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의협-236화 (236/262)

<-- 236 회: 허상. -->

“따라와라. 너도 계획에 동참하게 해주겠다.”

“뭐?”

봉명공을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은 사실이나 마교멸문 계획에 동참하게 해주겠다니 어이없었다.

“어차피 봉명공은 실패한다. 네가 무슨 이유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대충 알고 있다. 그렇다면 옆에서 그 실패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신강에서 마화천을 만난 것은 의외였지만 확실히 그의 말대로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분명 봉명공의 실패는 정해져있다. 그렇다면 그 실패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덤으로 마화천과 망지성의 대결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 나쁘지 않았다. 손해 보는 게 없다면 달리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좋아.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봐. 곰방대 물고 구경해줄 테니.”

제갈 사혁은 마화천과의 밀약을 맺었고 봉명공의 마교멸문 계획 아니 정확히 말해 마화천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흑사련 소속 무림인을 가장해 그들의 가장 깊숙한 곳에 파고들었다.

다음날 마화천의 안내를 받아 간 곳은 마교의 본단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촌 동네이지만 광활한 농경지가 펼쳐진 대지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신강지역은 농사짓기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신강지역은 농사를 짓기 힘든 척박한 땅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제갈 사혁이 보고 있는 것은 농사짓기 딱 알맞은 비옥한 땅이었다.

“어때? 이곳에 온 소감이.”

“아는 척을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농사에 대해선 아는 게 없어서.... 그냥 내 의견을 말하자면 괜찮네.”

“망지성이 만든 땅이다.”

뜬금없이 망지성이 만든 땅이라니 제갈 사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마교로 오기 전까지 이 땅은 버려진 땅에 불과했지만 그가 마교의 중책을 맡은 뒤부터 이렇게 농경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신강은 외부로부터 곡식구입량을 줄였지. 이게 무슨 뜻인지 너라면 알겠지?”

무림인이 농경지를 만들었다니 꽤 놀라운 일지만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었다.

“기대에 응하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잘 모르겠는데 이게 왜?”

“자급자족과 그로인한 전반적인.....”

마화천의 시선이 느껴지지 이신은 중간에 말을 끊었다.

“제자 하나는 똑똑하네. 괜찮으니 더 말해봐.”

마화천이 제갈 사혁에게서 원했던 대답은 놀랍게도 이신에게서 나왔다.

“외부에서 곡식을 사들일 필요가 없거나 사들이는 양이 줄어들었으니 곡식을 사들이는데 필요한 돈을 아낄 수 있고 그 돈으로 뭐든 하겠죠.”

이신은 뭐든지 하겠다는 식으로 더 이상 말하기 귀찮은 듯 말했고 그 말대로.

“그래 맞아. 그 돈으로 뭐든 하겠지. 문제점이 하나 사라졌으니 마교가 종교 이상의 일을 해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 말이야.”

“종교 이상의 것?”

제갈 사혁은 그 종교 이상의 것이라는 말이 굉장히 거슬렸다.

“난 신강에서 태어나고 마교에서 자랐어. 어렸을 때 마교에서 보급해주는 곡식으로 우리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 가장 어린 내가 마교로 들어갔지. 그래야 입을 하나 줄일 수 있거든.”

“그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들어앉도록 들었으니 본론만 말해.”

“그러니까. 더 이상 생계가 어려워 아이를 마교로 보낼 필요가 없다 이 말이야. 그래 네 수준에 맞게 설명하자면 곡식을 살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 돈으로 마교인들의 생활을 풍족하게 해준다면 그들이 마교를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

그 순간 제갈 사혁은 마화천이 망지성을 노리는 결정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은 밭을 일구는 자의 소유다. 매년 절반 이상을 마교에 바치고 있지만 농사를 해서 남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지금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어.”

망지성의 의한 마교의 개혁과 그로인해 일어나는 마교인들의 종교에 대한 믿음.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마교인의 마교를 향한 막연한 두려움이 믿음으로 바뀌는 순간 그것은 거대한 힘으로 바뀐다.

“더 이상 힘으로 억압하는 시대는 끝났어. 강자가 온정을 베푸는 이미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나라라고 해도 좋아.”

“..............”

“이 마교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야욕을 가진 자가 아니야. 개혁을 이끌어내는 자지.”

야욕을 가진 우사와 개혁을 바라는 자 망지성.

마화천은 마교를 무너트릴 수 있는 보다 확실한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봉명공의 마교멸문이니 뭐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번 일은 어떤 의미에서 그 어떠한 일보다 정치적이었다.

“그래서 망지성을 어떻게 할 거냐? 아니 네게 원하는 게 뭐냐? 이런 이야기까지 할 정도면 뭔가 내게 원하는 게 있을 텐데?”

지금이야 이곳이 마교 안이라서 서로 협력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무림맹과 흑사련. 서로 상반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공증인을 서줘라.”

“.......”

“망지성에게 정식으로 도전할 생각이다.”

공증인이니 뭐니 했지만 결국은 그런 것이었다.

“나를 공증인으로 내세워 망지성과의 싸움. 그 결과와 상관없이 목숨을 부지해보려고?”

