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혹성강호-155화 (156/172)

혹성강호. 155. 신의 칼 2.

155. 신의 칼 2.

헬기들이 떠 있다. 군에서 출동한 결과다. 여의도 하늘을 맴돌며, 국회 위에서 총구를 드리운 저 헬기들은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기총사격을 해댈 수는 없다. 의원회관 안의 이종을 정확히 타격해야만 한다.

‘미친······!’

의원회관 앞의 시체들을 보며 최준후는 소총을 다시 움켜잡았다. 정확한 소속을 모를 이들, 국정원 타격팀이란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사내들과 접근했다. 출구 옆에 몸을 붙이는 지금 떠오르는 것은 윤미령이다.

‘그 아이 늘 슬퍼했어.’

비애에 젖은 눈으로 윤미령은 말했다. 민경철이란 아이, 이제 만 18세가 돼서 보육원을 나가 독립해야 할, 그러나 아직 아이. 그 아이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 갔었다. 그러나 다시 또 확실하게 버려졌다.

‘삼류 드라마 스토리 같은 일이지. 그런데 우리 사는 주변에선 비일비재한 일이야.’

그래서 드라마 스토리로 계속해서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슬픈 미소, 윤미령은 민경철의 주검 앞에서 기원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기를.

‘안타깝고 슬픈 일이야. 그렇지만 민경철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이 있어.’

윤미령에게 하지 못한 그 말을 뒤늦게 마음속으로 한 최준후는 명령을 들었다. 리시버를 통해 귀를 파고드는 목소리, 김일우국장의 음성이다.

-변이자는 우홍규, 올해 59세의 남자다.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과 국가배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인물이다. 그 분노, 원한이 사건배경이다.

원한과 복수라는 김일우의 음성이 강하게 귀를 파고든다.확신을 품은 저 말을 최준후 자신도 공감한다.변이자들, 이종이 된 존재들의 공통점이 그것이다.강력한 동기를 가진 자들이다. 가슴속에 맺힌 포한이다.

‘이기범은 형의 복수, 민경철은 아버지를 향한 원한, 우홍규는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을 은폐한 세상을 향한, 국가를 향한 주체하지 못한 분노.’

그러한 배경들이 있다. 이종들을 분노케 한 원인이다.그런데 저들의 격노에 희생되는 사람들이 있다.이종들이 목적한 타깃들만 죽는 다면 모르겠지만 애꿎은 사람들이 죽는 거다.이종들을 그걸 구분하지 않는다.

-현재 변이자는 의원회관 3층 동쪽 끝에 있다. 헬기가 대기 중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노출하는데 집중하도록 해라.

이종을 헬기의 사격권 안으로 노출시키라는 소리.

‘그게 마음대로 될까.’

최준후는 동료들과 눈빛을 주고받은 후 안으로 진입했다. 신속하게 3층으로 이동하는 동안 죽은 이들을 확인했다. 모두가 의원회관 관계자들이다. 마침 긴급임시국회가 소집돼서 국회의원들이 대거 출근해 있었다.

‘국회직원들, 의원보좌관들.’

죽은 자들을 응시하며 위로 오른 최준후는 드디어 아는 얼굴을 찾았다. tv에 자주 얼굴을 보이던 국회의원이다. 상하체가 따로 떨어진 죽음이다.

‘저렇게 죽었구나.’

극렬지지자들 외엔 대다수의 국민들이 욕하던 인물, 눈을 부릅뜨고 죽었다. 그런데 그런 이가 한둘이 아니다. 파괴된 의원실들 마다 죽음이다.

‘쓸어버렸어······!’

머릿속에 떠오른 그 말을 최준후는 뜨거운 침으로 삼켰다. 정말로 의원회관은 썰려나갔다. 이종이 휘두른 칼에 맞아 국회의원들이 동강났다. 언제나 정쟁만 일삼던 무리, 정의와 공정 같은 건 안중에도 없던 자들.

‘우홍규.’

