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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29화 (229/262)

<-- 229 회: 과소평가 -->

비명소리인지 함성소리인지도 모를 괴음이 울려 퍼지자 제갈 사혁은 연곡진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배교 교주만이 익힌다는 마혼십형기는 자하신공과 정면으로 부딪혀도 버텨낼 만큼 상당한 수준의 무공이었다. 하지만.

“네놈을 봐라.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하다 그 꼴이 됐다. 네가 진정한 배교의 후인이라면 이리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연곡진은 의식이 깨어났다 잠들었다가를 반복하며 마혼십형기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지만 제갈 사혁이 출신을 들먹이며 괄시하자 의식이 완전히 깨어났다.

“뭐가 그렇게 잘난 거냐.....”

“뭐?”

“배교의 교인이 만든 살막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키워진 우리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느냐..... 너희 강호는 왜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 거냐? 그렇게 따지면 너희야 말로 아무 연고도 없이 구파일방의 일원이 된 것 아니냐! 그에 비하면 우리는 적어도 배교의 영향을 받고 자라났다.”

연곡진의 말도 맞는 말이었다. 배교의 정통성을 따지기 전에 구파일방의 제자들 역시 아무런 연고 없이 그저 자신의 스승이 누구인가에 따라 배분을 갖고 사문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다.

“우리는 배교고 내가 배교의 교주 연곡진이다!”

하나부터 열 가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구파일방과 살막을 떠나 제갈 사혁과 연곡진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배극구검.”

“?”

“스승에게 배웠느냐? 아니 스승에게 배우지 않아도 좋아..... 나도 비급으로만 익힌 무공이 있으니까. 그럼 다른 질문을 해보자.”

제갈 사혁은 연곡진을 보고서 어떠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너는 그리고 너희는 살막이 창피하냐? 나도 솔직히 나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긴 해. 하지만 아무런 감정도 없는 상태에서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적어도 자신의 사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든. 다시 묻겠다. 너는 살막이 창피하냐?”

제갈 사혁이 봉황대 대주로 있던 시절 대원들의 출신과 서류정리를 위해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들어본 문파도 있었고 문파라 말하기 어려운 도장출신의 제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사문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

연곡진은 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검은 쥘 줄 아나? 그럼 그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누구였나? 살막인? 배교인?”

“........”

강호가 배교를 인정하지 않는 건 제갈 사혁 말대로 진정 배교의 정통성이 살막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은연중 배교 스스로가 그 뿌리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우리의 뿌리는 살막이다. 우리는 배교인이 아닌 살막이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진정한 배교인으로 거듭나겠다. 그들의 무공이 아닌 그들의 사상까지 제대로 이어받겠다.”

그 순간 마혼십형기의 내공이 수그러들었다. 완벽하게 시전자와 일체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미쳐 날뛰지는 않았다. 제갈 사혁에게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 너희는 배교다. 세상은 너희를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어차피 꺾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강한 쪽이 좋았다.

“화산파 제 1대 제자 무진이다!”

“살막 제 2대 막주 연곡진이다!”

연곡진이 주먹을 날리자 연곡진의 손목을 쳐낸 뒤 그의 가슴에 일권복호(一拳伏虎)를 찔러 넣었다.

“크윽!”

“배교 교주의 비전이라 들었다. 하지만 이 자하신공이야 말로 궁극적인 힘의 결정체다.”

제갈 사혁의 주먹 한방에 연곡진은 너무나도 쉽게 쓰러졌다. 그가 약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자하신공이 제갈 사혁에게 부여해주는 힘은 압도적이었다.

“교주님을 보호해라!”

사방에서 배교의 무사들이 달려들었지만 제갈 사혁은 왼발로 지면을 박차며 패성각(覇成脚)을 펼쳤다. 자하신공과 결합한 패성각의 위력은 1장(丈) 범위의 땅을 주저앉히는데 그치지 않고 풍압을 일으켜 배교의 무사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린 연곡진은 만근추(萬斤錘)을 펼쳐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

연곡진의 공격을 그대로 받았지만 제갈 사혁은 결코 그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냐!”

“아직 멀었다!”

제갈 사혁은 좌로 우로 주먹을 휘둘렀고 연곡진은 금나수(擒拏手)를 펼쳐 제갈 사혁의 주먹을 낚아채기도 하고 비틀기도 했다.

그러한 힘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갈 사혁에게 빈틈이 생기자 연곡진은 재빨리 제갈 사혁의 복부에 손바닥을 올렸다.

‘격공장(隔空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제갈 사혁은 퇴보(退步)를 밟아 물러나려 했지만 연곡진의 격공장은 발동이 매우 빨랐다.

“커억!”

침투경에 가까운 격공장의 위력에 제갈 사혁은 각혈(咯血)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연곡진이 이때를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제갈 사혁이 본능적으로 펼친 매화오품지(梅花五品指)에 찔려 역으로 부상을 입었다.

오장육부(五臟六腑)가 갈기갈기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제갈 사혁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제갈 사혁은 그 이름이 중원무림에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고수들과 수많은 혈투를 벌이며 이겨낸 실력자다. 고작 빈틈 한번 보였다고 공격을 허용할 리 없었다.

연곡진이 복부에 큰 부상을 입자 제갈 사혁은 연곡진의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연신 그의 복부를 때렸다.

“막주님께 떨어져라!”

