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 회: 완결 후기 -->
화산의협을 쓸 때까지만 하더라도 E북 출판 계약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충동적으로 무협을 쓰고 싶었을 뿐 무협에 대한 사전적 지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무협소설은 전부 다 합쳐도 10 작품을 읽지 않았고 대부분 무협소설에 나오는 이름만 차용하는 퓨전 판타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갈 사혁이라는 캐릭터는 회귀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단순히 주인공 버프를 받아 강력해지는 기득권층의 악당이었으니까요. 오히려 회귀 속성을 까먹지 않고 넣어야 하는 게 힘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의 컨셉은 단순히 기존 무협 소설에 나오는 ‘시비조’ 였습니다. 객잔에서 시비거는 악당 1번 정도.
그래서 오히려 화산의협 내에서 ‘금광수’와 ‘종방영’이 자주 언급되죠. 그들은 주인공이 속성을 지닌 캐릭터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물론 이렇게 쓰면서 굉장히 편했습니다. 기존의 클리세를 비틀기만 하면 되니까.
복수 편에서도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원수의 아들까지 베고 한번 적으로 규정한 경우 끝까지 짓밟는 모습은 기존의 무협과는 달랐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객기로 글을 쓰는 건 한계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조아라와 계약을 한 뒤에 한계를 부쩍 느꼈죠. 하지만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썼습니다. 슬럼프도 몇 차례 있었고.....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혔고,....
주변 캐릭터까지 함께 아우르는 것을 포기하고 철저히 제갈 사혁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욕망에 충실하고 욕심 많은.
그러면서 먼치킨이면서 먼치킨이 아닌 전투를 펼쳤습니다. 정확히는 서백호 소위와 칠객 구마준의 전투에서부터 조금씩 제갈 사혁을 너프 시켰습니다.
오히려 덕분에 제갈 사혁이 승리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해졌죠. 단순히 무공과 무공의 싸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혀 무너트리는 게 가능했으니까요.
결말은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이신의 시점으로 이끌어간 것만 빼고요.
사혁은 끝없이 무림인의 존재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면 스스로 흑막이 되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 라는 이야기는 에피소드 중간 중간에 잘 나왔으니까요.
사혁은 아들을 낳았고 청하는 아이 교육을 엄하게 한다. 라는 식으로 거기서 더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무림인으로서의 사혁만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에는 무림을 뒤흔들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예견하며 굉장히 기뻐하죠.
마지막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부모가 되었지만 제갈 사혁은 요만큼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랄까요?
투데이 베스트도 난생처음 해봤고 노블레스 전환으로 굉장히 마음고생도 했고 유리멘탈도 어느 정도 단단해졌습니다. 그래봤자 강화유리 수준이지만.
현재 조아라 하승종 팀장님의 조언으로 새 작품의 1화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화산의협의 완결과 함께 연재를 하려 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네요. 일단 작품 등록란에 등장인물 설정만 올릴 생각입니다.
새 작품을 쓰면 일단 연참을 할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받아들여 19세 노블레스로 설정할 생각이고요.
현대 판타지입니다. 제목은 나이트메어 메모리입니다.
(아이씨~ 영어 잘 못해서 영어 쓰기 싫었는데.......)
2010년을 배경으로 몬스터를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조아라에서 2번째로 연재했던 크리스라는 작품을 기초로 한 것이고 화산의협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만화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외래어를 쓸 수 있는 만큼 좀 있어 보이는 말(주인공의 허세라든지) 등 대사를 생동감 있게 쓸 수 있게 되어 기쁘고 현대인만큼 때로는 공감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일단 1화는 현재 올렸습니다.
화산의협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여러분께서 조아라 무협 이벤트 때 추천해주셨기 때문입니다.
2004년 07월 08일 처음 조아라에서 글을 썼습니다.
그 후 5편을 썼고 완결도 내지 못한 채 습작화 게다가 마지막 작품인 프린세스 나이트는 삭제를 해버릴 정도로 완결이라는 단어는 제게 너무 먼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 작품의 막을 내렸다는 자신감으로 계속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화산의협 E북은 아직 송수겸 편도 안 왔지만.....)
화산의협을 그리고 제가 끝까지 글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3년 7월 1일 화산의협을 마무리하며 독자 여러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