이종이 된 자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르며 최준후는 소름을 털어냈다. 그 순간 괴성의 포효가 귀를 때렸다. 3층 동쪽 끝,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 * *

-이 시간 현재 국회가 있는 여의도는 아비규환상태입니다.

tv를 보며 윤미령은 입술을 떨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변이자, 그 괴물을 당국이 부르는 호칭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전국각지에서 유사한, 아니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정원에서 경찰과의 협력 속에 대응하며 기밀로 해왔던 사건인 겁니다. 오늘 국회에서 발생한 사건 외에 강남 a아파트와 b병원에서도 변이자로 인한 사건이······

뉴스보도에 정신을 박고 있던 윤미령은 형사가 내주는 생수를 받고 뒤늦게 감사인사를 했다. 현재 있는 곳은 강남경찰서, 한세병원 관할서다.이곳에 자신을 보낸 최준후는 저곳으로 갔다. 여의도, 국회가 있는 저곳.

‘경철이가 왜 저렇게 된 걸까.’

입술을 깨물며 윤미령은 생각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 수가 없다. 짐작도차 안 된다. 오늘 본 경철이의 모습은 영화에서나 나올 형상이었다.

-정부당국에선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만, 변이자가 된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원한과 복수입니다.

이어지는 뉴스보도에 윤미령은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다고?’

맞는 것 같다. 민경철은 아버지를 원망했다. 아니 증오했다.태어나게 해놓고 버린 존재, 끝까지 혈연을 부정한 아버지 아닌 아버지다.그를 죽였다. 영혼까지 불태워버릴 듯한 원한인 거다.이 살인은 패륜인걸까?

-사안의 핵심은 변이자들이 왜 생겨났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윤미령은 정신을 다시 집중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일각의 주장으로는 마약류에 의한 괴변사태가 아닌가하는 가설이 있습니다. 또 다른 가설로는 그동안의 바이러스에 의한 것입니다. 인류에게 다시 또 바이러스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코로나 백신······

황당함을 숨기지 못한 눈으로 윤미령은 중얼거렸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이라고?”

그렇다는 설이다. 제대로 된 검증조차 없이 인류에게 집단 실험하듯이 투여한 코로나 백신, 장래에 어떠한 부작용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는 게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이야기였다. 그것에 더해진 괴변이라는 거다.

-백신 접종자들에게 원인 모를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변이자로 만들었다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윤미령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자신 역시도 3차까지 접종했다. 그러면 변이자가 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괴물이 된다고?

-속보입니다. 국회의원회관의 상황이 종결됐다는 소식입니다.

찌푸렸던 미간을 편 윤미령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위험한 상황이 끝난 거다. 그렇지만 최준후가 안전한 건지는 모른다. 전화해봐야겠다.

* * *

“나는 신의 칼이다.”

팔 네 개, 장도를 늘어뜨린 존재 우홍규는 그 말 한마디를 던졌다.그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며 흩어지는 순간 최준후는 움직였다.우홍규가 벼락이 치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달려와서다. 뒤로 몸을 던지며 쐈다.반동과 총성으로 울부짖는 소총.총구를 터져나간 총탄들은 우홍규의 몸을 훑었다.바닥에 닿는 등판의 충격 속에서 최준후는 확인했다.칼날의 팔들로 머리를 보호한 우홍규가 무사히 위로 지나가는 모습이다.

“비켜!”

최준후는 소리치며 굴러 일어섰다. 동료들이 파괴된 의원실 안으로 갈라져 들어가며 총격을 가하는 것, 우홍규가 달려가는 걸 보며 조준했다.가늠좌 위에 우홍규의 머리를 넣었다, 트라이울프가 된 머리, 발포했다.탕, 단발사격의 총탄이 날아가 강타했다. 하지만 우홍규의 움직임으로 빗맞았다. 우홍규는 그대로 달려간다. 복도 반대편 창을 뚫고 나갔다.

“노출됐다! 사격해!”

진입한 동료 중 한명이 무전기에 대고 외치는 걸 들으며 최준후는 달려갔다. 우홍규가 뚫고 나간 창에 부딪치며 봤다. 헬기의 기총사격 속에 춤추는 이종, 우홍규의 최후다. 철갑탄이 온몸을 까부수며 흩어버렸다.

‘신의 칼.’

우홍규가 던진 그 말을 이에 물고 최준후는 눈을 감았다.

* * *

-선양과 단둥을 비롯한 북중 접경지대에 대규모의 군대가 집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뉴스에 눈을 박은 최준후는 컵라면을 후룩거리며 먹었다.

-중국 북구전구사령부에 속한 이들 병력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은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중국군이 북한 국경으로 진입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칫하면 전쟁이 날 상황이다. 아니 이 상태면 거의 임박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북한 내부가 지금 정확이 어떤지를 알아내는 게 급하다.

