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혹성강호-132화 (133/172)

혹성강호. 132. 불가해(不可解).

132. 불가해(不可解).

초원지대를 삽시간에 지나가는 샤크의 비행 속에서 명위군은 호흡을 골랐다.

‘곧 도착하겠군.’

붉은 엘프, 그 존재가 출현한 수림지대에 다다를 것이다. 무심한척 하고 있는 삼월문과 백두파의 심정도 자신과 다르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

‘가라레를 여는 가라운······!’

허황된 존재,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런데 현실로서 일어났고 진행되고 있다. 외당주 종초홍이 붉은 엘프의 손에 죽었다. 천지문은 치욕을 안았다. 그렇기는 삼월문과 백두파도 마찬가지, 이 현실을 대단히 엄중하다.

‘강흑성의 생사여부를 알아내는 것도 붉은 엘프를 우선 도모해야만 가능한 일.’

유성대협의 진전을 이은 자, 그는 사라졌다.태산에서 저 붉은 엘프의 행사 속에서다.그곳에 묻힌 자들과 같은 운명을 맞았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그렇게 만들어 버린 존재, 붉은 엘프의 출현은 충격조차 넘었다.

‘연수가 여하하게 이뤄질 것인지······’

가시처럼 걸린 그것을 명위군은 다시 더듬었다. 삼월문 일월각주 우인홍과 일월검종 삼인, 백두파의 육장로 경운과 백두검 삼인, 저들과 손잡고 붉은 엘프를 상대해야 한다. 흉심을 각기 숨긴 채로 해내야만 한다.

‘그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되기야 하겠지만.’

치안총국의 의도대로 놀아날 순 없는 거다.그들은 흉계를 꾸미고 있다.블랙블러드가 전멸하며 전송한 영상과 정보를 삼대문파에 공개한 이유가 있음이다. 저희가 놓는, 지구라는 장기판의 말로서 활용하려 함이다.

‘문주의 결단은 현명했어.’

2차 출정대를 준비하는 중에 닥친 상황, 문주는 즉각 삼월문과 백두파에 연통을 취했다. 삼대문파가 연수하자는 제안, 현실대응은 받아들여졌다. 삼월문과 백두파도 바보가 아닌 터, 내재된 위험을 모를 리 없다.

‘치안총국의 의중을 총통도 모르진 않을 것 같은데······’

문주의 짐작대로라면 총통은 기회로 삼으려는 거다. 임기가 끝나가는 즈음, 종신총통을 위한 포석을 두는 거다. 지구의 변란은 화성에 영향을 미치는 터, 강하고 슬기로운 대처로서 종결하고 신임을 다시 얻는 거다.

‘종신총통이 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이미 끝내놨겠지.’

그러한 총통의 야망을 이용해, 그 기회에 편승하려는 것이 치안총국이다. 그들은 이미 쿠데타를 일으켰던 세력, 군부의 아래서 억압받는 이등군대로서의 처지를 벗으려는 거다. 화성과 지구의 지배자가 되려는 거다.

‘그러니 붉은 엘프의 출현이라는 기회 하나만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에 생긴 골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던 명위군은 부름에 반응했다. 삼월문 일월각주 우인홍, 가장 연장자인 그가 시선을 던진다.

“뭐가 더 있을 것 같소이까?”

밑도 끝도 없는 물음, 그렇지만 명위군은 뜻을 읽었다.자신이 생각하던 것이다.때문에 기묘한 소름이 돋는다.이편의 생각을 읽는단 말인가?아니, 그건 아니다, 같은 목적으로서 현황을 읽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성동격서가 아닐까 생각은 합니다만.”“성동격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우인홍 뒤로 백두파 육장로 경운이 입을 연다.

“치안총국이 확실하게 수를 두려면 역시 그렇겠지요?”

당신들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미소, 그런데 표정을 찌푸린다.

“다만 그게 뭐고 어디냐가 문제입니다.”

중얼거림 같은 경운의 목소리는 이어 나왔다.

“지구에 전쟁의 불씨를 확실하게 뿌리는 것, 그로인한 바람을 화성으로 불게 해 정세를 흔들자면, 지구 주둔군에게 확실한 타격을 줄 방법은······”

우인홍이 묵직한 숨으로 입을 열었다.

“총통은 7군단의 그리샴장군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소. 아니 대단히 싫어한다고 하는 게 맞을 거요. 총통이 저간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면, 기회로서 활용하고자 한다면, 반역의 명분이 가장 좋을 거요.”

명위군이 바로 말을 받았다.

“그 부분에 있어선 치안총국과 총통사이에 공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총통은 모든 걸 주재하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용인하는 것이겠지요. 누가 무엇을 획책하든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란 생각일 겁니다.”

