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의협-234화 (234/262)

<-- 234 회: 허상. -->

만걱이 소개해준 상단에 몸을 실은 제갈 사혁은 떠나기 전에 따로 만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림맹과 연계되어있지 않은 중소상단입니다.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나서서는 안 됩니다.”

“이 시기에 그건 좀.....”

다른 때도 아니고 정사대전 중에 나서지 말라니 그건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면 잡음 없이 침입하기 힘들 겁니다.”

혼자 몸이 아닌 이상 지난번처럼 혼자 무리하게 침입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신의 안위도 생각해야 하니 제갈 사혁은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 신분패입니다.”

“고맙습니다.”

상단을 통해 이동하는 동안 제갈 사혁은 봉명공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봉명공이 관여되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분명 지난 생애에 봉명공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역시.......’

봉명공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었다. 마교를 종교적으로 무력화하겠다는 그의 계획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지만 예정된 미래는 만만치 않았다.

‘녀석을 구해야 한다.’

배교멸문의 책임을 묻고 싶지만 일단은 친우의 예정된 불행을 막아야만 했다. 이왕이면 왜 그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부사정도 알아보면 좋겠지.’

지난번 마교에 침입했을 때 천중기가 교주로서의 직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번 일을 통해 마교의 내부 사정을 알아볼 수도 있었다.

상단은 서장에 들어서자 배교의 무사들에 의해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시 조사를 하겠다.”

“아이고~ 나리. 수고 많으십니다.”

상단 행렬에 동행한 상단주는 배교 무사들 중 가장 직책이 높아 보이는 자에게 돈 주머니를 건네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뇌물로 내 환심을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죄송합니다.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뇌물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제갈 사혁은 인상을 구겼다.

‘멀리 돌아가게 생겼군.’

결국 상단주의 뇌물이 문제가 되어 상단 행렬에 참가한 사람 모두가 압송되어 조사를 받았다. 제갈 사혁은 가기 전에 이신과 어느 정도 입을 맞춰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조사 받는 동안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가 아닌 형제였다.

“공시홍. 공화명 맞나?”

“네. 그렇습니다.”

공시홍. 공화명은 제갈 사혁과 이신이 받은 가짜 신분패의 이름이었다.

“신강출신이군.”

“네.”

마교가 있는 신강출신이라고 하면 더 의심받을 수 있지만 제갈 사혁은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려했다.

“이곳이 배교 세력권이라는 건 알고 있는가?”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교인이 아닙니다. 그저 동생과 함께 고향으로 귀향하려는 것뿐입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나?”

몇 시진 동안이나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고 결국 제갈 사혁과 이신은 신강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옥에 들어가게 됐다.

짐은 다행히 빼앗기지 않았지만 감옥에 갇혔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사부. 이게 뭐에요?”

“기다려봐. 다 잘 될 테니까.”

어차피 청해가 아닌 운남에서 서장을 통해 신강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 정도 일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 잘될 거라는 제갈 사혁의 말대로 다음날 아침이 되자 두 사람은 이곳 책임자와 만나게 되었다.

“신강출신이라 들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 형제는 신강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제갈 사혁은 무서워서 떨고 있는 척을 하며 일부러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네놈들을 그냥 보내기는 뭐하고 감시역을 붙이겠다.”

신강은 곧 마교로 통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의심은 받겠지만 오히려 그 점을 역이용해 금방 풀려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런 식으로 감시역이 붙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서장에 있는 동안 몰래 누가 따라오는 것 정도만 예상했는데....’

“지금부터 너희는 삼형제다. 내 말 알아듣겠느냐?”

“!”

그 순간 제갈 사혁은 이자가 무슨 의도로 감시역을 떡하니 옆에 붙여놓았는지 알 수 있었다.

“알아들었느냐 물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저희는 삼형제입니다.”

바닥에 이마를 찍으며 제갈 사혁이 벌벌 떨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는 작은 환단 두 개를 꺼내 제갈 사혁에게 주었다.

“곡신독(穀身毒)이다. 당장 죽지는 않는다. 신강에만 함께 가면 여기 이 자가 해독제를 줄 것이다.”

제갈 사혁은 설마하니 제갈 사혁 형제(?)를 이용해 신강에 세작을 심어놓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쩌지?’

몸속에 있는 당가의 내공 덕에 웬만한 독에는 내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신은 그렇지 않았다.

“해독제는 주시는 겁니까?”

“그렇다.”

일단 제갈 사혁은 자신이 먹어야 할 독을 하나 삼켰다.

“진짜 해독제를 주시는 겁니까?”

“반드시 약속한다.”

해독제에 맺힌 게 많은 제갈 사혁은 일부러 그 자리에서 독을 복용하고 해독제에 대해 다시 물었다.

