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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협-255화 (255/262)

<-- 255 회: 마도천하(魔道天下) -->

무림맹에 입성한 당하령은 납치된 상태에서 제갈 사혁에게 구출된 것으로 발표되며 일약 화제가 되었다. 당하령은 연설에서 자신이 강압에 못 이겨 추적충을 제작하고 배교의 무공을 복원하는 일도 했음을 밝히고 스스로를 피해자임을 주장했다.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인이 하는 말은 무림인들 특히 남성들의 전투의지를 불태우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제갈 사혁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배교 척살을 주장하며 무림맹에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이 이상 배교를 방치할 수 없습니다.”

제갈 사혁은 이번에도 무림 3대 세력 유지라는 기본적인 명분으로 무림맹 장로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지난번에 실패했지 않은가? 게다가 현재 배교는 마교를 상대로 연전연승이네. 그 무서운 기세를 어떻게 꺾을 것인가?”

하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번의 실패는 그만큼 쓰라렸기 때문이다.

‘귀찮은 놈들.’

반대를 주장하는 자들은 대부분 중소방파출신의 장로들이었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로 참가의 부담이었다.

실제로 중소방파는 말 그대로 중소(中小) 십여 명 정도 병력을 내줄 수는 있지만 역시 부담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실 십여 명의 병력을 충당시키는 건 명문정파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명분정파에는 중소방파에 없는 고수들이 즐비하다. 만약 화산파에서 제갈 사혁 혼자 참가하겠다고 말해도 문제가 없다.

두 번째 이유로는 불참에 대한 조바심이다. 이게 참 아이러니한데 그렇다고 이런 일에 발이라도 대지 않으면 그만큼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참가를 해야 공을 세우고 큰소리 칠 구실이 생길 법인데 그게 힘들었다.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반대를 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손해도 문파 간의 격차도 벌어지지 않는다.

제갈 사혁은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무림맹주인 판가량을 잘 이용했다.

“맹주께서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아니네. 나는 그대의 의견에 찬성하네. 오히려 반대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군.”

“!”

“!”

바로 이점이었다. 제갈 사혁이 판가량을 지지한 이유는 그가 이런 점에서는 그 누구보다 강경하게 때문이다.

전쟁과 평화. 이 두 가지를 놓고 선택해야 한다면 판가량은 전쟁을 선택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판가량은 중소방파 출신이다. 판가량이 찬성을 하게 되면 반대여론이 꺾이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번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할 거네.”

이게 지난생애에서 약 7년간 이어진 정사대전 중에 무림맹을 이끈 판가량이라는 사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착을 내겠습니다.”

제갈 사혁이 무릎을 꿇고 포권을 취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판가량은 무림맹 장로들을 보며 말했다.

“각 문파는 성의껏 사람을 내어주길 바라겠소. 단 1명이라도 좋소. 하지만 불참은 허락하지 않겠소. 만약 불참하는 자가 있다면 무림맹주의 권한으로 해당 문파가 어디든 무림맹에서 제명 시키겠소.”

제명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무림맹 장로들은 명문중소 할 것 없이 들썩거렸다.

이게 바로 판가량의 진면목이었다. 사실 중소방파와 화산파 그리고 무당파가 지지를 하긴 했지만 뿌리를 둔 사문인 비검파가 배교에 의해 멸문 당한 뒤 맹주는 사실상 혼자였다. 때문에 판가량은 정파인이라면 당연히 참가해야 할 의무와도 같은 이번 전투에 불참을 허락하지 않으며 동시에 제명이라는 강수를 두며 무림맹주로서의 권위를 내세웠다.

“그럼 출진은 언제 할 생각인가?”

게다가 그는 이미 배교척살과 병력구상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말하며 못을 박았다.

“상시대기했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마교가 움직이길 기다릴 겁니다. 그간 마교가 배교와의 접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점이 마음에 걸려서 제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바로 마교는 어떤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갈 사혁은 마교가 배교에 잠입시킨 부하들을 염두 해두고 말했다.

“배교 경계지역에 마교가 은밀히 세작들을 투입한 것 같습니다. 만약 마교가 쳐들어올 경우 서장 경계지역이 허무하게 뚫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 마교가 하려는 것은 현실성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을 진실을 축소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을 축소하면 할수록 보다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그럼 그대의 계획은 마교의 동향을 살핀 뒤 그와 동시에 서장을 친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흑사련이 변수겠군.”

사실 지난 번 광서지역을 두고 거래를 한 것은 배교를 물리치고 고스란히 운남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무림맹이 배교를 총공격하면 흑사련을 견제하기 힘들어진다.

“흑사련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면 서장에서의 결과로 정사대전의 승패가 결정됩니다. 흑사련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습니다.”

