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런 이야기 때문에 오라 한 것은 아니다만, 쉽게 넘어가기 어렵구려."
" 천하 개방 방도를 다스리시려면 그 정도는 개의치 않는 대인(大人)이 되어야 할 텐데요."
" 사람 사람 하나의 마음을 헤아려 살피는 것 또한 대인의 일이오."
" 쓸데 없는 참견이라면 아니 살피니만 못하죠."
" 남의 일에 참견을 잘 하는 것 또한 거지의 특성이라오. 술먹고 땅바닥에 디벼 자는 지저분한 거지 말이오."
"그런 지저분한 거지들은 대체로 사람들의 고운 시선을 받기가 어려운 법이에요."
" 이십 삼세 아리따운 여인의 눈빛이라면 어떤 눈초리든 곱기만 할 것이오."
빙글 빙글 받아 넘기는 장현걸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연선하가 고개를 떨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 도저히 못 당하겠군요. 이런 이야기만 할 것이라면 가겠어요."
" 아, 아니오. 이십 삼세 아리따운 여인이 떠나가고 만다면 이 장모의 가슴은 찢어지고 말 것이오."
" 매 사제. 우리가 잘못 온 모양이다. 이리도 경망되이 말하는 후개라니, 처음 보기와는 실로 다르구나."
연선하가 매한옥을 쳐다보며 말했다.
몸을 돌리는 그녀.
그 순간, 한 줄기 바람과 함께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장현걸의 신형이 있다. 예측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놀라운 경공술, 무공만큼은 용두방주의 후계자, 후개라 불리기에 충분한 모양이었다.
" 마음에 어두움이 있다면 어서 털어버리시오."
연선하를 똑바로 쳐다보는 눈빛.
강한 인상에 정대한 기질이 드러난다.
"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라오. 그 얼굴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소."
"........"
풍부한 표정 뒤에 감추어진 진지함이다.
사람 자체를 달라 보이게 만드는 모습, 연선하의 눈에 한 줄기 이채가 깃들었다.
" 자아. 이제야 좀 났소. 하지만 잔칫집의 주인을 만나러 갈 요량이라면 아직 부족하구려."
잔칫집의 주인.
석가장, 석대붕을 말함이다. 연선하가 되물었다.
" 석가장주를 보러 간다는 것인가요."
" 그렇소. 이번 잔치에는 심상치 않은 점이 많아, 그냥 넘어가기 힘드오. 육순을 핑계로 잔치를 한다고 하나, 고희라면 몰라도 육순 잔치란 세상에 흔한 것이 아니지 않겠소? 대체 무슨 속셈일지 알 수가 없소. 보물이란 것은 대저 피를 부르기 마련이라,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심히 걱정되오. 때문에 직접 석대붕을 찾아가 그 의도를 볼 생각이란 말이오."
" 하면?"
" 그렇소. 같이 가자는 말이오. 물론 개방이 홀로 나서도 되기는 하지만, 그래서야 원하는 바를 얻기 힘들 수 있소. 참견 좋아하는 거지들의 뻔뻔함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오. 허나 구파의 화산이 함께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구파 일방에서 왔다는 것은 석대붕의 체면을 높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화를 끌어 나가는 것 또한 편해지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할 수 있다는 말이오."
"........."
장현걸의 거침없는 말 속에는 사리에 합당한 논리가 뒷받침되어 있다. 정확한 안목과 막힘 없는 말솜씨, 능글능글함만이 전부는 아닌 남자였다.
" 어쩌겠소."
" 매 사제 어찌 생각하나?"
" 글쎄요. 나쁘지 않는 이야기로 보이는데요."
잠시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생각을 정리하는 연선하다. 이내 그녀가 장현걸의 얼굴을 바라보며 승낙의 뜻을 표했다.
" 받아들이겠어요. 그 제안."
짝.
장현걸이 두 손을 마주쳐 한 번의 박수 소리를 냈다.
" 좋소. 협상은 타결이오."
한 번의 미소.
장현걸이 대뜸 다음 한 마디를 내 뱉었다.
" 그럼. 갑시다."
곧바로 몸을 돌리는 장현걸이다. 그가 한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 봉산아! 가자!"
언덕 한 쪽에서 느릿 느릿 나타나는 고봉산.
어디를 가자는겐가.
의문에 가득찬 연선하의 표정, 그녀가 장현걸의 등 뒤를 향해 의아함을 표했다.
" 어디를 가자는 것이죠?"
장현걸이 고개를 돌렸다.
웃음기가 배어있는 눈매다. 그가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 석가장이지 어디겠소."
성큼 성큼 걸어가는 장현걸이다.
무모하다 느껴질 정도로 즉흥적인 태도,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런 모습에서 조금의 위화감조차 느낄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있는 그대로.
개방 후개 장현걸의 진면목이다.
그 제멋대로인 언변처럼, 어떤 일에도 멈춰섬이 없을듯한 자유분방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사방신검의 이름이 강호에 알려지던 때를 기점으로 하여, 잊혀졌던 신병이기들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명부마도 명왕지검이라는 흑암이 세상에 나왔고.
