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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24화 (224/262)

<-- 224 회: 배교침공 -->

배교의 본거지가 있는 곤명(昆明)에는 생각보다 쉽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넘어오고 나서가 문제였다.

“배교 놈들이군.”

이전과는 다른 기세를 뿜어내며 배교의 무사들이 화산과 무당 연합을 막아섰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지시를 내리자 배교의 무사들은 일제히 달려들어왔다.

‘신유출해(申諭出解)!’

제갈 사혁은 배극구검의 보법인 신유출해를 알아봤고 배극구검을 익힘으로서 이들이 진정한 의미의 배교 무사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갈 사혁은 누구보다 먼저 그들을 향해 달려갔고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내 앞을 가로막지 마라!”

상대를 비스듬하게 베며 앞으로 나아간 제갈 사혁의 모습을 본 화산과 무당의 제자들은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했다.

“가자!”

“와아!”

제갈 사혁의 뒤를 따라 일제히 그들로 달려 나가자 곤명에 위치한 작은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으윽.....”

피를 뱉으며 자신의 배에 박힌 제갈 사혁의 검을 움켜쥔 배교의 무사는 이를 악물고 제갈 사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코앞에서 검을 휘두르자 제갈 사혁은 급히 몸을 피했다. ‘독한 놈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

방금 전까지 피를 흘리던 배교의 무사는 눈 깜빡할 사이에 출혈이 멈췄다. 그리고는 곧 아무렇지 않게 다시 검을 휘둘렀다.

‘뭐지?’

제갈 사혁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치 그 광경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율회복 능력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처럼 완벽하게 치유가 되는 건 아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이들도 슬슬 배교 무사들의 상태를 눈치 채고 있었다.

“뭐야! 이놈들?”

한명은 팔을 베이고도 피가 멎었다.

“설마 오경(五更)인가?!”

도청진인의 입에서 오경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들 그것이 지금 이 기괴한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했다.

“후퇴하라!”

“네?”

갑작스럽게 후퇴명령을 내려지자 화산파와 무당파의 제자들은 서로 눈치를 봤고 하는 수 없이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화산지회의 속가제자들이 화산파와 무당파 제자들의 등을 떠밀었다.

“이놈들아! 정신 똑바로 차려라!”

화산파 속가제자임을 떠나 경험 많은 선배 무림인으로서 그들은 당황하고 있는 젊은 후배들을 이끌었다.

후퇴를 하려하자 배교의 무사들은 끈질기게 따라 붙었고 제갈 사혁은 뒤돌아서서 그들을 상대했다.

“사형!”

“먼저 가라. 무덕!”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상대의 검을 쳐낸 순간 다른 한쪽에서 검이 날아와 제갈 사혁의 복부를 꿰뚫었다.

“이 건방진!”

예상치 못한 불의의 일격이었지만 제갈 사혁은 순간적인 감각으로 검이 날아오는 순간 허리를 틀어 최대한 피해를 줄였다.

“하아!”

힘으로 상대의 검을 쳐내고 아슬아슬하게 목을 베자 배교의 무사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면서 제갈 사혁의 팔을 붙잡았다.

치명상을 입고도 팔을 압박하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배교여 영원하라.....”

그 말과 함께 그자의 출혈이 멎었지만 손아귀의 힘이 풀렸다.

다른 배교의 무사들이 쫓아오자 제갈 사혁은 시체를 밀쳐내고 검 끝에 내공을 집중했다.

일자혜검(一字慧劍).

가로로 길게 검격을 뿜어내자 뒤쫓아 오던 배교의 무사들은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라 공격을 피했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제갈 사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복호백열격(伏虎百閱拳)을 펼치자 공중에서 이를 피할 수 없었던 배교의 무사들은 상체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뼈가 으스러지는 감각을 제대로 느낀 제갈 사혁은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판단했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복호백열격을 맞은 배교의 무사들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돌겠네. 진짜.....”

문제는 복호백열격을 버텼다는 점이 아니라 그걸 맞고 뼈가 나갔는데 그 뼈가......

“팔...... 돌아갔다.”

이건 정말 정상이 아니었다.

제갈 사혁이 부러트린 뼈는 눈 깜빡할 사이에 다시 붙었는데 문제는 그 뼈가 제대로 붙지 않고 꺾인 방향 붙었다는 점이었다. 제갈 사혁은 그제야 후퇴명령을 내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안. 내일 놀자. 친구들아.”

