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혹성강호-137화 (138/172)

혹성강호. 137. 황금안, 골든아이.

137. 황금안, 골든아이.

얼어붙은 눈으로 명위군은 초원의 절멸을 바라봤다.별이 뿜어 내린 빛의 그물이 초원을 뒤덮었다.그 위에서 지옥 같은 광경을 만들던 괴수들이 토막 났다.초원이 토막 났다.황금빛 그물이 덮은 모든 곳이 갈라졌다.

‘황금안, 골든아이!’

그것이다. 5군단은 그 무기를 쏘아올린 것이다.천붕으로도 죽이지 못한 존재, 붉은 엘프를 죽이기 위해 저것을 사용했다.아니 이 결과는 붉은 엘프를 상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화성을 향한 초강력 메시지다.

‘폐기된 전략무기 프로그램······!’

저것이 존재한다. 저고도위성이며 고고도정찰기체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저런 힘을 탑재한 종말의 무기다. 삼백년 전 프락시안들이 침공했을 때부터 개발한 거다. 그들이 패배하고 물러간 후 폐기된 걸로 알려졌다.

‘전략무기로서의 실효성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부적합다다더니······!’

그런 명분으로 폐기한 걸로 알려졌지만 당시의 정세로 인한 결과임을 모를 수 없다. 그런데 폐기된 게 아니었다. 제작까지 완료된 상태로 은폐된 것이다. 지구의 군부가 그렇게 했다. 그 결과를 지금 눈으로 본다.

‘화성에서 난리가 나겠구나.’

뜨거운 침을 넘기며 막힌 숨을 겨우 틔운 명위군은 그리샴 장군을 떠올렸다. 전쟁 영웅, 지구의 실질적인 통치자, 그가 결정한 일인 것이다.

“초원이······”

떨리는 목소리를 내는 자, 경운을 명위군은 돌아봤다. 자신처럼 게틀러 위에 서서 충격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황금안을 알아보고 전후를 알았다.

“지구의 군부가 자신들의 길을 가기로 명확히 결정했구나.”

무겁게 가라앉은 중얼거림, 우인홍의 육중한 시선은 초원을 더듬고 있다.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서 있던 모든 존재를 황금그물로 덮어 절멸케 한, 황금의 별이 하늘에 떠 있다. 그 별로 우인홍은 시선을 올렸다.

“황금안은 저것 하나만인가?”

이어 나온 우인홍의 독백에 명위군은 순간 진저리를 쳤다.

‘더 있다면!’

충격의 현실을 깨닫는 순간 게틀러 해치가 열리고 군인이 소리친다.

“움직임이 있습니다!”

명위군은 반사적으로 초원을 응시했다. 황금안이 풀어낸 절멸의 그물아래 초토화된 대지, 죽음의 재와 불길만이 너울거리는 그곳에 누군가 정말 있다. 재와 연기와 불을 밀어내며 걸어온다. 사람과 짐승의 형상이다.

* * *

레이더를 강렬한 빛으로 채운 현상, 패튼은 즉각 반응했다. 이게 뭔지, 도대체 어떤 에너지 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정보관 로웰의 명령을 무시하고 해치를 열었다. 위장포를 헤치고 일어서서 망원스코프를 눈에 댔다.

‘저건!’

초원이 불바다로 변했다. 죽음의 불바다다. 그 하늘 위에 별이 떠 있다.

‘황금빛을 내는 별······!’

뭔지 모를 충격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패튼은 몸을 부들거렸다. 그 순간 로웰이 소리쳤다.

-위치가 발각됐다! 수림으로 퇴각한다!

떨리는 눈으로 밤하늘을 보던 패튼은 게틀러 안으로 들어갔다.

-이종들은 전멸했다! 5군단의 추적공격이 시작될 거다!

로웰의 성난 음성 속에 게틀러는 맹렬하게 질주했다. 위장포를 버린 채 수림으로 방향을 돌려 달렸다. 그런데 패튼은 황금 빛 별만을 생각했다.

‘그건 뭐지?’

등골에 돋는 소름의 이유를 모르는 데도 패튼은 확신했다. 초원이 불바다가 된 이유가 황금별이란 것을, 그별이 기억케 하는 이름을 붙잡았다.

‘골든아이, 황금안.’

모발과 솜털이 곤두서는 그 순간 부하의 긴박한 음성이 귀를 때렸다.

“초원 상공에 에너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레이더에 포착됐다.패튼 자신이 해치를 열고 나가게 만든 그 에너지다.황금별이 품는 에너지.저것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예감된다.

“멈춰! 모두 나가!”