무적신병이라는 금마광륜이 출현하였으며.
사방신검 이외에 세외사신병(世外四神兵)이라는 기병(奇兵)들도 하나 씩 나타나게 된다.
제천검에서 양영귀까지.
사패시절의 전설적인 장인, 도철이 제작하였던 일곱 기병의 전설들도 다시금 강호사를 장식하고, 그의 유작이던 미완(未完)의 태검(太劍)이 파천(破天)의 의지 위에서 천하를 내달린다.
병장기의 강철 날은 신기(神器)가 아닐지언정 제 주인의 신기(神技) 아래 그 이름을 빛내니, 때는 영웅 속출의 난세라.....
화산에는 질풍검이 있고 무당에는 마검이 있으니, 소림에는 신권이 있어 구파의 영명을 드높인다. 육가에는 잠룡인 파천과 오호도가 있고, 낭인들에는 그들만의 왕이 있어 천지에 각자의 힘을 뽐내도다. 겁난의 시대에 장강에서 교룡이 승천하니, 법술의 환신이 하늘을 날고, 광륜의 주인이 지상을 배회하며, 천룡의 의지와 살문의 유업이 강호를 누빈다.
천하 열명의 제천이, 도래하는 팔황에 맞서 십익의 날개를 드높이고.......
구주가 좁다한들, 대지는 끝없이 펼쳤구나.
한백무림서 초안.
강호난세사 중에서.
" 그냥 들어가는 건가요?"
" 그렇소."
장현걸은 멈추지 않았다.
석가장 정문까지 이르니 거짓말처럼 대문이 열리며,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 화산과 개방의 분들이시지요? 오신다는 시간에 딱 맞추어 오셨군요."
" 물론 그래야지요."
장현걸의 대답에 연선하와 매한옥이 서로를 돌아보며 놀라움의 눈빛을 교환했다.
' 이 남자.......!'
이 장현걸은 그저 거침없기만 한 자가 아니다.
미리부터 기별을 넣어두었다는 철저함도 돋보이는 일이었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예측력이라 할 수 있다.
정확한 시간.
화산파까지 석가장에 올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 놓은 것.
장현걸은 화산파 두 매화검수가 그의 제안에 응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 저는 석가장 총관, 손진덕입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장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총관이라.......예사롭지 않구나.'
장현걸에 대한 놀라움은 접어 두고, 총관이라는 손진덕에게 시선을 준 연선하의 두 눈이 또 한번 이채를 띄었다.
상당하다?
아니다. 상당한 정도가 아니라 뛰어나다.
절정 고수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자. 이만한 인물이 이런 곳에 있다니 선뜻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 요새(要塞)다. 건물의 배치가 특별해. 바깥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르다. 쉽게 침입해 올 수 있는 장원이 아니야.'
주변을 둘러본 연선하는 절로 들어오는 건물들의 구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림 세가의 그것이나 다름없다.
곳곳에 기관진식(機關陣式)이 위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형세, 틀림없이 그 정도는 갖추어져 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만큼 짜임새 있는 양식을 보일 리가 없었다.
' 보검과 보도를 수집하는 재력가라고 했지만, 이런 정도인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런 것은 재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무파(武派) 하나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구나.'
저절로 드는 경각심이다.
무림맹에서 청룡검 회수임무를 받을 때를 떠올렸다.
" 매화검수 연선하. 보무제자 청풍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다더니."
장문인.
천검진인이 직접 발한 말이다. 마치 일거수 일투족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듯한 어조였다.
" 뛰어난 재능이 있는 제자라 관심을 가졌을 뿐입니다."
" 그런가."
"......."
" 재능이 어느 정도였기에. 말해 보거라."
" 뛰어난 재목이었습니다. 매화검수에 못지 않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 같은 이야기를 하는군. 원로원과."
"........"
침중하게 내려앉는 한 마디.
연선하가 고개를 숙이고,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 나는 그리 생각치 않아. 너도 원로원도 잘못 보았다. 결국 그 결과가 이것이지."
강호에 소문난 청풍의 죽음을 이야기함이다.
서천각의 모든 기능은 한창 고조되고 있는 철기맹과의 싸움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목격자나 시신의 확인 등, 명확한 증거는 확보할 수 없었지만 정황을 종합해 보았을 때, 청풍의 죽음은 거의 기정 사실이나 다름 없는 듯 했다. 떨구어진 고개 밑으로 복잡 다난한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을 때다.
" 결국 제 사부처럼 그렇게 될 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육극신에게 말이다."
흘러 넘치는 말.
천검진인, 천화진인이 선고와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 겨우 그 정도였던 아이다. 그것을 왜 그렇게 보았는지. 매화검수의 신분으로 서천각 정보를 손 대면서까지 감싸줄 만한 가치가 있었나?"
"!!"
연선하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놀랄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장문인의 눈길. 연선하는 감히 그 눈빛을 맞받을 수가 없었다.
"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다니. 매화검수답지 않다."
