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오. 운기하지 않으면 광증도 발작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앞으로는 운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비통해 했을지 나로서는 도무지 짐작할 수조차 없소. 무공은 한옥의 전부였고, 매화검수는 그 인생의 자랑이었을 테니까 말이오.”
청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을 펼치지 못하는 삶.
일생의 빛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 절망감을 짐작조차 할 수없다는 형기민의 말은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한옥은 폐인이 되었었소. 예전의 영명했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그 어떤 것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았지. 하지만, 한옥은 나약하지만은 않은 남자였소. 천성적으로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오.”
청풍의 눈이 반짝 빛났다. 들리는 목소리에서 격동이 느껴진 까닭이다. 매한옥에게는 대체 어떤 변화가 생겼던 것일까.
“마침내 방에서 나온 한옥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하고 있었소. 하지만 두 눈만은 모든 번민을 털어버린 것처럼 맑기만 했소. 그리고 말했지. ‘음(音)’을 가르쳐 달라고.”
‘음(音)을.......?’
악(樂)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새 길을 찾겠다는 이야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이기는 할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한옥은 그렇게 금(琴)을 시작했소. 그가 지금 배우고 있는 곡이 바로 ‘풍부지’요. 방금 들려드렸던 그 곡이지.”
매한옥이 금을 탄다. 어색한 손놀림으로.
이것만은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청룡검을 잡기 전까지.
출중한 매화검수로서의 모습만을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검사(劍士) 매한옥이 아니라 악사(樂士) 매한옥이라면 도통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검을 잡던 손으로 새롭게 악기를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오. 더욱이 내력까지 운용할 수 없는지라, 진도가 느릴 수밖에 없소. 그래도 용케 잘 배우고 있지.”
형기민이 미소를 지었다.
폐인이나 다름없던 그가 삶의 의욕을 되살리고 있다는 사실이 기껍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청풍은 마주 웃어줄 수가 없었다.
새 길을 찾는다? 그것은 달리 말해 ‘포기’나 다름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풍은 물었다.
“그럼, 매사형 본인은 이제 괜찮답니까.”
민감한 질문이다.
형기민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미소가 굳어지고,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침묵만이 남았다.
그 때였다.
“그것은 형님 스스로만 아는 것이겠지요.”
여기까지 잠자코 있던 안소의 목소리였다.
형기민 대신 나서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적어도 한옥 형님은 지금 무언가 다시 시작하려는 중입니다. 그 전까지는 누가 보더라도 안타까울 상태였지요. 그렇기에 저는 검수님이 한옥 형님을 만나는 것,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십시오. 다만 이제 와 다시금 무공의 길을 보여 줌으로써 형님을 흔들리게 만드는 것이 걱정될 뿐이니까요.”
“무공이라면.......악사님들의 음(音)에서도 볼 수 있을 텐데요.”
청풍의 지적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이들의 악곡은 이면에는 정심한 내공이 존재하고 있다.
완벽한 연주 기법.
탄금의 선율 속에 깃든 힘.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닌 것이다. 고수 수준에 이른 내력 없이는 그런 곡을 뽑아내기 힘들 것이고, 운기를 할 수 없는 매한옥은 조만간 한계에 부딪치리라. 그러면 또 다른 좌절만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냐는 질문이었다.
“분명 우려할만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음(音)과 무공은 엄연히 다릅니다. 악곡에 있어 내공이란 또 다른 연주 기법에 지나지 않아요. 아니, 애초부터 악곡의 깊이는 내공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운기토납을 전혀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감동적인 곡을 뽑아낼 있는 법이지요.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는 무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옥 형님도 이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요.”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세상에는 무공 외에도 나아갈 길이 무궁무진하다.
반드시 무공만 고집할 수는 없는 법.
그러나 청풍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그것은 매한옥 스스로 온전하게 선택한 길이 아니다.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붙잡은 길일 수 있다.
매화검수 매한옥.
속가 최고의 무재(武才).
게다가 같은 사문의 사형이다.
물론 사형으로서 매한옥이 청풍에게 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가만히 놔 둘 수는 없다. 청룡검을 잡으면서 땅에 떨어진 매화 향기라면, 청룡검의 주인으로서 그것을 되돌려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한 번만 만나게 해 주십시오. 힘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청풍의 목소리에는 강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사심 없는 마음.