급정거하며 게틀러는 뒷문을 열었다.패튼과 스무 명의 정찰대는 밖으로 달려 나갔다.그 순간 황금별이 황금빛을 발사했다.두 줄기 빛이다.눈이 멀 듯 한 황금빛.그 힘에 만들어낸 바람에 밀려 패튼은 날려갔다.던져버린 돌멩이처럼 바닥을 패고 굴러가다 멈췄다.시야가 황망하고 흐릿하다.슈트 안 육신의 충격으로 인해 의식은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뭐······’

초점이 잡히는 눈으로 패튼은 결과를 봤다. 자신이 부하들과 뛰쳐나온 게틀러는 사라졌다. 자신처럼 게틀러를 멈추고 튀어나오던, 그러려고 했던 로웰과 형포의 게틀러 역시 흔적이 없다. 그 자리엔 구멍만 생겼다.

‘미친!’

초원의 대지를 파고 들어간 구멍, 그 앞으로 패튼은 비척대며 다가갔다. 깊이가 10미터에 이르는 구멍이 생겼다. 하늘상어가 때려 생기는 구덩이와는 다른 거다, 이건 확실히 구멍이라고 할 것이다. 별이 만든 거다.

“황금안······!”

그 이름을 신음처럼 흘려낸 패튼은 상공의 비행음을 들었다. 확신을 주려는 듯 머리 위를 지나가는 기체들이 있다. 무인건쉽 비천의 편대다.

“뛰어!”

소리친 패튼은 수림을 향해 달렸다. 그 뒤를 정찰대 부하들이 따랐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위에서 무인건쉽 비천들이 기총사격을 퍼부었다.

* * *

“이종들은 전멸했습니다.”

보고하는 참모의 목소리를 들으며 볼프는 화면을 응시했다. 이종들을 침투조종한 놈들을 찾아내 공격하는 중이다. 골든아이가 그놈들에게 한방 먹였다. 그쪽에 신경 쓸 때가 아닌 이유는 강흑성의 등장 때문이다.

‘저자가 강흑성.’

골든아이의 공격범위 밖으로 물러난 부하들 앞에 그가 등장했다. 상공에서 영상을 보내는 드론을 힐긋 올려다본다. 그런 강흑성 곁에는 커다란 흑호가 있다. 멸종한 호랑이, 저만큼 커다란 놈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붉은 엘프 놈은 죽은 건가? 그렇겠지. 황금안의 공격 속에서 살 수는 없을 거야. 그런데 강흑성은? 마찬가지 아니었나? 안 죽고 살아 있잖아? 아니, 그럴 수가 없지, 골든아이의 공격 범위 밖에 있었던 게 분명해.’

부정하면서도 경직한 눈자위를 꿈틀거리는 볼프에게 참모가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현장에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골든아이 아래 강흑성이 서 있다. 그의 앞쪽으로는 부하들이, 삼대문파인물들이 있다.

‘한방을······!’

어금니를 강하게 물던 볼프는 폭음을 들었다. 반사적으로 원인을 찾았다. 5군단 내부다. 무기고 중 한곳이 폭발했다. 그 현장 영상에 놈이 있다.

‘붉은 엘프!’

* * *

바람이 밀고 가는 연기의 앞으로 나서며 강흑성은 시선을 던졌다. 앞을 막은 5군단 병력과 삼대문파 인물들 뒤, 어둠 저편의 5군단을 향해서다.

‘아우리엘.’

그가 저곳으로 갔다. 상공에 빛나는 저 별이 뿜어낸 절멸의 그물을 피해서, 초원의 대지를 뚫고 들어갔다. 그렇게 나아가는 곳은 5군단이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라!”

고함쳐 경고하는 자, 군인이 아닌 삼대문파 인물들을 강흑성은 응시했다. 기갑부대의 앞으로 선 자들, 천지문과 삼월문과 백두파가 분명하다.저들의 눈에 든 것이 보인다.흥분과 긴장과 투지와 경계, 피끓음이다.

“아우리엘은 이곳에 없다.”

강흑성은 대답을 던졌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에 대한 답이다. 그렇게 걸음을 냈다. 바로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어둠 저편, 5군단에서다. 군인들은 놀라 돌아봤고 삼대문파 인물들은 물음을 던졌다.

“아우리엘이란 존재가 붉은 엘프인가?”

다시 걸음을 멈춘 강흑성은 물음을 던진 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물음을 받은 자, 명위군은 자신을 밝혔다.

“천지문 천각주 명위군이다. 이들은 내형제들인 천지육검이다.”

명위군과 그 옆으로 벌려선 자들, 천지육검을 강흑성은 응시했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순간 두 번째 물음을 던진 자는 자신을 밝혔다.

“백두파의 경운이다. 이들은 백두검들이다. 아우리엘이란 붉은 엘프가 살아 있는 것이 확실한가?”

