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1/156)

  

콰아아아아!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주어야 하는 법이다.

온 힘을 다해 펼쳐낸 일격에는 그만한 위험이 따르기 마련.

청풍은 이것까지도 예측했다. 천운이 따른다면 팔 하나까지는 빼앗을 수 있겠지만, 그 다음을 버티기는 어려울 것임을.

팔을 잘라낸 다음은 생명을 내주어야 하는 위기. 이를 넘기는 것이 곧, 승부의 관건이 될 것임을. 청풍은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라락. 파라라락.

‘온다.’

모조리 발산하여 모이지 않는 내력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공중에 뜬 채, 불필요한 움직임은 일절 배제했다.

오직 눈앞에 끼쳐드는 이 일격을 막아내기 위하여.

순수한 일념으로 발하는 마음.

검자루를 잡은 손으로 그 의지가 발해지는 때.

바로 그 때였다.

시간이 멈추는 느낌이 온다.

세상이 느려지고, 힘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줄기 자하진기가 우뢰와 같은 힘을 품고서 뛰쳐 나왔다. 

간에 자리한 목기와 호응하는 순간.

청풍의 머릿속에서는 풍운용보와 목신운형의 구결이 미친 듯 섞여 들었다.

찌릿.

머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하나의 동작이 있었다. 전율처럼 타내려가는 일섬(一閃). 어느 새, 청풍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그의 몸을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는다.

우르르릉. 

손에 느껴지는 떨림은, 머나 먼 하늘에서 울려오는 천둥소리와도 같았다.

휘둘렀으나, 휘두르지 않은 듯. 깊게 내리 뻗는 하나의 섬광(閃光)으로 나아갔다.

버언쩍.

적사검이 움직였다.

최소한의 힘으로 거대한 참격을 방어하는 일섬(一閃)의 검격.

용뢰섬!

배우지 않았음에도 깨달음으로 이끌어낸 무공이 마침내 현신했다.

콰콰콱. 파파파파파.    

적사검이 부러질 듯 흔들렸다.

사방을 향해 비산하는 기파로 인하여 몸 전체가 밀려 나갔다.

검신을 타고 들어오는 내력이 온 기혈에 때리며 고통을 선사했다.

“합!”

청풍의 입에서 강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버틴다.

사도가 발하는 무시무시한 반격에도, 용뢰섬의 방벽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다.  

파아아앗!

마지막으로 한 번, 충돌의 여파가 줄기 줄기 사방을 향해 퍼져 나갔다.

막아낼 수 없는 것을 막아낸 청풍이었다. 땅으로 내려선 그가 곧바로 한 움큼의 핏물을 토해냈다.

투우욱.

그제서야 땅으로 떨어지는 사도의 오른팔이다.

땅바닥에 묵직한 울림을 발했다. 

왼 손을 든 사도가 잘려나간 오른 쪽 어깨 죽지를 점혈하여 지혈을 시도하고는, 이어 청풍을 노려보았다.

“죽여주마.” 

팔뚝만 잘려나간 것이면 모르되, 어깨까지 통째로 날아갔다면 그야말로 치명상에 준하는 상세인 바다. 

멀쩡할 리가 없다. 인간이라면.

허나 사도는 이미 인간의 경지를 한참이나 넘어 선 자다. 상처 부위가 그렇게나 큰 데에도  벌써부터 출혈이 거의 다 멎어 있다. 근육과 혈관, 온 몸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였다.

우우웅.

치켜드는 사도의 왼손에 강렬한 진기가 운집되었다.

곧바로 내칠 태세다.

그러나.

사도는 청풍을 공격하지 못했다. 훅 끼쳐드는 다른 그림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이이이잉! 쒜에엑! 

옆에서부터 청광을 뽑아오는 자.  

매한옥이다.

광기와 정상의 경계선에서 서 있는 매한옥의 두 눈에는 여전히 혼란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어느 쪽이 싸워야 할 적인지 만큼은 제대로 감지하고 있는 듯 하다.  

청룡검을 휘두르며 쇄도하는 일격.

