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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132화 (132/250)

[제43장] 이동대법 1

[제43장] 이동대법

이동대법.

단순히 생각하면 매우 쉬운 일이었다.

한 곳에서 한 곳으로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순간 이동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그 거리가 멀수록 그 어려움은 높아진다.

백자안은 아침이 되기 전에 이동대법을 완성하기 위해 숙고에 들어갔다.

이동대법을 창안해 이곳 신선대감옥을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특히 악미미의 생명이 달려있기에 절대 실패가 없어야 했다.

‘이동대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움직임과 움직이지 않음의 차이를 없애야 한다. 이형환위의 극대화라고나 할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백자안이 마음속으로 한 점을 그렸다.

이제 그 점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생각이었다.

결국 특수 이동대법 또한 무형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기에 일단 마음에서 시범을 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매우 막연한 시도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이 없었다면 애초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옆에 있던 악미미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백자안은 집중하기 위해 먼 거리에서 들리는 음파를 차단해둔 상태였다.

그래서 누군가 다가오면 기침을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점이었다.

아직 새벽이었다.

날이 밝아야 반선들이 와서 그들을 데려가리라 생각했다.

적어도 한 시진은 더 연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백자안이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이미 마음속의 점이 서서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깨달음의 결과였다.

움직임과 움직이지 않음.

즉 동(動)과 부동(不動)이 다르지 않음을 의념으로 꽉 채워주자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제는 장소 간의 이동을 단숨에 시도하는 것만 남은 상태였다.

‘이번에도 중요한 것은 역시 부동심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공간의 제약을 넘을 수 있다.’

순간, 백자안의 몸에서 금빛 기운이 우러났다.

백자안이 눈을 뜨고 악미미의 손을 잡은 것은 그 직후였다.

스스슷.

아직 이동대법이 초보라서일까.

두 사람의 모습이 바로 사라지지 않고 점점 엷어졌다.

그때였다.

노인 한 명이 감방 안으로 들어왔다.

한데 그는 바로 오행반선이 아닌가.

“백자안! 네놈이!”

오행반선이 깜짝 놀랐다.

애초 그는 마지막으로 천마검의 행방을 묻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신선대감옥 입구에는 경계를 서고 있는 반선들이 백여 명이나 있었기에 탈출은 거의 불가능했다.

오행반선은 그들 경계 반선들에게 자신이 만든 단약들을 뇌물로 주고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물론 천마검에 대한 질문만 할 생각이었다.

한데 백자안과 악미미가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곧이어 오행반선의 외침을 들은 경계 반선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미 백자안과 악미미의 모습은 잔영만 남은 상태였다.

오행반선이 장풍을 날린 것은 그때였다.

원래 신선대감옥에 수감된 죄수를 회주의 명 없이 일방적으로 처형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백자안을 통해 지존검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죄수를 빼돌렸다는 오해를 피하고자 오행반선이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파팡.

장풍을 맞은 백자안의 몸이 앞뒤로 출렁이며 피를 토했다.

이는 운기조식 중 급습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오행반선은 백자안에게 혈도를 찍히는 등 수모를 당한 적이 있어 전력을 당했다.

“으윽!”

백자안이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동대법이 마무리되어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는 악미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 역시 백자안이 중상을 입은 것을 봤기 때문에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스스슷.

백자안과 악미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오행반선이 탄식했다.

“이놈이 이동대법까지 연마했을 줄이야. 설마 스스로 깨우쳤단 말인가.”

“오행반선. 어떻게 된 것이오?”

경계반선 중 우두머리가 물었다.

그는 신선대감옥의 옥장이었다.

혹시 몰라 정심회주가 옥장으로 하여금 직접 백자안과 악미미를 지키게 한 것이었다.

한데 모두 보는 자리에서 탈옥했으니 그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동 중이었소. 어서 추적대를 편성해 놈을 쫓으시오. 회주님께는 내가 직접 보고하겠소.”

“알겠소.”

* * *

악미미.

그녀는 지금 백여 마리가 넘은 늑대 괴수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그런 그녀의 등에 업혀 있는 사람은 바로 백자안이었다.

특수 이동대법을 통해 신선대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어딘지 모를 숲속에 떨어져 늑대 괴수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오행반선의 일장을 받은 백자안은 즉시 정신을 잃었다.

그가 방어나 반격을 하지 못했던 것은 이동대법 때문이었다.

아직 미숙한 대법이라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던 것.

그렇다고 공격을 피하고자 이동대법을 중단했었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위험했다.

이동대법의 특성상 중간에 그만두다 잘못되면 혼백이 흩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대법은 분신술과 비슷했다.

비록 아직 양신을 만들 능력은 되지 못하는 백자안이었지만, 얼마 전 분신과 비슷한 환영을 만드는 데 성공한 그였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쨌든 이동대법에 성공해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

악미미 역시 처음에는 기뻐했었다.

언뜻 둘러봤지만 주위에 정심봉과 비슷한 모양의 봉우리가 없었다.

다만 백자안이 중상을 입고 정신을 잃은 게 걱정이 되어 살펴보려는데, 곧바로 늑대 괴수 무리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녀가 이놈들을 괴수라고 단정지은 것은 간단했다.

놀랍게도 놈들이 사람과 같이 말을 하고 있었다.

“후후후! 감히 우리 구역에 함부로 진입하다니. 네놈들도 반선들이냐?”

늑대 괴수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물었다.

사실 놈의 얼굴은 얼마 전 백자안에게 죽임을 당한 신임 대인자문주와 비슷했다.

