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강림(滿月降臨)
***
남궁곤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직전에 문이 열렸다.
‘오라면 바로 올 것이지.’
열린 문으로 두 여인의 발이 동시에 들어왔다.
“가주님의 명을 받아 인사드리러 왔나이다.”
소선이 먼저 입을 열었지만, 제갈미는 실용을 우선했다. 이미 여정 중에 인사한 인물들 사이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아낸 것이다. 옥비연의 얼굴도 확인했지만, 먼저 인사할 대상은 따로 있었다.
“인사 올립니다. 상단주님. 제갈가의 미라 하옵니다.”
“허허. 제갈가의 귀한 따님을 뵈옵니다.”
“말씀 낮추시어요. 저는 그저 가문의 천덕꾸러기일 따름이옵니다.”
방금 전 날카로운 눈빛은 어디로 갔는지 봄바람처럼 따스한 눈빛과 예의바른 말이 흘러나왔다.
‘저게 진짜···.’
소선도 얼른 앞으로 나서서 인사했다.
“남궁가의 소선이옵니다. 상단주님. 이제야 인사 올립니다.”
“허허. 일봉이라는 칭호가 허명이 아니었습니다.”
송 영감이 두 여협의 인사를 받느라 분주한 사이 옥비연은 올 것이 왔다는 심정이었다.
‘그것도 둘이 한꺼번에···.’
하나만 해도 벅찬 여인이 동시에 한 자리에 모여 버렸다.
“···처음 인사 올립니다. 소선입니다. 옥 공자님.”
소선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처음으로 비연에게 말을 걸었다.
그에 비해 비연의 답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삼도상단의 옥비연입니다.”
“······.”
너무 짧은 답에 아쉬워할 사이도 없이 뒤에서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기다리던 제갈미가 나섰다.
“옥 공자님. 다시 뵈어요. 또 뵈니 더 반가운거 있죠?”
“···아.”
“!”
‘벌써 옥 공자와 안면이 있었어?’
크게 뜬 눈과 경악한 얼굴이 소선의 마음을 대변했다.
‘분명 대형께서는 단박에 잘라내셨다고 들었거늘···.’
제갈가에 갔다가 제갈미와 마주하기는 했지만, 스쳐지나갔을 뿐이고 인연을 만들어주려는 제갈가주에게 확실한 거절의 말을 남겼다고 전해 들었다. 그런데 제갈미는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제가 워낙에 많은 이들을 만나는 터라 꼭 처음 뵙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인사드리지요. 삼도상단의 옥비연입니다.”
“······.”
크게 실망한 표정의 제갈미였고, 그에 대비되는 남궁소선의 웃음이 이어졌다.
“훗.”
두 여인의 눈이 다시 불꽃을 튀기기 시작할 찰나 한천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남궁가의 한천이 인사 올립니다.”
“남궁가의 대공자를 뵈옵니다. 삼도상단의 송동석입니다. 비연을 통해 말씀은 들었습니다. 부족한 손주와 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문주님. 앞으로도 비연과 깊은 정을 나누며 사귀겠습니다.”
“허허허.”
한천은 또 눈치 없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어르신들께서 편히 나누시도록 비연과 저는 따로 자리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가주님.”
“···그러도록 해라.”
차마 소선을 위해 남으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저 놈은 딱 보면 알았어야지.’
제갈가주의 딸과 자신의 딸 사이에 일어나는 냉랭한 기운이 확연한데, 한천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옥비연을 데리고 나간다는 것이다.
“비연. 우리는 나가자.”
한천의 말에도 비연은 한 번 더 물었다.
“가주님. 제가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이미 허락하였네.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아버지의 허락에 한천은 비연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렸다.
“가자. 비연.”
비연은 호충에게 받았던 서찰의 내용에 충실하게 한천을 대했다.
“예의는 어디다 팔아먹었어? 어르신들이 계신데···.”
호충의 서찰에는 [막대해도 상관없는 실없는 놈]이라고 적혀 있었다.
“크흐흐. 내가 이렇지 뭐. 그나저나 네 연인은 어쩌고?”
“!”
“!”
연인이라는 말에 두 여인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인연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법이 아니냐.”
