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팡! 파아앙!
개방 일절의 장력인 취풍장법(醉風掌法)이다.
흐느적 거리는 듯 나아가는 일타에 정심한 위력이 있다. 한 바퀴 돌고, 옆으로 짓쳐 들어 내 뻗는 남진중의 장력에 괴소를 뿌리는 녹의인의 신형이 기기묘묘한 이동을 보였다.
“주왕번신(蛛王飜身)! 이 놈, 설마 했더니, 독주요마(毒蛛夭魔)로구나!”
“킬킬킬. 잘도 알아보는군!”
다시금 몸을 날리는 남진중의 얼굴에 침중한 빛이 어렸다.
천독문, 독주요마.
천독문 자체는 사이한 방파로서 세상에 알려진 바가 많지 않지만, 독주요마만큼은 후구당 갖가지 문서를 통하여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던 이름이다.
여러 무림인들의 의문사(疑問死), 암살(暗殺), 및 미해결 사건들에 비쳐지는 이름.
민초들에게도 주저 없이 손을 쓰는 악독함과 파악이 어려운 기공(奇功)들에 남진중의 출수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파팍. 파파팍.
뚝 뚝, 끊어질 듯, 세간에 볼 수 없는 신법을 보이면서 달려드는 독주요마다.
파팡!
한번 장력의 충돌을 겪은 남진중이 손해를 본 듯 뒤로 물러났다. 괴인(怪人), 사공(邪功)이지만, 강했다. 꺾으며 움직이다가도 부드럽게 전환되는 움직임, 인간의 몸으로 펼치기 어려운 동장이다. 독주(毒蛛)라더니, 과연 한 마리 독거미를 보는 것 같았다.
화아악!
독거미는 튼튼하고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몸 속에 독을 품고 있어야 비로소 독거미라 불릴 수 있는 법, 독주요마의 휘두른 소매 끝에서 붉은 색 독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제기랄!”
남진중의 입에서 거지다운 욕설이 튀어 나왔다. 취팔선보 흔들리는 신법을 사용해 독무(毒霧)의 범위 내에서 빠져나온다. 달리는 그대로 신형을 멈추지 않은 채, 품속을 마구 뒤져 말려진 버섯, 잠혈균을 빼 물었다.
“킬킬킬. 잠혈균인가? 그것으로는 안 될 텐데.”
해독제인 잠혈균, 적갈색 버섯을 씹어 먹고 있음에도, 남진중의 손에는 붉은 색 반점들이 하나 둘 퍼져가고 있었다.
분노한 남진중. 그가 노호성을 터뜨렸다.
“개 같은 자식! 이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반혈독을 풀다니!”
반혈독, 반혈충으로부터 정제한 극독이다.
녹마산보다 세 배는 강한 위력.
게다가 피부에 조금만 닿아도 독성이 나타나는 특성을 지닌다. 방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한 술수라는 뜻이었다.
펑! 파파팡!
순식간 십 여 초를 더 교환한 남진중과 독주요마다. 일순간 남진중의 신형이 크게 흔들리더니, 뒤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가쁜 숨을 내 쉬는 남진중, 손 뿐만이 아니라, 얼굴까지도 붉은 색 반점이 번져 나온 상태였다.
“이........이 놈.......!”
“좋군. 잠혈균만으로는 해독이 안 되지? 반혈독을 개량했다. 후개는 버티던데 말야. 그런 것을 보면 더 다듬을 필요가 있기는 하겠지. 여하튼, 이렇게 좋은 시험무대를 마련해 준 석가장주께 감사를 표해야 하겠어.”
털썩.
남진중의 한 쪽 무릎이 꺾였다.
억지로 몸을 세우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력을 끌어올려 독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나, 남진중의 굳은 표정은 그것이 여의치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일어나는 것이 좋지 않겠나. 다 죽는다고. 킬킬킬........”
개방 방도. 몰려든 무인들.
줄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외원으로 나가는 문 앞에는 독 안개가 가득 찬다.
절망적인 상황.
인세의 지옥이 거기에 있었다.
퍼억! 콰아악!
외원 쪽 관문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아갈 때.
중앙의 싸움 역시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적사검을 향해 나아가는 숭무련의 돌파는 눈부셨다.
검을 뽑지도 않고 꽂아 놓은 검집 째, 몽둥이처럼 휘둘러 쳐 무인들을 물러나게 만든다. 살수는 쓰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부드럽게 밀어내는 것은 아니다.
날이 서 있지 않아, 단숨에 생명을 앗아가지 않을 뿐이지, 위협적이기는 매한가지다.
강맹한 공격.
검집에 가격당한 무인들은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터지며 순식간에 전투불능 상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비키거라!”