사도의 전면을 노리고 뻗어나갔다.

쩌정!

놀랍다.

과연 상식 밖의 인간이다. 그 상태에서도 청룡검에 맞상대하는 모습. 경이롭다고 밖에 말할 도리가 없었다. 

파아아앗! 쩌엉! 

이합, 삼합.

두 번, 세 번을 차단하며 몸을 날리는 사도다.  

치명상은 치명상이었던가.  

움직이는 속도도 줄어들지 않았고, 청룡검에 맨손으로 맞서는 위력 역시 그대로였지만, 결코 완전하지는 않아 보인다. 청룡검을 휘두르는 매한옥의 검격에 차츰 차츰 뒤 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쩌정! 

드디어 사도의 무공에 파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도를 뻗어 어렵사리 청룡검을 튕겨낸 사도다.

거기까지가 한계일까. 튕겨낸 후에 나아가는 후속타가 없다. 공격을 파훼하여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운기를.......!' 

체력을 회복하려면 지금이 기회다.

매한옥이 사도를 잡아 놓으면서 얻은 시간. 운기에 앞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급히 사위를 돌아보았다. 

'이런.......!' 

안 좋다. 

운기를 하면서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이곳 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하는 파공음과, 격타음. 

싸움이 벌어진다. 

살심산(殺心散). 이름만으로도 그 효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독(毒). 

살심을 일으키는 홍색의 가루들이 숭무련과 성혈교 무인들을 부추켜 서로를 향해 살수를 전개하도록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째애앵! 쩌저저정! 

터져나오는 강렬한 충돌음에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흠검단주가 거기에 있다.

흑검노들을 파죽지세로 몰아치면서 석대붕과의 거리를 좁혀 가고 있는 중이었다. 

파팟! 슈가각!

적사검을 고쳐 쥐었다. 모든 것이 고조되어 가고 있는 이 장내. 운기는 숨을 들이 마시며 자하진기를 돋구는 것을 대신했다. 

어느 쪽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가.

사도와 매한옥이 먼저다.

당장 끌을 볼 수 있는 것부터.

한 바퀴를 돌아보고 그 쪽으로 다시금 고개를 돌렸을 때.

바로 그 때였다.

꽈광!

폭음에 가까운 음성이 귓전을 울리고, 강렬한 기운이 사위를 휩쓸었다. 

줄 끊어진 연처럼 맥없이 날아 떨어지는 신형.

쿠웅! 

매한옥의 몸이다. 한 팔을 잃고 밀리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사도다. 비장의 한 수 정도는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텅!

청풍의 몸이 땅을 박찼다.

잠깐.

아주 잠깐 동안 주변을 돌아보면서 한 눈을 팔았던 것은 커다란 실수다.

매한옥이 달려들었을 때. 없는 힘이나마 쥐어짜서 함께 달려들었어야만 했다. 피를 쏟으며 땅을 구르는 매한옥, 그리고 따라 붙으며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는 사도.

‘안 돼.’

닿지를 않는다.

거리가 안 나왔다.

사도가 먼저였다.

위이이이잉! 쒜에에에에엑!

치켜 올라가는 손.

내리 찍으면 목숨이 날아갔을 순간!

빛살처럼 날아들며 울리는 한 줄기 맹렬한 파공음이 있었다.

빠아악!

사도의 손과 부딪쳐 튀어 오르는 것은 한 자루 길쭉한 막대기였다.

저잣거리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울퉁불퉁한 막대기.

청풍은 보았다.

그것을 던진 사람을.

그리고, 그 던진 사람 옆에 있는 지친 얼굴을.

“!!”

한 쪽 벽.

드리워진 붉은 휘장 그림자 밑으로부터, 열려진 통로로 나온 두 사람.

타구봉을 던져 매한옥을 구한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니었다.

갇혀 있다가 자력으로 탈출로를 찾아낸 남자, 개방의 후개 장현걸이었으며, 그 옆에 있는 얼굴의 주인은 곧, 언제나 갚을 수 없는 도움을 주던 여인, 연선하였던 것이다.

