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156)

  

“오랜만이에요.”

“그렇군요.”

“화진루에는 도통 살벌해서 들어갈 길이 없었어요.”

“........”

“싸움이 격했다고 들었는데........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

첫 한마디 이후.

청풍은 말이 없었다.

그녀가 따라 오든 말든, 발걸음을 옮긴다.

어깨를 나란히 한, 서영령.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떠한 설명도. 어떠한 대답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서 함께 걸을 뿐.

알 수 없는 위안이라. 한 길을 가고 있는 그녀의 발자욱에 청풍은 들끓던 생각들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한참을 걷다보니, 악양루 근처다.

늘어선 누각들 사이로, 햇살 부서지는 동정호가 아름다운 경관을 비춰주고 있었다.

“.........”

악양루.

악양루에는 화산 장문인, 천화진인이 있다. 

사부님에 대해 묻고 싶다. 백호신검.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턱.

청풍이 걸음을 멈추었다.

옆에서 함께 발을 맺는 서영령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

때로는.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법.

서로를 잘 몰라도,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몇 번 보지 못하여도. 원래 그렇기로 정해졌던 것처럼, 그렇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이 여인.’

반가움. 따뜻함. 그런 것은 별반 중요하지 않다.

얼마만큼 그를 이해하는지. 

그냥 보기만 해도 어떤 기분인지 아는지. 

그런 것도 대단할 것이 못 된다.

짧은 시간, 또는 긴 시간.

시선의 교차 속에 제자들의 죽음을 설명하고, 하운과의 싸움을 이야기했다. 명경을 보고 느낀 충격과, 거기에 따른 좌절을 떠올리고는, 오랜 세월 동안 얽어 맺던 사부님의 등선도 말해 보았다.

들려준 만큼 들었는지, 얼마나 이해했는지 모른다. 아니, 듣고 있다고 생각한 것조차, 청풍혼자만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마음의 목소리, 이심전심이 아니고서야 알아듣겠는가.

하지만 그녀.

왠지 모르게 항상 거기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들어주든 아니든. 그냥 거기에 함께 있어줄 그 느낌이 청풍으로 하여금, 그 마음을 털어 놓게 만들고 있었다.

웅성 웅성. 

그렇게 서 있던 청풍과 서영령.

사람들이 몰려든다.

“!?”

두 사람의 교감을 방해하며, 몰려와 지나치는 사람들이 셀 수 없다.

악양루 쪽으로.

수많은 강호인들이 그들의 등을 스치고 발걸음을 빨리 한다.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이들, 심지어는 경공을 펼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무슨.......?”

시끌 시끌한 소리.

청풍과 서영령도 자의 반, 타의 반에 떠밀려 악양루 쪽을 바라보게 된다. 

“철기맹이라고?”

“철기맹 부맹주라고 했다는데?”

“뭐야? 그것이 정말이야?”

“저기. 혼자 찾아 왔잖아.”

“화산파 장문인을 청하더군.”

“미친.......!”

놀라운 이야기다.

청풍과 서영령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철기맹 부맹주라니.

지금이 어느 땐데, 철기맹 부맹주라는 자가 이 악양에 온단 말인가.

무림맹과 철기맹의 싸움은 비록 소강상태지만, 그렇다고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곳에 왔다는 것은 누구의 말마따나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짓이었다.

사람들 사이로 다가가 보게 된 자.

삼십대 중반이나 됨직한 헌앙한 얼굴. 수염은 기르지 않았다.

수많은 군웅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기도에 절제된 모습이 일품이다. 

목 까지 올라온 회색 장삼을 입었고 왼쪽 팔에는 검은 색 비구(臂具)를 장비했다. 옆에 끌고 온 기마는 타오르는 희대의 명마라도 되는 듯, 붉은 털을 빛내고 있어, 그야말로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서영령의 경호성.

그 남자를 본 서영령의 얼굴이 크게 굳어졌다.

아는 사람일까.

대단한 기파를 뿜어내고 있는 그 남자.

청풍은 미처 서영령의 반응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 남자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중이었다.

흉수.

철기맹의 괴수(魁首)가 저기에 있다. 

화산파 제자로서, 가만히 있어도 되는가.

분노와 의아함, 온갖 감정들이 복잡하게 장내를 메우고 있는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무인들만도 한 두 명이 아니었다.

“어이, 아서라. 화산 장문인을 청했다고.”

너무나도 의외에 상황에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

여기까지 단신으로 찾아와 화산파의 장문인을 찾는다.

무슨 배짱일까.

미친 것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그 배포만큼은 세상이 알아줄만 했다.

‘온다.’ 

후욱.

악양루 쪽.