강흑성은 손가락으로 5군단의 폭발불빛을 가리켰다. 당연히 그것이 답이란 걸 알지만 물음을 던진 것, 경운과 명위군과 우인홍은 숨을 떨었다.

“어떻게, 가라운이 어떻게 그곳을 벗어난 건가?”

아직 자신을 밝히지 않은 우인홍, 그가 삼월문 인물임을 확신하며 강흑성은 대답했다.

“땅을 뚫고 갔다.”

우인홍은 눈썹을 경련했고 명위군과 경운은 얼어붙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 아우리엘이란 이름의 붉은 엘프는 황금안의 공격을 조롱하고 벗어난 거다. 절멸의 그물이 파고드는 것보다 더 깊은 지하로 갔다.

“강흑성, 너는 강흑성이지?”

추호도 의심치 않지만 우인홍은 확인하듯 물었다. 붉은 엘프로 인한 충격을 털어내려는 듯, 눈앞의 존재에게 집중해 두려움을 떨치려는 듯이다.

“그 안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산 것이냐?”

이어 나온 우인홍의 물음, 강흑성은 문득 손에 남은 것을 봤다.철룡의 조각이다.움켜쥐고 있던 이 부분을 제외하곤 사라졌다.황금별이 펼쳐 내린 황금그물에 그렇게 됐다. 강흑성 자신과 흑호를 보호한 최후다.

“앞을 막을 건가?”

대답대신 그 물음을 던진 강흑성은 처음 소리친 군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 목표는 붉은엘프다.”

당혹과 충격 속의 군인은 삼대문파 인물들을 돌아보고 통신기를 잡았다. 삼대문파인물들은 강흑성을 바라보며 복잡하고 뜨거운 눈빛을 흘려냈다.

“유성대협의 유진을 어디서 찾은 것이냐?”

심중의 핵심을 꺼내 던진 경운, 그의 눈을 응시하고 강흑성은 대답했다.

“내 아버지시다.”

반응은 극명했다.경운은 황당한 얼굴을 했고 명위군과 우인홍은 멍청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순순히 대답을 들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대답을 들을 거라곤 정말 예상 못했다. 분노가 치솟는다.

“이놈! 우리를 능멸하려는 구나!”

경운은 분노의 반응과 함께 검을 뽑았다. 백두삼검도 동시에 그랬다. 그들의 검에 어린 검강의 기운을 무심히 응시하며 강흑성은 다시 말했다.

“내게 생명을 주신 아버지시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내며 강흑성은 말했다.

“대적한다면 죽인다.”

거침없이 걸음을 내는 강흑성을 향해 우인홍과 일월검종들이 검을 뽑았고, 명위군과 천지육검은 검신일체가 되어 움직였다. 접전은 시작됐다.

* * *

부상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현실을 보며 그리샴은 눈을 부릅떴다. 5군단의 현재상황이다. 붉은 엘프가 출현했다. 무기고를 폭파한 놈은 병사들을 도륙하고 있다. 5군단 내의 영상장비들이 그 광경을 생생히 보여준다.

-형님!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황금안으로 공격해야겠습니다!

다급한 볼프의 목소리, 맞는 소리다. 붉은 엘프가 어떻게 5군단 안에 나타난 것인지는 다음 문제다. 저놈을 죽여 없애야 한다. 방법은 황금안이다.

“조치해!”

볼프가 참모들에게 소리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며, 붉은 엘프가 5군단 내에서 살육하는 광경을 보며, 그리샴은 또 다른 존재를 눈에 넣었다.

‘강흑성.’

그가 나타났다. 죽지 않았다. 붉은 엘프를 쫓아왔다.저곳에서 목표가 붉은 엘프라고 말했다. 현장 지휘관이 그 육성을 생생하게 전달했다.그가 싸움을 시작했다.삼대문파의 고수들과 어우러졌다. 무시무시하다.

‘길을 열어줘야 해.’

강흑성에게, 붉은 엘프에게 가도록 해줘야 한다고 그리샴은 확신했다. 골든아이로 다시 공격한다고 해도 붉은 엘프가 죽을 것 같지 않다는 예감에 이은 예감이다. 실제로 붉은엘프와 강흑성은 골든아이에 안 죽었다.

‘둘 다 그 안에 있었어.’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마신 그리샴은 다시 눈을 뜨고 명령했다.

“원대위과 루카스가 찾아갔던 여자들과 아이들 일행, 군단내로 보호해라.”

참모들은 바로 명령을 하달했고, 그리샴은 영상을 보며 이를 물었다.

‘강흑성, 붉은 엘프를 죽여 다오.’

간절하게 그리샴은 기원했다. 부디 강흑성이 붉은 엘프를 상대해 주기를, 여자들과 아이들을 향해 내린 명령이 최악의 끝까지 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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