“먹을 만 한가?”

휴게실 안으로 들어온 김일우를 보며 최준후는 컵라면 하나를 밀었다. 개봉하지 않은 것, 당신도 먹고 싶으면 먹어라 의미, 김일우는 웃는다.

“전쟁이 날 것 같습니까?”

라면을 삼키며 최준후가 묻자 김일우는 짐짓 미간을 찌푸린다.

“남산에 오면 누구든 긴장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군.”“그래야합니까?”

죄지은 것도 없고 경찰신분인 내가 왜? 라는 최준후의 반응.

“대단한 친구인건 알고 있지만 역시 달라.”

칭찬인지 아닌지 모호한 김일우의 말을 건성으로 흘리며 최준후는 말했다.

“동일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날 겁니다.”

의자를 끌어내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김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바이러스 감염설이 돌던데, 그게 맞는 겁니까?”“아직 몰라, 변이자들 사체를 해부하고 온갖 검사를 다 하고 있으니 곧 결과가 나오겠지.”“국외는 어떤 겁니까?”“이제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

변이자들, 그로인한 사건과 사회적 충격이 파도처럼 퍼지고 있는 거다. 역시 이건 일본과 러시아와 북한의 사태와 연동된 괴변이 분명한 것이다.

“일본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 같던데요?”

다시 라면을 먹으며 최준후는 물었고 김일우는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패닉이라고 해야겠지. 그 나라 사람들이 신앙처럼 여기던 존재들이 사라졌으니까.”

그들이 천황라고 부르는 존재, 일왕은 궁성과 함께 증발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비롯한 전국각지의 신사와 유적지들이 소멸했다. 북한에 의한 공격으로 인지한 일본인들은 러시아 사태를 인지하며 패닉에 빠졌다.

“국외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공항이 마비상태야. 부산으로 오려는 배편도 마찬가지고. 정부에선 만일에 대비하고 있지만 위험한 상황이지.”

만일의 사태, 일본에서 난민들이 대거 현해탄을 건너오는 상황이다, 거기에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물론 확실한 이변사태가 있다는 전제하다.

“미국에선 아직 아무 것도 못 알아낸 겁니까?”

최준후의 눈을 말없이 응시하던 김일우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외계로부터의 공격, 그게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야.”

최준후는 젓가락을 놓고 눈썹에 힘을 줬고, 김일우는 다시 목소릴 냈다.

“일본과 러시아와 북한에 사태가 일어날 때 확인된 것이 있다고 하더군. 대기권에 생겨난 섬광인데, 단순한 뇌전현상과 다를 게 없어서 주시하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런데 반복된 그 현상에서 패턴을 찾은 거지.”“패턴이요?”“뇌류가 산란하다가 한순간 뭉친다는 거야.”“그리고요?”“그 직후 지상의 대상들이 증발했다는 거지.”“대상물이 위치한 상공에서 그런 현상이 공통적으로 있었다는 겁니까?”“그렇지.”

식어가는 컵라면 용기로 시선을 내린 최준후는 복잡한 생각 속에 빠져들었다. 자신이 원래 살던 세상과 얽힌 생각, 이제 일어나는 일들이 그러함이다. 이종의 출현이 그렇고, 러시아 등에 생긴 초유의 사태가 그렇다.

‘외계.’

눈썹을 가늘게 떨며 최준후는 그 이름들을 떠올렸다.

‘데바, 프락시안.’

두 번에 걸친 외계의 침공을 받았다. 최준후 자신이 본래 살던 지구다. 그런 일이 이곳에서도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그렇다면 종말이다.

‘그곳처럼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원래 살던 지구는 지옥이었다. 유랑민이 된 이들은 이종족 사냥꾼들에게 사냥당하는 짐승에 다름 아니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 이곳이 그렇게 된다면 종말인 거다.

‘싸우는 수밖에, 싸워서 지켜내는 수밖에!’

뺨에 주름이 지도록 어금니를 문 최준후는 그를 떠올렸다.지옥사신 강흑성, 그가 그랬다.지켜내기 위해 싸웠다. 공격자들을 모조리 때려 부쉈다.그와 같은 힘이 없지만 싸우는 거다. 모두가 함께 싸워 지키는 거다.

“비상입니다!”

문을 벌컥 열고 소리치듯 말한 요원은 창백하게 질려있다.

“변이자들이 대거 출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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