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의협-252화 (252/262)

<-- 252 회: 마도천하(魔道天下) -->

“그래서 누굴 데려오면 거야?”

“당하령입니다.”

“!”

당하령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제갈 사혁은 미간을 찡그렸다.

“당하령이 누구인줄은 아나?”

“당씨 성을 쓰니 사천당가 사람인가요? 어쩌다보니 배교의 세력권에 갇혀서....”

당씨 성을 쓰니 사천당가 사람이냐는 말에 제갈 사혁은 흑운공주를 유심히 쳐다봤다. 얼굴 표정으로 보아 전혀 감을 못 잡은 듯 보였다.

“이 의뢰를 받은 이유가 뭐야?”

“그거야.....”

“서장으로 가는 길에 만들어 놓을 시산혈해(屍山血海)말고.”

그러자 흑운공주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윗입술을 깨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당하령. 당가의 비전을 이용해 배교에서 한자리 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야.”

그렇게 이야기해주자 흑운공주는 얼굴표정이 새파랗게 변했다. 원체 똑똑한 사람이다 보니 이런 자그마한 실수를 두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죄송해요. 의뢰인 조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데 저 그러니까 저는....”

“이해해. 배교 놈들 엉덩이를 걷어찰 기회가 왔는데 그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겠어. 하지만 한 단체의 수장은 그러면 안 돼. 흑운공주의 실수는 곧 누군가의 죽음이니까.”

흑운공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 사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돌아 올 때는 몰라도 일단 갈 때는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오문을 통해 배교와 거래가 가능한 보따리 상인으로 위장한 뒤 사천과 서장을 잇는 경계지역에서 배교의 무사들에게 간단한 검사를 받았다.

“다음.”

제갈 사혁의 차례가 오자 제갈 사혁은 짐을 내려놓고 검사에 임했다. 그런데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배교의 무사가 제갈 사혁의 손목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이 새끼 무림인이잖아!”

“!”

정사대전 중에 상인들에 대한 검열을 하면서 무공을 익혔는지 익히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적진에 들어온 건 처음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오문에서 이런 건 안 가르쳐줬는데!’

하오문에서는 배교의 무사들이 맥을 짚어 무림인을 구별한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제갈 사혁은 자신의 맥을 짚은 자의 인중을 주먹으로 치며 선수를 쳤다.

건장한 사내가 바람에 휩쓸린 낙엽처럼 날아가 버리자 이를 보고 있던 보따리 상인들은 무림인의 칼부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짐도 챙기지 않은 채 도망을 쳤다.

“왠놈이냐!”

곧 경계지역에서 대기 중이었던 배교의 무사들이 달려왔고 제갈 사혁은 짐 속에 숨겨준 목함에서 침을 꺼내 그들의 발등에 암기를 날렸다.

“!”

“!”

제갈 사혁이 쏜 침을 맞은 자들은 다리가 마비되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침에 맞지 않은 자들이 달려들자 제갈 사혁은 그들이 휘두르는 검을 쳐내며 초식이 발현되는 것을 막았다.

‘만화불현검(挽火不玄劒)?’

여러명을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검법은 하나였으며 제갈 사혁은 이 검법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만화불현검. 바로 마교의 검법이었다.

‘여긴 후방이잖아?’

봉명공의 일로 서장을 이용해 신강으로 가던 중 마교 무사들이 배교의 무사인척을 하며 서장과 신강의 경계지역에서 희희낙락(喜喜樂樂) 거리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제갈 사혁으로 서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마교가 있는 신강을 기준으로 이곳은 후방이라 할 수 있었다.

마교가 손을 써서 배교의 전방(前房)을 제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사천과 서장의 경계인 후방(後房)까지 제압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설마?’

제갈 사혁은 마교의 잦은 패배가 사실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연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중기나 좌호법 우사가 머리를 썼을 리는 없을 테니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 자는 망지성이겠군.’

제갈 사혁에게 있어서 마교의 수뇌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좌호법 우사와 우호법이자 십야성주인 망지성 그리고 마교의 교주 천중기 뿐이었다. 그 중에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갈 것 같은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망지성이었다.

제갈 사혁은 호조수(虎爪手)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의 오른손 손목을 붙잡아 제압한 뒤 그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허튼짓 하지 마라. 인질이 있다!”

