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강호》
《 자꾸 시비걸거나, 타사에 올리면, 특히, ㄷㅅ, ㅈㅇㅂㅌ 등,
관리자에게 신고하고, 다시는 안올립니다.》
프롤로그
지구는 망했다.사람들은 화성으로 이주했다.삼백년이 지났다.
프롤로그. 어린 호랑이.
차가운 강철 창살은 오늘도 쇠 맛을 주며 살아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팔 하나를 밖으로 뻗을 수 있는 감옥.짐승을 가두는 이곳에 갇힌 지 오년째다.매일 매일이 지옥이다.그렇지만 그것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내일이면 죽이겠지.’
강흑성은 쇠창살을 잡고 가라앉은 숨을 내쉬었다.오년 동안 갇혀 온갖 고문과 대법으로 망가진 몸은 뼈만 앙상히 남았다.쇠창살을 쥐고 있는 두 손이 애처롭다.이제 열여덟이 되건만 이 몸은 열두살에서 멈췄다.
‘어머니······ 이대로 제물이 되나 봅니다.’
쇠창살 밖, 동굴 입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며 강흑성은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 따듯한 미소를, 저 햇살처럼 온화하던 품이 미치도록 그립다.그렇지만 다시는 느낄 수 없다.어머니는 오년 전 열두 살 때 운명하셨다.
‘그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후에, 이들을 따라오지 않았다면······’
하나마나한 생각을 강흑성은 또 했다.숲에서 살아가던 자신 모자에게 이웃처럼 굴던 자들, 그러나 어머니가 경계한 자들, 그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강흑성 자신을 잡았다.대법에 사용할 제물로다.
‘적호문.’
이들의 정체는 그것이다.지구가 망할 당시, 삼백년 전 대전쟁 때 위세를 떨친 십대문파 중의 한곳이다.그렇지만 지구처럼 멸문했다.화성으로 떠나버린 다른 대문파들과는 다른 운명, 다시 부활하려고 몸부림친다.
‘적호신군의 부활이라니, 미친 개놈들······!’
치 떨리는 분노로 강흑성은 이를 갈았다.자신을 잡아 가두고 오년동안 온갖 짓을 다한 이놈들의 목표가 그것이다.적호비천무량대법이란 걸 통해 적호신군의 부활을 꿈꾸는 거다.그 일에 강흑성 자신이 필요하다.
‘모인걸, 내가 호인(虎人)족의 피를 받은 하프타이그란인 걸 알고······!’
처음부터 제 욕심을 위해 접근한 거다.
‘죽일 놈······!’
적호문의 후예, 이들의 문주 모인걸의 강흑성 자신을 볼 때마다 침을 삼킨다.성인이 되는 때가 놈이 말하는 대법의 완성이 되는 때인 거다.그날이 내일이다, 열여덟의 생일날이다.내일이면 모가지가 떼일 거다.
‘온갖 독물과 약물을 먹이고 금침으로 찔러대고······’
그 지옥 같은 일상도 이제 끝이다.오늘이 지나면 모인걸에게 피를 바치고 죽는 거다.억울하고 원통하다.이렇게 짐승처럼 잡아 먹혀야 한다는 걸 참을 수 없다.그런데 살 방법이 없다.복수할 가능성은 제로다.
‘아니야,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 하면 안 돼.’
눈동자에 힘을 주며 강흑성은 어머니를 떠올렸다.아니 어머니 말씀을 떠올렸다.언젠가 때가 이르면 참다운 자신을 찾게 될 것이라고.그때엔 아버지가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의심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보라던.
‘난 안 죽어, 절대로 안 죽는다······!’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문 강흑성은 쇠창살에서 후다닥 물러났다.동굴입구로 놈이 들어와서다.저렇게 실실 웃는 얼굴로 전기작살을 들고 오는 놈.
‘아키라, 개새끼!’
사라진 일본이란 나라출신이다.뇌옥 경비책임을 맡고 있는 저놈은 지난 오년간 괴롭혔다.지금 손에 잡은 저 전기 작살을 쇠창살 사이로 넣고 찌르는 거다.피하려는 강흑성 자신을 보며 더 없이 즐거워하는 놈이다.
“여, 반 호랑이, 오늘도 굿모닝이지?”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며 다가온 아키라, 그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는 순간 강흑성은 몸을 옆으로 굴렸다.역시나 전기작살이 번개처럼 찔러 들어온다.방금 있던 자리 바닥에서 스파크가 튄다.그런데 몸에서도 튄다.
“그억!”
강흑성은 몸을 경직하며 경련했다.두 번째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등을 찌른 전기작살의 침, 그것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전기가 피를 말린다.
“여, 오늘은 반응이 더 좋은데? 끝날 때가 돼서 그런가?”
아키라는 잔인한 미소를 흘려내며 계속 말했다.
“그래그래, 이렇게 자극을 받아야 네 피가 더 좋아진다는 문주님 말씀 알지? 아, 서운하게 이 놀이도 오늘로 끝이네. 그러니까 진하게 놀자.”