“무림인은 일반인을 해하지 않는다. 너희가 신강출신이기 때문에 믿지 못하는 것일 뿐. 일이 끝나면 아무 탈 없이 해독제를 주고 풀어주겠다.”

이미 독을 먹인 상태에서 일반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은 믿을 수 없었다. 그에게서 나머지 하나의 독단을 빼앗은 제갈 사혁은 그것을 삼켰다.

“이놈 무슨 짓이냐!”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불확실한 거래로 동생을 위험에 빠트릴 수 없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하시려거든 저 혼자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해독제를 주겠다는 믿을 수 없는 약속 때문에 이신에게 독단을 먹일 수는 없었다.

배교의 책임자는 설마 제갈 사혁이 혼자서 독단 두 개를 삼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조... 좋다. 그러면 네 녀석의 목숨만 담보로 잡겠다.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한 듯 보이니 형의 목숨이 걱정된다면 그 동생 또한 얌전히 우리말을 듣겠지.”

곧 제갈 사혁은 배교에서 붙여준 자와 함께 풀려났고 배교에서 마차를 따로 받아서 이동했다.

‘상단은 먼저 보냈나보군.’

당가의 내공이 날뛰는 것으로 보아 배교에서 준 것은 독단이 확실했다.

당가의 내공은 독단의 독기운을 천천히 해독하기 시작했고 해독이 다 끝나자 제갈 사혁은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독이 된 이상 가능하면 배교에서 붙여준 끄나풀을 떼어내고 싶었지만 상단을 먼저 보내버렸기 때문에 서장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배교에서 붙여준 세작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잘된 일이다. 적어도 서장 안에서는 문제없겠지.’

상대를 죽이는 건 쉽지만 그와 동행을 하면 적어도 서장 안에서 만큼은 이동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어디 가는 거냐?”

“소피 좀 보려는데 문제 있습니까?”

“빨리 갔다 오거라.”

마차는 제갈 사혁이 몰고 마차 안에는 이신과 배교의 세작만이 남았는데 이신은 몇 번이고 배교의 세작을 죽이려 했지만 그때마다 제갈 사혁이 막았기 때문에 그와 단둘이 있을 때면 짜증을 많이 냈다.

전음을 가르쳤더라면 편했겠지만 아직 그런 잔기술 같은 건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신은 마차 벽을 발로 차는 것으로 제갈 사혁에게 시위를 했다.

그 후로 배교의 검문소를 다섯 곳이나 지나쳤지만 세작의 신분 덕인지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강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검문소를 지날 때 일이 터졌다.

“다 내려.”

검문소의 배교 무사들이 전부 나와서는 제갈 사혁 일행(?)을 위협했고 배교의 세작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슨 짓이냐? 나는 제 2단에 소속된 자다.”

세작은 자신의 신분패를 꺼냈고 그것을 확인한 검문소의 무사들은 일제히 그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미친놈.”

그러더니 그 말과 동시에 세작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

세작으로 파견된 만큼 그자의 무공 실력이 상당히 뛰어났는지 그는 가볍게 그 공격을 피했지만 검문소에 있는 무사들을 전부 상대할 수 없었다. 이내 사냥에서 포획된 동물마냥 붙잡힌 세작은 이를 갈며 호통을 쳤다.

“네 이놈! 내가 누구인지 모르느냐?”

하지만 그의 그런 호통소리에도 검문소의 무사들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순간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낀 이신은 짐 속에 숨겨둔 호황을 뽑으려 했고 제갈 사혁은 그런 이신을 제지했다.

-기다려봐. 뭔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니까.

확실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제갈 사혁은 이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신강출신의 공씨 형제니까.

“이게 뭔지는 아시려나?”

바로 그때 배교 세작의 몸을 짓누른 자는 자신의 윗옷을 벗어 오른쪽 가슴에 새긴 무늬를 보여주었다.

“네 놈들은 설마?”

‘마교!’

그 무늬를 보고 놀란 것은 제갈 사혁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있는 자들 모두 몸에 성화를 새기고 있었다.

얼마 후 비명소리와 함께 배교의 세작의 목이 잘려나가고 배교의 무사인 척하던 마교의 무사들이 제갈 사혁과 이신에게 다가왔다.

제갈 사혁은 자신의 상식을 뒤집어엎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자 당혹스러웠지만 일단 ‘역할’에 충실했다.

“저기..... 해독제 좀 주시면 안 될까요?”

“뭐?”

제갈 사혁은 끝까지 독에 중독된 공씨 형제를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사람 옷 속에 해독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갈 사혁과 마주한 배교 아니 마교의 무사는 옆에 있는 자신의 동료에게 눈치를 주었고 곧 시체의 품속에서 새하얀 환단 하나를 꺼내서 가져왔다.

“이거냐?”

“네. 그거 좀 주시면 안 될까요?”