대가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그것이 청풍이 생각하는 도리(道理)였다. 그것이 화산파와 세상에 발하는 청풍의 의지였던 것이다.
진실 된 마음이란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기 마련이다.
청풍의 사람됨을 본 형기민과 안소는 결국, 매한옥을 만나게 해주기로 결정한다.
석가장 총관인 서화구의 눈을 피해서.
형기민과 안소의 인도 하에, 월담 아닌 월담을 하여 매가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원으로 안 쪽 깊은 곳으로 이끌려 걸음을 옮긴다.
하나의 담장과 두개의 문을 지나고, 조그맣게 만들어진 인공 연못과 잘 꾸며진 정원들을 지나니, 마침내 그리 크지 않은 정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띵. 띠잉.
한 줄기. 두 줄기.
이제 곱게 내려앉는 노을 빛 사이로 금을 튕기는 소리 하나가 조심스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이제 처음 배워 연주한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큼, 어색하고 어설프게 들리는 음색이었다.
디이잉. 띠딩!
천천히 흘러가는 악곡이다.
청풍은 이내, 그 선율이 형기민이 들려주었던 풍부지임을 알아챘다.
뚝 끊겼다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음율. 익숙하지 않은 악기를 몸에 붙이려고 노력하는 것인가.
가슴 저리는 한(恨)과 후회(後悔)가 전해지는 듯 했다.
터벅.
정자 쪽으로 다가가자, 등을 돌리고 앉은 남자가 눈에 들어 왔다.
일순 알아보지 못했을 만큼, 변해버린 사람.
매한옥이었다.
팽팽하게 흘러나오던 육합구소공의 진기는 온데간데없이, 세상사를 달관한 듯한 허허로운 기운만을 흩어내고 있었다.
‘매 사형.’
달라진 모습이 놀라웠다.
잠시 멈추어 서서 그 뒷모습을 보고 있던 청풍이, 결국 성큼 성큼 발을 옮긴다.
직접 얼굴을 볼 요량이었다.
안소가 앞으로 나서며 청풍을 말리려 했지만, 형기민이 안소의 팔을 붙잡아 멈추어 세웠다. 이렇게 된 것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생각인 것이다. 뭔가 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힘. 형기민은 청풍에게서 그런 힘을 느꼈던 까닭이었다.
“누구지? 매가장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무공은 없어도 감각은 죽지 않은 모양이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오직 금(琴)을 튕기는 데에만 집중하는 듯 하건만, 등 뒤의 기척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단숨에 잡아내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방해는 사절이오. 볼 일이 있다면 서 총관에게 가 보시오.”
누가 왔던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청풍은 그 안에 담겨있는 공허함을 놓치지 않았다.
“화산파. 청풍입니다.”
매한옥의 몸이 흠칫 굳어졌다.
그 이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석가장, 제 정신이 아니었던 와중에서도, 뚜렷이 기억나는 이름이었다.
“청풍.......”
매한옥의 입에서 청풍의 이름이 탄식처럼 흘러 나왔다.
한참 동안.
눈을 감은 채.
생각 속으로 빠져드는 매한옥이다.
그리고 말한다.
“돌아가. 나는 널 볼 이유가 없다.”
그 말을 하기까지.
매한옥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이 오고 갔는지는 오직 그 자신만이 알 것이다.
서서히.
손을 움직인다.
딩! 디잉!
탄금 소리.
이제는 검 대신 악기를 잡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축객령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여기에 있어도 말입니까.”
청풍은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가는 대신, 말하고 말았다.
그것이 여기에 있다고.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청룡검이 있다고.
띵! 투둑.
흔들리던 묵금(墨琴)의 현 한 줄이 뚝 끊어져 나갔다.
평정심을 유지하려던 노력.
안 된다.
될 리가 없다.
매한옥의 몸이 조여드는 긴장으로 인해 더욱 더 굳어졌다.
그것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광증이 발작하려 하는 모양.
급기야 매한옥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형기민과 안소가 대경하여 뛰어왔을 때. 한 순간 매한옥의 몸이 딱 멈추더니, 그의 입에서 거짓말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무엇이라도, 나는 보고 싶지 않다.”
스스로 이겨낸다.
