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 회: 허상. -->
연곡진이 도망친 후 배교는 조직을 서장을 집어삼켰지만 예상외로 조용했다. 하지만 반대로 흑사련이 날뛰는 터라 무림맹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흑사련 고수들의 대규모 움직임?”
보고를 받은 여망상은 인상을 구겼다.
흑사련이 움직일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대규모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니 미칠 노릇이었다.
“대규모 움직임이 무슨 움직임인데? 똑바로 조사 안 해?! 일 이따위로 할래?”
보고서를 바닥에 던진 여망상은 무작정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화를 냈다. 그러자 그의 부하는 식은땀을 흘리며 땅에 떨어진 보고서를 주웠다.
“말 그대로 단순한 이동입니다.”
“단순한 이동?”
“네. 그렇습니다.”
“단순한 이동이 어디 있어? 지금 뭐 어디 산이나 들로 꽃구경 가냐? 무림인 셋이 모여도 일이 터지는 판국에 뭐? 단순한 이동?”
“죄...... 죄송합니다.”
단순한 이동. 보고서에 적힌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흑사련 측 고수들이 어디론가 무리를 지어 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여망상은 배교를 공격하기 위해 오대주들을 이끌고 운남에 다녀온 뒤부터 썩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교가 배교에게 패해 서장 지역을 내어줬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두고 한동안 골머리를 썩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흑사련 고수들의 단체 나들이라니 마치 이건 네 사람이 모여 마작을 두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규칙을 이해하지 못해 허둥대는 기분이었다.
“흑사련 건은 어차피 조사할 여력이 없으니까. 배교에 관한 것만 집중해.”
그렇지 않아도 이번 배교멸문 실패로 인해 무림맹 일부 세력들은 휴전을 요구하며 각 문파의 인원을 귀환명령이라는 구실로 빼내는 실정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문파들 중에는 여망상의 사문도 존재했다.
‘요즘 같은 때에 사람 굴리기 쉽지 않단 말이야.’
실력 있는 누구를 시켜서 뭘 하려고 해도 그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아.... 어디 없나. 실력 좋고 믿을만한 놈.”
“있습니다.”
“뭐?”
서류를 줍던 부하가 실력 좋고 믿을만한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여망상은 금세 미간을 구겼다.
“제갈 사혁?”
실력 좋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세우면 나오는 답은 정말 뻔했다.
“네. 그렇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갈 사혁은 자신과 같이 배교멸문을 위해 운남 지역에 투입되었다. 게다가 그 일이 일어나고 얼마 안 있어 또 다시 임무를 보내기엔 좀....
“배교에서의 일로 화가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당연하지. 연곡진을 눈앞에서 놓친 건 그 친구니까.”
“배교와 관련된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그에게 일을 시킨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겁니다.”
“.......”
솔직히 지금과 같은 입장에서 어려운 일은 전부 밑으로 내려버리고 싶은 게 여망상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맡아줄까?”
“무림맹의 총사께서 내리신 명령입니다. 맡아주고 말 것도 없이 무조건 따라야죠.”
“자네.....”
“네. 총사님.”
“일 정말 잘해.”
“감사합니다.”
방금 전까지 부하를 구박하던 여망상은 금세 자신의 부하를 칭찬하며 그의 말대로 제갈 사혁에게 이번 일의 조사를 맡겼다. 그리고 그날 밤 임무를 전달 받은 제갈 사혁은 여망상의 인장이 찍힌 명령서를 구기며 동시에 미간을 찡그렸다.
“이거 뭐 어떻게 조사하라는 거야?”
명령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흑사련 무림인들의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제갈 사혁은 명령서를 집어 던지며 이것을 가지고 온 사병에게 화를 냈다.
“뭐야 이거.... 지금 내가 연곡진 못 잡았다고 기합 주는 거야 뭐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제갈 사혁의 반응은 차가웠다.
“어떻게든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평소라면 여기서 한술 더 떠 사병의 얼굴에다 대고 침을 튀겨가며 ‘뭘 어떻게 하라고? 뭐 어쩌라고?’ 라며 진상을 부렸겠지만 때가 때인 만큼 껄끄럽지만 이 임무를 거부할 수 없었다.
“알았어. 가봐.”
명령서에 명시된 장소에 가지 않는 이상 정확히 어떤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처지를 모를 여망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이번 임무를 내렸다는 건 딱히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신.”
“다 챙겼어요.”
짐 챙기라고 부르기도 전에 이신은 짐을 전부 싸놓고 있었다.
약간 짜증을 내는 제갈 사혁과 달리 이신은 이번 임무가 아주 기대되는 눈치였다.
“좋으냐? 임무라니까.”