환단에 손을 대려 하자 마교의 무사는 제갈 사혁이 환단을 잡지 못하도록 했다.

“무얼 믿고 너에게 이걸 줘야 하지?”

‘이 새끼가 진짜!’

어차피 해독약 같은 건 필요도 없지만 여기서 공씨 형제 노릇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아이고! 아이고 배야!”

제갈 사혁은 일부러 배를 부여잡고 땅바닥을 뒹굴었다.

“아이고~ 화명아! 이 형님 죽는다.”

제갈 사혁은 이신의 발을 붙잡고 과장된 몸짓으로 독 때문에 괴로운 척을 하기 시작했고 ‘화명’이란 이름이 낯설어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알 수 없었던 이신은 이내 가짜 신분패에 적힌 자신의 이름이 화명이라는 것을 기억해내고 거짓 시늉을 했다.

“형님! 형님!”

하지만 마교 무사들의 반응은 시원찮았고 하는 수 없이 제갈 사혁은 자신의 몸에 내공을 주입해 일부러 각혈(咯血)을 하도록 만들었다.

“욱!”

제갈 사혁이 입에서 핏물을 내뱉자 마교의 무사는 혀를 차며 제갈 사혁의 양팔을 제압했다.

“야! 뭐해 이 새끼 일단 해독약 먹여!”

해독약을 둘러싼 촌극이 끝나자 마교의 무사들은 제갈 사혁을 유심히 쳐다보며 몸 상태를 살폈다.

“어때?”

“독은 없는 것 같고..... 그리고 이 새끼 무공도 안 익혔는데? 수상한 놈은 아닌 것 같다.”

“동생놈은?”

마교 무사들의 실력이 제갈 사혁보다 한참 아래이기 때문에 제갈 사혁의 무공수준을 짐작할 수 없었지만 이신은 다르다. 본인이 무공을 숨길 줄도 모르고 무엇보다 백년 하수오 때문에 일단 맥을 짚으면 들킬 염려가 있었다.

‘촌극은 여기까지!’

제갈 사혁이 내공을 운용하려는 순간 마교의 무사는 고개를 저었다.

“됐다. 무공을 익혔으면 큰놈이 익혔겠지. 동생 놈이 익혔겠어. 저쪽에 연락해서 애들 보네.”

다행히 이신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고 제갈 사혁과 이신은 마교 무사에 의해 신강 경계 초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수고하십니다.”

배교인으로 변장한 마교의 무사가 신강 경계지역 책임자에게 인사를 하자 경계지역 책임자는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뭐야? 임무 중에 여기 오면 안 되는 거 몰라?”

‘임무?’

제갈 사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세작입니다. 여기.... 아 그리고 이것 좀 놔주십시오! 사람 잡겠습니다.”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마교의 무사는 경계지역 책임자에게 배교 세작의 시체를 넘겨주었다.

“이 놈들은 신강출신인데 무공도 익히지 않았고 배교 쪽에서 독을 먹여 세작과 동행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일반인이니 어지간하면 간단하게 조사하고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그러니 본래의 임무로 복귀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가 떠나자 경계지역 책임자는 제갈 사혁과 이신을 보더니 부하를 시켜 또 다시 두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신강에 들여보내기 전까지는 조사를 확실히 해야 했다.

짐까지 빼앗기자 제갈 사혁은 짐 속에 든 호황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방금 전 배교의 초소에서 호황을 꺼내려다 제갈 사혁에게 제지를 당했던 이신은 기지를 발휘해 호황을 자신의 옷 속에 숨겼다.

“너 언제 숨겼냐?”

“문제 생기면 몸에 지니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얼마 후 마교의 무사가 와서 제갈 사혁과 이신에게 짐을 돌려주고 풀어주었다. 얼핏 보면 별 탈 없이 풀어준 것 같았지만 신강에 들어서자마자 그 즉시 감시자가 들러붙었다.

-이신. 까마귀가 붙었다.

제갈 사혁은 감시자가 붙은 것을 이신에게 알려주었고 이신은 제갈 사혁이 그랬던 것처럼 눈치껏 행동했다.

“형님. 고향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많이 낯서네요.”

“그래. 일단 밥이나 먹자구나.”

처음부터 호흡이 삐꺽거리는 두 사람이지만 이제 어느 정도 요령이 붙었다.

============================ 작품 후기 ============================

이번편은 제갈 사혁이 마교가 배교에 부하들을 잠입 시킨 것을 알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딱히 이것으로 무슨 반전을 노린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쩌다 우연히 알게 됐다는 식으로 전개를 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게임 이야기를 하자면 요새 진짜 하는 온라인 게임이 없네요.

철권 아니면 핸드폰으로 백만 아서 동무를 하면서 요정 애미나이들을 때려잡고 있습니다.

공지에도 썼지만 화산의협 E북 출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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