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혹성강호-111화 (112/172)

혹성강호. 111. 마안(魔眼)의 주인.

111. 마안(魔眼)의 주인.

사방에서 터지는 폭발화염에 밀리며 육대원은 휘청거렸다. 호신강기를 일으켜 몸을 보호하지만 한계가 있다. 아니 이 상황에선 소용이 없다.

‘초월십검이!’

하늘상어의 직격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분명히 봤다. 열 명 중의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팔검과 육검인듯 듯하다. 나머지도 화염에 휩쓸렸다.그렇기는 붉은꽃덩굴도 마찬가지다. 운드라이는 정확하게 폭격당했다.

“모여라!”

초월십검을 향해 소리치며 육대원은 화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초승달 검광, 삼월신공의 진력이 실린 검강지력이 터져나가 불길을 가르고 밀어냈다. 애초에 검강을 안기려던 상대인 운드라이는 보이지 않는다.

“대주! 육검과 팔검이 당했습니다!”

수좌의 분노하고 경직된 음성을 들으며 육대원은 다른 수하들을 살폈다. 하나같이 낭패한 몰골, 하늘상어의 폭발 속에 있었으니 당연하다. 검진의 형세로 벌려 섰던 이들 중 육검과 팔검은 직격을 피하지 못했다.

‘백두파······!’

그 이름을 격노로 씹으며 육대원은 하늘을 올려다봤다.사라진 줄 알았던 비룡을 타고 나타난 저들의 행사가 치 떨린다.일부러 늦게 움직여 배후로 붙어 온 거다. 이렇게 때가 되면 이런 공격을 퍼붓기 위해서다.

‘명색이 삼대문파의 한곳인 너희가······!’

이런 더러운 수작을 벌일 줄은 정녕 몰랐기에 분노를 다스리기 힘들다. 저들이 타고 온 비룡은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괴수, 아니 지구를 버린 때부터 신경조차 쓰지 않던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다시 부리고 있다.

‘그동안 비밀리에 지구를 드나들었던 것인가······’

비룡을 찾아내고 멸종했다면 복원하려고 한 건지 모르겠다. 그 결과가 지금 저렇게 나타난 것일 수 있다. 화성에서야 필요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존재가 괴수다. 그런데도 은밀하게 확보하려한 것이라면 의도가 있다.

‘지구에서 쓰기 위해서만은 아니겠지.’

버리고 떠난 이 별에서 저렇게 타고 다니기 위해서가 아니다.벽뢰수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만을 위해서도 아니다.그보다 큰 범용의 목적이 있다.그러한 것은 역시 패권, 화성이란 목적을 위한 포석이 맞을 것이다.

‘역시 그러한가? 지구의 괴수들을 화성으로?’

동물원에 전시하려는 게 아니다.군사목적이다.화성의 은밀하지만 치열하고 복잡한 정세가 원인이다.뚜렷하게 강한 세력이 없는 가운데 합종연횡의 불균형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그 균형위로 올라서려는 의지다.

‘삼대문파는 물론 치안총국과 군부도 마찬가지.’

아니 화성연구소와 블랙블러드도 다를 바 없다. 전부가 패권에 대한 의지와 욕망으로 움직이며 준비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견제와 협력 속에서다.그 누구도 앞서나가지 못하도록이다. 그러니 이곳의 일이 중요하다.

‘뇌인걸의 벽뢰수, 유성대협의 무공.’

눈동자를 강하게 번득이는 육대원에게 초월십검의 수좌가 경직한 음성을 다시 던졌다.

“대주! 저걸 보십시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육대원은 덩굴이 일어서는 것을 봤다.하늘상어의 폭발화염에 불타며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는 것들, 불덩이가 된 것이 일어선다.그런데 그 아래 운드라이가 있다. 여전히 검을 쥐고 있다.

“이노옴!”

치솟아 오르는 격노를 참지 못한 육대원은 검을 후렸다.초승달빛의 검강지력이 벽력처럼 터져나갔다.그 힘을 맞은 운드라이는 쪼개졌다. 그런데 덩굴들이 풀어져 나와 다시 뭉친다.육대원은 미친 듯 검을 휘둘렀다.초승달 같은 검강지력이 미니건처럼 터져나가고 운드라이의 형상이 조각나 흩어질 때, 하늘로 푸른 뇌전이 솟구쳤다. 비행하던 비룡을 강타했다.부릅뜬 눈으로 육대원은 하늘을 봤다. 비룡이 잠자리처럼 휘돌며 떨어진다.

‘뭐!’

두 번째 뇌전이 하늘로 솟구친다. 태산의 속으로부터다.

* * *

‘백두파!’

분노를 내력으로 돌리며 화기를 밀어낸 종초홍은 화염 속에서 움직이는 상패천을 봤다. 미친 듯이 벽뢰수를 터트리는 불덩이다. 붉은꽃덩굴과 연결돼 불타고 있다. 하늘상어의 폭격 속에서 저런 모습인 게 황당하다.