“사부하고 임무라도 하지 않으면 무림맹에 저 혼자 있어야 하니까요. 가능하면 지난 번에 사부를 따라가고 싶었는데.”
배교사건 때는 너무 위험해서 이신을 데려가지 않았는데 이신은 그게 싫었던 모양이다.
“가자. 운남으로.”
목적지는 이번에 배교로부터 재탈환한 운남이었다.
마차를 타고 다음날 아침 운남성에 도착한 제갈 사혁은 그곳에 있는 무림맹의 정보원과 만나기 위해 객잔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한산했다. 배교가 물러나고 다시 무림맹이 운남에 입성하게 됐지만 세상은 변한 게 없었다.
“죄송합니다. 일아 바빠서.”
무림맹측 사람이 제갈 사혁을 알아보고 허겁지겁 달려오자 제갈 사혁은 직접 그에게 의자를 내주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방금 왔습니다. 앉으시죠.”
“반갑습니다. 만걱(萬巪)입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갈 사혁입니다.”
만걱은 이번에 운남 무림맹 지부를 맡게 된 책임자였다. 원래 무림맹의 지부는 지역 방파가 맡는다. 사실상 하나의 문파를 무림맹 지부라 부르는데 이번 배교사건으로 인해 무림맹은 문파가 아닌 제대로 된 지부를 설립함으로서 운남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었다.
“명령서에 자세히 실리지 않아서 그러는데 임무 내용이 뭡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말 그대로라니?”
“며칠 전 흑사련측 무림인들이 운남 지역을 통과해 서장으로 향했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서장으로 향했다면 뭔가 이상했다. 서장을 제패한 배교 그리고 그들의 세력권으로 부하들을 파견한 흑사련.
“이상하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봤는데 이게 정확한 건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처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자세히 좀 설명해주십시오.”
“무림맹에서 배교를 치기 위해 흑사련과 거래를 했다는 건 아실 겁니다.”
무림맹은 배교를 공격하기 위해 흑사련측에 광서 지역에 대한 세력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임시 휴정을 맺었다. 여기까진 뭐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무림맹이 배교로 쳐들어간 당일부터 흑사련이 운남으로 무림인들을 파견했다는 겁니다.”
“정말입니까?”
“조사해본 바로는 귀주로부터의 침입 흔적과 오래된 야영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무림맹이 열심히 배교를 치고 있을 때 흑사련은 조용히 병력이동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럼 뭡니까? 배교가 서장을 차지하지 전부터 흑사련이.....”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흑사련은 배교가 서장을 제패하기 전부터 병력을 서장으로 보내고 있었다. 무림맹의 눈을 속이며.....
만걱은 무림맹 지부설립을 위해 싸움이 끝나자마자 운남에 입성했고 당일 날 흑사련의 낌새를 눈치 챘다고 했다. 그 말은 즉 그들이 흑사련의 마지막 투입병력이라는 뜻이었다.
“발견 된 흑사련측 무림인들은 4인 1조로 그 중에 신망지공(神網地功) 유타청(有惰菁)이 확인됐습니다.”
신망지공 유타청이면 꽤나 유명한 무림인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제갈 사혁은 무언가가 번쩍하고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마교네.”
“네?”
“아닙니다. 아무것도.”
유타청의 출신은 마교였다. 아마도 발견 인물들 중 그가 가장 유명한 자라서 이러는 것도 있지만 제갈 사혁은 얼마 전 봉명공과 마화천이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걸 알았다. 때문에 유타청의 출신이 마교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화천을 연상했고 봉명공까지 이어붙일 수 있었다.
“마교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가능하면 서장을 통해서 가고 싶은데.”
“뭔가 짚이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오.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앉아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사람을 알아보겠습니다.”
유타청은 마교출신이고 마화천도 마교출신이다. 그리고 마화천은 봉명공과 관계가 있다. 뭐 어디까지나 억지에 불과한 추측이지만 꼭 이 세 사람이 관계가 없어도 상관은 없었다. 관계가 있건 없건......
“싸우면 그만이지.”
싸울 이유는 그들이 흑사련이고 자신이 무림맹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 작품 후기 ============================
후기는 없습니다.
출판 공지가 후기라면 후기겠네요.
후기는 없고 어제 일을 몇자 쓰자면 철권이라는 게임을 즐겨합니다. 저는
PS3를 이용하는데 헤드셋이 없어서 그런지 어제 테러를 당했습니다.
가정용 철권은 배경음악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는데 미국 유저가 여자신음소리가 담긴 배경음악으로 소음테러를 하더군요. 문제는 옆에 여동생도 있었는데
멘탈에 금이 가서 그 경기 졌습니다.
양키 고 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