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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32화 (232/250)

[제75장] 수혈대법 1

[제75장] 수혈대법

악양루.

악양의 명소인 이곳에 며칠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바로 사흘 후로 다가온 무림혈맹주 십만혈군과 여황제의 혼례식이 이곳에서 거행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단기간에 무림을 제패한 십만혈군과 과거 절대황녀로 유명한 황제의 혼인은 그야말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다들 그 내막은 짐작하고 있었다.

절대황녀가 압박에 굴해 어쩔 수 없이 혼인에 응했다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그녀를 따르는 황군 대부분이 와해된 상태였다.

이는 절대황녀가 자초한 면이 컸다.

혈교가 재발호하여 무림을 어지럽히자, 절대황녀가 명을 내려 황군으로 하여금 지존맹을 돕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전에 무명노승이 황궁에 긴급지원을 요청한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백만 황군을 이끌고 낙양으로 간 사람은 바로 국사 황룡선생이었다.

하지만 낙양에 도착하기 전 황군은 강력한 적을 맞이하고 말았다.

바로 백만 마계살수였다.

병력의 수만 보면 비슷했지만, 그 무위에 있어 황군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결국 마계살수의 수장인 총살수에 의해 황룡선생의 목이 날아갔다.

그가 이끌던 황군은 대패를 당해 살아 돌아간 사람은 고작 십만여 명뿐이었다.

지금 절대황녀를 호위해 이곳 악양으로 오고 있는 황군이 바로 그들이었다.

물론 이번에는 전과 달리 황군의 배후에 천계 고수들이 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고 있었다.

그 점이 무림인들이 기대하는 부분이었다.

만약 이번 혼례식 때 십만혈군을 제거만 할 수 있다면 무림과 황궁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 분명했다.

정오 무렵.

악양성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평범하게 생긴 남녀였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 역용을 한 백자안과 방일화였다.

예정대로 무저곡에서 칠 일을 보낸 후 특수 이동대법을 통해 이곳 악양으로 온 것이었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조만간 다시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악양으로 오기 전에 소영이를 반드시 회복시키려고 했는데, 아쉽구나.”

백자안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칠 일간 밤낮으로 노력했지만 석상을 사람으로 회복시키는 데 실패했다.

다만 다른 물건과 마찬가지로 석상을 자신의 몸속에 숨겨두는 것은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도 실마리를 찾았다고 하셨잖아요? 반드시 성공하실 거예요.”

“고맙다. 한데 정말 부맹주가 이끄는 무사들이 이곳 악양으로 왔을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미 그런 소문이 널리 퍼진 상황이니, 다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으음, 지존맹 무사들이 아직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되는구나.”

백자안이 미소를 지었다.

성 밖에서 들은 소식이었지만, 지존맹 잔존 세력이 뭉치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병력 또한 예상을 뛰어넘었다.

십만.

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존맹 무사 십만이 이곳 악양으로 와서 황군과 합류한다는 소문에 눈이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었다.

황군 십만과 지존맹 무사 십만.

만약 이 두 세력이 힘을 합친다면 이십만이라는 병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에 반해 무림혈맹 무사들의 수는 이제 백만에 달해 있었다.

중립을 지키던 흑도 무림인들이 대거 무림혈맹에 가입한 결과였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세력은 바로 마계살수단이었다.

그들은 무림과 황궁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불만을 품고 있는 세력이 있으면 초토화했다.

그러자 직접적인 이익을 보는 곳은 바로 무림혈맹이었다.

그들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반대세력을 소탕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이죠?”

“한번 가볼 데가 있다. 어쩌면 그곳에 부맹주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딘가요? 지존맹 약양지부인가요?”

“아니다. 그곳은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지. 지금 가는 곳은 지존맹의 비밀 거점으로 나와 부맹주만 알고 있는 곳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장원에 불과하지만 지하에 수백만 명이 은신할 수 있는 거대한 광장이 있지. 소문대로 지존맹 십만 무사가 있다면 그곳밖에 갈 데가 없을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병력을 숨길 수도 있고 사부님을 만날 수도 있으니 반드시 그곳에 계실 거예요. 어서 가요.”

“그래.”

* * *

무명장원.

악양 변두리에 있는 이곳은 인근에 인적이 드물었다.

역병이 돌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사람이 없는 이곳에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백자안과 방일화였다.

“이곳인가요?”

“그렇다. 무명장원이라고 하지. 겉으로는 폐장원 같지만 지존맹의 비밀거점이란다. 어서 들어가 보자.”

“네.”

장원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장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꼈지만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비밀통로를 통해 지하 광장으로 내려가 봤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아직 악양에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기야 십만 병력이 사실이라면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들어보니 그렇구나. 어쩌면 황궁 쪽과 약속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백자안이 고개를 끄덕인 후 지하 광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차피 악양에 있는 동안 이곳에서 지내야 해서 그 구조를 살피려는 것이다.

그 결과 매우 정교하게 지어진 거점임을 알 수 있었다.

지하 광장을 통해 외부로 나가는 비상통로도 있었고, 외부인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기관진식도 설치되어 있었다.

백자안은 모든 기관을 파악한 후 확실하게 숙지했다.