연곡진이 부상을 당하자 배교의 무사가 제갈 사혁의 뒤에서 옆구리에 칼을 꽂았다.

전장 한복판이라서인지 연곡진이 밀리는가 싶으면 여지없이 배교의 무사들이 중간에 끼어들었지만 연곡진을 향한 제갈 사혁의 공격은 집요했다. 칼에 찔리고도 제갈 사혁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떨어져 이 괴물아!”

자꾸 방해하는 날파리가 어지간히 귀찮았던 제갈 사혁은 연곡진을 공격하다 말고 두 손으로 배교 무사의 관자놀이를 두 손으로 잡고 무릎으로 복부를 찍었다.

“컥!”

그가 피를 뱉으며 쓰러지자 제갈 사혁은 옆구리에 꽂힌 칼을 뽑아 그의 목을 쳤다. 그리고 다시 연곡진을 재차 공격하려는 그때 정신을 차린 연곡진이 제갈 사혁의 얼굴에 격공장을 때려 넣었다.

관자놀이에 정확히 맞아서인지 마치 벽력탄이 터지듯 펑~ 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제갈 사혁에게 목이 잘린 배교 무사의 윗옷을 벗긴 연곡진은 옷을 찢어 출혈을 막았다.

“마교를 무너트릴 때까지 나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 주제에 꿈틀거리지 말고 얌전히 그 목을 내놔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제갈 사혁은 한손으로 옆구리를 붙잡고 출혈을 멈추기 위해 내공을 끌어올렸다. 자율적으로 치유가 되도록 놔두기에는 검상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출혈을 멈추기 위해 상당한 내공이 소비되었고 이로 인해 자하신공의 유지시간도 짧아졌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 제갈 사혁은 연곡진의 내공을 흡정마공의 묘리로 한 번에 털어낼 준비를 했다.

파강권의 기수식을 잡은 상태에서 제갈 사혁은 연곡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 연곡진은 갑자기 주위에 있는 배교 무사를 붙잡더니 그에게 검을 빼앗아 제갈 사혁에게 던졌다. 제갈 사혁은 대수롭지 않게 왼손을 뻗어 날아오는 검을 쳐냈고 그 순간 제갈 사혁을 향해 단도가 날아와 어깨에 그대로 박혔다.

‘이런!’

살수출신인 그가 비도술(飛刀術)에 능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상황에서 뜬금없이 비도술을 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교의 비전인 귀영심공(鬼映心攻)의 기운을 끌어올린 연곡진은 구류사왕공(九流四王攻)을 펼쳤다.

갑작스러운 기공 공격에 제갈 사혁은 파강권의 기수식을 거두고 흡성반기공(吸星反氣功)을 펼쳤다.

‘늦었다!’

정확한 때를 맞추지 못해 구류사왕공의 기공을 튕겨내지 못했고 그 기운이 폭발했다.

‘폼으로 배교의 교주라 칭하는 건 아닌가보군. 제법이야.’

그래도 흡성반기공으로 어느 정도 힘을 제어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구류사왕공을 완전하게 몸으로 받아냈다면 정신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자하신공은 분명 사용하고 있는 동안은 문제가 없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이젠 정말 내공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든 놈의 내공을 소비시켜야 한다.’

일단 내공을 배제한 권법 대결이라면 제갈 사혁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제갈 사혁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연곡진은 보법을 펼쳐 순식간에 제갈 사혁에게 다가온 뒤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큭!”

온 몸으로 연곡진의 주먹을 받아낸 제갈 사혁은 연곡진의 손목을 붙잡아 절대 도망치지 못하도록 했다.

“!”

‘살을 내주고....’

“뼈를 친다!”

흡정마공의 묘리를 접목한 일격이 연곡진의 단전을 가격한 순간 연곡진의 몸에 있던 내공이 파도처럼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뭐야!’

연곡진의 단전에 모인 내공은 약간의 충격으로 움직이기만 했을 뿐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제갈 사혁의 몸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던 자하신공의 기운이 끊겼다.

============================ 작품 후기 ============================

한글 날아간 건 어쩔 수 없이 그냥 다시 썼습니다.

확인해보니 자동저장 옵션이 있는데 설정이 안되어 있었습니다.

컴퓨터 포멧하고 나서 설정을 안해놓은 걸 깜빡했나봅니다.

오랜만에 책방에 가서 책을 대여했습니다.

얼마전에 조아라에서 인기가 많았던 라비린느라는 소설인데 판타지지만 로멘스 판타지에 가까웠습니다.

화산의협은 마초티 팍팍 내면서 뭔 놈의 로판이냐 하기겠지만 저는 원래 로멘스 판타지를 많이 봅니다. 배울 점이 많거든요. 보통 이런 류를 쓰시는 분들은 여성분들이시고 감정을 되게 잘잡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글 자체는 상당히 멋진 글이었습니다.

마초티 팍팍 나는 화산의협 이야기를 하자면 글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글이 엉망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이번 내용을 쓰면서 추백성과의 일전만큼 쓰자라고 마음 먹었는데 그만한 포쑤~가 안느껴져서 걱정입니다.

추백성은 우호법. 무림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처럼 써냈고 당시 제갈 사혁은 고작 칠객 처리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명성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는데

이제는 마화천 잡고 추백성 근처까지 온 터라 명성으로 따지면 연곡진이 상대가 되지 않아 뭔가가 안됐습니다.

그래도 잘 쓸고 닦고 광내서 이번 대결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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