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6화 (86/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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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문(下汚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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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진 공자는 우리가 장문인에게 받은 명까지 알고 있구나.”

이제야 호충에 대한 의심이 거두어지고 있었다.

이들에게 전할 새로운 소식은 또 있었다.

“이후 장문인의 무위가 완연한 절정에 이르시어 태상원로원으로 향하신다는 말씀도 있으셨습니다.”

“!!”

“!!”

“또한 화산의 미래를 무자 배에 맡긴다 하셨지요. 지금 화산은 새로운 장문인을 맞이하였을 줄로 압니다.”

“선재(善哉)로다.”

“허나 장문인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지 못하였으니 이를 어찌할꼬.”

“화산에 매화를 다시 피우자면 원로님들의 힘이 가장 필요할 것입니다. 장문인께선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시겠지요.”

무성은 화산의 보은 패를 돌려주며 말했다.

“허허허. 진 공자. 괜한 의심으로 그대를 곤란케 하였어. 내가 바로 무성(武成)이네. 이제야 내 소개를 하는군.”

호충은 보은 패를 돌려받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무성 원로님. 이제 자장의 소식을 전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 진가장은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가!”

호충은 내부에서 전해들은 것처럼 진가장에 침입한 마교의 일을 설명했다.

“진가장은 황궁의 금의위로 위장한 마교도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진가장의 산서 진출은 마교의 흔적을 찾느라 행한 일로 바꾸고, 진원우의 무공은 화산의 매화검법이 아닌 진가장 전통의 검술로 바뀌었다. 그래도 전체적인 맥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교가 진가장을 도모하려 했구나! 진가장이 마교의 큰 행사를 막아낸 것이야.”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도 무척 대단합니다. 절정급 마인들을 홀로 상대하다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마인들의 무위가 걱정입니다. 절정만 다섯이라니요. 넷을 처리하였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절정급 마인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허나 진 가주는 무사들과 두 아들까지 잃었으니···.”

“오늘 자장에서 빠져나오며 들은 소식이 또 있습니다. 두 형님이 살아있다는 소식입니다.”

“허! 그들이 마교의 손에서 벗어났는가?”

“도주 중이라는 소식만 들었습니다.”

호충은 자신의 소식을 진가장에 전하면 안 된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다만 제게 들었다는 말은 전하지 말아주십시오. 또한 진가장에도 이 소식을 전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어찌 그럴 수 있는가?”

“가주의 아들들이 살아있다면 응당 구원할 무사들을 파견해야 할 것인데···.”

“이미 진 가주가 절정의 무위를 보여 원로원에 들었고, 진가장에 있던 셋째 형님이 가주의 위를 차지하였기 때문입니다. 가주가 된 셋째 형님이 어찌 일을 처리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

“저 또한 같은 이유로 진가장에 들르지 않았습니다. 친분을 가졌던 진가장의 무인에게서 몰래 소식을 접했을 뿐이옵니다. 첫째 형님과 둘째 형님을 따르는 무사들이 백방으로 방법을 알아보고 있으니 진가장의 일은 크게 관여하지 않으셔도 될 줄로 압니다. 다만 장문인께서 원로님들을 귀환하라 명하신 일은 어찌하실지···.”

무성(武成)을 포함한 다섯 원로들은 저들끼리 상의하기 시작했다.

“화산의 정화가 돌아왔으니 화산으로 복귀하긴 해야 할 터인데···.”

“마교의 일도 심상치 않습니다.”

“정무맹에서도 화산이 빠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겠지요.”

“무엇보다 화산의 정화를 외부에 숨기자면 일부라도 자장에 가야할 것입니다.”

“인원을 나눠야겠습니다. 사형.”

복귀하라는 장문인의 명도 중요하지만 그때는 마교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을 때의 명이었다. 지금은 마교의 마인들이 출몰한 시점이라 명이 내려진 당시와는 상황이 달랐다.

“옳다. 인원을 나눠 일부는 화산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이대로 자장으로 가야겠다.”

결국 원로 둘만 남아 자장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화산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무성 사형. 사형께서 화산으로 가셔야 할 터인데···.”

자장으로 가기로 한 사람은 이들 중 조금 더 나이가 많은 무성과 무태였다.