아키라는 전압을 높였다.강흑성은 거품을 게워내며 눈동자를 까뒤집었다.영혼이 흩어지는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원한을 삼켰다.반드시 복수하겠노라고 피롤 토했다, 그렇지만 깡마른 어린 몸은 도리가 없다.
‘죽인다! 반드시 죽여 버린다!’
처절한 맹세를 영혼으로 토하던 강흑성은 앞으로 엎어졌다.전기충격이 사라져서다.부들거리는 몸을 힘겹게 뒤집으며 폭음 소리를 들었다.흔들리는 흐릿한 시야로 보니 아카라가 당황해 동굴 입구로 달려간다.
‘뭐야······?’
후들거리는 몸을 제어하며 강흑성은 상황을 인지했다.동굴 밖에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폭음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총성도 들린다. 이건 분명히 빔소총이다. 적호문이 공격당하고 있는 거다.누가 이들을 공격하나?
‘정찰대!’
그들이다, 레드스콜이온 이란 이름보다 귀신대가리 정찰대로 불리는 자들이다.위험한 북부지구의 수림 속에 사는 적호문의 후예들을 공격할 존재란 그들 밖에 없다.어머니는 늘 정찰대를 경계하며 숨어서 지켜봤었다.
‘기회!’
살 기회라는 걸 강흑성은 직감했다.그런데 이렇게 뇌옥에 갇혀서는 아니다.우선은 이곳을 나가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아키라를 불러야 한다.
“이봐!”
강흑성이 소리쳐 부르자 아키라가 흠칫해 돌아섰다.강하게 움켜잡은 전기작살을 위협하듯 들이대며 다가온다.
“아가리 닥치고 그대로 있어!”
두려움과 충격에 물든 눈으로 위협하는 아키라, 놈의 눈을 보고 강흑성은 말했다.
“정찰대가 습격해 온 거지?”“아가리 닥치라고 했다!”“여기 이대로 있다간 죽을 텐데?”“뭐? 이 혼혈종 새끼가!”
적기작살을 찌르려는 아키라보다 먼저 강흑성은 준비한 말을 뱉었다.
“내가 죽어버리면 대법이고 뭐고 끝장이다!”
아키라는 흠칫해 움직임을 멈췄다. 치뜬 눈으로 강흑성을 응시했다.깡마른 해골 같은 놈, 내일이면 열여덟이 된다지만 열두어살로 보이는 놈, 저 입에서 나온 말이 맞다.여기 있다간 죽을 테고 저놈은 살아야 한다.
‘내일까지는!’
현실의 깨달음으로 부르르 진저릴 친 아키라는 다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정찰대가 습격해온 위기 상황이간 한데, 문주의 명 없이 행동할 순 없는 거다.그렇지만 하프타이그란 놈을 이대로 여기 둘 수도 없다.아키라 자신도 마찬가지다.여기 있다간 죽는다, 그건 저놈 목숨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뭐하는 거야? 여기 있다가 죽겠다는 거야?”
강흑성이 소리치자 아키라는 또 흠칫했다. 눈가를 떨며 현실을 삼켰다.
‘도망칠 뒷문도 없는 뇌옥······!’
정찰대가 들이닥치면 자신은 죽는 거다.
“내 손에 수갑을 채우고 어서 뇌옥 문을 열어!”
다급하게 소리치며 강흑성은 뒤돌아 무릎 꿇었다. 두 손을 모아 허리 뒤로 붙인 채로다. 그 모습을 보고 동굴 밖 상황을 들으며 아키라를 결심했다.
“움직이면 조져버린다!”
변함없는 강흑성을 노려보며 아키라는 뇌옥 문을 열었다.육중한 소리로 쇠창살문이 열리는 걸 강흑성은 숫자를 세며 감지했다.마침내 뒤로 내민 손에 아키라의 손끝이 닿는 순간, 벌떡 일어서며 뒤통수를 박았다.
“악!”
강흑성의 뒷박치기에 안면을 맞은 아키라는 주저앉았다.벼락처럼 돌아선 강흑성은 일어서려는 아키라의 안면에 무릎을 박았다.콱, 소리로 다시 무너진 놈의 위로 올라타 주먹을 내리꽂았다.하지만 힘이 달린다.
“이 새끼!”
적호문의 무공을 익힌 아키라는 피투성이 얼굴로 분노를 터트리며 일어섰다.그 힘에 밀려 뒤로 구른 강흑성은 뇌옥 밖으로 몸을 던졌다.그런데 아키라는 역시 빠르다. 바람처럼 쫓아와서 등을 발로 찬다.
‘억!’
고통과 충격 속에 강흑성은 앞으로 굴렀다. 하지만 도망치기 위해 몸을 뒤집었다. 그런데 아키라가 왁 하고 덮친다.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헉!”
강흑성의 위로 올라타 당한 대로 공격하려던 아키라는 경직했다.부릅뜬 눈으로 복부를 내려다본다. 거기 꽂힌 단검이 자신의 허리에 늘 꽂혀 있던 것이란 걸, 잡고 있는 손이 강흑성의 마른 손이란 걸 알았다.
