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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19화 (219/262)

<-- 219 회: 천하제일인 -->

제갈 사혁은 마치 그들에게 경고를 보내 듯 내공을 발산했고 그 기세에 절대 대항할 수 없음을 깨달은 마교인들은 제갈 사혁을 향한 투기를 거뒀다.

봉명공과 만난 후 제갈 사혁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 운 좋게 흉조를 처리했으니 흉조의 세력을 흑운 공주가 자연스럽게 흡수하면 하오문은 확실하게 힘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봉명공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또 봉명공에게 흑사련이 동조하고 있다는 걸 안 이상 배교에 대한 공격을 서둘러야 했다.

제갈 사혁은 은밀하게 마교의 땅을 빠져나와 화산파와 제갈세가 그리고 무당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배교 척살을 건의했다. 제갈 사혁이 배교에 납치되고 그로인해 정사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에 무림맹 수뇌부는 제갈 사혁의 의견에 동조했고 무림맹의 배교 척살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언제나 사건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지기 마련이었다.

사천. 하오문 문도들이 살고 있는 배교의 성역이 위치한 귀곡산맥 부근에서는 여전히 흑사련과 배교의 무사들 그리고 무림맹에 소속된 무림인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검명(劍鳴)이 울려 퍼지자 이름 없는 자들의 비명소리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흰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검은 개구리 가면을 뒤집어 쓴 사내는 마주보고 있는 자들의 눈에는 귀신과도 같았다.

“본교의 성역이 어디냐?”

“네.... 이놈 흑호(黑虎)!”

흑호를 알아본 흑사련의 무림인은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고 흑호를 향해 뛰어났다.

“서성지(徐聖志)......”

흑사련 소속의 무림인인 서성지 역시 흑호의 의적 활동을 이유로 흑호를 잡지 않은 무림인 중 한명이었지만 흑호가 배교와 손을 잡자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서성지가 도끼를 휘두르자 흑호는 어렵지 않게 도끼날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용서하시게.......”

그 말과 함께 흑호의 검이 서성지의 가슴을 꿰뚫었다.

“서 대협!”

서성지와 같은 흑사련 소속 무림인들은 서성지가 죽임을 당하자 흑호를 향해 적대감을 불태웠다.

“천주.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흑사련의 무림인들이 일제히 흑호를 향해 뛰어들자 안개 속에서 흑호의 부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끝에서 펼쳐진 배극구검은 무림 맹주의 사문인 비검파의 비전과 결합해 완전한 형태를 갖추며 흑사련 무사들의 무위를 압도했다.

금난초의 풀잎에 이슬 대신의 핏물을 맺히게 하며 도착한 곳은 성역의 비밀통로가 있는 연못이었다.

“해독제를 뿌려라.”

해독제를 뿌리라는 말과 함께 흑호의 부하들은 젊은 남자를 데려와 무릎 꿇렸다. 젊은 남자는 흑호의 눈치를 살폈고 흑호의 부하는 그의 목전을 향해 검을 겨눴다.

“!”

겁을 잔뜩 먹은 남자는 품에서 약물을 꺼내 연못에 부었고 그러자 흙탕물 같았던 연못의 물이 맑아졌다.

“수고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흑호의 부하는 젊은 남자를 단칼에 베어버리고 맑아진 연못에 손을 담군 흑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린 뒤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

배교의 무사들이 하오문의 아니 배교의 성역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하오문의 경비들은 그들을 향해 일제히 활을 쐈다.

부하들의 뒤에 있던 흑호가 앞으로 나와 일권을 내지르자 권풍(拳風)이 일어나 모든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도망쳐라!”

자신들의 공격이 상대에게 통하지 않는 다는 걸 깨닫자 하오문의 경비들은 도망을 쳤고 그 뒤를 흑호와 그의 부하들이 쫓아갔다.

하오문의 경비들을 뒤따라 들어간 곳은 요새도시 형태의 마을이자 배교의 성역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본교의 성역을!”

제갈 사혁 일행이 찾아왔을 때와는 달리 성역내부는 사람은 물론이고 사람이 산 흔적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천주. 그렇다면 이곳이?”

“그래! 이곳이 바로 우리 배교의 성역이다!”

흑호 역시 강성했던 과거 배교출신의 인물이지만 직급이 높지 않아 실제로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저 멀리 눈앞에 보이는 석벽 위 일월신교(日月神敎)라는 글자를 본 순간 이곳이 배교의 성역임을 깨달았다.

“잘 오셨습니다.”

흑호가 성역을 찾았다는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저멀리 석벽 아래에서 마치 이곳의 왕처럼 권좌에 앉아 있는 흑운 공주가 그들을 맞이했다.

“어떠십니까? 마교의 성역에 오신 소감이.”

흑운 공주는 일부러 이곳을 마교의 성역이라 칭하며 배교의 최대 약점이자 열등요소인 출신을 들먹였다.

“그 더러운 입 닥쳐라!”

“멈춰라!”

흑호의 부하 중 한명이 흑호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건물 지붕을 밟고 단숨에 흑운 공주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검을 휘두르자 그 순간 그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으아악!”

어디선가 나타난 젊은 무림인은 정교하진 않지만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쾌검(快劍)을 구사하며 상대를 제압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정체를 밝히라는 말에 젊은 무림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형처럼 유명하지 않아서 멋진 별호 같은 건 없지만 오늘 당신들을 쓰러트리면 사형처럼 제법 그럴 듯한 별호를 얻을 것 같은데......”

“무덕(無德) 사숙. 사부의 별호도 남에게 자랑할 별호는 아니에요.”

흑운 공주가 앉아 있던 의자 뒤에서 이신이 나타났다.