“헐. 선녀가 하늘로 날아갔어? 어쩌다가 그랬단 말이야?”
“선녀는 무슨···.”
“후우···.”
“후우···.”
두 여인은 저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서로를 인식했다.
흠칫.
같은 마음이니 두 여인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잠시 저와 따로 뵙지요.”
“제가 할 말입니다.”
두 여인도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었던 터라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고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
“······.”
남은 것은 황망한 남궁곤과 제갈진이었다.
“젊은 아이들은 서로 같이 어울려야 맞겠지요.”
송 영감의 말에 남궁곤이 얼른 지시했다.
“가서 한천에게 소선을 데리고 나가라고 해.”
“예. 가주님.”
제길진도 지지 않았다.
“우리 미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
제갈진은 남궁곤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명령했다.
“가서 미에게 남궁가의 여식과 안면을 익히라 해라. 젊은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지금이 아니면 힘들지.”
“예. 가주님.”
“······.”
‘제갈가주. 정말 이러기요?’
‘남궁가주. 나도 어쩔 수 없소.’
둘은 이제 눈빛으로도 대화할 수 있었다.
“다들 선남선녀가 따로 없습니다. 자식들을 저리 훌륭하게 키우셨으니, 딱히 바라는 것이 없으시겠습니다.”
“허허허. 아들놈은 허우대만 멀쩡합니다. 사실 소선이가 정말 바르게 컸지요. 어찌나 명석한지 성현의 지혜가 담긴 서책을 하루도 빠짐없이 읽고 가문의 무공을 익히는데도 게으름이 없었습니다. 어디로 시집가도 부끄럽지 않을 아이입니다.”
이때다 싶어 소선의 자랑을 늘어놓는 남궁곤이었다.
“허허허. 남궁가의 여식은 용모만 빼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려.”
제갈진도 얼른 여식의 자랑을 늘어놨다.
“우리 미는 제갈가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았답니다. 옥 공자가 전해준 가전 무공을 저 아이가 대부분 해석하고 있지요. 저 아이가 남아였다면 제갈가를 물려주었을 것입니다.”
“아! 그 어렵다는 제갈가의 천궁전도를 말입니까? 정말 대단합니다.”
“······.”
“······.”
남궁곤과 제갈진의 눈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곧 있으면 불꽃이 튀길 지경이다.
“제가 송 문주께 한 가지 여쭐 말이 있습니다.”
화산파의 무환 장문인이 나서지 않았다면 둘은 언제까지고 눈싸움을 했을 것이다.
“말씀하십시오. 장문인.”
“현 자 배의 아이들이 송 문주님과 마주했을 때···.”
무환은 현진이 월하검문의 송 문주에게 전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다시 묻고 싶었는지 모른다.
“한 아이를 월하검문에 천거했다고 들었습니다.”
“······.”
송 영감도 기억하는 내용이었다.
‘이건 또 무슨···.’
‘화산파의 인물이 월하검문에 인재를 천거해?’
둘은 월하검문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는데, 화산파는 뭔가를 알고 있었다.
남궁곤과 제갈진의 의문은 이어진 무환과 송 영감의 대화로 풀 수 있었다.
“화산의 제자 현진은 월하검문은 일인전승으로 전해진다 하여 화산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그 아이를 송 문주께 천거했지요.”
“그렇습니다. 마침 삼도상단 본점이 섬서성 서안에 위치했기에 서안에 있다는 그 아이를 기억하고 있었지요.”
“···그 아이를 찾으셨습니까?”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디서든 특별함을 드러낼 아이가 아닙니까.”
“허허허. 호충이가 드디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월하검문은 화산파 덕분에 문파의 전승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송 문주님의 성정을 보니 호충이 잘 지낼 거라 확신할 수 있지만, 노파심에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무환은 이미 남궁곤과 제갈진이 밝힌 터라 어렵지 않게 화산파의 일을 입에 올렸다.
“옥 공자가 남궁가와 제갈가의 비급을 찾아준 것처럼 호충은 화산의 비급을 찾아주었습니다.”
“허! 녀석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았는데···.”
송 영감이 왜 모르겠는가. 당시 화산파에 오르는 산 밑자락에서 호충과 왕호의 사기를 직접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던가.