마지막까지 거물이라도 되는 양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제갈 사혁은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다.

제갈 사혁이 도착하자 도청진인은 오경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배교의 외공.... 아니 사술이라 해야 할 것이오.”

오경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도청진인은 오경의 특징을 설명했다.

“놈들은 기본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방금 전 모두 보았듯 출혈정도는 눈 깜빡할 사이에 멎고 뼈가 부러져도 덤비는 게 특징이오.”

목을 베어 버리면 간단하지만 그들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고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 오경을 익힌 놈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제갈 사혁은 오경을 익힌 배교 무사의 숫자가 궁금했다. 그런 놈들로 군대를 만들면 정사대전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물러나야 한다.”

도청진인이 말하는 후퇴의 의미는 사천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였다.

“운남까지 왔습니다. 여기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길을 걸었습니다.”

가만히 있던 청광이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반대를 했지만 청광의 사숙인 성곡진인 역시 도청진인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광아.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다.”

“하지만 사숙!”

“무엇 때문에 선발대와 후발대를 나눠서 움직인다 생각하는 거냐? 문제가 생겼다면 선발대는 뒤에 따라올 후발대를 위해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대로 오경을 익힌 배교의 무사들과 싸우면 결국 뒤에 따라올 오대주들도 엮이게 된다. 설사 무조건 승리한다 하더라도 승리를 위해 피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서 차라리 오경에 대항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배교의 오경. 필시 대단한 무공이긴 하지만 이중에서 배교와 가장 많은 접전을 펼친 제갈 사혁은 대침을 복부에 꽃아 비약적으로 신체능력을 상승시키는 사술이 있는데 굳이 왜 오경을 익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하였는데 지금 상황에서 무림맹은 배교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사천으로 돌아가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단 운남에 남아 있어야겠습니다.”

배교침공에 가장 열의가 높았던 제갈 사혁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무슨 소리냐?”

“운남의 경계를 허물어야겠습니다.”

“자세히 말해 보거라.”

“사천으로 물러가버리면 다시 운남성을 뚫어야 합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운남성 경계지역에서 막사를 치고 임시거처를 만드는 겁니다.”

흔히들 이보(二步) 전진을 위한 일보(一步) 후퇴라고 하는데 굳이 일보 후퇴를 할 필요는 없었다.

“반보(半步). 딱 반보만 양보하겠습니다.”

도청진인은 제갈 사혁이 자존심 때문에 운남에 끝까지 남아 있겠다고 고집 피우는 것 같았지만 그의 말대로 굳이 운남성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좋다. 그럼 아군에게 남긴 표식을 따라 후퇴한다.”

화산파와 무당파는 작전상 후퇴를 선택했고 다음 후발대로 온 총사 여망상과 함께 운남성 경계지역 마을에서 대책을 마련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사천당가의 힘을 빌려 독을 사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독을 이용하자는 가장 일반적인 대책이 나왔지만 독은 너무 위험했다.

독을 바른 암기나 검을 휘두른다고 해도 곧바로 즉사하지 않는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면 독연(毒煙)을 피우는 건데 이건 아군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배교에 대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려만......”

현재 살막 이전의 배교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배교멸문 자체도 오래된 일이고 상당히 은밀한 조직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자료를 얻기 힘들었다.

‘배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

그런 사람이......

“있다!”

지난번 이기어검 사건으로 신세를 졌던 성화문의 마지막 문주 만공. 그가 지금 화산파에 있지 않은가?

아무리 배교의 하부조직이었다고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보다 배교를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다.

“무덕! 당장 만공 선생을 모셔 와라!”

“만공 어르신 말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거의 하루가 지났네요.

이번편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반복을 해서 너무 늦었습니다.

당초 계획은 한번에 배교를 밀어버리고 배교를 분산시키려 했는데 너무 급하게 나가는 것 같아 글을 지우고 지우고 하다가 겨우 방향을 잡았습니다.

아~ 그리고 표지 바꿨습니다.

E북 공식 표지입니다.

원래는 이신과 제갈 사혁이 화산파로 향하는 이미지가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조아라에서 제갈 사혁만 나오는 것으로 바꿔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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