가장 앞에서 숭무련 흠검단을 이끄는 조신량의 움직임은 실로 대단하다.
밀집된 무인들을 일직선으로 돌파하는데, 조금의 머뭇거림도 보이지 않는다.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짓쳐오는 병장기가 부서지고, 가로막은 무인들이 땅을 굴렀다. 날렵하기도 날렵하거니와, 강력한 위력 역시 겸비하고 있다. 빠르면서도 육중한 위력을 보여주는 한 마리 표범과도 같았다.
쿵!
“크악!”
“무, 물러나!”
쓰러지는 사람들 사이.
저편으로부터 또 한 무리 짓쳐드는 자들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공세.
흠검단의 공격과는 근본부터 차이가 난다. 살과 뼈를 헤집는 살기 어린 수공(手功)을 구사하고 있다. 가로막는 이들을 죽이고 비틀면서 전진하고 그들.
성혈교다.
협봉검을 사용하던 묵신단과는 소속이 다른 모양이다. 무기를 꺼내지 않고 권법과 수공을 사용하는 호교 무인들. 그러나 손속에 담긴 살기만큼은 묵신단 혈적검법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대단하군.”
숭무련 흠검단이 그 이름처럼 한 자루 검을 받드는 기세로 돌진하고 있다면, 성혈교 무인들이 달려드는 형세는 잔인하게 후려치는 도끼와도 같다.
죽어가는 사람들.
몰려들어 얽혀있는 무인들이 성가시게 느껴진 것일까. 큰 키의 오 사도가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온다. 사도다.”
조신량의 한 마디.
사도의 오른손이 하늘로 치켜 올라갔다.
우웅. 우우우웅.
퍼어어억!
아래로 찍어 내는 일격.
그 앞에 엉켜있던 세 명의 신체가 일직선으로 동강나며 피분수를 뿌려냈다.
“혈영마참(血影魔斬)! 저것을 맨손으로!”
수도(手刀), 일참(一斬).
엄청난 광경이다.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다시 한번 사도의 손이 횡으로 휘둘러졌다.
콰드득! 파아아아!
이번에는 한 명 더다.
세 명의 몸이 반쪽 나고, 그 여파에 휩쓸린 한 명의 다리가 동강났다.
전율스런 무공. 성혈교 최고봉이라는 사도들의 무공이 현신하는 순간이었다.
“괴.......괴물!”
“도망쳐, 물러나라!”
비로소 알아챈 것인가.
상대할 수 없는 무인의 존재에, 우왕좌왕 흩어진다. 아직까지도 정신 못 차린 채, 적사검을 둘러싸고 좌충우돌하는 몇 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무인들이 두려움에 떨며, 내원 바깥쪽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파아아아. 화악!
“크악! 독(毒)! 독이다!”
사면초가, 진퇴양난이란 이러한 것을 말함이다.
바깥으로 나가는 길목에는 더 불어난 천독문 무인들이 무차별로 독공을 펼치는 중이었다. 방향을 바꾸어 사방으로 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것도 잘 되지 않을 수밖에.
견고한 성채처럼, 완전하게 짜여진 석가장의 장내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크게 제한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이쪽, 길이 있다!”
내원의 한 쪽. 작은 건물에 담장이 낮은 곳이 보였다.
외부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곳.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그 때다.
차락. 차라라라락.
그 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쇠사슬 소리.
마침내 풀려나오는 마인(魔人)이 있다.
한 손에 들고 있는 신검(神劍). 완전히 이지를 상실한 채, 녹색 광망만을 뿌리고 있는 자.
청룡검을 든 강도장의 입에서 신음소리와 같은 한 마디가 흘러 나왔다.
“모든.......것을........끝........내........”
촤락! 터어엉!
묵직한 진각음과 함께 짓쳐드는 강도장이다. 그의 팔 끝에서 휘둘러진 일 검이 달려오던 무인 하나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파아아.
구름처럼 퍼져나가는 핏방울이다.
죽음. 또 죽음.
어디에나 죽음의 사신(死神)들 뿐이다. 청룡검이 흔들리고, 쇠사슬 소리가 밤하늘을 울린다. 적사검을 향해 나아가던 사도의 눈이 강도장에게 이르고, 조신량의 눈빛이 놀라움을 발했다.
달려가다 멈추고. 다시 도망치는 사람들.
인간을 벗어난 괴물들의 틈바구니에서 나약한 군상들의 목숨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과도 같다.
물러나고 또 물러나는 그들.
처척.
그들의 앞에.
양 쪽 허리에 쌍검을 들고, 죽립을 눌러 쓴 한 남자가 단호한 목소리를 발했다.
“이쪽으로 오시오!”
마력처럼.
사람들을 이끄는 한 마디다.