“너······ 이 하프타이그란······ 혼혈종 새끼······”
아키라를 밀쳐내고 몸을 일으킨 강흑성은 놈의 머리를 잡았다.
“내 모가지를 따겠다고? 내가 먼저 따 주마.”
피 묻은 단검은 아키라의 목을 파고들었다.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경직한 놈을 느끼며 강흑성은 단검의 날을 돌려 그었다.피가 터져 나왔다.목을 갈라버린 아키라의 최후를 응시하던 강흑성은 일어섰다.동굴 입구로 다가갔다. 예상대로 정찰대가 공격중이다.w-2000 소총이 터트리는 빔줄기가 난무하고 있다.적호문은 이제 끝장이다. 여길 나가야 한다.
‘단도.’
어머니가 남긴 유일한 유품, 그걸 떠올린 강흑성은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여기저기 접전 중인 정찰대와 적호문 놈들 사이를 지나 문주 모인걸의 처소로 달렸다.중앙의 통나무집이다. 열려있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딨지?’
문주의 처소답게 화려한 물건들과 치장이 돼 있다. 이 안 어딘가에 단도가 있다.
‘어디다 둔 거야?’
다급한 마음으로 강흑성은 뒤졌다. 그러다 침상 옆의 협탁 안에서 단도를 찾았다. 낡고 볼품없어 보이는 단도, 그러나 보통물건이 아닌 거다.
“됐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낸 강흑성은 돌아섰다. 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주 모인걸을 직접 죽이지 못하는 게 원통하지만 지금은 피하는 게 맞다.
‘우선은 살아야 해!’
그래야 다음이 있는 거다.모인걸이 이곳에서 죽을지 살지 알 수 없지만, 산다면 다음이 있는 거다.그건 강흑성 자신은 살아야 성립 되는 거다.
‘어!’
문주의 처소를 막 나가려던 강흑성은 멈춰 섰다.반대편에서 문주 모인걸이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다.강흑성 자신을 봤다.저 눈은 매일 보던 그 눈이다.탐욕과 욕망에 물든 눈, 강흑성 자신을 통해 이루려는 꿈.그것이 깨지게 생긴 거다.정찰대가 습격해 왔고 제물 강흑성은 뇌옥 밖으로 나온 거다.그러니 저렇게 광기에 물들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않겠다는 눈이다.달려드는 정찰대원들을 삼합장으로 날린다.
‘죽일!’
몸을 돌린 강흑성은 침대를 밟고 올라갔다, 창문을 열고 몸을 던졌다.바닥에 떨어진 충격과 고통을 삭일 사이 없이 달렸다.그런데 문주 모인걸이 제 처소를, 통나무집 벽을 뚫고 나온다.손에 있던 뭔가를 던진다.강흑성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몸을 던졌다.벼락같은 무엇인가가 몸을 스치며 땅에 박혔다.굴러 일어나며 보니 투척사슬이다.짐승을 잡는 도구, 강흑성 자신을 잡으려던 거다. 실패한 분노로 눈알이 시뻘겋다.
‘다신 안 잡힌다!’
강흑성은 전력을 다해 수림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좌우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튀어나왔다.외형이 로봇 같은, 천산마갑슈트를 착용한 정찰대다.그들이 빔소총이 아니라 전투대검을 휘두른다. 불문곡직 죽이려는 거다.
‘이!’
강흑성은 정찰대원들의 아래로 미끄러졌다.두 개의 검이 장발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정말 요행히 공격을 피했다.하지만 두 번째가 닥쳐온다. 쓰러진 몸을 일으킬 새도 없다.그런데 다른 변화가 생겼다.쾅, 소리와 함께 정찰대원들이 휘청거린다.그 이유가 슈트를 강타한 돌덩이 때문임을 강흑성은 알았다.주먹만한 돌덩이가 날아와 정찰대원들을 강타했다.그렇게 만든 자가 누군지도 알았다. 적호문주 모인걸이다.
“내 물건에 손대지 마라!”
격렬한 고함을 터트리며 모인걸은 도약했다. 대붕전시의 수법으로 착지하는 그에게서 삼합장이 터져 나왔고, 정찰대원들은 튕겨나가 굴렀다.
“놈! 너는 네 손에서 절대······”
강흑성을 향한 모인걸의 탐욕어린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다.어느새 몰려온 정찰대원들이 대검이 밀려 들어와서다.그 공격을 향해 돌아선 모인걸 무서운 무력으로 받아쳤다.접전은 치열하고 무섭게 얽혀 돌아갔다.
‘지금!’
강흑성은 기었다.서로에게 틈을 주지 않고 얽힌 싸움을 뒤로 두고 미친듯이 기었다.그 움직임을 포착한 정찰대원들이 움직였지만, 모인걸이 그 앞을 막고 반격했다.그렇게 수림에 다다른 강흑성은 일어서 달렸다.
‘죽인다! 언젠가는 모조리 죽인다!’
처절한 맹세를 하며 강흑성은 수림을 헤치며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