놀라운 일이다. 매한옥이 끊어진 묵금의 현을 수습하며 조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돌아가라.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마.”
누가 그를 폐인이라고 했던가.
청룡검이 남긴 광기. 자신과의 싸움을 여기까지 해 낸다.
그것을 본 청풍은 마침내 확신할 수 있었다.
매한옥은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의 안에는 아직도 강인한 무인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매 사형.”
청풍이 매한옥의 정면으로 발을 옮겼다.
청룡검을 용갑채로 풀어내고 매한옥의 앞에 섰다.
“매 사형은 매화검수입니다. 이 정도로 주저앉을 겁니까?”
“나는 이제 매화검수가 아니야. 그리고 나에겐 탄금(彈琴)이 있다. 난 주저앉지 않았어.”
“그렇지 않습니다. 매 사형의 벗은 묵금이 아니니까요. 매 사형의 벗은 매화검이지 다른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매한옥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청룡검 검자루를 스쳐 보내며.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청풍의 두 눈을 직시했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가.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다시 한번 말한다. 돌아가라.”
“완벽의 경지에 이른 암향표. 절정을 바라보는 이십사수 매화검법. 내가 보았던 매 사형의 모습이었습니다.”
“갈! 그것은 이미 나에게 없는 것들이야!”
벌떡 몸을 일으키는 매한옥.
그의 전신에서 강한 기세가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육합구소신공.
내공이었다. 결국 끌어올리고 만 것.
형기민과 안소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무슨 짓을!”
황급히 달려드는 두 사람이다.
그러나 매한옥은 광기를 폭발시키지 않았다.
청풍과 마주 본 채. 멈추어 선다.
일그러진 얼굴. 청풍을 노려보는 두 눈에, 광기를 이겨내는 강력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빼앗아 보시겠습니까.”
청풍이 말했다.
청풍의 손에 들린 청룡검.
그것을 내려 본 매한옥이 힘겨운 어조로 대답했다.
“아니. 그러지 않겠어. 나는 지지 않아.”
확고한 의지력이다.
형기민과 안소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내공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의식이 뚜렷하며 난폭해지거나 난동을 부리지 않는다.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청풍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씀. 다시 검을 잡겠다는 말로 듣겠습니다.”
청풍이 손을 내밀어 매한옥의 가슴 중앙, 심와(心窩)로 가져갔다.
내력을 살필 의도였다. 청풍이 물었다.
“버티실 수 있겠지요?”
광기를 이길 수 있겠냐는 뜻이다. 매한옥이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이다.”
청풍은 지체하지 않았다.
매한옥의 내공.
손으로 미량의 자하진기를 불어 넣으며 매한옥의 몸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짚어 나갔다.
‘역시. 여기다.’
육합구소신공의 운행을 따라 이른 곳.
간과 담. 미미하게 외기가 침습하여 있는 것이 느껴졌다.
‘청룡기.’
기운의 느낌은 색깔로 치자면 칙칙한 청색이라 표현할 수 있었다.
간담에 머무는 기운. 청룡기의 특성 그대로였다.
‘여기뿐이 아니다. 상단전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
청룡기.
백호기도 그러하듯, 사신의 기운은 그저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 장기에만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육합구소신공의 흐름을 타고 백회 쪽으로 치고 올라가니, 머리에 자리하고 있는 상단전에 탁기를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청룡기는 영성(靈性)을 지닌 진기다.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그릇 안으로 들어왔으니, 그 영성으로 가장 해를 끼치는 곳이 곧 상단전이었다.
혼과 백이 자리 잡은 상단전.
사신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에게 광기를 선사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처럼, 청룡기가 문제였다. 그렇다면.’
그것을 원래대로 돌리는 방법.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다.
매한옥의 몸에서 청룡기를 지워내면 되는 것이다.
청룡기가 남아있지 않다면 매한옥도 더 이상 광증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으리라. 청풍이 자하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우우우웅.
내력이 움직인다.
청풍의 본신 진기, 살아있는 청룡기가 꿈틀대면서 탁하게 정체되어 있는 매한옥의 청룡기를 향해 나아갔다.
그 때였다.
‘아니다. 방법은 하나가 더 있어.’
청풍은 문득 깨달았다.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서영령.