인질을 잡은 척하고 뒤통수를 치려했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붙잡힌 마교의 무사는 칼날에 목을 대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뭐야!’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는 사이 마교의 무사들은 자리를 잡고 천해비검(天駭飛劍陳)을 전개해 제갈 사혁을 압박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을 들어오자 수십 자루의 검이 제갈 사혁의 상체를 찢어발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니놈의 윗도리는 내꺼다.”

그들이 찢어발긴 건 제갈 사혁의 상의였다.

“합!”

검과 검이 교차해 몸을 압박하자 제갈 사혁은 엄청난 속도로 몸을 빙빙 돌리며 그 사이를 빠져나왔다.

“정체가 뭐..... !”

제갈 사혁의 범상치 않은 실력에 그 정체를 묻는 순간 그자의 뒤통수에서 검날이 튀어나왔다.

“너희들.....”

그 자의 입에 칼을 넣어 죽인 뒤 제갈 사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곧 죽을 놈들이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무리들 중 가장 뒤에 서있어서 제갈 사혁이 내지른 복호백열격(伏虎百閱拳)의 범위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마교의 무사는 전의(戰意)를 잃고 기수식을 풀었다.

“검을 잘 다루지만 권법에 정통하며 그의 권법 강맹하며 동시에 잔혹하기 이를 때 없다. 특히 수십 명의 적을 앞에 두고 두 주먹으로 펼치는 권격은 그야말로 천하제일 그렇다면 그대가.....”

그 말과 동시에 제갈 사혁은 손바닥으로 그자의 이마를 쳤고 목이 뒤로 꺾이자 숨통이 끊긴 마교의 무사는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그러니까.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검은 왜 또 내려놨고?”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문 제갈 사혁은 경계초소 옆 마구간의 건초더미에 곰방대를 털었고 곰방대의 불씨가 건초더미를 태우며 배교의 경계초소를 불태웠다.

“어디보자 목적지가 어디더라?”

하오문에서 준 지도를 꺼낸 제갈 사혁은 목적지 한번 훑어본 뒤 지도를 꾸겨 넣고 불에 타는 경계초소를 뒤로 했다.

‘이 난리를 치면 눈길 좀 끌겠지.’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후방 경계를 서는 자들이 배교의 무사가 아니라 마교의 무사란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생각을 바꿨다.

마교의 무사라면 객관적으로 배교의 무사들과는 그 질이 다르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그들이 배교의 전방지역과 후방지역을 장악했다면 배교는 마교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직의 결속도가 없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야.”

여기저기서 닥치는 대로 병력을 끌어 모았으니 다음날 옆 사람 얼굴이 바뀌어도 모를 수밖에......

만약 마교가 쳐들어오면 경계지역은 전부 마교인들로 이뤄져 있으니 조용히 서장으로 들어올 테고 그렇게 되면 배교는 자신의 턱밑까지 적이 쳐들어와도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제갈 사혁은 여태까지 마교가 먼저 움직여주기를 바랬다. 그런데 오늘 서장을 방문하고 난 뒤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만약 정사대전이 종전된다면 그 결전지는 틀림없이 서장이 될 것이다.

산길을 통해 목적지로 향한 제갈 사혁은 간간히 배교의 무사들을 볼 수 있었고 언뜻 봐서는 누가 배교인이고 누가 마교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본 자들이 전부 마교인일 수도 있었다.

이것을 근거로 제갈 사혁은 다시 한 번 무림맹을 움직여 마교가 움직임과 동시에 서장을 칠 계획을 떠올렸다.

반드시 누구 하나 끝장이 나야 한다면 그것은 배교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 고집은 지금도 꺾이지 않는 철근처럼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몸살이 심해져서 주말에는 거의 사경(?)을 헤맸습니다.

토요일날 갑자기 심해졌는데 토요일 오전에 병원을 못가서 진료도 못받고 끙끙앓다가 일요일날 거의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편은 제 정신처럼 축 늘어지네요.

네이버로 화산의협을 검색했는데 타입문인가? 거기에 제 글을 소개하신 분이 계시더군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작품 이야기로 들어가자면 솔직히 말해서 당하령의 이용방법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하루 잘 생각해야겠네요.

다른 소설이었으면 연애 플래그가 서는데 화산의협은 사망 플래그......

남자라서 사망 플래그

여자니까 사망 플래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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