일순간 그곳에 모인 모든 군웅들이 숨을 죽였다. 악양루 안에서부터 엄청난 기운이 뻗쳐 나왔기 때문이다. 점차 가까워지는 거대한 존재, 악양루 전체가 진동하는 듯 하다. 일세의 고수. 천검(天劍), 화산파 장문인 천화진인의 출현이었다.

턱.

악양루 입구에 철탑처럼 걸어 나오는 천화진인의 얼굴에는 서릿발 같은 분노가 떠올라 있었다. 

“탁무양이라 합니다. 백운산 철기맹을 대표하여 찾아왔습니다.”

공손한 태도. 

이름을 밝힌 그 남자, 탁무양의 표정은 태연할 뿐이다. 분노한 천화진인의 힘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이곳이. 어디라고. 감히.”

“박대야 어쩔 수 없다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이번 공격, 화산파의 뜻대로는 되지 않았겠지요?”  

“건방짐이 하늘에 닿았구나. 내 너를 베지 않는다면 구천을 떠도는 제자들의 넋을 어찌 위로할 수 있으랴.”

천화진인의 눈이 번뜩 빛을 발했다. 

퍼억!

탁무양의 몸이 무엇에 얻어맞기라도 한 양 크게 흔들렸다.

출수도, 병장기도 없이 먼 거리를 격한 일격. 무공이 지닌 모든 제약을 벗어난 신기(神技)다. 탁무양의 입에서 핏줄기가 흘러 나왔다.

‘저것이........화산의 무공!’

청풍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굉장한 검공이었다. 의지가 곧 검(劍)이 되는 것. 무중생유, 심검(心劍)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마검(魔劍) 명경의 무공만큼이나 인상적인 한 수였다.  

“장문인! 구천을 떠도는 넋은 화산 제자들의 것만이 아니외다.”

그러나, 탁무양도 대단하다.

핏물을 머금고 있지만, 형형한 눈빛을 보이면서 당당하게 버텨 선 그.

이에, 분노한 천화진인의 눈에도 놀라움이 섞여들었다.

절정의 검격를 받아내고도 쓰러지지 않는 남자다. 단신으로 찾아 온 것이 단순한 오만의 소치는 아닌 모양이었다.

“이 탁무양. 화산파에 큰 실망을 했습니다. 철기맹과 화산파의 은원은 두 파가 해결해야할 일! 다른 구파를 끌어들이고도 모자라, 세가들까지 동원하다니. 대 화산파 무림맹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철기맹과 일전을 치르지 못할 문파였습니까?”   

“입에서 나온다고 모두가 다 말인 것은 아닌 바, 세치 혀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

탁무양이 손을 휘저었다.

그 손에 따라 군웅들의 시선이 움직이고, 이어 다음 말을 기다리게 만든다.

군웅을 휘어잡는 흡입력. 타고 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화술이었다.

“화산파는 강하고, 철기맹과는 해결해야 할 은원이 깊습니다. 철기맹은 먼저 공격하는 문파가 아니며, 다른 문파와는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화산파를 적으로 돌릴지언정, 무림맹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무림맹이 곧 화산파가 아닌 것처럼, 화산파 역시 무림맹의 힘을 빌려 쓰지 않아도 충분히 강한 문파가 아니었던지요.”

“그렇다면?”

“화산파. 화산파와의 일전을 원합니다.”

대담한 요구, 엄청난 도발이었다.

마치, 화산파와 단독으로 싸운다면 어찌 될지 모를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드높은 서악(西嶽)의 정신. 지고한 자부심의 화산파일 터. 그저 가볍게 신경을 거스를 정도라면 모르되, 이처럼 과격한 도발이라면 역시 아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

잠시의 침묵.

기회를 잡았다고 느낀 것일까.

탁무양이 이번에는 주변을 둘러보며 운집한 군웅들에게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 계신 강호의 영웅들께도 말씀드리겠소. 철기맹은! 다른 문파가 와도 결코 숨지않을 것이오! 철기맹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며 걸어온 어떤 싸움도 피하지 않소. 그 싸움으로 멸문에 이른다면 그것으로 좋소. 철기맹은 무고한 인명을 해치지 않으며, 민초들을 핍박하지도 않소. 오직 지닌 화산과의 은원이 강호 공적으로 내몰릴 명분은 아닐 것인 바! 정도를 걷는 명문의 무인들이라면, 철기맹의 청을 받아 주시오.”    

실제로 뛰어난 기개를 가지고 있든, 아니면 거짓의 탈을 쓴 것이든.

이 순간, 탁무양의 모습은 마치, 큰 억압에 항거하는 영웅의 모습과도 같았으며 그것은 또한, 하나의 결정타라고 할 수 있었다.