아무래도 같은 무리인 것 같았다.

“우리는 반선이 아니다.”

악미미가 소리쳤다.

백자안의 도움으로 무공이 무형검 직전까지 오른 그녀였지만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그녀는 자신의 진전된 능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치 영약을 복용하고 며칠 동안 운공을 통해 그 약효를 흡수해야 하듯, 옥녀심공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현재 수준이라도 이전보다 최소 두 배 정도는 무공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 결과물이 그녀 앞에 있었다.

늑대 괴수들의 사체 십여 구가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조무래기였지만 늑대 괴수들이 함부로 공격을 못 하고 포위만 하는 이유였다.

“반선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이냐?”

“우리는 무림에서 왔다. 이곳 신선계에는 정심회 반선들에 의해 끌려온 것이다.”

“그럼 정심회 반선 놈들에게서 탈출했다는 것이냐?”

“그렇다.”

“으음, 무림에서 온 게 맞는 것 같군.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구역을 침범한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선이든 무림인이든 우리 구역을 침범한 자는 모두 죽어야 한다.”

우두머리 늑대 괴수가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순간, 백여 마리 늑대 괴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사실 우두머리 늑대 괴수가 악미미와 대화한 것은 좀 더 완벽한 합공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였다.

“크아앙!”

본색을 드러낸 것인가.

늑대 괴수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덮쳐오는 모습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악미미는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욱 침착해졌다.

지금 그가 늑대 괴수들을 막아내지 못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백자안까지 당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전신에 자신도 모를 힘이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옥녀심공의 기운인 옥녀진기였다.

위급한 순간이 되자 옥녀진기가 폭발한 것이었다.

이는 대성을 이룬 옥녀심공의 위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흥!”

악미미가 코웃음을 치며 신형을 날려 십여 장 허공으로 치솟았다.

늑대 괴수들이 그녀를 따라 날아올랐다.

휙휙.

그뿐만 아니었다.

놈들의 앞발에서 괴이한 경력이 발출되어 악미미와 그녀의 등에 업힌 백자안을 공격했다.

악미미가 두 손을 빠르게 교차하며 장풍을 날렸다.

바로 옥녀신장이었다.

십이성 대성을 한 옥녀신장의 위력은 가공했다.

귀를 찢어놓을 듯한 파공성과 함께 늑대 괴수들이 날린 장력들이 그대로 흩어졌다.

가장 높이 올라온 늑대 괴수들의 머리통이 터져나간 것은 그 직후였다.

옥녀신장이 놈들을 휩쓸고 지나간 것이었다.

“크윽!”

“케엑!”

늑대 괴수들의 비명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녹색 피와 뇌수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악미미가 허공에서 원형으로 선회를 하며 연달아 옥녀신장을 날렸다.

쏴아아아.

해일과도 같은 장력.

그 힘은 어떤 것도 파괴할 수 있을 듯 했다.

늑대 괴수들이 당황하며 도주하려 했으나, 그만 피하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이런!”

우두머리 늑대 괴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수하들은 이미 몰살당한 후였다.

그는 백여 마리의 늑대 괴수를 거느리고 있는 백랑대(百狼隊) 대주였다.

신선계에서 반선들이 사는 신선봉 사이 사이에는 이처럼 괴수나 요괴들이 장악한 곳이 많았다.

그 때문에 외부 세력이 침입하면 무조건 죽이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자기 구역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악미미와 백자안이 떨어진 곳은 바로 늑대 괴수들의 서식지였다.

백랑대주가 다시 말했다.

“네년이 우리 대원들을 모조리 죽이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공격은 네놈들이 먼저 했다.”

악미미가 지상에 내려와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자신감을 얻은 표정이었다.

백랑대주가 말했다.

“이미 다른 백랑대에 연락했으니, 절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다른 백랑대?”

“그렇다. 우리 같은 백랑대의 숫자는 무수히 많지. 게다가 우리는 백랑대 중에서도 최하 부대에 속한다.”

“으음······.”

악미미가 안색을 굳혔다.

사실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조금 전 옥녀신장을 날리면서 내공의 소모가 극심했다.

늑대 괴수들의 호신강기가 웬만한 무림의 일류고수보다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두머리까지 제거한 후 조용한 곳을 찾아가 운공요상을 할 계획이었다.

한데 이런 백랑대가 무수히 많다니, 갑자기 위축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백랑대의 수가 얼마나 되지?”

“최소 천 개는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천 개라면 네놈들 같은 무리가 십만이나 된다는 말이냐?”

“그렇다. 백랑대 열 개가 모여 움직이면 천랑대(千狼隊)가 되고, 천랑대 열 개가 함께 움직이면 만랑대(萬狼隊)가 되지. 네년의 무공이 비록 강하나 절대로 천랑대주님이나 만랑대주님을 당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천랑대주? 만랑대주? 그 위에는 또 없느냐?”

“물론 있다. 십만랑(十萬狼)께서 계시지. 괴수왕(怪獸王) 중 한 분인 그분은 반선들보다 강하신 분이다.”

백랑대주가 말을 하며 자세를 다시 잡았다.

악미미의 빈틈을 노리는 것 같았다.

늑대 괴수의 총수가 십만이라면 놈과 같은 백랑대주 역시 천 명에 달한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신선계 구조에 대해 잘 모르는 악미미로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괴수들이 비단 늑대 같은 이놈들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싸움을 하게 되면 결국에는 지쳐서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악미미가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백자안을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냈다.

‘일단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놈까지는 내가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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