“뒈져라!”

불속으로 뛰어드는 자처럼 나가며 종초홍은 검을 그었다.천지조화검, 수평의 가름이 화염을 갈랐다.그 속에서 움직이는 상패천도 갈랐다.상하로 나뉜 그가 불속에 쓰러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덩굴과 꿈틀거린다.

“삿된 것들!”

종초홍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풀 속의 뱀을 후려치는 아이처럼 검강을 뿌렸다. 상패천은 조각조각 흩어졌다. 덩굴도 끊어져 불타오른다.

“헉, 허억.”

가빠진 숨을 느끼며 움직임을 멈춘 종초홍은 불현듯 눈썹을 세우고 상패천의 형상을 뒤졌다. 장력을 뿜어 불길을 밀어내고 끄며 샅샅이 뒤졌다.

‘찾았다!’

손에 움켜쥔 실버볼의 화기도 무시한 채 종초홍은 감격으로 부들거렸다.벽뢰수가 담긴 선조의 유물이다.상해에서 상패천이 공개한 내막을 안다.오갑자의 내공이 필요하고 상리를 벗어난 무공, 그렇지만 찾았다.

“벽뢰수를 찾았다! 으하하하하!”

기쁨에 겨워 소리치며 웃던 종초홍은 깨달았다. 호응해야 할 좌우호위가 없다는 것이다. 상패천의 벽뢰수를 맞고 쓰러진 그들은 하늘상어의 폭격을 맞았다. 사방을 메운 이 화염 속 어딘가에 있다. 소명을 다했다.

‘편히들 쉬거라, 너희 뒤로 올 천지검대가 다 해결할 것이다.’

그렇다, 천지검대는 이미 움직였다. 비겁하게 뒤를 친 백두파를 응징할 것이다. 물론 삼월문과 백두파도 지원무력을 준비했겠지만, 분쇄할 것이다.

‘음?’

눈동자를 응축한 종초홍은 하늘을 봤다.태산의 중턱으로부터 하늘로 솟구친 푸른 뇌전이다.비행하던 비룡을 강타했다.쪼개진 비룡이 맴돌며 추락한다.저것이 무공이란 것을 안다. 누군가 비룡을 갈라버렸다.

‘누가!’

경악과 충격 속의 종초홍은 푸른 뇌전이 연속해 솟구치는 걸 봤다.

* * *

폭음의 원인이 뭔지 강흑성은 깨달았다. 하늘을 비행하는 괴수들이 하늘상어를 투하해서다. 붉은꽃덩굴숲을 강타했다. 폭발화염이 퍼지고 덩굴들은 비명을 지른다. 왜 저런지 이유도 알겠다. 숲 안에 인간들이 있다.그러나 정말 놀랍고 몸을 경직케 하는 것은 푸른 뇌전이다.태산의 중턱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 뇌전, 그것이 비행괴수를 갈랐다.저게 뭔지 안다.아우리엘, 그가 손으로 풀어내는 뇌전지도(雷電之刀), 그것이다.

‘더 강해졌구나······!’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동굴 속의 패천마안을 가진 아우리엘은 추측 못할 존재가 됐다. 마검의 힘과 원령에너지에 더해 패천마안을 가진 거다.지금 저건 유희다. 가벼운 손짓으로 잠자리를 휘젓듯이 노는 거다.

‘아우리엘!’

소름을 전신에 피워 올린 강흑성은 태산을 차고 올랐다. 푸른 뇌전지도를 하늘로 터트리는 아우리엘을 향해 달렸다. 산은 비명을 질러댄다.

* * *

번쩍하는 순간 강타한 푸른 뇌전이 비룡의 왼날개를 갈랐다. 고통스러운 울음을 토한 비룡은 휘돌며 추락한다. 이게 무슨 일인지 따질 틈이 없다. 지상까지의 거리는 삼십장이 넘는다. 경공으로 커버할 수준이 아니다.

‘십장이 남았을 때!’

멀티폰의 숫자가 추락속도를 알려주는 가운데 경무열은 비룡을 박차고 비상했다. 30m의 숫자가 됐을 때다. 날개를 펼친 날다람쥐처럼 비상해 고목들을 박차며 착지했다. 그 직후 비룡이 추락했다. 형상이 뭉개졌다.

‘누구냐!’

비룡의 처참한 죽음을 돌아볼 겨를 없이 경무열은 백두궁을 움켜잡았다. 백두시를 재고 만월처럼 휘게 잡아당긴 후 공격자의 위치를 찾았다. 그러며 전율 같은 현실을 맞았다. 비룡들이 갈라져 떨어지는 충격이다.

‘미친······!’

추락한 비룡으로부터 경무열 자신처럼 이탈해 나온 자가 없다.열기의 비룡, 십인의 선발대 중에 땅을 딛고 선 자는 경무열 자신뿐이다.지구에 와서 비룡을 탔을 때 느꼈던 벅찬 희열과 자신감은 이 순간 없다.

