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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39화 (239/262)

<-- 239 회: 거부 -->

“당신은 순수하니까. 야망이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을 따라. 천중기에게 남은 건 경외와 두려움뿐이지만 당신은 달라. 그래서 이러는 거야.”

“이런다고 해결 되는 것은 없소.”

“아니. 이 작은 불씨는 거대한 화마(火魔)로 변할 거야. 그리고 결국엔 마교를 전부 태워버리겠지. 이곳뿐만이 아니야. 벌써 수많은 마을에서 우리의 동료들이 마교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어. 억압 당해왔던 교도들은 곧 마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테고 투쟁을 위해 들고 일어설 거야.”

“그렇게 둘 수 없소!”

경공을 펼침과 동시에 몸을 빠르게 회전하며 자신을 감싸고 있던 적들의 검을 피한 망지성은 주위를 둘러싼 적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

“신교의 적이 되는 것은 자유이나 교도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것은 용서치 않겠소.”

“이건 교도들을 위해서다. 교도들은 더 이상 마교의 강압적인 지배를 바라지 않는다.”

봉명공이 항마타청봉을 꺼내들자 이를 보고 있던 마화천이 끼어들었다.

“여기는 내가 맡겠다.”

“마화천.”

“망지성을 쓰러트리고 여기서 가장 가까운 소천(所天)으로 가겠다.”

애초에 마화천의 목적은 망지성이었고 어떠한 계략을 꾸미더라도 망지성 본인을 꺾을 수 있는 방법은 비무뿐이었다.

한편 위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제갈 사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화천과 약조한 것은 망지성의 비무가 끝났을 때 그를 무사히 흑사련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비무가 끝나고 마화천이 망지성의 부하들에게 공격당하지 않도록 그를 호위하는 것인데 거사 당일 망지성은 그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부하를 전부 호위대로만 꾸몄고 그 호위대는 봉명공과 뜻을 함께하는 봉명공의 부하였다.

“이신. 아무 마을에나 가서 마교의 우호법이 괴인들에게 잡혀 있다고 알려.”

“네? 저 사람은 우리한테 나쁜 사람 아니었어요?”

나쁜 사람이라니 그 단어가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우리 빼고 전부 나쁜 사람이거든. 아무튼 가서 마교 무사로 보이는 아무한테나 알려.”

“네.”

제갈 사혁이 어떤 의도로 그런 것을 명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이신은 더 이상 의문을 갖지 않았다.

마을은 순식간에 유령마을이 됐고 마을 사람들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단 한명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화천과 망지성은 서로를 노려보며 간격을 쟀고 일다경 정도 서로를 응시했다. 그러던 중 가장 먼저 공격을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망지성이었다.

파성멸수(破聲滅手)의 초식으로 마화천의 대력검을 가볍게 쳐낸 그는 마화천의 손목을 붙잡았다.

“!”

마화천은 재빨리 경신법을 펼쳐 몸을 가볍게 한 뒤 공중에서 회전하며 역으로 망지성의 팔을 비틀었다.

망지성이 손목을 놔주자 마화천은 대력검을 왼손으로 쥐고 검격을 날렸다.

이 기술이 마화천을 유명하게 해준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의 날카로운 검격이 허공을 갈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조차도 베어버리는 그 위력은 설사 망지성이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었다.

호신강기(護身罡氣)를 펼쳐 겨우 막아낸 망지성은 마화천에게 기세를 꺾이지 않기 위해 쉬지않고 금나수(擒拿手)를 펼치며 압박을 가했다.

“이야!”

괴성과 함께 달려들자 뒷걸음치던 마화천은 바닥을 구르며 겨우 그의 집요한 공격에서 도망쳤고 마화천이 공격을 피해내자 그의 등 뒤에 있던 나무는 망지성이 펼친 금나수에 의해 보이는 그대로 찢겨져 나갔다.

마화천은 마교의 상급 검법인 사형신해(四形申害)를 펼치며 공격했고 망지성은 노련하게 대력검의 검 옆을 펴내며 칼날을 피했다.

본래 마교출신인 마화천과 본래 서생출신인 망지성의 싸움은 마교의 무공에서 시작해 마교의 무공으로 끝이 날 정도로 마교무공의 정수였다.

비록 최근 제갈 사혁에게 패해 그 기세가 꺾인 듯 보이는 마화천이라고는 하나 그가 알고 있는 무공 그리고 그 무공들의 깊이를 보았을 때 그는 무림 3대 검사라 칭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상대하는 망지성 역시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으며 바람처럼 가볍게 무공을 펼쳤다.

“대단하군.”

두 사람의 대결을 감상하고 있던 제갈 사혁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갈 사혁도 힘이라면 지지 않지만 대력검을 휘두르는 마화천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몇 번이나 천근추(千斤錐)를 펼쳐서 중심을 잡고 그 힘에 압도당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것에 비하면 망지성은 흔들림조차 감지할 수 없었다.

장법으로 마화천의 어깨를 쳐 잠시 그를 주춤거리게 만든 망지성은 지면을 박차며 땅을 뒤흔들었다.

멀리 떨어진 객잔 윗층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갈 사혁이 그 진동을 느낄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각총진(脚叢振)인가?”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이 각총진 하나로 말을 타고 쳐들어 온 무림맹의 병사들을 전부 낙마 시켰다는 일화는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곤 했는데 지금 겪어보니 과정된 소문이 아니었다.

