사혁이 마화천을 꺾었다!”

무림맹에서 파견된 무사들은 떠나갈 듯 소리 질렀고 동경은 서둘러 제갈 사혁을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쓸 때 없는 짓 하지 마라. 동경.”

제갈 사혁은 부축을 거부했고 무림맹 무사들은 제갈 사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협! 수고하셨습니다.”

그들이 제갈 사혁을 대하는 태도는 흡사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소협. 승자로서 마화천의 숨통을 끊으셔야 합니다.”

무림맹 무사들 승자의 권한으로 마화천의 목숨을 거둘 것을 간청했고 제갈 사혁은 뒤돌아서서 무릎 꿇은 채 기절한 마화천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저 멀리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호황을 가지고와 마화천에게 다가갔다.

모두들 흑사련 최고의 고수라 알려진 마화천의 최후를 지켜보기 위해 숨을 죽였고 제갈 사혁은 호황을 마화천의 어깨에 댔다. 그리고......... 마화천의 옷으로 호황의 칼날을 닦았다.

“동경.”

“네! 대주님.”

“이 새끼 밖으로 좇아내.”

그 말은 마화천을 돌려보내겠다는 뜻이었다.

“소협! 마화천입니다. 이대로 돌려보내시면 아니 됩니다!”

무림맹 무사들은 격렬히 반대했고 제갈 사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어이.”

제갈 사혁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무림맹 무사들을 부르자 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술이나 마시러 가자.”

“네?”

“무... 무슨?”

제갈 사혁은 억지로 무림맹 무사들을 술집으로 끌고 갔고 가면서 동경에게 고개를 까닥거렸다.

제갈 사혁의 뜻을 이해한 동경은 대력검 이랑과 함께 마화천을 등에 업고 마을을 빠져나갔다. 제갈 사혁이 무슨 생각으로 마화천을 살려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었다. 더 이상 그의 부하도 아니고 그 역시 더 이상 대주가 아니지만 무림인으로서 제갈 사혁은 이미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한편 사혁은 멀어져가는 동경과 마화천을 보며 마화천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만약에 말이다. 이 무림에 무림맹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냐?’

그는 오직 무림맹만 이 땅에 남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처음엔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화천을 이기고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 한 순간 깨달았다.

“싸울 상대가 없으면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 작품 후기 ============================

이번편은 마화천이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뜨고 제갈 사혁이 무림의 존재의미를 깨닫는 것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욕심만큼 글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주제를 잘 이어나갔다고 생각합니다.

마화천을 단순히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보다는 그 역시도 제갈 사혁으로 인해 성장했다. 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무협지를 보면 무슨 검왕이 있고 도제. 뭐 이런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그런데 다른 소설보면 검왕이나 도제 뭐 이런 사람들의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서열이 정해졌다는 건 싸워봤다는 소리인데, 바꿔 말하면 싸웠는데 서로 목숨은 빼앗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서열이 나뉜 거고.

(한번 싸워봤는데 어느 한쪽이 목숨을 잃는다면 끝까지 싸워 남는 사람이 천하제일인이겠죠.)

저는 이것을 제 스스로 확대해석해봤습니다.

라이벌이라기엔 조금 그렇고 무림인으로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존재.

봉명공이 그냥 친구라면 마화천이 그런 대상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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