백호기를 포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그녀다.
매한옥이라고 안 될 이유가 있을까.
그 때는 음양화합의 와중에 알 수 없는 작용으로 이루어졌던 일이지만, 청풍은 이제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던지 꿰뚫어 보고 있는 상태였다.
굳이 음양화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백호검의 영성이 그런 식으로 작용하였을 뿐, 결국은 진기와 진기의 만남이자, 내력과 내력의 조화였을 따름이다.
매한옥이 청룡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그릇을 가지고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들어 주면된다.
육합구소신공과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그리하여 그의 내력에 보탬이 되도록 순정(純情)하게 다듬어 주면되는 것이다.
‘어렵지만 가능은 해.’
예전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백호기와 청룡기를 완전하게 제어하는 경지에 올라 있는 까닭이다. 청룡기를 그냥 가져오는 것이 더 쉬운 일이겠으나, 그래서는 아까운 일이다. 그만큼이나 좌절과 고통을 겪었던 만큼, 재기의 발판으로서 청룡기는 훌륭한 선물이 될 수 있으리라.
진기를 더욱 더 끌어올리고, 힘을 보태는 청풍이다.
매한옥의 심와에서 푸른 기운이 보일 듯 말 듯 번져 나오고.
긴 겨울 추위에 새로운 꽃잎을 피어내는 매화송이라.
어느 새 몰려든 매화장 식솔들 한 가운데에서, 신비로운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 * *
하늘과 땅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바람은 영원히 멈추지를 않는다.
세상 끝에서 되돌아오는 바람이, 억겁의 인연과 세월을 담았구나.
천하일성의 강렬한 창법 뒤에, 고조되는 탄금성이 뒤따랐다.
묵금을 연주하는 이.
예전 매화검수의 섬세한 손놀림을 재현하고 있다.
검결을 뿜어내듯 손가락을 움직이니, 그것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연주일진저.
아직은 정갈한 곡조가 아니었으나, 몰아치는 웅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비할 수 없을 것 같았 다.
“굉장히 좋다. 많이 늘었구나!”
풍부지. 선율이 멈추고 여운이 남아 있는 장내에, 매가장 장주 매도성의 감탄이 내려앉았다.
묵금을 내려 놓는 이.
매한옥이다.
영명함이 되살아난 눈빛, 매화옥검의 예전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나아가는 것이냐.”
“예, 아버님. 멈추지 않고 뻗어 나가는 거센 바람을 보았습니다. 그 바람에 몸을 싣기로 했습니다.”
“한 줄기 바람에 천은(天恩)을 입었다. 그런 은(恩)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지다니, 그것이야말로 협(俠)이다. 만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꼭 한번 다시 데려오겠습니다.”
“그래. 그 전에 먼저 전하거라. 언제든 필요할 때는 말하라고. 매가장 전체가 나서주겠노라고.”
“예. 그리 말하지요.”
매한옥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총관, 서화구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는 듯, 재빨리 입을 열었다.
“한옥. 박대한 것 미안했다고도 전해주게.”
“알았습니다.”
묵금 대신에 장검을 들었다.
포권을 취하고, 깊게 고개를 숙이며 재 출도의 마음을 다진다.
몸을 돌리는 매한옥.
그 의 뒤로 한 번 더 붙잡는 매도성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나만 더 묻자.”
“말씀하십시오.”
고개만 돌려 아버지를 보는 아들이다.
아버지 질문에 웃음이 깃들었다.
“이제........탄금은 그만 두는 것이냐?”
매한옥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린다.
그가 말했다.
“물론 아니지요. 다음에는 옥소(玉簫) 부는 법도 배워 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야지.”
매한옥이 발을 옮긴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
매화검수가 아니기에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새로운 매화검을 찾아서, 질풍을 만나러 가는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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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안 좋은 일이 터집니다.
비보를 접하는 것도 이제는 지겨우실 정도겠어요.^^
일일히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고생이 심했던 한 주네요.
다음 주 부터는 모든 일이 좀 잘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감상 비평란에서 눈에 띄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수준이하의 작가다.
한백림 작가는 습작부터 다시 해야 겠다는데....
필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새롭게 솟아납니다.
더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ps. 다음 주 부터는 모두 모두, 행복한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자신도 포함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