‘사저!’

연선하.

청풍은 연선하를 부를 수 없었다.

아니, 부르지 못했다.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당장 매한옥의 목숨이 부지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험은 없어지지 않았다.

청풍의 몸이 빠르게 쇄도했다. 

매한옥과 사도의 사이로 뛰어들며 금강탄과 백야참을 연환으로 펼쳐냈다.

퀴웅! 파아아아아!

물러나는 사도.

청풍은 그 와중에도 느낄 수 있었다.

연선하.

사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죽립을 눌러쓰고 있기도 하고 있겠거니와, 그가 펼치는 무공이 너무나도 생소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이미 죽은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

이쪽으로 느껴지는 연선하의 시선에서, 청풍은 오직 무공에 대한 놀라움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터텅!

금강호보.

재빨리 잡념을 털어내며, 적사검을 내 뻗었다.

강한 기세.

연선하가 알아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로서는 청풍의 백호검결을 본 적이 없었던 바. 사도에게 달려드는 청풍의 모습은 이미 생사를 넘나들며 절정에 이르고 있는 검객의 그것이다. 

그 정도까지 성장했음을 생각할 수 없을 터였다.

콰콰콰!

풍운용보를 밟으며 사도의 일격을 피해내고, 백야참을 내쳤다.

뒤로 물러나는 사도.

양 쪽 다 조심스럽다.

어렵사리 검결을 전개하는 청풍처럼.

그토록 강하던 사도도, 힘이 바닥난 것일까.

쉽게 뛰어들지 못하고 검을 겨누는 청풍이다.

그러다가 느껴지는 기색.

“안 돼!”

연선하의 경호성이 울려온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청풍.

쓰러져 있던 곳, 매한옥이 없다. 

더 눈을 돌린 청풍의 시야에 어처구니 없게도, 석대붕을 향하여 몸을 날리고 있는 매한옥의 모습이 비쳐 들었다.

텅!

청풍이 땅을 박찼다.

육신과 정신이 한계에 이른 매한옥.

최종적으로 목표로 삼은 것은 결국 석대붕이었던가.

청풍이 매한옥을 향해 날아가니, 뒤에서 쫓아오는 사도의 기운이 함께 느껴진다.

저쪽에서부터 연선하와 장현걸도 몸을 날려오는 것이 보이고.

매한옥으로 시선을 돌리는 석대붕과, 흠검단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의 눈이 집중된 그 때.

  저돌적으로 짓쳐드는 매한옥의 청룡검이 길고도 긴 호선을 그렸다.

“어림없다!”

염사곤을 내 뻗는 석대붕의 기세가 엄청났다.

이 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힘을 보존하고 있는 자.

완전히 죽여버리겠다는 듯 마주 날려 오는 경력이 그야말로 강렬했다.

  쩌어어어엉!

그 어느 때 보다도 커다란 굉음이 사위를 휩쓸었다.

튕겨 나오는 매한옥.

망신창이가 된 몸으로 하늘을 난다. 

아무런 힘도 남지 않은 육신이 떨어지는 방향.

청풍이 날아들고 있었다.

터어억!

받아들고, 휘돌려 착지한다. 

앞에서는 석대붕이.

뒤에서부터는 사도가.

매한옥을 땅으로 내려놓으면서 그의 오른 손, 잡혀있는 검자루를 발 끝으로 차올렸다.

파앗! 치이이이잉!

떠오르는 검.

검이 운다.

발로 차 올린 것에 진동하는 것인가.

아니면.

비로소 진정한 주인의 손에 잡히는 것을 검 스스로도 아는 것인가. 

꾸욱. 화아아아악!

왼 손에 잡히는 검자루.

뒤에서 달려오는 사도에게 오른손의 적사검을 내 뻗고, 그대로 몸을 휘돌렸다.

가르는 공기.

운체목신. 풍운용보. 용뢰섬!

석대붕이 내쳐오는 염사곤의 강맹한 일격이 단숨에 가로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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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기타야.

  생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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