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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17화 (217/262)

<-- 217 회: 천하제일인 -->

두 손으로 흉조의 머리를 움켜쥔 뒤 목을 꺾어버린 제갈 사혁은 소매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자리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던 중 흉조의 호위무사들이 입고 있는 옷이 눈에 들어왔고 지난날 봉명공이 입었던 것과 비슷한 양식의 옷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시신의 옷을 벗겨 호위무사의 옷을 입는 한편 그들의 품에서 신분패를 훔쳤다.

“제 7 수호대라.....”

마교의 조직도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수호대라는 이름과 마교의 인물이 아닌 흉조를 호위한 점을 미루어 조금 낮은 위치의 무사들 같았다.

“괜히 술값만 날렸네.”

신분패를 얻으려고 마교의 무사들에게 술을 먹였는데 설마하니 가는 길에 이렇게 흉조를 만날지 몰랐던 제갈 사혁은 마교의 무사로 완벽하게 변복한 뒤 화운검(火雲劍)의 기운을 발산해 마차를 불태우고 시신을 처리했다.

일을 저지른 이상 마교에 의해 꼬리가 잡힐지 모르지만 봉명공과 만날 때까지 시간만 끌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채 비류보(飛流步)를 펼쳐 쏜살같이 신강을 누비며 다음 마을로 향했다. 입구에서는 마교의 무사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고 제갈 사혁이 입구에 들어서자 고개를 숙이며 그냥 제갈 사혁을 통과 시켜주었다.

“이봐.”

제갈 사혁은 본능적으로 그들보다 수호대 복장을 한 자신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걸 느끼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말씀하십시오.”

마교의 무사는 제갈 사혁의 얼굴도 올려다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조직간의 격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주씨 성을 가진 분이 누가 계시지?”

“갑자기 그건 왜?”

갑자기 주씨 성을 가진 ‘분’이라는 말에 마교의 무사는 고개 들었고 제갈 사혁은 재빨리 변명거리를 늘어놓았다.

“수련을 하다가 그 분께 가르침을 받았네. 상당히 젊은 분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보는 분이었네.”

봉명공이 마교에 입성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나 적어도 그 전까지는 제갈 사혁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젊은 주씨 성의 높으신 분이라는 특징으로 봉명공의 신분을 캐내려 했다.

마교의 무사는 서둘러 동료에게 주씨 성을 가진 자에 대해 물었다.

“자네 주씨 성을 가진 분을 아시는가? 젊은 분이라는데.”

그의 동료는 제갈 사혁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무릎을 꿇었다.

“소인이 알기로 주씨 성은 마교의 명문가의 혈족에게만 허락된 성입니다. 젊은 주씨 성을 가진 분이라면 아무래도 양천(兩川)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양천?’

양천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제갈 사혁은 그곳이 어디냐며 물을 수 없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마교 제 7 수호대기 때문이다.

“알았네.”

그러면서 제갈 사혁은 은자를 꺼내 그들에게 주었다.

“요즘 사치품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던데 이걸로 비싼 술이라도 사먹게.”

“아이구! 뭘 이렇게까지.....”

돈을 주어 호감을 얻으면 행여 흉조의 일로 조사가 들어와도 이들은 제갈 사혁을 수상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갈 사혁이 사라지자 마교의 무사는 그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수호대가 혼자 저렇게 다니던가?”

“알게 뭐야. 일 끝나면 술이라도 마시자고 이 친구야.”

제갈 사혁은 마을에 있는 책방을 찾아 신강 지리를 적은 책자를 찾았다.

‘양천. 양천. 양천....... 여기군!’

양천이면 이곳에서 상당히 먼 곳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희의 본명은 주성임이었다. 유희의 조카 중에 마교 장로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했으니 그가 바로 봉명공의 외숙부일 가능성이 높았다.

제갈 사혁은 지도를 보며 양천으로 향했다. 흉조로 인해 벌려놓은 일이 있으니 시간이 촉박했고 거의 모든 내공을 경공에만 집중해 하루만에 양천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물어물어 주씨 가문의 저택을 찾았는데 마교 장로의 저택치고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다.

‘호위무사가 한명도 없어?’

크고 작고를 떠나 호위무사가 한명도 없다는 점이 이상했다.

제갈 사혁은 수호대라는 신분을 이용해 당당히 대문을 두들겼다.

“누구시오.”

문 안쪽에서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제갈 사혁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최대한 나이가 들어보이도록 말했다.

“혹. 여기 주인공이라는 분이 계십니까?”

봉명공이 이곳에 있냐고 묻자 한동안 문 안쪽에서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 되었나 싶어 호황에 손을 올린 순간 대문일 천천히 열렸다.

“......”

목소리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인은 제갈 사혁을 한참 보더니 안으로 들어올 것을 권했다.

“..........”

“..........”

“들어오시게.”

들어오라는 말을 뭐 그렇게 뜸을 들이는지 살짝 인상을 구길 뻔 했다.

저택 안으로 발을 들이민 순간 제갈 사혁은 인상을 구겼다.

‘셋...... 아니 넷이군.’

저택 밖에서는 느낄 수 없었는데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그 존재감이 느껴졌다.

제갈 사혁 정도 되는 고수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그들은 잘 훈련된 호위무사들이었다.

“나는 그 아이의 숙모 되는 사람이네.”

“.........”

