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륵! 우지끈!
박살난 석가장.
이곳 저곳을 들추고 있는 무인들이 있었다.
수많은 무인들.
거기에 관복을 입은 자들과 군복을 입은 자들까지 서성거린다.
엄청난 광경에 감탄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냉정하고 계산적인 눈빛을 보이는 자들이다.
무너진 이 곳에서 무엇을 찾으려는가.
뻔한 일이다.
석가장.
석가장주 석대붕이 이 폭발 한 가운데에 남겼을 그것들을 찾는 자들이다.
보검들, 막대한 재화를 노리는 자들이었다.
“그쪽을 잡아!”
“어이! 이쪽에 하나! 모두 모여라! 아직 살아 있다! 서둘러!”
모두가 그처럼, 재물만을 노리고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이련가.
그 와중에도 다른 것을 찾는 자들이 있다.
생명을 구하는 자들.
평소에는 지저분한 몰골로 구걸이나 하러 다니는 거지들이었지만, 무너진 잔해에서 사람들을 구해내고 있는 지금의 그들은, 그저 형형한 눈빛을 빛내는 협의지사들만 같았다.
“끄집어 내! 무인이다!”
“살릴 수 있겠어! 검사(劍士)다!”
“쳇, 무련(武聯) 놈이군! 어쨌든 살리고 봐!!”
석가장을 땅 속에 가라앉힌 대 폭발은 내원과 외원을 가리지 않았다.
땅 위로 올려진 장원 밑으로 지하에 한 층이 더 있었듯.
아래로 푹 꺼져버린 흔적만 남았다.
석가장 넓은 부지가, 말 그대로 ‘침몰’해 버린 것이었다.
“이 쪽에도 하나 있다!”
“이 놈도 무인이야. 아직 숨이 붙어 있어!”
“곧 죽겠는데........게다가 이 새끼. 교도(敎徒)다.”
엄청난 폭발이었지만, 의외로 당장 죽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워낙에 넓은 대지를 터뜨린 폭발이다.
광범위한 지역을 무너뜨리려니, 그만큼 살상력이 떨어졌던 것일까. 고수(高手)로 짐작되는 무인들 중에는 경각에 걸린 생명이건만, 아직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자들이 하나 둘, 발견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방도다! 어서 옮겨!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안 그래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던 거지들.
분주하던 행동이 갑작스럽게 빨라졌다.
깨져버린 청석더미 사이로, 이속 저속이 터지고 부러진 거지 하나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타타타탁.
급한 대로 동원된 들것에 실어 무너진 석가장 외곽에 천막처럼 세워진 막사들로 뛰어가는 개방 방도들이다.
막사에 이르러, 죽어가는 방도를 눕히니, 사상자들을 돌보고 있던 의원 하나가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살릴 수 있겠습니까.”
안달이 난 듯 울상이 되어, 묻는 거지 하나가 있다.
“이 새끼야. 신의(神醫)께 무슨 버르장머리냐!”
“아따. 왜 성질이요! 이 자식은 가랑이에 털 나기 전부터 함께 구걸 다니던 놈이란 말이요!”
“어련히 알아서 해 주실까. 억장 부리지 말고 어서 따라 와!”
“의원 나으리. 꼭 좀 살려 주시오. 내 이렇게 부탁하오!”
“네 이놈! 체면을 지키거라!”
청수한 인상의 중년 의원은 그저 아무런 말도 안 한 채, 묵묵히 상처들을 만져보고 침구(鍼灸)들을 꺼내 온다. 그 하얀 백의가 피와 흙으로 지저분해지는 데에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청백신의 박현.
의원의 이름이다. 본디 육대 세가의 하나인 절강 모용세가의 가솔로 있는 의원으로 특히나 외상과 관련된 의술로서 당대 최고로 손꼽히는 이였다.
마침 이 지역에 와 있다가, 개방의 인맥을 따라 신속히 모셔온 사람.
죽을만한 사람들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이 청백신의의 힘이 무척이나 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좀 괜찮습니까.”
청백신의의 덕을 본 이는 여기에 또 있었다.
한 쪽 발과 한쪽 팔에 댄 부목.
옆에는 그를 보호하는 육결 제자들이 세 명이나 따라붙고 있다.
개방. 후개.
장현걸이다.
그 폭발에서 살아나고, 두 사람을 더 구할 수 있었던 것.
청백신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
장현걸 그 자신보다, 끊어질 숨을 겨우 붙들고 있던 두 남녀.
매한옥. 그리고 연선하를 말함이었다.
“일단 고비는 넘겼다네.”
비로소 입을 연 청백신의.
