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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27화 (227/262)

<-- 227 회: 배교침공 -->

그들을 추적하면서 무림맹 연합은 배교의 본단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약 500여명 가량의 배교 무사들이 버티고 있었다.

분명히 마교 정벌을 하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배교에서는 이만한 수의 병력을 남길 여유가 없을 텐데 본단을 지키고 있는 배교 무사의 수는 생각 이상이었다.

“총사.”

“?”

제갈 사혁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묘한 표정을 지었고 대충 무슨 뜻인지 읽어낸 제갈 사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긴장을 하고 있을 때 제갈 사혁은 호황의 칼날을 자신의 옷으로 닦더니 갑자기 자신의 검을 적들을 향해 던졌다.

“!”

호랑이의 이빨이 배교 무사의 이마를 꿰뚫자 제갈 사혁이 누구보다 먼저 지면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이마에 박힌 검을 기괴하게 비틀며 뽑아내자 그 피가 제갈 사혁의 얼굴에 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감도 잡지 못한 배교의 무사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손으로 대충 피를 닦아낸 제갈 사혁은 좌우로 검을 휘두르며 적들의 피로 풀 한포기 자라지 않은 메마른 땅을 적셨다.

“돌격!”

제갈 사혁이 먼저 선공을 하자 여망상은 내공을 실은 목소리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팽팽하던 긴장감은 사라지고 어느새 전장의 기합소리와 비명소리가 섞여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죽어라!”

권법을 구사할 줄 아는 자가 제갈 사혁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그의 주먹이 가슴에 닿기도 전에 호황을 휘둘러 그의 손목을 벴다.

“모두 비켜!”

다른 한명이 거대한 창을 들고 와서는 멧돼지처럼 달려오자 창대를 잡고 힘으로 버텨냈다.

“으아아아아!”

배교의 무사는 사력을 다했지만 밀리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이때다!”

힘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배교의 무사들은 제갈 사혁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의 눈에 섬광이 번쩍였고

“이때라는 게 뭐하는 ‘때’인데?”

왼손으로 창대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사전절광검(射電絶光劍)를 펼친 제갈 사혁은 창대를 붙잡고 있는 왼손에 힘을 주어 창대를 비틀었다.

“으아아악!”

그러자 그 힘을 이기지 못한 배교의 무사는 손바닥이 찢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빼앗은 창대를 휘두르자 그 옆에 있던 배교의 무사들은 힘없이 쓰러지며 저마다 앓는 소리를 냈다.

제갈 사혁은 그들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아니 압도적인 힘을 과시했다.

제갈 사혁은 배교의 무사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 자식이!”

적어도 그들은......

“멋대로 설치게 놔둘 것 같으냐!”

.....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힘의 차이를 분명 실감하고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 용기! 그 각오! 적이지만 훌륭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더 강한 힘으로 굴복 시키고 싶었다.

호황을 집어넣은 제갈 사혁은 달려오는 상대의 오른손 손목을 붙잡아 공격을 막은 뒤 무릎을 발로 차 쓰러트렸다. 그리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그의 몸을 무슨 물건 휘두르듯 휘둘렀다.

“황룡대 앞으로!”

저 멀리서 여망상이 황룡대에게 명령을 내리자 황룡대는 기다란 창을 들고 와 배교의 본단을 향해 던졌다.

처음엔 공격 목적으로 던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황룡대주는 경공을 펼쳐 황룡대가 박은 창대를 밟고 올라가 배교 본단으로 침입했다.

“뭐야 저런 게 있었어?”

황룡대의 기발한 전략에 감탄한 제갈 사혁은 황룡대주를 따라 자신도 창대를 밟고 올라갔다.

“제갈 사혁?”

“이렇게 좋은 게 있으면 말을 해야죠.”

황룡대주는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갈 사혁이 따라 올라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실력은 확실하니까. 함께 가도 좋겠지.”

두 자루의 검을 뽑아든 황룡대주는 기수식을 잡았고 곧 어둠 속에서 배교의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주공이라는 자의 호위를 하던 놈들이었다.

“동경이 쏜 화살을 맨손으로 잡아낸 놈들이니까. 실력은 보장된 거겠지? 밖에 있는 놈들은 비리비리해서 말이야.”

밖에 있는 놈들은 약해빠졌다는 식으로 말하자 황룡대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나랑 좀 바꿔 줄 텐가? 나는 쉬운 상대와 싸우고 싶은데.”

“왜 그러십니까. 천하의 황룡대주께서.”

두 사람이 농담을 주고받을 때 주공의 부하 한명이 황룡대주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그 순간 그자의 머리가 여섯 갈래로 쪼개졌다.

분명 잘못보지 않았다면 종남파(終南派)의 유유무극검(幽幽無極劍)이었다.

“종남파 출신이었어요? 나 처음 알았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하죠. 종남파 검술은 본적이 없거든요. 한번 보여줘 봐요. 여기서 구경하게.”

그러면서 제갈 사혁은 자기 집 마냥 바닥에 누웠다.

“같이 안 싸워?”

“종남파 검술 좀 보여줘 봐요. 구경 좀 해보게.”

“속가 제자라서 다 할 줄 모르는데.”

“괜찮아요. 좀 보여줘 봐요.”

그러면서 제갈 사혁은 누워 있는 자세로 자신의 뒤를 향해 호황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흑의를 뒤집어 쓴 배교의 무사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새끼들 살수출신 아니랄까봐. 뒤에서 수작 부리는 거 봐라.”