제갈 사혁과 배교 그리고 배교와 마교로 이어지는 이번 정사대전의 원한관계에 있어 사실 흑사련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단지 그들은 정사대전이 발발할 것 같은 분위기에 편승했을 뿐이다. 만약 정사대전으로 이들이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 아마도 서장전투일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빈집털이를 한다고 해서 그게 성공할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장에 병력을 보낸다고 해서 흑사련이 사천을 넘어 온다고 해서 무림맹을 무너트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존멸(存滅)의 기로에 서있는 배교를 공격하겠죠.”

제갈 사혁은 흑사련이 이번만큼은 절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지난번에는 광서 지역을 놓고 거래를 했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마교가 배교를 공격하려 하고 그 시간에 맞춰 배교를 뒤에서 친다면 배교의 멸문은 확실시 됐다.

“그러다 잘못해서 무림맹이 무너질 경우는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비록 비어있는 자리는 있지만 무림맹 장로직 26석 26개 문파 그리고 그 밑으로 30여 개의 문파가 있고 정파표명 125개 단체가 있습니다. 사천이 무너져도 정파는 여전히 흔들이 없는 거목(巨木)입니다.”

30여 개 문파 125개 단체는 제갈 사혁이 꾸며낸 말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어떠한 진실보다 가장 설득력 있는 허풍이었다.

“그럼 상시대기를 조건으로 각 문파에서 전력을 내주고 무림맹 5대주가 총사 여망상을 중심으로 참가하겠다.”

“맹주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고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손에 넣는다. 그것이 제갈 사혁의 방식이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식당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이 있었고 무림맹 숙수는 재료비를 몰래 빼돌렸다. 달리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 마교의 움직임이 있기 전까지는.....

서장의 경계지역이 뚫린 건 그날 새벽이었다. 경계선이 뚫렸지만 달리 전투라 부를만한 건 없었다. 마교의 무사들이 신강에서 넘어왔고 서장을 지키던 배교의 무사들이 길을 열어준 게 다였다. 오후에는 드디어 첫 전투가 일어났다. 바로 배교의 본단이 자리한 곳에서.....

배교의 무사들이 만들어낸 함성소리는 눈앞에 적을 두고 더욱 거세졌다.

“절대 물러서지 마라! 그간의 전투에서 우리는 항상 승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배교다! 우리는 중원무림에서 유일하게 마교와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지휘관은 마교의 병사들을 눈앞에 두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 순간 함성소리가 멈추고 누군가 말했다.

“병신.”

“...........”

순간 그는 잘못 들었다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옆에 있는 부관들이 눈치를 살폈고 이내 그 말이 잘못 들은 게 아님을 깨달았다.

“누구냐? 감히 그런 말을 한 놈이!”

지휘관과 부관들이 검을 뽑자 배교의 무사들 사이에서 중년의 남성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나다.”

분명 하급무사가 분명한데 자신의 상관을 목전에 두고 보이는 행동은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따로 없었다.

“당장 이놈의 목을 쳐라!”

지휘관의 부관 중 한명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그 누구도 명령을 받드는 자가 없었다.

“여기에 네놈들 말고 배교 놈들이 누가 있을 것 같냐?”

“!”

그 말을 깨달은 순간 지휘관의 눈앞에 있는 모든 배교의 무사들이 자신들의 상관을 향해 검을 뽑았다.

중년의 남자가 손을 까닥거리자 수많은 배교 아니 마교의 무사들이 지휘관과 그의 부관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중년의 남자는 지휘관의 목을 잘랐고 마교진영에서 누군가가 경공을 펼쳐 빠르게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중년의 남자는 무릎을 꿇고 지휘관의 수급(首級)을 그에게 바치며 외쳤다.

“마도천하(魔道天下)! 신교불멸(神敎不滅)!”

그리고 그 말은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도천하(魔道天下)! 신교불멸(神敎不滅)!”

마교 무사들의 외침과 함께 삼매진화(三昧眞火)의 불꽃이 적장의 수급을 불태우자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가 하늘 높이 손을 들자 주위는 고요해졌고 자신을 바라보는 병사들을 향해 그는 말했다.

“가라.”

그것이 마교 교주 천중기의 유일한 명령이었다.

============================ 작품 후기 ============================

화산의협도 이제 쳅터 2개만 남겨놓았습니다.

화산의협이 완결되면 7월 늦어도 7월 말 쯤에 다음 작품을 올릴 생각입니다.

사실 화산의협보다 먼저 쓴 글이라 어느 정도 축적분이 있는데

화산의협도다 필력이 안좋을 때 쓴 글이라 수정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리고 양해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쳅터 2개만 남겨놓았기 때문에

1일 1 연재주기가 약간 흔들릴 것 같습니다.

스토리는 정말 별거 없을 정도로 단순하게 짰지만 그 대신 대사 하나 하나에 느낌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도 열심히 쓸 때니 마지막까지 제갈 사혁과 함께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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