“오늘부터 이곳에서 지내야겠다. 늦게라도 지존맹 사람들이 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한데 황룡선생이 정말 돌아가셨다고 했느냐?”

“네. 안타까운 일이지요.”

“으음, 그럼 황제 폐하 곁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많이 없겠구나. 소문대로 천계의 도움을 받고 이번 일을 진행하고 있어야 할 텐데······.”

“지금 악양 인근까지 도착했다고 들었어요. 한번 만나보시는 게 어떨까요? 사부님 신분을 밝히면 폐하께서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

“아직은 아니다. 지금 분명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 텐데, 내가 가게 되면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혼례식 전날까지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그때까지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면 되는 것이다.”

“악양루에서 싸움이 벌어질 거라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너는 마계 쪽에서 그 모든 변수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무슨 말씀인가요? 혹시 천계의 개입을 우려해 그 대비를 하고 있을 거라는 건가요?”

“그렇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마계살수들이 대거 올 것이다. 그것도 대규모로 말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아마도 천계 고수들일 것이다.”

“아! 그게 사실이면 큰일이겠군요. 소문에 의하면 천계 고수들의 무공이 마계 쪽보다 많이 밀린다고 들었어요. 이를 어떻게 하죠?”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 수 있다. 무림의 경우만이라도 천계 쪽에서 마계의 움직임을 막아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지금이라도 천계 고수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떤가요? 사부님 능력이라면 그들을 만날 수 있지 않나요?”

“만날 수야 있겠지. 무림에 온 천계 고수들이 있는 곳을 모르면 직접 천계로 가면 되니까. 하지만 과연 천계에서 나를 환영할까? 내가 무저곡으로 버려진 그날 일을 천계에서 다 알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천계에서 도망한 것으로 알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기야 사부님께서 내단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마계보다 더 조심해야 할 곳이 천계일 수도. 잘 됐어요. 우리는 우리 식으로 일을 진행해나가도록 해요. 어차피 사흘 후에는 모든 세력이 악양루에 모습을 드러낼 것 같으니까 말이죠.”

“그렇다. 남은 사흘 동안 나는 반드시 소영이를 회복시킬 것이다.”

백자안이 몸속에서 석상을 꺼냈다.

백소영으로 추정되는 석상이었다.

신기하게도 외부로 나오자마자 원래 크기로 변했다.

“오늘은 무슨 시도를 해볼 생각이신가요?”

“내 피를 이용해볼 생각이다. 그동안의 결론이다. 소영이와 나는 한 핏줄이니, 어쩌면 효과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 맞아요. 이전에 마신들도 사부님 피를 노렸었지요.”

“그렇다. 그동안 부작용을 우려해 망설였는데 더는 미룰 수 없겠구나. 아, 그건 그렇고 십만혈군 그자에게 당해 돌로 변한 무림인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했었지?”

“네. 저도 소문만 들었어요. 그게 사실이라면 누구의 소행일까요?”

“중간지대에 이어 무림에서도 돌로 변한 무림인들이 사라졌다면 동일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마제 말씀인가요?”

“그렇다. 어쩌면 특수 강시로 만들려는 계획 말고도 다른 술책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백자안이 안색을 굳혔다.

마제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만 아니면 지금이라도 모습을 드러내 정면 승부를 겨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만큼 자신의 무공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너무 초조해하지 말자. 늘 한 단계 한 단계 천천히 밟아 나가야 한다.’

백자안이 마음을 다스린 후 두 손을 내밀었다.

“일화 너는 위로 올라가 외부인의 침입을 막도록 해라. 혹여 싸움이 벌어지더라도 지하 광장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나요?”

“한시진 정도다. 한시진이 지나도 내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직접 내려와서 확인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그럼.”

방일화가 고개를 숙인 후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갔다.

지하 광장과 연결된 곳은 장원의 대청이었다. 간단한 기관 작동으로 그 통로가 드러나게 되어있었다.

혼자 있게 된 백자안은 본격적으로 대법에 들어갔다.

피를 단순히 석상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알맞게 스며들게 해야 하므로 쉬운 방법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아예 비술의 일종인 수혈대법(輸血大法)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특히 그는 백소영이 입고 있을 가죽옷의 효능 중 하나가 이런 특수대법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으음.”

백자인 양손 검지에 힘을 주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줄기 피가 호선을 그리며 솟구쳤다.

그 핏줄기는 정확하게 석상의 정수리 부위에 닿아 온몸으로 흘러내렸다.

주르륵.

아직 피를 흡수할 수 없는 돌이라 그런지 피가 그대로 흘러내렸다.

한데 그 경로가 매우 특이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두 줄기로 사이좋게 흘러내렸다. 하지만 단전 부위에 닿자 마치 운공을 하는 것처럼 혈도를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혈도가 아니라 혈도가 있는 위치의 표면이었다.

하지만 일주천 모양을 하게 되자, 마치 혈관이 외부로 비치듯 빠르게 피가 돌기 시작했다.

백자안이 구중천심공을 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석상 안에 피를 주입하기 위해서였다.

스스스슷.

백자안의 피가 흐르는 모양 그대로 석상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마치 석상 스스로 피를 흡수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성공이다!’

백자안이 안도하며 두 손을 내렸다.

‘이제 기다리면 된다. 변화가 있다면 반시진 안에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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