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의협-231화 (231/262)

<-- 231 회: 과소평가 -->

흡정마공으로 배교 무사들의 내공을 취한 제갈 사혁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지난번과 같은 광인이 될 수도 있지만 반야신공의 기운이 흡정마공의 광기를 억제하고 있었다.

“오늘 배교를 이 강호에서 지워버리겠다!”

제갈 사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흡정마공으로 흡수한 내공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순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으아아아!”

연곡진은 이미 마혼십형기의 부작용으로 이성을 잃어버린 듯 괴성을 지르며 제갈 사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연곡진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은 제갈 사혁은 연곡진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연곡진의 손목이 찢어지며 하염없이 피가 흘러내렸다.

“크으으....”

으르렁대는 연곡진의 모습은 상처 입은 맹수가 울부짖는 듯 보였다.

“아니지. 크르릉이 아니라 깨갱 거려야지.”

제갈 사혁의 비아냥거림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연곡진의 공격은 거세졌고 그러면 그럴수록 제갈 사혁은 더욱 더 강한 힘으로 연곡진을 억눌렀다.

“성질이 이렇게 더러워서 어디 집지키는 개도 못하겠군.”

뒷목이 잡은 상태에서 그대로 연곡진을 땅바닥에 내리 꽂았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연곡진은 도저히 제갈 사혁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걸로 끝이다.”

매화오품지(梅花五品指)를 펼쳐 연곡진의 뒷목을 점해 목숨을 거두려는 순간 연곡진의 몸이 붉게 물들었다.

“크아아!”

제갈 사혁이 누르는 힘을 이겨내고 일어섰지만 칠공(七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갈 때까지 갔군.’

만공이 말하길 마혼십형기는 그 혈통을 타고 나야 한다고 했다. 혈통을 지니지 못한 자가 익히면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몸이 부풀어 올라 터진다.

배교의 혈통을 타고나지 못한 연곡진의 미래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를 동정하진 않는다. 제갈 사혁에게는 목적이 있고 그것은 배교를 멸문시켜 이 강호무림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다.

“결국 비천한 네놈의 한계다.”

제갈 사혁이 연곡진의 숨통을 끊으려는 순간 연곡진의 몸에서 순식간에 많은 기운이 빠져나왔다.

“?”

기의 흐름에 민감한 제갈 사혁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다소 주춤 거렸고 그 순간 연곡진은 양손을 뻗어 제갈 사혁에게 격공장을 펼쳤다.

“.........”

연곡진의 격공장에 맞아 쓰러진 제갈 사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던 혈색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엄청난 양의 내공은 없지만 끓어오르던 내공도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인정한다. 너를 과소평가했다.”

연곡진은 자신에게 과분할 정도로 넘쳐흐르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폭주했지만 그 힘을 버림으로서 마혼십형기에 의해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다.

스스로를 제어하는 법을 깨닫고, 실행하고, 성공해내는 대담함.

흡정마공에 의해 이와 같은 일을 겪어보았던 제갈 사혁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연곡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술신신행(術申迅行)을 펼쳐 제갈 사혁의 눈을 어지럽힌 연곡진은 빈틈을 발견하자마자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무공의 위력은 마혼십형기에 취했을 때보다 약해졌지만 그의 주먹은 이전보다 한층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겨우 날개를 편 나비에 불과하다.’

제갈 사혁이 손가락 끝을 털어내듯 튕기자 연곡진의 어깻죽지는 날카로운 창날에 꿰뚫린 듯 하염없이 피를 쏟았다.

“탄지신통(彈指神通)......”

제갈세가의 탄지신통을 알아본 연곡진은 허탈한 표정으로 제갈 사혁을 쳐다왔다.

어깨축지를 날려버린 그 한수가 얼마나 신묘한지 한쪽 팔이 잘려나간 것처럼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천중기를 쓰러트리고자 배교를 세웠는데 천중기는커녕 그보다 한참 못미치는 상대에게 무릎을 꿇은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다.

‘그래 이게 너와 나의 차이다.’

낙화추영장(落花追影掌)으로 결정타를 날리려는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비도 두 자루가 날아왔다.

“쳇!”

갑작스러운 공격을 피하지 못한 제갈 사혁은 오른팔에 비도 두 자루가 그대로 박혔다. 도검불침의 몸을 꿰뚫을 정도면 상당한 실력의 고수라 할 수 있었다.

곧 두 명의 배교 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주님. 괜찮습니까?”

제갈 사혁을 가로막는 배교 무사들은 놀랍게도 여인이었다. 방립을 쓰고 검은 흑의로 가리고 있지만 여인 특유의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교주님. 어서 물러나십시오. 여긴 저희가 맡겠습니다.”

“그대들은?”

“어서 가십시오. 이대로 가다간 전멸입니다!”

순간 제갈 사혁은 미간을 찡그렸다. 연곡진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절대 주군을 대하는 신하의 그것이 아니었다.

‘이 새끼들이 뭐하자는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절대 배교의 것이 아니었다. 이건 마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운이었다.

‘천중기 이 개새끼가!’

“무슨 수작이냐?”

배교를 가장한 마교의 등장에 제갈 사혁은 그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들은 품에서 피리를 꺼낸 뒤 동시에 음공을 펼쳐 제갈 사혁의 몸을 옥죄여왔다.

‘음공(音功)인가?’

제갈 사혁은 서둘러 음공의 흐름을 파악해 파훼하려 했지만 파훼하기도 전에 상대는 음공을 거두고 자리를 떠났다.