각총진에 의해 땅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한 마화천은 한순간 중심이 흔들렸고 망지성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크악!”

마화천의 가슴에는 마치 호랑이의 발톱에 긁힌 듯한 상처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소림의 호조수(虎爪手)였다. 금나수 좀 익힌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 쯤 배워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만큼 누구나 배울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무공이지만 망지성이 구사한 호조수는 진짜 호랑이의 발톱이었다.

왼손으로 상처 부위를 더듬은 마화천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결심을 했나보군.”

마화천은 생사투(生死鬪)를 하기로 마음먹은 듯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장난으로 싸웠다는 소리는 아니다. 여태까지 싸운 것은 살기위해. 살아서 그 승리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였다면 생사투는 그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오직 상대의 숨통을 끊는 것만이 그 목적이다.

“승리를 위해서 죽음도 불사하는 그 정신은 대단하다만 멋대로 죽으면 안 되지.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

그 말과 동시에 붉은 옷을 입은 마교의 무사들이 지붕을 박차며 사방에서 몰려왔다. 이만하면 망지성과의 대결이 어찌되든 마화천의 목숨은 보장하기 힘들었다.

“사부.”

이신이 도착하자 제갈 사혁은 이신에게서 호황을 건네받았다.

“그럼 시작해보실까?”

천장을 부수고 지붕 위로 올라간 제갈 사혁은 경공을 펼쳐 마화천과 망지성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제갈 사혁!”

“시간됐다. 마화천.”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물론 두 사람의 공방이 상당히 짧았고 마화천이 먼저 치명상을 입었다고 해서 이 싸움의 승패가 망지성 쪽으로 쏠렸다고 할 순 없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 싸움을 멈추는 건 힘들었다.

“고집 피우지 마라. 너와의 약속은 망지성과의 싸움에서 너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다.”

“싸움이 ‘끝난 후’라 했다!”

“잘 모르겠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그냥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 들었는데 말이야.”

“너!”

마화천이 이러나저러나 망지성은 이미 기수식을 풀고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봐. 저 양반도 이제 싸울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

“강행돌파다.”

그 말과 함께 제갈 사혁은 호황을 하늘 높이 던졌고 주인의 손에서 벗어난 검은 허공을 떠다니며 주인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이기어검(以氣御劍)?!”

느닷없이 이기어검이 눈앞에 펼쳐지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마교의 무사들은 당황했고 그 순간 어디선가 비명이 울려퍼졌다.

“사부!”

이신이 서쪽 방향에서 마교의 무사들을 급습하며 길을 열자 제갈 사혁은 마화천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뚫린 방향으로 향했다.

“어림없다!”

사방에서 마교의 무사들이 몰려오자 제갈 사혁은 무형지기를 넓게 펼쳐 그들의 움직임을 한순간 봉쇄한 뒤 호황을 거두어 적들을 베어나갔다.

이기어검에 무형지기를 동시에 쓰는 건 정말 객기에 불과할 정도로 미친 짓이지만 절대 다수를 제압하기에는 재격이었다.

‘역시 양반은 양반이네. 쫓아오지 않는 걸 보니’

망지성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달리 그들을 쫓는다거나 다른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이신이 뚫은 길로 마화천을 짐짝 들 듯 데리고 도망친 제갈 사혁은 귀신과도 같은 경공으로 순식간에 마교의 무사들을 따돌렸다.

이름 모를 돌산에 도착한 제갈 사혁은 마화천을 내려놓고 소매를 찢어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일단 상처 치료부터 하고........ 알지? 난 약속을 지켰다.”

“이런 치사한.....”

마화천 입장에선 도와준 게 아니라 멋대로 일을 방해했을 뿐이었다.

“망지성한테 몸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있던 주제에 치사? 그게 지금 목숨을 구해준 은인한테 할 말이냐? 미친놈아.”

“너 이.......”

“됐고 봉명공 있는 곳이 어디야?”

애초에 마화천 역시 봉명공의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망지성을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소천(所天)이라는 마을이 있다.”

“거기도 작전지역인가?”

“마교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작전구역이지.”

소천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거야 마화천을 데리고 길잡이로 삼으면 그만이고 지금은...

“너는 왜 봉명공이 실패할 거라 생각했냐?”

“지금의 마교인들은 불만이 없으니까.”

“지금의?”

“그래 지금의.”

그렇다면 불만이 있었던 것은 과거고 지금은 없다는 말인데.

“현장에 가보면 알겠지.”

마화천을 부축한 제갈 사혁은 그를 길잡이로 삼아 소천으로 향했다.

지금의 마교인들은 불만이 없다? 어쩐지 제갈 사혁은 봉명공이 왜 실패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봉기란 결국 최후의 수단. 벼랑 끝에 선 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으키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봉명공과 관련한 스토리도 내일이면 끝이네요.

정말 봉명공은 다루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예정에도 없는 캐릭터였고 일시 하차로 인해 수습하는 것도 일이었으니까요.

마화천과 망지성을 결판내지 않은 건 개인적인 사정이랄까요?

사실 소설의 파워밸런스는 신경 쓰지 않지만 소설 속 인물간의 관계는 생각해야하니까요.

사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망지성이 이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쓰면서 마음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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