노림수였을 것이 분명한 이 단신의 방문으로 인하여, 무림맹의 여타 문파들은 더 이상 나서기가 곤란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철기맹 부맹주라 했나.”

턱.

천화진인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일 보의 거리는 또 다른 중압감. 탁무양의 눈 안에 아무도 보지 못할 긴장감이 차올랐다.

“이번에는 그 교언(巧言)에 당해주겠다. 그러나 이제 다시는 그 입을 놀릴 기회가 없을 것이다. 꾸며낸 정도(正道)가 뭍 군웅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언정, 희대의 마인(魔人)들을 끌어들이고 강호 법도를 어지럽힌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철기맹은 화산의 검을 받게 될 것이며, 그 현판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그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철기맹은. 각오하고 기다리라.”  

“그 말씀, 일전(一戰)의 승낙으로 알겠습니다.”

애써 웃음을 짓는 듯한 탁무양이었지만 큰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화산 장문인 천화진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때보다, 그것을 억누르고 있을 때가 더욱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물러나는 탁무양. 

기마에 올라 말머리를 돌린 그의 앞에는 모여있는 군웅들의 벽이 있었다. 이에 뒤에서부터 들려온 천화진인의 목소리가 탁무양 앞으로 길을 만들어 주었다.    

“저 자. 본인의 두 눈 앞에 직접 무릎을 꿇리겠소. 하지만, 지금은 아니오. 군웅들은 그에게 길을 열어 주시오.”

탁무양이 십년 내 천하를 논할 만한 배포를 보여 주었다면, 천화진인은 이미 완성 된 천하의 대기(大器)다. 군웅들로서도 끼어들 수 없는 대담이자, 강호사에 오래 동안 전해질 일대 사건이라 할 만 했다.

탁무양과 천화진인의 설전을 보며, 또 한번 천하(天下)의 경지를 엿본 청풍이다. 

그 여운에 빠져들어 탁무양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팔 근처 옷깃을 잡아끄는 서영령의 손길을 느끼며 퍼뜩 정신을 차렸다.

“뒤로.”

“?!”

무슨 일일까.

다시 본 서영령의 얼굴에는 처음 보는 다급함이 떠올라 있었다.

“어서. 이쪽으로 와요.”

군웅들 사이. 영문을 모른 채, 끌려가는 청풍이다. 

다시 한번 탁무양 쪽을 돌아 본, 청풍.

그의 눈에 탁무양의 앞길을 막는 한 남자의 모습이 비쳐 든다.

‘저것은.......!’

딱 멈추는 발길. 

탁무양의 앞에서 엄청난 기파를 발하는 그가 있다. 명경. 무당파의 무신(武神). 그가 그대로 보내줄 수 없다는 듯, 탁무양을 막아서고 있었다.

“급해요.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서영령의 목소리. 

저기에 신경 쓰지 않고서, 어디에 신경 쓴단 말인가.

왜 이러는지.

서영령의 눈을 돌아 본, 청풍은 순간, 서영령의 행동에 중대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서.......”

서영령이 아랫입술을 한번 깨물고는 한 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몰려든 군웅들과 움직임 사이로, 그것을 거스르는 몇몇 신형들이 보인다.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이들. 다섯 명, 붉은 옷깃에 흰색 무복을 입었다.

“여길 떠야 해요. 도와줘요.”

어떤 자들인가.

사람들을 밀치다 시피 하면서 속도를 내, 거리를 좁혀 오고 있다.

서영령의 태도, 목표가 그녀라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대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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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발표가 있겠습니다. ^^

당선자는.....안 나올줄 알았더니.....^^ 용케 맞추신 분이 계셨습니다. 

결과는 요 위에 공지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는 맘 졸이며 축구를 보았는데, 분통이 터지더군요.

잘 하고도 결정짓질 못하는 이 오랜 고질병.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하나 나와주면 좋겠는데요. 

박주영이가 잘 하더니만, 어린 선수들, 못하는 수비 가운데서 한 것이니 아직 완전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아직은 어려도, 기량이 꾸준히 상승하여 앞으로 국가 대표팀을 이끌어갈 슈퍼 스트라이커가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어찌 어찌 연참 대전이 재개 되었는데요.

꾸준히만 봐 주신다면야 연참대전과 무관하게, 멈추지 않고 달립니다. 

이벤트 Part-2 가 끝났으니, 이제는 이벤트 Part-3 를 할 때가 왔네요.

벼르고 벼르던 Part-3 입니다. 

Part-3 에 대해서는 토요일 쯤 공지가 올라갈 것이니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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