“저쪽 방을 내어줄 테니 옷을 갈아입고 나오시게. 이왕이면 진짜 얼굴을 봤으면 좋겠군.”

“!”

그 말은 즉 제갈 사혁이 변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여기선 누구도 그 아이의 이름을 알지 못하네. 그런데 자네는 그 아이의 이름을 말하더군. 그러니 마교인은 아니고 정사대전 중에 별 탈 없이 신강에 들어온 것으로 봐. 그 얼굴은 가짜.”

“!”

“내 말이 틀렸나?”

제갈 사혁은 문뜩 이 집에 찾아왔을 때 ‘주인공’이라며 봉명공의 본명을 언급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들켰다는 사실을 깨닫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호황에 손을 댔고 그 순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

“그 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소리는 그 아이의 친구라는 말이겠지? 그 아이의 친구라면 손님 대접을 해줄 테니 너무 그렇게 반응하지 말아주시게.”

제갈 사혁이 호황에 손을 댄 순간 봉명공의 숙모가 제갈 사혁의 머리에 손을 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제갈 사혁의 머리가 그녀의 손에 빨려 들어가듯 잡혔다고 하는 게 옳았다.

순간의 방심이 불러온 결과지만 그녀 역시 상당한 수준의 고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변장을 위해 붙인 수염도 전부 떼어낸 후 제갈 사혁은 안방으로 들어가 봉명공의 숙모를 만났다.

“나는 화연(花聯)이라는 사람이네.”

“멸곡여협(滅曲女俠).”

화연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제갈 사혁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별호를 말했다.

“젊었을 때는 그리 불렸지.”

멸곡여협이라 불리는 그녀가 유명한 이유는 출중한 무공실력 뿐만 아니라 그녀의 출신이 마교가 아닌 사파기 때문이다. 그것도 흑사련 창단 문파인 선심문(腺心門) 출신.

봉명공의 숙모인 점을 떠나 마교인과 혼인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총각은 이름이 어떻게 되지?”

“제갈 사혁이라고 합니다.”

“제갈 사혁?”

제갈 사혁이라는 이름에 화연은 모를 듯한 표정을 지었고 제갈 사혁은 그녀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깨달았다.

“녀석은 제갈 무진이라 부릅니다.”

“아! 그렇군. 그리 불렀지.”

역시 봉명공은 아직도 자신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그럼 마화천. 그 아이를 꺾은 게 자네군. 마화천 그 아이도 제법 하는 아이인데”

마화천을 그 아이라고 부르는 걸로 봐선 마화천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고만고만한 정파인들과 다르게 날이 서있는 게 마음에 들어. 실력이 대단하군.”

“마화천을 알고계십니까?”

“그 아이가 마교를 벗어나 탈주를 했을 때 그 아이를 잡으러 떠난 게 바로 나네.”

마화천이 마교출신이고 마교를 탈출했다는 이야기는 무형독. 소령 사건 때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흑사련 련주를 소개 시켜주었지.”

“사지성말입니까?”

“아니 사지성 그 애송이 말고 그 있지 않은가. 그 전에.”

한강령(韓江令). 전임 흑사련 련주로 지금은 은퇴하고 어디론가 떠났다고 알려졌다.

“그 아이는 밤에나 올 것이네. 그 동안.... 음........ 딱히 시간 보내며 할 일은 없겠군. 그냥 방에서 뒹굴던가. 용돈을 줄테니 놀다가 오게.”

방에서 뒹굴던가 용돈을 주겠다니 진짜 자기 조카라도 되는 양 취급했다.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 그녀가 현재 가문을 이끌어가는 실질적 가주인 듯 했다. 그리고 그렇다는 말은 봉명공이 그토록 원한을 품고 있는 숙부는......

“조사하러 온 사람처럼 너무 두리번거리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궁금하면 물어보게 사내라면 할 말은 해야지.”

“아닙니다.”

“듣던 거하고 다르군.”

제갈 사혁이 방을 나서자 마루 앞에는 4명의 사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주먹밥을 먹고 있었다. 아마 이들이 그 호위무사인 듯 했다. 제갈 사혁이랑 나이 때가 비슷해보였는데 어쩐지 느낌은 괄귀와 비슷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살수의 특유의 느낌이 들었다.

“?”

그들 중 한명이 제갈 사혁의 바지를 잡아당기더니 주먹밥을 건네주었다.

‘뭐야?’

갑자기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일단 먹을 것을 권했으니 제갈 사혁도 마루에 앉아 주먹밥을 먹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손등에는 용문신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제갈 사혁도 잘 알고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사룡사성(死龍四星)!’

사룡사성. 제갈 사혁이 기억하기로는 마교 교주 천중기의 손에 죽은 3인의 살수들이었다. 마교 교주를 살수가 죽이고자 달려드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 누구도 감히 천하제일인을 암살하리라 생각하지 않고 의뢰를 받는 살수 또한 불가능한 일에 목숨을 걸지 않기 때문이다.

‘사룡사성이 왜 여기에.....’

그 의문과 동시에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수십명의 사내들이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어제 너무 늦게 올려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글을 쓴다고 썼는데

다 쓰고 나니 5:35분이네요.

이거 쓰는데 다섯 시간이 걸린 건 밀아 때문인게 함정.

요즘은 PC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을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데 도대체 제가 왜 이 게임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미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정신 차려보면 하고 있습니다.

중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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