청백신의의 음성은 무척이나 듣기가 좋았다. 그리도 좋은 음성을 지니고 어찌하여 과묵함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자는 십 일. 남자는 조금 더 걸릴 거야. 간장(肝腸)이 거의 다 파괴되어 버렸어. 담(膽)은 잘라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일단은 화산파 내공을 믿어 보기로 했네. 지금부턴 나보다 그 스스로 해야 할 싸움이니까.”
“그렇습니까.”
청백신의의 뒤 쪽.
장현걸은 타구봉을 지팡이 삼아, 막사 내측에 마련된 두 자리로 발을 옮겼다.
무너지는 천정과 쏟아지는 암기. 그리고 불기둥.
그 지옥같은 광경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였다.
매한옥을 들쳐 업고, 연선하를 옆에 낀 채, 장현걸이 택한 방향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니었다.
천정이 있던 곳.
위쪽이었다.
무너지는 기둥을 측면으로 박차고, 남아있던 건물의 버팀목들을 발판삼아 위쪽으로, 다시 위쪽으로.
‘죽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확실히.’
폭발하는 기류를 타면서 몸을 날려 움직이던 순간들.
얼마나 정신없이 움직였던지.
날아드는 돌덩이를 막다가 팔이 작살나고 오가던 와중에 휩쓸려 다리가 부러지는 와중에도 어찌 어찌 두 명의 생명은 구해 놓았다.
장현걸이 누워서 자고 있는 연선하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살아서 다행이다.
청백신의 말대로라면 금세 몸을 일으킬 것이라 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몰랐다.
“그 자는........”
그렇게.
살아 나온 것만으로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장현걸에게는 더 해야 할 것이 많았다.
이 엄청난 사건의 뒷수습이 그것이다.
그 첫 번 째.
연선하와 매한옥을 지나, 장현걸이 걸음을 옮긴 곳.
막사 가장 깊은 곳에 오결 제자 다섯 명. 육결 제자 두 명이 둘러쳐 인(人)의 장벽을 쌓아 둔 침상이 있었다.
“어떤가. 깨어났는가.”
“아닙니다. 아직 일어나질 않는데요.”
오결 제자들이 비키며 길을 열었다.
그 가운데.
기식이 엄엄한 상태로, 가슴에 붕대를 칭칭 동여 맨 남자가 하나 있었다.
“상태가 좀 좋아져야 옮길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육결제자 하나가 즉각 말을 받았다.
젊은 거지. 장현걸의 사람이다. 심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 이들 사이에 맡겨 놓았으니 다행이다. 장현걸의 시야 안에만 두어야 하는 자.
손진덕이다.
석가장 총관 손진덕.
이 대참사의 중심에서 가장 많은 내막을 알고 있을 남자.
어쩌면, 석대붕과 천의신개의 연결고리까지도 파악하고 있을 증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겠다. 어디의 누가 와도 넘겨주지 말아라. 신분을 철저히 비밀로 유지하고. 칠결 이상의 장로가 와도 발설하면 안 돼. 바로 나에게 보고해라.”
“여부가 있겠습니다.”
장현걸이 젊은 거지의 어깨를 두드렸다.
손진덕을 확보하는 데 까지는 좋았으나, 문제는 그 이후다.
어차피 강호 제일 정보력을 자랑하는 개방이라.
아무리 비밀로 부친다 해도, 어렵다. 후개가 손진덕을 생포했다는 사실이 천의신개의 귀까지 들어가는 것은 며칠로 충분할 것이다. 확보보다 어려운 것이 유지다. 그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놔야만 했다.
‘그러려면........’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손진덕이 살아나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손진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곧바로 개방도를 풀어, 미리 대피하고 도주한 석가장의 시비들과 하인들을 찾아 두었지만, 그들에게서는 그 어떤 중요한 정보도 얻을 수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봉산이는?”
“관아의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 어떻냐고. 그 놈도 정상은 아닐텐데.”
“아, 이제는 많이 회복되었다고 했습니다.”
“무리하면 안 될 텐데 말이다.”
연출이든.
아니면 진심이든.
아래 사람을 생각하는 말들은 그 수하들에게 신뢰받기 위한 첫걸음이아라 할 수 있다. 뛰어난 인심 수람술이라 할까.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아도, 젊은 거지들의 마음에는 분명한 감동이 생겨나고 있을 것이었다.
“그나저나, 관아라. 어쩔 수 없겠지만, 자꾸만 귀찮게 구는군. 과할 정도야. 그렇게나 이야기를 했음에도.”
장현걸이 고개를 흔들었다.
꼬인 것이 너무도 많다.
석가장주가 자폭을 택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불찰이라면 불찰이다.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것에서 왔던 조그만 틈.