‘백두무진자(白頭武進者)인 우리를······!’

백두의 이름을 가진 영예로운 존재들이다.가장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전사들이다.그중에서 골라 선발한 수하들이 다 죽었다. 비룡을 탄 채로 푸른 뇌전을 맞아 갈라졌다.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알 수가 없다.

‘네놈이구나!’

백두궁을 움켜잡고 전진하던 경무열은 움찔하며 멈춰 섰다.긴 머리를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존재가 있다.여인으로 보인다. 그런데 돌아보는 눈빛과 미소가 아니라고 한다.붉은 눈과 푸른 눈을 한 존재, 엘프다.

‘강흑성과 일행이었던······!’

추적하는 동안 조사한 내용을 떠올리며 경무열은 침을 삼켰다. 뜨겁게 목을 훑고 내려가는 침, 두려움이다. 그렇다는 걸 깨닫자 분노가 치민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경무열은 물음을 던졌다. 백두강기가 어려 꿈틀거리는 백두시의 화살촉을 엘프에게 겨누고,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면서다. 대답이 건너왔다.

“아우리엘.”

이름을 말한 존재, 붉은 얼굴의 레드파운틴 엘프에게 경무열은 백두시를 날렸다. 발사한 순간 이미 신형을 옮기며 두 번째 화살을 날리고 세 번째 화살을 날렸다. 상대는 그래야할 존재, 추측 못할 무력을 가진 자다.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다섯 번째 화살을 날리고 벼락처럼 움직이던 경무열은 경악했다. 붉은엘프가 푸른 뇌전의 칼을 손으로 풀어내 휘둘렀다. 백두시들이 흩어진다.

‘저!’

산산조각, 아니 먼지가 터지는 것처럼 백두시들이 흩어졌다. 붉은엘프의 가공할 파워로 인해서다. 붉은 엘프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네 동료들이 오는 모앙이다.”

붉은 엘프가 넘겨다보는 곳, 자신 뒤의 하늘을 경무열은 돌아보지 못했다. 아직 그들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지만 백두무진대가 온다는 걸 안다. 붉은 엘프가 그렇다고 말해서가 아니라 안다. 그런데 기쁘지가 않다.

“아는 눈인데?”

내가 네 동료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라는 걸, 그 미소로 붉은 엘프가 다가온다.그 순간 경무열은 백두궁을 당겨 화살을 날렸다.동시에 신형을 날렸다. 그래야 한다는 본능으로서다.그런데 푸른 뇌전의 칼이 온다.

‘헉.’

섬뜩한 감각이 피어나는 가슴을 안고 경무열은 비탈을 굴렀다.말라 죽은 소나무에 걸려 멈추고서야 가슴을 봤다.쩍 갈라진 가슴 안으로 바닥이 보인다. 등 뒤의 바닥이다.고개를 들고 다가오는 붉은 엘프를 봤다.

“너, 너는······”

붉은 엘프는 환한 미소로 푸른 뇌전의 칼을 후려쳤다.

“친구가 와서 말이지.”

푸른 빛 속에서 경무열은 사방이 휘도는 걸 느꼈다. 그것이 멈추고서야 자신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나온걸 알았고, 붉은 엘프가 돌아서는 이유도 알았다.강흑성, 그가 왔다. 사진자료로 본 그자가 다가온다.

‘지원대는······’

붉은 엘프와 강흑성의 모습을 눈에 담고 경무열은 나무 아래로 굴러갔다.

* * *

푸른 뇌전이 솟구친 곳을 향해 육대원은 맹렬히 달려갔다. 뒤따르는 초월십검이 지원병력과 연락하는 걸 인지하면서다. 그런데 비탈 저편에 다른 움직임이 있다. 자신들처럼 달려 올라가는 자다. 다름 아닌 종초홍이다.

‘천지문 외당주!’

무영검이란 별호를 가진 자, 천지문 삼십대 고수중의 일인으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수하 둘을 대동하고 앞서 나갔다. 그런데 지금 혼자다. 왜 혼자인지 안다. 붉은꽃덩굴 때문이고 백두파의 하늘상어 공격 때문이다.

‘읏!’

강렬한 기운이 피부에 닿아 육대원은 위를 봤다. 달려 올라가는 곳, 푸른 뇌전이 솟구친 곳이다. 비룡들을 가른 그 힘의 존재로부터 나온 기세다. 그걸 느낀 종초홍도 미친 듯이 올라간다. 그런데 뭔가 굴러 내린다.

‘머리!’

그렇다는 걸 인지한 순간 육대원은 도약했다. 삼월비의 경공을 극성으로 발휘해 머리를 밟고 착지했다. 구름을 멈춘 머리가 누군지 알았다.

‘경무열!’

백두파의 고수, 백두무진대의 부대주다. 차기 대주로 거론되던 인물, 허무하고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이렇게 만든 존재가 저 위에 있음이다.

‘지원은 곧 도착한다!’

으스러지게 이를 악문 육대원은 다시 비탈을 차고 올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