“그렇지요. 녀석은 어디에도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의가 있는 아이니까요.”
“허허. 그렇습니다. 무인이기 전에 거인이었습니다. 저도 그 아이에게 배울 것이 있을 정도랍니다. 말하지 않기로 했다면 목이 칼이 들어와도 발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송 영감 본인의 무공을 호충에게 배우지 않았겠는가. 송 영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부디 화산을 대신해 송 문주께서 잘 보살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제 저의 제자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비연 녀석도 호충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둘의 대화를 듣던 제갈진이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나섰다.
“장문인. 호충이라는 아이가 화산파의 비급을 가져왔습니까?”
“···그저 간단하게 가져온 것이 아닙니다. 온 몸을 다 바쳐서 화산파 전부를 설득했지요.”
무환은 화산파 대회합에서 피를 토하며 개화검결을 펼치던 호충을 떠올리고 있었다.
“화산파의 삼대제자들과 함께 잠시 수련하기도 했습니다. 현 자 배에 듣기로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다른 백 자 배의 삼대제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고 하더이다. 어찌나 배움이 빠른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공의 깊이까지 심오했습니다. 호충은 화산파에 돌아온 개화검결을 단숨에 익힐 정도로 대단한 기재였지요.”
“그런데 어찌 화산파 밖으로···.”
무환은 일부러 호충의 성을 말하지 않았지만, 물으니 답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다.
“그 아이의 성이 진가이기 때문입니다.”
“진? 진호충?”
“그 아이가 진가만 아니었어도 화산파 제자로 들이고 매화검법을 가르쳤을 것입니다. 이미 송 문주께서 그 아이를 얻으셨으니 저도 포기해야 겠지요.”
“진호충이라면···. 어라? 그 아이는···.”
무림맹 맹주에 오른 진호현의 신상을 모조리 기억하는 제갈진은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호충은 진가장에서 외면하고 있는 전대 가주의 막내아들입니다. 지금은 맹주의 막내 동생이라고 해야 맞겠군요.”
“······허. 그렇다면 진가장의 공동가주가 되었어야 하지 않습니까.”
“가문에서 배척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공동가주라고 밖에 떠들지만, 내부에선 가문으로 들이지 않는 것이지요.”
“······.”
송 영감은 이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도록 가만히 기다렸다.
“우리도 알다시피 맹주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지요.”
“진가장의 둘째라는 놈도 날카로운 눈매가 무척 사나워 보였습니다.”
“셋째는 하오문주가 맹에 들어왔을 때 뒤에서 공격하기까지 했지요. 그들 셋이 막내를 어찌했을지 보지 않아도 훤합니다.”
셋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이들의 성토가 한참이나 이어진 결론은 하나였다. 막내 호충을 제외한 나머지 셋이 개차반이라는 결론이었다.
‘이쯤하면 됐구나.’
송 영감은 무환을 향해 단단하게 말했다.
“저는 호충을 월하검문의 삼십팔대 문주로 훌륭히 키워낼 것입니다. 훗날 화산파에 들러 장문인께 녀석을 인사드리지요.”
“하하하. 그 말씀을 안 하시면 어쩌나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릅니다. 현 자 배의 아이들이 무척이나 호충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연회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풀어졌을 때 남궁곤이 아까부터 참아왔던 말을 꺼냈다.
“귀문의 무공을 견식할 기회를 달라고 조를 참인데···. 제 청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얼마나 대단한 무공일지 궁금증이 일어 참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잠시 대련을 청합니다.”
남궁곤의 눈은 피곤을 잊고 반짝거렸고, 제갈진과 무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자리에서 무공이라니···. 하지만 나도 이들에게 내 무공을 선보이고 싶으니 이제 나도 무림인이 다 되었군.’
“가주님의 청을 어찌 무를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가 대련에 익숙지 않으니 먼저 월하검문의 무공을 견식해보심이 어떠하신지요. 그래도 대련을 청하신다면 따르지요.”
“보통은 문파의 무공을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법이지 않습니까.”