백두파 경운이 삼월문 우인홍을 힐긋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비교할 데 없이 강력한 화성군부가 총통의 손 안에 있으니까요.”

우인홍은 반응하지 않았다. 삼월문과 군부의 뿌리 깊은 관계는 세상이 다 아는 것이다. 당연히 삼월문은 군부에 영향력을 가졌다. 그렇지만 군부의 힘은 총통에게 있다. 핵심인물들이 전부 총통의 사람들이다.

“쿠데타 이후로 군부는 총통의 손 안에 확실히 들어가 있소.”

변명 아닌 변명, 우인홍의 말은 사실이다. 쿠데타를 겪은 총통은 치밀하고 강력하게 그런 환경을 만들었다. 그는 이제 황제가 되고자 하는 거다.

“우리 삼대문파가······”

경운이 흘려내던 목소리는 잘렸다.샤크의 비상음 때문이다.내부의 탑승인원들이 신형을 못 가눌 정도로 급선회비행을 한다.그 이유가 뭔지 삼대문파 인물들은 창을 통해 봤다.수림지대에서 화염이 터져 오른다.

-하강, 하강.

샤크의 내부방송에 반응하며 삼대문파 인물들은 준비했다.이제 목적지에 온 것이다.군대가 화력을 퍼붓고 있는 대상, 붉은 엘프를 볼 때다.

* * *

샤크가 하강하고 있다. 레이더영상으로 확인한 위치는 장성부근이다. 내몽고수림지대가 광활하게 펼쳐진 곳, 여길 넘어가면 몽골초원과 사막이다. 그 중심에 3군단이 있다. 그곳을 목적지로 삼고 있다는 걸 이젠 안다.

‘여기서부터는 비행이 안 되겠지.’

정확히 수림지대를 넘어가면서 부터다. 아무리 스텔스비행을 한다고 해도 3군단의 강력한 레이더망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도처에 감지장비들을 설치했을 것이다. 파도의 난반사나 수림이용이 더는 안 되는 거다.수림을 파고들어 샤크가 착륙했다. 밖으로 나간 패튼은 로웰과 형포를 봤다. 제작출처를 분간 못할 슈트를 착용한 모습, 패튼 자신도 마찬가지다. 출발 시에 이걸 지급받았다. 천산마갑 슈트가 아니라서 어색하다.

‘저게 뭘까.’

샤크에 싣고 온 게틀러를 내리고 철상자들을 내리고 있다. 눈이 마주친 로웰은 이제 정보관으로서의 위세를 미소로 보이고 있다. 다가온다.

“저 안에 뭐가 들었을지 궁금하겠지?”

궁금하다, 중간에 장치한 통신장비가 아니다.

“이제 보여주지.”

로웰이 신호하자 형포가 다시 수하들에게 수신호했다.십 인의 매화검문 인물들은 철상자를 개봉했다.압력이 빠지는 소리가 가파르게 귀를 찌르는 가운데 완전히 열렸다. 그 순간 패튼은 흉악한 기운을 감지했다.

‘뭐?’

철상자 안에서 그르렁 거리는 숨소리가 흘러나왔다.피부에 소름을 돋게 하는 소리, 숨결이다.왜 그런지 눈에 보인다.밖으로 발을 딛는 존재, 라이피언이다.그런데 그냥 사자족이 아니다. 커다란 날개가 달렸다.

‘저!’

경악으로 숨을 멈춘 패튼은 날개바람에 밀려 휘청거렸다. 충격이 배가되는 건 라이피언족만이 아니어서다. 타이그란족과 퓨리엔트족도 철상자에서 나왔다. 인간도 있다. 하나같이 정상이 아닌, 이종의 존재들이다.

“멋지지 않나?”

자부심 가득한 로웰의 목소리에 패튼은 현실로 깨어났다.

“화성연구소의 작품이야. 대단한 놈들이지.”

흔들리는 패튼의 눈을 응시한 로웰은 핵심을 뱉어냈다.

“저들이 5군단을 공격할 것이야.”

흠칫한 패튼에게 로웰은 전후를 자세히 설명했다.

“지금 5군단은 붉은 엘프에게 대응중이다. 화성에서 급히 온 삼대문파도 그렇겠지. 그사이에 우리는 5군단으로 달려가 뒤통수를 치는 거다. 그래, 이런 전력으로는 한 대 치는 게 전부지. 바로 그게 우리 임무다.”

패튼은 눈자위를 가늘게 떨었다.수림에 착륙하기 전 인지한 상황이다.동북방 수림지대에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됐다.규모와 농도로 봐서 교전상황이다.그 이유가 뭔지 로웰이 말했다. 그리고 이제 할 일도 말했다.