“문주님은 피해계십시오.”

무덕이 흑운 공주에게 자리를 피할 것을 권하자 성역의 경비를 서고 있던 하오문 문도들이 흑운 공주를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

“하나 둘 셋....”

커다란 만두를 한입 베어 물며 이신은 저 멀리 있는 배교의 무사들을 하나 둘 세기 시작했다.

“제가 저기 가면 쓴 아저씨 빼고 다섯 명만 상대하면 되죠?”

“여섯 명 아니냐?”

여섯 명 아니냐는 말에 이신은 무덕에게 손목이 잘려나간 자의 목을 밟아서 숨통을 끊어버렸다.

“이제 진짜 다섯.”

“너, 갈수록 사형을 닮아서 정말 걱정이다.”

평소에는 순둥이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싸움만 하면 그 성격이 제갈 사혁과 판박이였다.

머리를 긁적거리며 검을 추켜든 무덕은 흑호를 향해 말했다.

“배교가 얼마나 대단한지 견식(見識)을 좀 해보고 싶은데 내려오십시오.”

흑호는 무덕의 제의에 응하기 위해 내려왔고 그 순간 이신은 지면을 박차고 올라가 내려오는 흑호를 지나쳐 흑호의 부하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이런 점은 정말이지 제갈 사혁과 판박이었다.

무덕이 흑호를 맡고 이신은 흑호의 부하 다섯을 동시에 상대했다.

흑호를 제외하면 다섯 명 모두 검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신은 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집요하게 오른손 손목을 공격했다.

“복호천각(伏虎踐脚)”

중단 공격으로 강하게 돌려 차자 복호천각을 몸으로 받은 배교의 무사는 이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동료의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넷은 이신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이신은 놀라운 반사신경을 선보이며 모든 공격을 피했다.

신체적인 능력은 제갈 사혁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지만 동체시력만큼은 제갈 사혁 그 이상이었다.

금나수의 일종인 난화수(亂花手)를 펼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상대의 검을 빼앗은 이신은 그들의 모든 공격을 검으로 막아냈다.

“검법도 괜찮은데.”

권법사가 검을 빼앗고 장난이라도 치듯 검을 휘두르는 행동은 명백한 도발이었다.

이신의 도발에 걸려든 배교의 무사들은 일제히 합공을 펼쳤고 이를 기다린 이신은 그들의 휘두르는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뒤 검을 내려놓고 두 주먹을 허리에 가져다 댔다.

“복호백열격(伏虎百閱拳)!”

이신의 노림수에 완벽하게 걸린 배교의 무사들은 입에서 피를 뿜어대며 쓰러졌고 총 스물다섯 타의 공격이 끝나자 두 다리로 서 있는 사람은 이신 한 사람 뿐이었다.

하지만 이신의 부상도 만만치 않았다. 복호백열격을 펼친 순간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 끝까지 그들이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요동치는 내공을 진정시킨 이신은 경공을 펼쳐 무덕과 흑호의 싸움이 가장 잘 보이는 지붕 위에 앉아 여유 있게 두 사람의 비무를 구경했다.

“무덕 사숙이 이기시겠지.”

양팔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지만 이신은 손수건으로 피만 닦아냈다. 반나절이면 이 정도 상처는 금방 아물기 때문이다.

“음..... 별로 그렇게 대단한 몸은 아닌 것 같은데.”

“!”

바로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누군가 이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제법 단련이 잘 됐구나.”

지붕 위에 앉아 있던 이신은 지붕을 박차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몸을 수십 번 돌린 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오호~ 반응도 제법이구나.”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적이란 것을 깨달은 이신은 무덕이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이신!”

비무 중에 이신이 끼어들자 무덕은 당황했고 다행히 흑호가 먼저 공세를 거둬 불의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신! 무슨 짓이냐!”

“사숙 저길 봐요!”

“뭐?”

이신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그곳에는 어떤 노인 한명이 지붕 위에서 뒷짐을 지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 당신은!”

그 노인을 보고 제일 먼저 반응한 인물은 의외로 흑호였다.

“아직도 그 촌스러운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나? 강위.”

흑호의 본명을 말하며 노인은 흑호를 향해 팔을 뻗어 마치 멀리 있는 흑호를 잡아당기듯 팔을 휘젓자 놀랍게도 흑호의 몸은 노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무덕은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말도 안 돼.”

한편 노인의 손에 빨려 들어와 멱살을 잡힌 흑호는 가면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내가 말했잖아. 하찮은 너희들 따위 어떻게 살아가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그는 여전히 오만하고....

“주인의 이름을 함부로 쓰다니 버릇없는 몸종이야. 안 그래?”

여전히 강했다.

“컥!”

노인의 주먹이 흑호의 복부를 가격한 순간 가면 밑으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천주께 손대지 마라!”

이신에게 당한 자들 중 가장 먼저 복호천각을 맞고 떨어져나간 흑호의 부하가 정신을 차리고 흑호를 구하기 위해 날아왔다. 그의 검이 노인의 머리를 향해 날아온 순간 그의 몸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제법 용기는 가상했다만.”

노인은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은 저절로 움직이며 도저히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여 숨통이 끊어졌다.

“!”

“!”

이 광경을 지켜본 이신과 무덕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특히 무덕은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고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 릴 수 있었다.

실제로 그를 본적은 없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하면 그의 이름을 제일 먼저 떠올리고 그의 또 다른 다른 이름을 부르게 된다.

“신화천(神話川)......... ”

============================ 작품 후기 ============================

날씨가 추워서 몸살에 걸렸습니다.

머리가 너무 아프네요. 후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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