“아니다. 자장에 모여들 무림의 인사들을 상대하자면 내가 가야 맞다. 너희는 어서 화산으로 돌아가 장문인에 오르셨을 대사형의 일을 도와라. 또한 진가의 형제들이 마교의 흔적을 발견한 홍동과 분양에 제자들을 파견해야 할 것이다.”

“그래. 또한 사형과 내가 정무맹에서 마교의 일을 파악하여 화산에 전하겠다.”

무자 배의 대사형이 장문인에 오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럼 저희는 먼저 화산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정무맹의 일처리가 끝나시면 바로 화산으로 오십시오. 사형.”

“사형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서 화산의 정화를 연구하여라. 삼대 제자와 수련한 진 공자가 이리 훌륭하니 화산은 삼대 제자들로 인해 큰 부흥을 맞이할 것이다.”

“예! 실로 그렇습니다. 사형.”

“저희도 기대가 큽니다.”

“······.”

호충은 삼대 제자들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녀석들은 또 욕만 처먹겠구나.’

특히 삼대 제자의 맏이인 백준이 무자 배 원로들을 상대로 얼마나 고생할지 눈에 선했다.

‘···미안하게 됐다. 백준. 고생 좀 해라.’

“제가 전할 말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장문인께서 제게 명하신 바를 모두 완수하였으니 실로 후련한 마음입니다.”

마교의 종자를 찾으라는 의뢰와 화산의 원로들의 복귀까지 모두 해결이었다.

‘화산의 일은 이걸로 끝이군.’

앞으로는 자신의 일만 남은 셈이다.

“허허허. 진 공자의 말대로 천운은 천운일세. 어찌 이렇게 관도에서 우리가 마주하겠는가.”

“화산의 운이 성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화산의 일과 진가장의 일을 전한 진 공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일세.”

“별말씀을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이제 진 공자는 어디로 갈 생각인가. 가주가 바뀌었으니 쉬이 진가장으로 돌아가지 못할 터인데···.”

자장까지 가서 진가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길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묻는 것이다. 호충도 지금까지 자신이 꾸며낸 말들로 인해 생긴 의문에 답해야 했다.

“서안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사귄 벗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문(門)을 일으키려 합니다.”

호충은 새로운 무림 방파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처음으로 외부인에게 알렸다.

후일 무성이 화산에 돌아가 자신의 일을 알리면 현자 배 각주와 당주들이 자신을 화산의 제자로 삼고자 할 것을 짐작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런 꿈을 꾸고 있음을 안다면 화산의 제자가 되라는 말은 쏙 들어갈 것이다.

“오호. 새로운 문이라. 내 마음으로 응원하겠네. 후일 문을 개파(開派)하면 꼭 화산에 연통하시게.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하겠네.”

“그리하겠습니다.”

무성은 호성이 타고 온 마차에 눈길을 주며 물었다.

“헌데···. 진 공자가 직접 마차를 모는가? 누가 안에 있나보군.”

“저와 미래를 약속한 이와 함께 떠나고 있습니다. 자장에선 더 이상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허허허. 그랬군.”

“부디 마교의 종자들을 소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그야 물론이지. 어서 진 공자도 길을 떠나시게. 우리는 자장에 거의 다 오지 않았는가.”

“예. 원로님. 그럼 훗날 다시 뵙겠습니다.”

호충은 화산의 원로 둘을 배웅하고 다시 마차로 돌아왔다.

“화산의 원로님들이셨어. 마침 전할 말이 있었는데, 이렇게 딱 만나네.”

“별일 아니라면 다행이어요.”

“걱정했어?”

“아니요. 우리 가가를 누가 당해 내겠어요. 오히려 상대가 걱정이지요.”

“하하하.”

“우리도 어서 연안으로 가요. 서안까지 가려면 한참은 가야하잖아요.”

호충은 화진의 바람대로 얼른 마차를 몰았다.

‘나의 문(門).’

호충은 무성에게 말한 문(門)의 개파(開派)를 떠올렸다. 흑패 연합이라는 이름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개파를 위해서라면 제대로 된 호칭이 필요할 것이다.

‘하류(下流) 인생이 모여 이루는 문(門).’