“우리가 정확히 해야 할 일은······”

“이종들이 5군단에 한 대 먹이는 걸 확인하는 것, 그 후엔 조력자들을 만난다.”“조력자라면······”“매화검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적호문이라고 하지.”

해줄 말은 거기까지란 듯, 로웰은 돌아서 명령했다.

“출발한다.”

형포의 수신호가 바로 이어졌다. 매화검문 인물들은 게틀러에 탑승했고, 이종들은 날개를 펼쳐 수림 속으로 날아갔다. 숫자는 정확이 열이다.

‘그렇군.’

현실을 받아들인 패튼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탑승, 출발이다.”

정찰대 한팀 스무 명의 인원은 게틀러에 올랐다.

* * *

“흐으······”

신음을 침과 함께 흘린 원필성은 떨리는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자욱한 운무가 더듬는 코가 간지럽다. 그런데 운무는 정확히 얼굴 앞에까지만 와 있다. 운악산과 일대를 둘러싼 안개, 저것의 영역 밖에 있음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헤아리는 데 위험한 기운이 등골을 엄습한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보니 붉은 혓바닥원숭이들이 주변에 쫙 깔렸다. 수림 속에서 다가온 이놈들은 원필성 자신을 잡아먹어도 될 존재라고 판단했다.

‘이놈들!’

본능적으로 핸드건을 찾은 원필성은 없다는 걸 알았다. 슈트의 허벅지 바깥에 장착돼 있어야 할 무기가 없다. 슈트 자체가 거의 파괴돼 있다.

캬악! 캬악!

흉악한 소릴 지르며 붉은 혓바닥 원숭이들이 달려온다. 그 순간에야 원필성은 알았다. 5미터정도 떨어진 곳에 엎어져 있는 이는 루카스중령이다.

‘이!’

분노와 절망을 삼키던 원필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 들였다. 무기도 없고 움직일 힘도 없다. 이렇게 짐승먹이로 죽는 거다.케엑 하는 소리에 원필성은 눈을 떴다.

‘어?’

붉은 혓바닥원숭이들이 쓰러진다. 아니 터진다, 머리통과 몸통이 박살나며 흩어진다. 그렇게 만드는 원인, 사격하며 달려오는 이들은 구조대다.

“아······!”

희열에 몸을 던 원필성은 루카스중령에게로 기어갔다. 그를 흔들었다.

“중령님, 루카스중령님!”

있는 힘을 내서 부르고 흔들자 루카스는 눈을 떴다. 그러나 그 눈도 원필성 자신과 같았다. 왜 이곳에 쓰러져 있는 건지를 모르는, 망각한 눈이다.

* * *

붉은 엘프는 수림을 벗어났다. 그 머리 위에서 건쉽들이 화력을 퍼붓는다. 지상에선 기갑부대의 전차들이 포를 쏜다. 지상은 까뒤집히고 있다.

‘저런 화력을······!’

어마무시 한 화력을 바라보며 명위군은 소름을 삼켰다.저런 속에선 무엇도 견딜 수 없음 알아서다. 그런데 예감과 본능이 아니라고 한다.붉은 엘프는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한다.그렇다는 걸 저렇게 보게 해 준다.

“엄청난 놈입니다······!”

백두파 경운이 떨리는 음성을 흘려냈다. 보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저런 모습은 말로만 들은 전설의 모습이다. 유성대협과 천웅대협, 그들이 저러했다고 들었다. 붉은 엘프는 푸른 에너지에 싸여 걸어온다.

“저놈의 절대호신강기를······!”

치를 떠는 것 같은 소름을 털어내며 경운은 붉은 엘프를 응시했다. 현재의 이 접전상황은 3군단을 통해 화성으로 송출되고 있을 것이다. 붉은 엘프의 저 푸른 에너지 쉴드, 호신강기를 군대 무기들이 못 뚫는다.

“불가해한 존재······!”

삼월문 우인홍은 신음처럼 중얼거림을 냈다. 현재의 충격, 정말로 불가해한 상황이고 존재의 출현이다. 이대로 라면 붉은 엘프를 타격하긴 커녕 저지할 수도 없다. 더 강력한 화력으로 대응해야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거리를 벌려야 합니다!”

뒤에서 들려온 강한 외침에 삼대문파 인물들은 고개를 돌렸다. 장교가 소리친다.

“천붕(天崩)을 발사할 겁니다!”

하늘상어의 열배, 화력조절에 따라 백배의 위력을 내는 미사일이다. 3군단에서 그걸 이곳에 박겠다는 거다. 그렇다면 장교말대로 물러나야 한다.

“어서요!”

다급한 장교의 외침을 따라 삼대문파 인물들은 경공을 펼쳤다.그 순간 하늘의 빛을 봤다.본 순간 지상으로 꽂히는 빛, 파멸의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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