종남파는 화산파와 같은 섬서에 있기 때문에 종남파의 검술을 견식하지 못했다는 제갈 사혁의 말은 적들로 하여금 자신이 방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제갈 사혁은 손가락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었다.

“애들 좀 하네요.”

제갈 사혁의 손목에는 작은 상처가 있었다. 방금 전 그가 처리한 살수에게 당한 상처였다.

얕보다가 큰 코 다친다던데 자신이 딱 그 짝이었다.

“몇 놈이에요?”

어둠을 등지고 있어 적들의 수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일단 열세 명쯤으로 잡자고.”

“왜 홀수에요?”

“난 홀수가 좋으니까.”

그 말과 동시에 두 사람은 어둠속으로 몸을 던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 자신을 향해 내뿜는 살기만큼은 눈이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살수라면 살기를 숨겨야 정상인데 말이야.’

살막의 살수가 아닌 배교의 무사로서 싸우는 그들은 살기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뿜어내는 살기에 이마가 따끔거릴 정도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어둠속이지만 제갈 사혁은 정확하게 상대의 실체를 붙잡았다.

황룡대주가 휘두르는 두 자루의 검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고 보이지 않지만 그가 옆에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누군가의 비명소리.

“!”

“!”

어둠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순간 그 자리에서 제갈 사혁의 주먹이 멈췄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혈향을 풍기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신의 미간을 노리고 있었다.

“끝난 것 같지?”

황룡대주의 목소리였다.

아마도 남은 사람이 둘 뿐이라 서로의 기척에 반응해 서로를 공격하기 일보직전의 상황인 듯 했다.

내공을 이용해 불을 피우자 수십 구의 시체가 발아래 뒹굴고 있었다.

“이 새끼들 진짜 장난 아니네.”

불을 켜고 나서 처음 알았다. 온몸에 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사실 이런 건 상처라 하기도 우습지만 적들에게 열 번도 넘게 베였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도 꼴이 말이 아니네.”

수십 번 적들에게 베인 건 황룡대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이런 식으로 공격했지? 이런 건 뭐 그냥.....”

“독인가 보네요.”

“뭐?”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작은 상처만 입혔다면 그들의 검에 독이 발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우... 갑자기 머리가 핑핑 돈다.”

그러더니 황료대주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괜찮아요?”

“너는?”

“아.... 나는 뭐... 괜찮은데?”

하지만 제갈 사혁과 달리 황룡대주는 입술에 핏기가 사라졌다.

“이 놈들 옷을 뒤져보죠. 해독제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니까.”

“대신 좀 찾아줘. 나는 누워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적들의 품속에 해독제는 없었다.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황룡대주의 상처 부위에 맺힌 피가 검은색으로 변했다.

‘젠장 독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럼 나도.’

하지만 똑같은 일을 당한 자신의 피는 여전히 붉은 색을 띠었다.

‘뭐지? 나는 왜 멀쩡하지? 저 사람하고 내가 뭐가 다르지?’

환골탈태를 떠나 기본적으로 독에 대한 내성이 없기는 제갈 사혁도 마찬가지였다. 환골탈태를 했다고 해서 독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지난생애 무형독에 당해 죽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던 중 갑자기 제갈 사혁의 파괴된 단전에서 어떠한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건?!’

이 기운은 반야신공으로 잡아낸 줄로만 알았던 당가의 내공이었다. 하필 이럴 때 당가의 내공이 날뛰자 제갈 사혁은 서둘러 반야신공을 펼쳤다.

황룡대주의 일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당가의 내공이 날뛰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반야신공을 펼쳐 본격적으로 당가의 내공을 제어하려는 그때 갑자기 당가의 내공이 사라졌다.

‘뭐야?’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당가의 내공이 왜?’

그 순간 한 가지 엉뚱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혹시 당가의 내공이 독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사천당가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편견이라면 편견이었다.

당가의 내공은 반야신공에 의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사실은 제갈 사혁의 몸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제갈 사혁은 자신의 품속을 뒤져 이신이 준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피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안색이 창백해진 황룡대주에게로 다가가 해독제라고 속이고 손수건의 피를 짜내서 그에게 먹였다.

“여기 해독제에요.

“퉤! 이게 뭐야? 맛이 완전 구리잖아. 꿀 없어?”

“맛까지 따지면 어떡합니까? 해독제가 무슨 자양강장제도 아니고 꿀 타서 먹게.”

제갈 사혁은 혈액순환을 이용해 내공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를 마시게 하면 당가의 내공이 만들어내는 해독작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룡대주의 혈색이 돌아왔다.

“이제 좀 괜찮네.”

“이제 가죠. 반각 정도 시간을 지체한 것 같은데.”

“빚졌네?”

“빚졌으면 술이나 사주던가요.”

============================ 작품 후기 ============================

긴 휴재를 하고 왔습니다.

스토리보다는 사실 스케일 문제 때문에 휴재를 했습니다.

말은 배교와 무림맹의 전면전인 뭔가.... 뒷동산 전투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그래서 잠시 휴재를 하고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죠.

처음 그랬던 것처럼 제갈 사혁 중심으로 가자.

고민을 해보니까. 제갈 사혁의 대사 속에 답이 있더라구요.

“무슨 나라 세우냐? 병장기 들고 한꺼번에 몰려가서 끝장 보게.”

어떻게 보면 이건 무슨 대 서사시도 아니고 무림인도 군인이 아닌데 너무 쓸때 없는 고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전투 스케일이 아니라 전투 디테일이죠.

무림인답게 주먹을 휘두르면 뼈가 부러지고 검을 휘두르면 강철도 자르는.

어느 정도 스케일은 필요하지만 너무 그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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