무림인의 싸움에 딱히 공증인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마화천이 승리를 하든 패배를 하든 모든 게 끝난 후 마교를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때문에 마화천은 공증인 신분이 되면 자신과 같은 처지 될 제갈 사혁에게 목숨을 맡길 셈이었다.

“내가 널 배신하면?”

“그것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나는 네가 어떤 녀석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 내가 죽으면 반대로 흑사련이라는 거대한 축이 무너진다. 그건 네가 원하는 게 아니잖아.”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기분 더럽군.’

마화천은 적어도 무공실력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제갈 사혁보다 한 수 위였다.

현재 흑사련의 대들보라고 한다면 단연 흑도섬과 마화천이다.

제갈 사혁은 개인적으로 흑도섬이 천중기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마화천이 망지성에게 패배해버리면 흑사련은 거대한 두 축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무림 3대 세력 중 하나인 흑사련의 몰락을 의미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칠객에 손을 대지 않는 거였어.”

“그 덕에 명성을 얻었잖아. 좋은 일인데 후회하지 말라고.”

칠객에서 가장 강하다는 구마준과 송수겸을 처리한 이상 흑사련은 마화천이 죽으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좋다. 공증인을 서주겠다. 그리고 그후 패배 여부와 상관없이 마교 탈출도 돕겠다. 그럼 너도 나와 약속을 한 가지 해라.”

“말해라. 뭐든 약속하겠다.”

제갈 사혁은 마화천에게 이번 일을 돕는 대가로 자신의 부탁을 한 가지 들어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그 내용을 들은 마화천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건 너무.....”

“나도 안다.”

“......”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대는 절대 우리에게 넘어오지 않는다. 적어도 그가 살아 있는 한.”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둘만의 은밀한 약조가 오고가고 제갈 사혁은 마화천의 옆에서 봉명공이 하려는 일을 유심히 지켜봤다.

봉명공은 망지성의 호위대장 신분을 이용해 마교로 숨어들어온 흑사련 소속 무림인들을 숨겨주었다. 그리고 흑사련 소속 무림인들은 마교를 휘젓고 다니며 마교에 불만이 많은 젊은 무림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흑사련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일에 참가한 자들은 모두 본래는 마교의 무사였기 때문이다. 지인과 가족을 찾아다니며 그들은 마교가 교인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믿음과 명령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렸다.

“나참 이게 뭐하는 짓인지....”

“사부. 농땡이 피우지 마요.”

제갈 사혁과 이신이 맡은 일은 마교의 부당함을 알리는 벽보를 붙이는 일이었다.

설마 마화천 그 얼빠진 녀석이 자신에게 벽보 붙이는 일을 맡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터라 막상 이 일을 시켰을 때 제갈 사혁은 그만 분위기에 휩쓸려 봉명공이든 마화천이든 둘 중 한명의 계획을 돕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럼 어떻게 하실래요? 봉명공 아저씨를 힘으로 데리고 돌아가실래요? 가능하시겠어요?”

“그건 힘들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근본적으로 우리는 무계획이고.”

“너 많이 똑똑해졌다.”

이신은 예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총명한 구석이 있었다.

“아는 거 많아서 좋겠다. 넌 나중에 커서 뭐될래?”

“사부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요.”

“그래 꼭 그렇게 되라.”

이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제갈 사혁은 벽보를 잘 펴 붙이기 위해 들고 온 주걱으로 등 뒤에서 날아온 암기를 막아냈다.

“이신. 손님이다.”

어느새 마을 중앙에는 마교의 무사들이 제갈 사혁과 이신을 빼곡하게 감싸고 있었다. 딱히 제갈 사혁과 이신을 노리고 왔다기보다는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모인 듯 보였다.

“뭐하는 놈이냐?”

마교의 무사들 중 대장격으로 보이는 자가 정체를 묻자 제갈 사혁은 그를 향해 암기가 박힌 주걱을 던졌다.

“이신.”

제갈 사혁이 귀찮은 손을 휘젓자 이신이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마교의 무사 한명이 칼을 들고 뛰어왔지만 이신이 펼친 매화산수(梅花散手)에 의해 팔목이 기괴하게 꺾였다.

이신의 뒤에 선 제갈 사혁은 품에서 곰방대를 꺼내 물고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외쳤다.

“나라면 지금 도망치겠어. 우리 아이는 인정머리 없는 아이라서 감당이 안 되거든.”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글은 9시부터 썼는데 마교의 무공이 뭐가 있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려고 검색을 했는데 (지어내기가 귀찮아서....)

마교의 무공을 검색하니 동방불패 이야기가 나왔고 동방불패하니까 소오강호의 주인공 영호충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영호충이 화산파 출신이기에 마침 제갈 사혁도 화산파 출신이고 하니 영호충이 익혔다는 독고구검은 뭐하는 건가 검색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만선문의 후예인가 하는 소설이 검색이 됐고

(주인공이 화산파 장문인의 아들이기에 관련검색어 독고구검이 걸렸죠.)

그 만선문의 후예가 만화책으로 있다기에 대여점에 전화를 해서 있는지 확인한 뒤 구해서 읽다가 다 읽고 나서 열혈강호가 생각나서 열혈강호 검색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아 나 지금 글 쓰고 있었지 참...." 하고 정신을 차리니 4:20분이었습니다.

뭘 하고 있었던 걸까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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