연선하의 눈이 크게 떨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천화진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한 번만 기회를 주마. 사방신검이 탈취당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 예."
" 그 중 한 자루가 안휘성 석가장에 있다고 들었다. 알고 있는가."
" 예. 청룡검. 개방으로부터 온 정보입니다."
" 확실히 이야기가 빠르군. 비록 잘못을 저질렀을지언정 서천각에 있었고 또한 그 아이와 관련이 있었던 만큼, 너만한 적임자도 없다고 볼 수 있다."
"........."
" 매화검수 하나를 더 붙여주겠다. 매한옥, 그 아이가 하북 일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 상태이니, 그 아이와 함께 가서 청룡검을 찾아 오도록 해라. 실패는 용납치 않겠다. 원로원의 판단은 틀렸어. 처음부터 너희들, 매화검수를 보냈어야 했던 일이다. 그들의 눈이 틀렸음을 보여 주거라."
원로원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장문인의 뜻에 따라 여기까지 왔다.
석가장에 대한 정보는 서천각에 보았던 것이 전부.
그것도 미흡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정도다.
현재 서천각의 활동은 철기맹과의 싸움으로 인하여 상당부분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심도 높은 조사를 벌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화산파가 자리한 섬서성 내의 정보들이야 세세하게 파악되어 있었지만, 안휘성 남단 석가장이란 곳의 세부사항까지 전부 알아둔다는 것은 실상 불가능했던 까닭. 이 정도까지 튼튼한 장원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니, 절로 마음이 무거워 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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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월요일. 정말 수능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군요.
수험생 여러분들 힘든 생활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막바지.
수능을 보고 점수가 나온다고 끝이 아니다?
그 이후에도 준비할 것이 산더미 같겠지요.
어떤 과를 가야 할 것이냐.
그냥 점수 맞추어서 갈 것이냐.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것입니다.
이에.
제가 한참 전부터 수험과 학과 관련 정보서에 대해, 관여해 오고 있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서울대생 10 여 명을 섭외하여 학과와 학업, 그리고 직업 선택의 진로 가이드 및, 공부방법과 면접요령에 대해 책을 내자고 한 프로젝트이지요. (저는 서울대 생은 아닙니다만 ^^)
처음에 서울대 경영학과 친구 두 명이 글 쓸 작가들을 섭외하였고, 이년에 걸친 작업 끝에 원고가 갖추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섭외에 들어갔던 두 명 중 하나가 저와 어릴 적 부터 친했던 녀석으로 이녀석 사촌이 김태희 남자친구랍니다.(무슨 상관이!)
뭐 여하튼.
거기에 제가 관여한 부분은 출판사와의 컨택 및, 내용 컨셉과 몇몇 부분의 기획 작업이었지요. 원고에 직접 손을 댄 부분도 있었고요.
프로젝트 제목은.
'서울대생이 말하는 ~학과 이야기'이고, 총 여섯 학과에 관련된 시리즈물이었지요.
그리고 마침내.
그 책들이 오늘 서점에 깔렸습니다.
제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대 가고 싶지?" 서울대생이 말하는 의대 이야기
"지금 법대를 왜가?" 서울대생이 말하는 법대 이야기
"공대 올 사람만 와라" 서울대 생이 말하는 공대 이야기
"성공으로의 로그인. 패스워드는 경제 경영" 서울대 생이 말하는 경제 경영대 이야기
일단.
이렇게 네 개가 나왔으며, 출판사는 하서출판사입니다.
장르문학 출판사는 아니고, 수십 년간 세계명작선, 정보도서들을 출판해 온 역사 깊은 출판사이지요.
홈페이지는 www.haseo.co.kr 이며 신간 소개란에 잘 나와 있을 것입니다.
이 책들 기획에 관계하면서 내용을 세심히 살펴본 바.
현 수험생들의 수능 이후 학과 선택과, 현 고교 1~2학년 생들이 앞으로 갈 학과를 선택해 보시는 데에 틀림없는 도움이 됩니다.
제 미흡한 능력과 안목을 걸고 감히 보장드리지요.
학과 선택도 그렇지만, 공부방법과 면접 방법에 관한 팁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되시는 수험생 여러분께 중요한 정보가 되어드릴 겁니다.
현재, 어떤 목표로 하고 계신 과가 있다면 꼭 일독을 권해 드리고 싶네요.
아, 그리고 공부 방법에 관한 내용은 제가 쓴 것도 들어가 있을 겁니다. (작가들이 모두 순수 서울대 생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저 자신도 어렵게 어렵게 공부를 했었고, 주변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런 분들께 해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마침 그런 이야기 대신 써 준 친구들이 있어, 소개드리는 것이지요. 제 스스로도 직접 노력을 기울였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시고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PS. 행여나, 제가 쓴 무협이 고교생 여러분의 학업에 방해가 되는 일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조금이나마 이득이 되어 드리고자 이런 프로젝트에도 참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언제나 공부에 방해되는 존재가 될 수는 없겠지 않습니까.^^
이 땅에 모든 고교생들, 그리고 학업을 지속할 자녀들을 두고 계실 부모님들께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