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상단의 옥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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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으로 말씀드리자면···. 하오문의 십만 문도가 중원 전역을 이 잡듯이 뒤져 찾아낸 영약! 만년석태를 가미하여 제조한 지고한 영단으로 무림인의 내공 증진에 특효를 보입니다. 그 효과는 무려···. 내공 십년! 무려 십년의 내공을 일시에 쌓을 수 있게 돕는 이 영단의 최초 경매가는 금 팔백 냥! 응찰은 열 냥 단위로 진행할 것입니다. 현재 제조 물량이 많지 않으니, 낙찰에 실패하신 분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셔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낙찰에 성공한 상단이나 전장을 통해 향후 영단의 유통을 시작할 예정이오니 유념하여주시길 바라며···. 경매 시작합니다!”
무림인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상단과 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팔백 냥. 팔백삼십! 팔백오십! 오십 냥으로 응찰 단위를 바꾸···. 구백 냥! 구백오십 냥! 천 냥 나왔습니다!”
호중은 경매가 열기를 띠자 의문이 들었다.
“형님. 저거 진짜 영단일까요?”
“거짓은 아닐 것이다. 곧장 밝혀질 거짓을 경매까지 올라와서 하진 않을 테니까.”
“그럼 뭐 하십니까? 사셔야죠.”
“···남은 이십만 냥을 써도 될까 싶어서 그러지.”
“무려 십년입니다. 몇 개만 사서 먹어도 일 갑자는 금방입니다.”
“휴우. 몇 개만 사도록 하지.”
영단의 경매가는 천 냥을 훌쩍 넘어갔다. 그럼에도 경매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계속 이어진 경매에서 진가장은 세 개의 영단을 낙찰 받았고, 화산과 남궁, 제갈 세가에서 사이좋게 두 개씩 낙찰 받았다. 나머지는 모두 상단과 전장으로 돌아갔다. 특히 대부분의 영단을 황금전장에서 낙찰 받은 결과가 나왔다.
“오늘 출품한 총 오십 개의 영단 중에서 스물두 개의 영단을 낙찰 받은 전장과 열아홉 개의 영단을 낙찰 받은 상단이 있습니다.”
스무 개의 영단을 낙찰 받은 전장은 당연히 황금전장이었고, 무지막지한 응찰가를 부르고 낙찰에 성공한 다른 상단은 바로 삼도상단이었다. 삼도상단은 애초에 하오문에 돈을 줄 필요도 없으니 마음껏 지를 수 있었다.
“황금전장과 삼도상단에는 향후 하오문 영단의 전매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황금석은 주먹을 움켜쥐며 기쁨을 드러냈다.
“됐다!”
“감축 드립니다. 장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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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들이 영단의 효능을 알게 된 것은 경매가 끝나고 나서는 길에서였다. 경매장 내에서는 따로 앉아 있었지만, 끝나고 나서는 같은 출구를 통해 나섰기 때문이다.
“당 가주. 지금 가장 중요한 경매를 놓쳤다는 말이외다. 어찌 영단을 그냥 지나치셨습니까.”
“영단의 효능을 확신할 수 없으니 어찌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겠소.”
당세천뿐 아니라 다른 무림인도 시큰둥한 태도였다. 무림맹에서 주요 위치를 차지해버린 화산과 남궁, 제갈 가에서 응찰하긴 했지만, 다들 코웃음을 치며 뒤로 물러섰었다.
“저런 저런···. 하오문주가 상단과 전장에 견본을 주었고, 우리 상단도 그 효능을 확인했소. 그 영단은 진실로 십년의 내공을 증진시켜 주더이다.”
“···지, 지금 뭐라 하시었소?”
“지금이라도 황금전장의 문을 두드리셔야 하지 않을지···. 아. 삼도상단에서도 상당히 낙찰에 성공했으니, 거기도 접촉해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저희는 하나도 낙찰 받지 못해 무척이나 아쉽답니다.”
“그럼 진정으로 만년석태를 찾아 영단을···.”