그것을 비집고 들어 온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그중 하나가 관가(官家), 관군(官軍)이다.
화약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대 폭발. 관(官)에서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실제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관이 나서서 해 주는 것은 일처리의 방해밖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명수색과 구조에나 신경을 써 주면 좋으련만.
자꾸만 내부의 상황과 장원의 구조, 목격자들에 관한 것만을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 들었는지, 이 안에 고대의 보검(寶劍)들과 명검들이 잔뜩 매장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모양이었다.
“남 부당주께선 나한(羅漢)들을 맞이하러 가셨습니다.”
“숭산(崇山)! 벌써 왔나. 지나치게 빠른데.”
“예.”
“제길. 소림이 나서면 골치가 아퍼. 게다다 나한승이라면. 워낙에 무식한 땡중들이라.”
“........”
몇 마디 더 욕을 내 뱉는 장현걸이다.
강호의 그 어떤 누구도 소림 무승들에게 이런 언사는 보여주기 힘들 것일 터. 얼굴을 찌푸린 그가, 몸을 돌렸다.
“그럼 수고해.”
쩔룩거리고는 있지만, 타구봉으로 땅을 찍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신법과 신체 능력이 우수해서 그렇다. 몸을 다루는 능력이 경지에 이른 고수. 개방 후개로의 자격만큼은 확실히 갖추고 있는 듯 보였다.
무림인들부터 평민들까지.
부상자들이 즐비한 막사를 나왔을 때다.
한 무리의 무림인들이 장현걸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숫자는 이십 여 명.
노란색에 검은 색과 반원(半圓) 무늬 제복을 입고 있는 이들이다. 절도 있는 동작들에 비할 데 없이 뛰어난 기도들을 지녔다.
“자네가 개방의 후개인가.”
앞으로 나서는 자.
선이 굵은 얼굴에, 뻣뻣한 수염을 단정하게 다듬어 놓았다.
호랑이의 그것처럼 부리부리한 눈이 인상적인 남자. 장대한 체구에 뻗어 나오는 기도가 무척이나 강했다. 삼국의 장수가 현신한 듯한 모습. 장군지상(將軍之像)이었다.
‘호안철담(虎眼鐵膽). 황보고(皇甫固)! 황보세가!’
장현걸은 내심 크게 놀랐으나, 그 어떤 기색도 드러내지 않고 태연함을 유지했다.
“육대 세가, 권법일문 황보세가에서 어찌 이런 궁벽한 곳까지 오셨답니까.”
“알아본다니 이야기가 쉽겠다. 검(劍)들은 어디에 있나.”
우렁우렁한 목소리.
이 말에는 장현걸로서도 반응을 아니 보일 수가 없었다.
‘이처럼 단도직입적이라. 황보가 핵심 무장(武將)이란 철담(鐵膽)의 명성은 과연 허명이 아니로구나. 위험하다. 실로 위험해.’
상대가 만만치 않은 것은 둘째다.
이처럼 빠르다는 것.
석가장 참사가 벌어진지 겨우 삼일인 상황인데도 그 사이에 숭산, 소림사가 움직였으며, 황보가가 당도했다.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이미 주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구파와 육대세가.
개방처럼 얼굴이 두껍지 않아, 마치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뿐. 실제로는 개입 여부를 가늠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
그러다가 이런 결과가 나왔다.
적극적으로 손을 써야할 때가 왔다는 판단이 섯을 게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여러 문파가 얽혀든 상태.
명분은 충분했다.
구파와 육가가 나선다고 해도,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없는 것. 그들의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방은 정보에 있어 제일이다. 대가는 치루겠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행동으로 들어간다.
호안철담, 황보고가 뒤 쪽에서 궤짝 하나를 꺼내들었다.
길이 다섯 자, 높이만도 석자가 넘는 커다란 목궤(木机)였다.
꾸웅.
장현걸의 앞, 땅 위에 박아 놓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대단한 무게임을 알 수 있는 소리, 그럼에도 찻잔 하나를 들었다 놓듯이 가볍게 다루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보화(寶貨)와 비단(緋緞)이다. 석가장에서 벌어진 일. 청룡검과 적사검의 행방. 석가장주가 보유하고 있던 보검들의 위치. 모든 정보를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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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갖추어 놓고나니, 확실히 써 나가는 데에도 편합니다.
궤도에 올라 버렸어요.^^
이제 한 텀이 끝났으니,다시 달리려면, 슬슬 판을 새로 짜야겠네요.
ps. 이제 내일만 넘기면 됩니다.
고비에요.
다음 주 월~화꺼지만 어떻게 넘기면 올해 말 까지는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제발, 아픈 사람 좀 없기를.
모두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