“이...... 이런 거지같은!”

제갈 사혁은 검을 뽑아 주변에 보이는 배교의 무사들을 보이는 족족 베기 시작했다.

연곡진을 죽이고 배교를 멸문 시키고자 했던 계획은 마교의 뜻하지 않은 등장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그 시각 제갈 사혁이 날뛰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제갈세가 놈이라고 하기에 비실비실한 놈인 줄 알았는데 저거 진짜 장난 아니네요. 진짜 저런 놈하고 친구였어요?”

“..........”

“그나저나 음공을 처음 겪나 봐요? 되게 당황해하는데요.”

일전에 제갈 사혁이 십야성주인 추백성이 마교 십궁에 기거하는 줄 알고 십궁에 쳐들어갔다가 음공의 고수를 만나 곤욕을 치룬 일이 있었다. 때문에 제갈 사혁이 음공에 약하다는 사실은 마교 내에서 상당한 기밀 정보가 되었다.

마교를 상징하는 성화(聖火)가 새겨진 옷을 입은 사내는 제갈 사혁을 무슨 맹수를 보듯 쳐다보며 말했고 그의 상관되는 자는 무심한 듯 아래를 내려다봤다.

“가자.”

“우리 멋대로 연곡진 살려둬도 됩니까? 십야성주 나리께서 아시면 싫어하실 텐데요.”

“적의 적은 동지다.”

화를 못 이겨 적의 피로 온몸을 물들인 제갈 사혁을 보며 방립을 벗은 사내는 다름 아닌 봉명공이었다.

“적의 적은 동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부하와 함께 돌아가는 봉명공은 제갈 사혁을 한 번 더 쳐다본 뒤 산을 내려갔다.

‘네가 어떤 생각으로 무림맹을 움직였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배교를 멸문 시키고 강호무림의 균형을 원래대로 맞추려는 제갈 사혁과 마교의 적을 크게 만들어 자신의 계획을 성공 시키려하는 봉명공의 모습은 서로의 꼬리를 쫓는 두 마리의 뱀과도 같았다.

연곡진이 배교로 변장한 마교 덕에 몸을 피하자 구실점을 잃은 배교의 무사들은 하나 둘 무림맹에 투항했다.

전부 총사인 여망상 앞에 무릎을 꿇리자 그들은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항복하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저..... 저는 옛날에 창현문(昌弦門) 출신이었습니다.”

목숨만은 살려달라며 그들이 고개를 숙이자 총사인 여망상은 제갈 사혁을 불렀다. 화산파와 무당파 그리고 무림맹 다섯 부대로 이뤄지긴 했지만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공 아니..... 힘든 역할을 한 건 화산파이기 때문이다.

“어찌하겠는가?”

어떻게 처리하겠냐는 여망상의 물음에 제갈 사혁은 웃으면서.......

“식사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빨리 처리하고.......”

말하다 인상을 구겼다. 사소한 일에 신경 안 쓰는 거물처럼 시답잖은 농담이라도 하려 했는데 도저히 그게 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좀 있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게 안 됩니다.”

“이해하네.”

“압송하세요.”

“그걸로 끝인가?”

“꼬리 자르고 도망친 놈을 잡으려면 꼬리라도 족쳐야죠.”

생각 같아서는 직접 이 자리에서 전부 죽여 버리고 싶지만 도망친 연곡진을 꼭 잡아야 했다.

배교의 본단은 무너졌지만 아직 배교 그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일로 제갈 사혁은 깨달았다.

확실히 과소평가했다. 배교를 마교를 그리고 이 강호를........

============================ 작품 후기 ============================

연곡진의 도주는 사실 미리 정해놓은 겁니다.

연곡진이 천중기를 만나야 배교가 들고 일어난 이야기를 풀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글을 쓰다가 연곡진이 도망치는 내용을 바꿨습니다.

그 덕에 11시부터 쓴 글이 6:40분에 끝나네요.

연곡진이라는 인물을 뒤늦게 등장시킨 만큼 이것 저것 넣고 싶어서 넣었는데 넣다보니까. 절대 자의로 도망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또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봉명공이 제갈 사혁의 계획을 눈치 챘다. 라는 식으로 전개했습니다.

어제 이야기를 하자면 흡정마공과 도검불침.

제갈 사혁이 한곳에서 동시에 얻는 것이죠.(도검불침은 흡정마공과 같이 얻은 영약으로 인해)

사실 출판 계약을 할 때 조아라 하승종 대리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중에서 이제 흡정마공을 버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저도 버리려고 했지만 흡정마공 자체가 포인트라고 생각되서 버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국내 판타지 소설을 읽었는데 드래곤이 주인공인데 얘가 마법을 못써요. 그러면 그냥 책을 덮었습니다. 갑자기 그때가 생각 나더라구요.

이 정도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흡정마공 때문에 보는 사람도 있겠다싶어서 말입니다.

사실 제갈 사혁이 흡정마공 안배웠으면 이 글 여기까지 안읽었을 분들도 있을 겁니다.

도검불침에 대해 말하자면 이건 이제 원래 흡정마공으로 인해 생긴 탁기를 소변으로 배출한다. 라는 설정을 잡고 도검불침이 아니면 소변 배출을 시도할 때 [심영]처럼 된다. 라는 설정을 장난삼아 만들었기 때문에 옵션으로 따라 붙었는데 소설을 진행하면서 이 장난 같은 옵션 덕에 제갈 사혁이 덕을 많이 봤죠.

결과적으로 도검불침은 거들뿐.....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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