모든 무림 방파와 가문이 동일했다. 아무리 작은 무림 방파라도 문파의 무공을 외부에 선보이는 것은 대죄에 속한다. 무공이 유출되어 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대련이라는 것도 극소수의 인원만 동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무림맹 창설에서 진행한 무림대회가 크게 흥행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함부로 보기 힘든 무림인들의 대련을 대놓고 볼 수 있으니 너도나도 대회를 보러 온 것이었다.
“월하검문은···. 남들에게 보인다고 약점이 드러날 무공이라면 뜯어고쳐 채워야 할 일이지, 숨길 일이 아니라고 가르친답니다. 월하검문의 선조로부터 이어진 가르침이지요.”
“허! 정녕 대단합니다.”
“일인전승의 문파라 확실히 다르군요.”
월하검문의 선조가 아니라 호충에게서 받은 가르침이었다. 호충은 네 스승과 매일 같이 대련하며 자신의 무공을 일신우일신하는 일이 당연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궁가의 연무장으로 가서 월하검문의 월하답보를 보여드리리다.”
“갑시다. 제가 얼마나 궁금했는지 모릅니다.”
“험험. 그럼 저도 실례하지요.”
“호충이 배우는 검이라면 저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다 같이 가시지요.”
넷은 남궁가의 연무장으로 이동했고, 송 영감은 단단한 청석이 깔린 연무장 바닥을 보며 미소 지었다.
‘술자리보다 연무장이 더 좋다니···.’
이제 자신도 무림인라고 불려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부족한 검술이지만, 지켜봐주시지요.”
송 영감은 일부러 월하답보를 선보이고 있었다.
‘진검으로 대련했다가는 비연의 말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실수로 가주의 목을 자르면 큰일이지 않은가.’
스르르릉.
연무장으로 내려선 송 영감의 검이 뽑혀 나왔고, 천천히 보법을 밟아 나갔다. 월하답보의 검식은 느릿한 보법에 맞춰 하나씩 풀려나갔다.
‘완숙한 경지로군.’
‘느리지만 깊이가 있다. 실로 월하답보(月下踏步)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검공이다.’
‘···도가의 향기가 나는 듯하구나.’
셋은 고요한 가운데 월하답보를 지켜봤고, 느릿하게 이어지던 검식이 조금씩 속도를 붙여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송 영감이 외부에 기운이 드러내는 것도 아니라 깊은 내공을 지녔다고 추측되지도 않았다.
“······.”
“······.”
“······.”
이것이 전부인가 싶어 실망감이 들려던 차였다. 송 영감의 검이 어느 순간 사라져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씩 잠룡진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
“!”
“!”
‘저게 대체···.’
‘내, 내가 잘 못 보았나?’
‘저건!’
오직 화산파의 무환 장문인만 월하답보의 검식을 알아보고 있었다. 또한 몇 번이고 같은 모습이 반복되자 남궁곤과 제갈진도 알아볼 수 있었다.
‘정중동(靜中動)’
‘불문(佛門)의 정중동이 녹아 있는 검공이라니···.’
송 영감의 검식이 월하답보의 중반에 달하자 검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완연하게 드러난 웅혼한 기운은 덤이었다.
사각.
초승달과 같은 검기가 바람처럼 청석이 깔린 연무장 바닥을 쓸고 지나갔다.
“!”
남궁곤은 검기가 남긴 날카로운 흔적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송 문주가 나와 대련하지 않고 직접 보여준 이유가···.’
저런 검공과 내공을 지닌 고수와 대련했다가는 목숨이 남아날 수가 없었다.
월하답보의 후반부 첫 초식에 도달한 송 영감은 그 이상을 보여줄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그대들에게 보여줄 것은 이 검식이 마지막이오.’
무림에서는 삼 푼의 실력을 감춰야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타닥.
허공에서 몇 번 발을 굴러 높이 솟아오른 송 영감의 신형이다. 송 영감은 허공에서 연무장의 단단한 청석 바닥을 향해 검을 출수했다.
“만월강림(滿月降臨)!”
초식의 이름대로 마치 거대한 보름달이 땅으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콰과광.
부서진 청석이 포탄에 맞은 듯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연무장에 거대한 상흔을 남긴 송 영감은 사뿐히 바닥에 내려섰다.
탓.
그리고 외부로 드러난 웅혼한 기운을 잠룡진으로 다시 수습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