주먹이나 쓸 줄 아는 흑패와 도박장의 도박꾼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옥비연이 이끌었던 배수패와 홍루와 청루의 기녀들도 떠올랐다. 다른 지역의 흑패는 이보다 더 많은 하류(下流) 잡배들을 휘하에 두고 있었다. 객잔의 점소이와 마부, 일꾼들도 빼 놓을 수 없었다. 도둑을 휘하에 두고 장물(贓物)을 거래하기도 했으며, 유명한 사람의 시(詩), 서(書), 화(畵)를 모방하여 가품을 전문으로 만드는 집단도 있었다. 호충이 화산에 가져가 준 비급도 이곳을 통해 재료를 마련한 것이었다.

‘건달, 도박꾼, 배수, 기녀, 점소이, 마부, 잡일꾼, 도둑, 장물아비···.’

중원 무림에 속하지 못한 하류 인생에게 호충은 무공을 선물할 계획이다. 직업은 문파를 개파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했다. 어차피 무공을 익혔다면 모두가 무림인이었다.

‘이들이 모두 한 지붕 아래 모일 것이다.’

하류(下流)의 더러운(汚) 잡배가 모인 문파(門)는 호충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익히 소설에서 읽었던 문파의 명(名)이지 않겠는가.

‘하오문(下汚門).’

호충은 이곳 중원에서 하오문(下汚門)이라는 이름을 듣지 못했음을 기억해냈다. 황궁 비고의 사파 분류에 하오문이 없었고 정사지간의 비급이 모인 곳에도 없었다.

‘···없어? 무림에 하오문이 없었구나!’

과거에도 하오문이라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하오문(下汚門)의 개파조사가 되는 셈이었다.

‘현 무림에서 최강의 세력이 될 것인데···.’

대부분의 상승 무공이 실전된 현재의 무림에서 온전하고 고절한 비급을 통해 수련한 하오문의 문도들이 등장하면 볼 것도 없이 최강이었다.

‘마교. 녀석들이 하오문 최대의 적이다.’

하오문이 성장하기까지 마교가 기다려줄지가 문제였다. 마교도는 저마다 광신(狂信)으로 무장하고 지금까지 마공을 숨겨왔기에 얼마 만큼의 마공이 남아 있을지 짐작할 수 없었다. 당장 이번에 만난 마교도들만 해도 다섯이나 절정에 돌입해 있지 않았는가. 숨겨진 마인들의 무공이 얼마나 높을지 또 숫자는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호충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마교도들이 익히는 마공이 아니었다. 아무리 마공으로 무공 수위를 높여도 화경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수준의 마공서가 아닌 다음에야 화경까지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이미 심상 수련을 통해 수도 없이 마공을 상대하는 와중이었기에 수준 높은 마공조차 두렵지 않았다.

‘마교(魔教)의 서고에 천마신공(天魔神功)은 없었어.’

문제는 교주가 익힌다는 천마신공이다.

황궁의 비고에서 마교의 천마신공을 찾을 수 없었다. 마교의 서적들에 수시로 천마신공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정작 천마신공이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스승들도 심상 수련에서 천마신공을 사용하지 못했고 호충 자신도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없었다.

‘천마신공. 분명 전해지고 있을 거야.’

마교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공이니만큼 절전되었다는 장밋빛 추측은 금물이었다. 오히려 확실하게 전해지고 있다고 여겨야 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을 마교 교주를 생각하면 등골이 쭈뼛했다.

‘개파는 뒤로 미룬다. 우선은 조촐하게 개파하고 하오문을 확장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마교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이후의 일이었다. 하오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만 하면 마교를 찾는 것은 실로 쉬운 일이었다.

‘마교 녀석들도 입으로 뭐가 들어가야 살지.’

술을 먹자면 기루로 갈 것이고 여자를 사자면 홍루로 갈 것이다. 도박에 빠진 놈이 있다면 도박장에서도 마교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전을 주름잡는 흑패와 객잔의 점소이에 일꾼들까지 생각하면 못 찾는 것이 이상할 일이다.

‘오히려 마교의 최대 적이 하오문이 되겠구나.’

마교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마교가 하오문을 두려워해야 옳았다.

‘남은 것은 황궁이로군.’

하지만 이 부분은 호충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예전 호현의 말대로 모용 세가에서 힘을 쓰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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