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8 회: 거부 -->
신강 용서현(俑西縣)의 작은 마을은 평소와 다르게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기적으로 매년 1년에 한번 있는 마을 행사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늘은 마교의 우호법인 망지성이 이 행사에 참석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리고 이 광경을 멀리서 제갈 사혁이 지켜보고 있었다.
“사부. 우리는 참가 안 해도 되요?”
“참가하면 뭐가 달라지냐?”
“참가하지 않을 거였으면 뭐 때문에 밤에 벽보를 붙이러 다녔던 거예요?”
가끔씩 이신은 제갈 사혁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2층 건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술을 마시며 제갈 사혁은 마을 행사를 즐겁게 즐기는 사람들을 보았다.
마화천과 함께 행동하면서 그들이 하려는 일 그들이 주장하는 대의 등을 옆에서 유심히 살펴본 제갈 사혁은 이 계획이 아니 봉명공이 왜 실패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정말 재미있는 구경을 하겠어.”
마을행사는 평범했다.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음식을 나눠먹고..... 하지만 망지성의 등장은 이 행사를 보다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망지성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마교를 찬양하기 시작했고 평범한 이 마을 역시 마교에 복속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제갈 사혁에게 일깨워주었다.
지금이야 마교가 약육강식(弱肉强食)을 내세우며 무림단체의 색이 짙지만 마교도 하나의 종교. 망지성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종교 지도자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전통 악기연주가 끝나자 망지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설을 시작했다.
마교도들의 풍요로운 삶과 번영을 바란다는 형식적인 연설이었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의 이야기에 동조하며 박수를 쳤다.
무림인으로서의 망지성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 그의 대중을 사로잡는 지도자적 권위를 확인한 제갈 사혁은 마화천이 말한 마교에서 가장 위험한 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봉기를 일으켜 마교의 종교적 의미를 없애려는 봉명공 그리고 그를 도우는 척하며 마교의 새로운 시대를 막으려는 마화천이라......’
뭐 어떤 의미에서 둘의 목적은 같았다. 결국 마교라는 한 단체를 향한 것이니까. 하지만 해석에 따라 목적이 같다고 할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딱 이짝이야.’
망지성의 연설이 끝나자 갑자기 누군가 외쳤다.
“신교에서 과거 병력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곡식을 풀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젊은이의 말은 순식간에 행사장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마교에서 병력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곡식을 풀지 않았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이오?”
망지성이 되묻자 그 젊은이는 단상 위로 올라갔고 망지성을 호위하는 호위대는 그 젊은이의 목에 네 자루의 검을 교차시켰다.
“거두어라.”
망지성의 명령이 떨어지자 호위대는 검을 거두었고 젊은이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창고에 곡식이 남아돌았음에도 불구하고 곡식을 풀지 않아. 기근이 이어졌고 집집마다 입을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신교에 자식을 바쳤습니다. 그리고 신교는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의 병력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게 기근을 이용해 병사를 뽑아내려는 신교의 계획 아닙니까?”
배고픔을 이용해 자식을 스스로 마교에 보내도록하고 마교는 그 댓가로 곡식을 준다. 커다란 반발 없이 병력을 모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망지성은 이에 대해 부정했다.
“그런 일 없소. 신교는 교도들을 위해 외부에서 곡식을 사들였고 그 곡식을 정확하게 나누어주었소.”
“좋습니다. 그렇다면 왜 병사들에게 가족의 안부를 알려주지 않는 것입니까?”
마교의 젊은이들 즉 이번 거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자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은 바로 이것이었다.
“마교에 들어가면 그 병사는 자신의 가족을 영원히 만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왜 그런 것입니까?”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한 사람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일이었다. 마교는 그것을 금했고 그 불만은 커져만 갔다.
“그것은.....”
“그리고 또 한 가지! 어째서 신교는 교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입니까?”
젊은이는 망지성이 변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마교 내에서 현재 가장 민감한 사항인 종교문제를 거론하자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교주는 기도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설교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림단체가 아닙니다! 비록 이 무림을 살아가고 있지만 엄연히 종교단체란 말입니다!”
그는 교주인 천중기의 직무유기 사항을 언급했고 그 순간 망지성의 호위무사 중 한명이 칼을 뽑아들었다.
“이 무례한 놈!”
그 찰나의 순간 젊은이와 호위무사의 눈이 마주쳤고 젊은이는 마치 이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눈을 감았다.
“꺄아!”
호위무사의 검이 그의 목을 자르자 여인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비명소리의 끝에는 군중의 성난 외침만이 있을 뿐이었다.
“십야성주가 죄 없는 교인을 죽였다!”
갑작스러운 혼란에 사람들은 도망치기 바빴고 이 사건에 분노한 자들은 망지성이 있는 단상 위로 올라왔다.
“우호법! 피하십시오!”
망지성의 호위무사들은 망지성을 보호하려했지만 이미 망지성은 수많은 젊은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들에게 느껴지는 어떠한 기도(氣道)였다. 아무리 봐도 그들은 평범한 청년들이 아니었다.
“누구냐. 너희는?”
“오랜만이야. 서생.”
바로 그때 마을 청년으로 변복한 마화천이 나타났다.
“마화천. 이 모든 게 네가 꾸민 일이냐?”
“그렇다면?”
마화천이 긍정을 나타내자 망지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는 수 없군.”
망지성이 기운을 끌어 모으자 그 순간 망지성의 목전에 칼이 들어왔다.
“가만히 있는 게 좋아.”
“!”
망지성에게 칼을 드민 상대는 다름 아닌 봉명공이었다.
“주공자......”
“미안하지만 이대로 있어줘야겠어.”
봉명공이 망지성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자 망지성의 주위에 있던 호위무사들은 무기를 집어넣고 봉명공에게 무릎을 꿇었다.
“주공자가 이리 나올 것이라......”
“.... 예상하고 있었지?”
“.........”
“하지만 내 목적이 교주가 아니라 마교 그 자체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그게 무슨 뜻이오?”
“내가 원하는 건 마교가 종교로서 힘을 갖지 못하게 하는 거야.”
봉명공이 망지성을 찾아왔을 때 망지성은 봉명공이 무언가 일을 저지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받아들였다. 주씨 일가의 일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개입을 허락지 않는다는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봉명공의 원수인 외숙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봉명공의 칼끝은 분명 교주를 향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싸움을 유희정도로 생각하는 교주 역시 그것을 바랄 것이다. 그런데 그 표적이 교주가 아닌 자신이고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마화천과 손을 잡았을 것이란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천중기가 교주의 소임을 다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망지성은 그야말로 마교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다.
============================ 작품 후기 ============================
잉카제사장 님: 노블레스 등급은 이제 조아라 관계자 분과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현재 등급을 유지하기로.... 다음 작품은 아마 성인 노블레스가 되겠죠.
다음 작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현대 판타지입니다.
사실 장르가 아주 달라서 걱정입니다. 화산의협 보셨던 분들이 얼마나 봐주실지....
화산의협이 끝나면 바로 연재할 생각입니다.
화산의협과 비교하자면 이렇게 표현하는 게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화산의협이 글을 쓸 때 상상하는 내용의 화질이 아날로그라면 다음 소설은 선명한 HD 화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