“만년석태인지 만년석순인지 모르나, 영험한 효능의 영약을 찾긴 찾았겠지요. 그러니 십년의 내공을 일시에 올려주지 않겠습니까. 나도 믿지 못한 덕분에 상단의 호위무사만 입이 찢어집니다. 괜이 그 녀석이 입에 영단을 넣어서는···. 내가 먹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내 바빠서 이만 가보겠네.”
당세천은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황금전장의 황금석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
하지만 도착한 곳에서 마주한 것은 익히 안면이 있는 가주들과 장문인들이었다.
“당가주도 들으셨소? 우리도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니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소.”
“허!”
“아니면 삼도상단으로 가시는 편이···.”
“그래야 하려나?”
황금석은 마차 안에 있었고, 무림인들은 마차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 밖을 지키던 호위 무사 중 하나가 무림인들을 위해 입을 열었다.
“저는 장주님의 호위로 견본 영단을 먼저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영단의 실제 경험담을 듣기 위해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렸다.
“영단은 입에 넣자마자 물처럼 녹아 목을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느껴지는 영단의 거대한 기운! 십년의 공력을 늘려주었지만, 아직도 제 몸에 영단의 기운이 남아있는 느낌입니다.”
“허어! 어찌 그런 영단이 존재할 수가···.”
하지만 직접 먹고 경험했다는 이가 눈앞에 있었다.
“몇 개의 영단은 낙찰 받지 못한 문파에 넘긴다 하셨으니 기다리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실 겁니다.”
“······.”
당세천은 조바심이 났지만, 자신의 차례는 가장 나중이었다.
‘삼도상단으로 가야겠다.’
얼른 삼도상단으로 발걸음을 옮긴 당세천은 여기서도 무림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길.”
“조금 늦으셨습니다 그려.”
“모용 가주.”
“이쪽이 가능성이 더 큰 듯하여···.”
대화가 이어지기 전에 삼도상단 측에서 큰 소리가 나왔다.
“삼도상단은 향후에 따로 매각합니다. 오늘 황금상단이 매각하는 금액에 맞추어 판매할 것이니 오늘은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모용태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젠장. 황금전장에 남아있을 것을···.”
줄을 서 있던 무림인들이 후다닥 다시 황금전장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당세천은 아무도 없는 삼도상단에 남았다.
“상단주를 뵙고 싶네.”
“아. 당가주님. 지금은 영단을 팔지 않사온데···.”
“어차피 언젠가는 팔지 않겠는가. 미리 예약하려 함이네.”
“아. 예. 지금은 상단주님이 중요한 볼일이 있어 출타중이십니다. 부상단주님께 안내 하겠습니다.”
그날 당세천은 영단을 확보했지만, 가격은 들을 수 없었다.
“황금전장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대로 당가주님께 영단을 넘기겠습니다.”
영단의 가격은 문제가 아니었다. 십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면 경매에서 낙찰된 금액의 두 배라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더는 안 되는가?”
“두 개 이상은···.”
“삼도상단은 열아홉이나 낙찰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가주님만 알고 계시십시오. 실은 남궁가와 제갈가에서 먼저 다녀갔습니다.”
“!”
삼도상단을 알고 있었던 남궁곤이 제갈진과 함께 먼저 다녀간 것이다.
“하여 저희도 상단에 배정된 물량을 빼서 드리는 것이오니 이번엔 이걸로 만족하시지요. 다음에 물량을 확보하면 가장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약조하였네.”
“물론입지요.”
자장에서 패조의 조장을 맡았던 하건림이 지금은 삼도상단의 부상단주 노릇을 하고 있었다. 흑조의 조장이었던 남강청은 다른 지역에서 부상단주 노릇을 하는 중이다. 지역의 작은 흑패 조장이었던 둘에겐 나름의 출세였다.
하건림은 앞으로 당가에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남은 물량은 확실히 배정해드립지요.’
하오문에서 제조한 하급 영단이 오십 개 뿐이었겠는가. 지금도 수천 개의 영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당가에서 지불할 자금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군.’
“외람되오나, 당가에서 얼마나 많은 물량을 원하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최대한!”