“나가는 길은 하나! 외원으로 나가는 문을 뚫겠소.”
그는 안다.
갈등의 와중에서 끊임없이 살펴 왔던 두 눈.
기관 진식에 따라 만들어진 장원이라면, 출구는 결국 들어왔던 길 뿐이다.
범의 웅혼함과, 용의 지혜가 함께한다.
남진중이 쓰러진 곳.
독무가 가득찬 방향으로.
적사검을 얻는 것.
청룡검을 얻는 것.
두 방향 모두 뒤로 한다.
그 무엇보다 앞에 있는 것.
생명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쓰러져 있는 민초들.
무고한 목숨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
무인들도 마찬가지다.
보검들에 탐욕을 보이던 사람들일지언정 더 이상 무의미한 죽음은 필요치 않은 것. 이들을 구하는 것이 첫째였다.
처척.
그의 신형이 멈추었다.
외원으로 향하는 대문이 보이는 곳.
독주요마의 정면이다.
거미줄에 먹이들을 묶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쓰러진 수많은 사람들 위에 괴소를 흘리고 있는 독주요마를 노려 보았다.
“킬킬킬킬. 이것은 또 웬 놈이냐.”
"화산파. 청풍이다. 길을 열겠다."
짧막한 한 마디.
더불어 대화를 할 가치가 없는 마인이다.
이어지는 것은 하나.
다음 한 마디는 백호의 기세를 담은 발검으로.
채챙!
청풍의 왼쪽 허리에서 청강장검 한 자루가 번쩍 솟아 그의 손에 잡혀 들었다.
그의 발이 전진하는 금강호보를 밟았다.
터엉!
후끈 맡아지는 비릿한 공기.
독기(毒氣)를 줄기줄기 맞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호보, 공격 보법을 타고서 힘을 축적하고.
불길한 안개를 갈라내는 하얀 빛의 참격이 드러났다. 백야참이 독무를 흩어내고 독주요마의 전면을 향해 뻗어 나갔다.
“클!”
독주요마가 몸을 솟구쳐 올리고, 땅을 짚으며 기이한 각도로 몸을 피했다.
더 나아가는 한 발.
청풍은 검을 전개하는 대신, 땅 밑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콱, 촤아아악.
청풍의 손아귀에 개방, 남진중의 옷자락이 잡혔다.
힘을 주어 뒤로 밀어내는 청풍. 정신을 잃은 남진중의 신체가 퍼져있는 독무 바깥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수습하시오!”
청풍의 외침에 거지 하나가 쓰러져 있는 부당주의 곁으로 달려왔다.
독 안개를 앞에 두고.
사람들을 구하려는 마음에 굳건한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청풍이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앞 쪽 만을 바라본다.
얼굴을 굳힌 독주요마가 만면에 분노의 기색을 품고서 몸을 날려 왔다.
“어설픈 수작을 부리다니!”
남진중을 빼낸 절묘한 한수를 말함이다.
독주요마의 손이 흉흉한 기세를 품고서 날아들고 있었다.
텅.
다시 한번 금강호보다.
앞으로 나갈수록 짙어지는 독무지였만, 청풍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한 말처럼 그대로 내원 문을 뚫어버릴 기세다. 청풍의 손에서 백야참 검결이 도도하게 풀려 나왔다.
“!!”
독주요마의 장력을 단숨에 차단하는 강맹한 검격이다.
백호검, 백호무의 위력을 재현하는 청풍.
독주요마의 얼굴에 당혹감이 자리했다.
촤악!
녹의가 찢겨지고, 독주요마의 가슴에 얇은 검상이 새겨졌다.
깊지 않은 상처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독주요마, 사람을 비웃는 듯한 괴소가 완전하게 멈추어 있었다.
“죽이겠다!”
독주요마의 몸이 튕기듯 짓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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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武판 공지] 12월 18일 Go!武판<송년의밤>2004
작가와 독자의 만남. 사인북 판매. 그리고 식사와 여흥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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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적으로 올리라는 문주님의 명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갈수 있을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어찌 될지 상황을 봐야 되겠네요. ^^
아, 그리고.
요전에 말씀드린 학과 선택 서울대 프로젝트는, 다음 주 중에 조선일보 광고가 나간답니다.
많이 관심가져 주시고, 주변에 계시는 수험생 여러분께 일독을 권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책 질도 무척이나 괜찮고, 내용도 실하여, 진학하고픈 학과를 선택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실 것이라 믿습니다. 면접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드릴 수 있을 것이고요.
특히나, 공대 생각하시는 분.
그리고 로우스쿨 도입에 법대 진학 망설이는 분께는 굉장히 유용한 정보를 드릴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ps. 좋은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