하건림이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이보쇼. 주머니에 얼마나 남았는지 이실직고하시란 말입니다.’
“만약 저희가 스물의 영단을 넘기면, 최소 삼만 냥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인데···.”
오늘 영단의 평균 낙찰가가 천오백 냥에 이르렀던 것이다. 만약 황금전장에서 정한 영단의 금액의 이천 냥이라면 이십 개의 영단 값이 사만 냥에 이를 수도 있었다.
“······.”
당세천은 뇌룡심법을 낙찰 받느라 가문의 가용 자금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 개는 살 수 있을 것이야.”
“아. 예.”
‘향후 당가의 여유자금은 이만 냥 내외. 다섯 개 정도만 먼저 팔아야겠군.’
“물량을 맞춰보겠습니다. 가주님.”
“···사천에서 장사하려거든 당가에 밉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야.”
“······.”
사천에 무림맹이 새로 출범하였지만, 본래 사천(四川) 성도(成都)를 완전히 휘어잡고 있는 가문이 따로 있었다. 사천당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당문이 바로 그 가문이었다. 당세천의 말대로 사천에서 상행을 이어가려면 당문에 밉보일 수 없었다.
“···삼도상단은 추가 물량 전부를 당가에 배정할 것이옵니다.”
“하하하. 말이 통하는 상단이었어.”
‘돈이나 잘 모아두쇼.’
하건림의 눈에 당문의 가주는 그저 호구로 보일 뿐이다.
***
남궁곤과 제갈진은 이미 경매장에서 멀리 떨어진 객잔에 도착해 있었다. 화산파의 무환은 영단을 화산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빠졌기에 둘만 따로 만난 것이다.
“감축 드리오. 가주. 덕분에 나도 물량을 확보했소.”
“하하. 삼도상단을 미리 알고 있었던 터라···.”
“삼도상단은 그리 유명한 상단은 아닐 터인데···.”
“삼도상단의 후계자와 안면이 있다오. 앞으로 우리 남궁가에 납품해달라고 계약까지 맺은 곳이오.”
제갈진은 중요한 사안이 있음에도 출타했다던 삼도상단의 상단주가 어디로 향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남궁가와의 거래라면 상단주가 직접 관여해야 했을 것이다.
“삼도상단의 상단주가 어딜 갔나 했더니 남궁가로 간 모양이오?”
“그렇소. 안 그래도 바쁜 일이 마무리 되어서 안휘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삼도상단의 후계자와 상단주를 오라 하였으니 말이오.”
하지만 일개 상단과의 거래에 가주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음이다.’
“계약으로 끝이면 총관이 알아서 할 터인데···. 다른 일이라도 있으신 모양입니다?”
“역시 제갈가엔 숨길 수 있는 일이 없소. 허허.”
너털웃음을 보인 남궁곤은 실전한 비급을 되찾은 일을 언급할 수 없었고, 다른 일을 입에 올릴 수 있었다.
“삼도상단의 자제가 무척 마음에 들었소. 녀석과 딸아이를 맺어줄 생각이오.”
“허허허. 조만간 남궁가에 경사가 있겠군.”
“두고 봐야 알 일이지요.”
“두고 보긴 뭘 두고 보겠습니까. 남궁가의 금지옥엽이라면 모용가의 여식이 빠진 자리를 채울 차기 일봉이 아닙니까. 이러다가 일봉은 급히 혼인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겠습니다.”
“허허. 옥 공자가 워낙에 인물이 좋아서 말입니다. 게다가 성품은 또 얼마나 바른지···.”
“······.”
제갈진은 옥 공자라는 말에 요 근래 제갈가에서 찾던 옥비연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제갈가에 비급을 가져다 준 이도 빼어난 용모에 출중한 무공을 갖추고 있었고, 바른 성품을 갖고 있었다.
“남궁가주. 혹시 옥 공자의 성명은 어찌됩니까?”
“비연이라 하였소.”
“!!”
빼어난 용모에 바른 성품, 이름까지 같은 이가 중원에 몇이나 될 것인가. 같은 인물일 확률이 구할이었다.
“삼도상단···. 상단의 자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