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칠장 : 일측일발, 용부의 혈전은 막이 오르고.
벽황의 도가 부르르 떤다. 그러나 도신을 쫓아 내려다보면 그의
손이 떨고 있기 때문이며,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는 주인의 마음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후읍”
거칠게 숨을 내 뱉은 벽황은 도를 내렸다.
‘나는 세상을 피로 씻으려는 마교의 첩자를 죽일 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것인가?’
벽황은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잠시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던 벽황의 안
색이 가볍게 굳어졌다.
‘기척이다.’
기척이라기보다는 아주 미세한 기운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만
약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면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기의 흐름이었다.
벽황의 그림자가 방 한쪽에 있는 병풍 뒤로 돌아갔다.
동시에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옷차림에 검은 복면의 그림자는 몸의 굴곡이나 모습으로 보
아 여자인 것 같았다.
병풍 뒤로 숨은 벽황은 빠르게 자신의 기운을 숨겼다.
나타난 복면인은 유소소를 확인한 후 손을 들어 올렸다.
병풍사이로 언뜻 그 모습을 본 벽황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는
것을 느끼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복면인의 동작이 멈추어졌다.
그의 고개가 벽황이 숨어 있는 병풍을 향해 돌아갔다.
복면인의 시선은 병풍 틈으로 정확하게 벽황을 바라보았다.
벽황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병풍을 걷고 도를 뽑아 든
채 걸어 나왔다.
벽황이 나타났지만, 복면인은 침착했다.
그 모습을 보고 벽황은 자신이 숨어 있던 것을 상대가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의 시선이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잠잠해졌다.
먼저 말을 한 것은 복면인이었다.
“참견할 것인가요? 보아하니 그 쪽도 좋은 뜻으로 온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주 나직한 말이었지만, 벽황의 귀에는 뚜렷하게 들렸다.
‘역시 알고 있었다.’
벽황은 그녀의 말투에서 그녀가 이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신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별로 살의가 없어 보인다.’
벽황은 복면녀의 말투에서 어떤 동질성을 찾았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하는.
그래서 자신이 있음을 알면서도 나타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녀를 막아주길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짐작일 뿐이었다.
벽황은 얼굴을 굳히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나를 보았으니, 참견을 해야 할 것 같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먼저 당신을 죽여야 할 것 같아요. 나
를 원망하지 말아요.”
그녀의 손이 점차 새하얀 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벽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의 하얀 손에서 뿜어지는 기세가 당장이라도 자신을 부수어
놓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벽황은 도를 오른쪽 어깨에 걸치듯이 들어 올렸다.
구유참인도법의 절기인 우륜광혼참(右輪光魂斬)의 기수식이였다.
두 사람이 일측일발의 상황으로 달려갈 때였다.
“이제 그만들 하세요. 주무시는 분이 깰 것 같습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복면녀와 벽황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
렸다. 그 곳에는 단아하게 생긴 이십대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유소소의 바로 머리맡에 단정한 자세로 가부좌
를 한 채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무릎 위에는 한 자루의 검이
올려져 있었다.
벽황은 물론이고 복면녀 역시 그녀의 기운을 눈치 채지 못했다.
언제 어떻게 나타났단 말인가? 바로 조금 전에도 분명히 없었다.
두 사람은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당신은 누군가요?”
“유슈아라고 해요.”
복면녀가 묻자 유수아는 쉽게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여 주었다.
복면녀와 벽황은 상대가 누구란 것을 알게 되자 놀란 듯 했다.
“화천왕, 유수아. 과연 유령의 전인답군요.”
유수아의 서늘한 시선이 복면녀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가, 그녀의
백옥수로 옮겨졌다. 그녀는 경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천마백옥수의 경지를 보니, 삼대금기마공이라는 소수천마무의
경지가 벌써 십성 이상이군요. 참으로 놀랍습니다.”
유수아가 자신의 무공과 경지를 한 눈에 뚫어 보자, 복면녀는 다
시 한 번 그녀에게 손해를 본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안심
이 된다.
“과연 유령의 전인. 괜찮다면 아무래도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말리지 않겠습니다.”
유수아의 담담한 말에 복면녀는 그녀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가
볍게 인사를 한 다음 문 밖으로 사라졌다.
유수아는 그녀가 사라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혼자 남게 된 벽황은 어정쩡한 자세로 서서 유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표정은 전혀 없었다.
그의 굳건한 표정을 잠시 동안 바라보던 유수아가 말했다.
“벽황공자님이시죠?”
벽황은 다시 놀랐다. 설마 유수아가 자신을 알고 있을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놀랐을지언정 겉으로
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벽황입니다. 화천왕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침착한 모습이었다.
유수아는 찬찬히 벽황을 살펴보았다. 비록 한쪽 얼굴이 흉할 정
도로 큰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맑고 충후한 눈동자와 당당한 모습
은 능히 장부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한 동안 그를 바라보던 유수아가 말했다.
“어쩌면, 사실을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드는 군요.”
유수아의 엉뚱한 말에 벽황은 조금 당황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세요. 나 화천왕으로 인해 오늘 일을 실패했
다고 한다면 당신을 이곳으로 보낸 사람도 이해할 것입니다. 단 나
를 직접 만났다는 말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서로 귀찮아질 것입니
다.”
벽황이 더욱 곤혹스런 표정을 짓자 유수아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나 역시 누가 당신을 이곳으로 보냈는지 따져 묻지 않겠습니다.
이미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 만 돌아가십시오.”
벽황은 잠시 유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이나 표정
에서 벽황이 알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벽황이 돌아서서 문 밖으로 사라지기 전, 유수아는 가볍게 한 숨
을 쉬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벽황이 다시 돌아섰다.
“만약에 아주 곤란한 일이 생기거나,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대로
인해 큰 위험을 당하게 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청룡당의 삼천왕을
찾아 나의 이름을 대세요.”
벽황은 잠시 동안 유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상대는 자
신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큰 도움을 주려 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벽황은 돌아서서 유수아를 바라보고 포권지례를 한 다음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벽황이 사라지자 유수아는 그가 사라진 문 쪽을 한 동안 바라보
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신룡각이나 마교가 가장 먼저 죽이려 할 사람이 있다면 유
소소라고 짐작을 하였다. 그녀가 죽고 없다면 용진이 용부의 부주로
서 정식으로 인정을 받는데 큰 장애가 있을 수 있다.
현 실세인 그녀가 죽는다면, 전 용부의 부주인 용공공의 아내였
던 야묘아 야시랑과 매화검후 해금영 중 한 명이라도 용진을 인정
할 수 없다고 나선다면 용부는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만약 마교나
신룡각이 유소소를 노린다면 오늘밤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청룡당에서 새로운 인물들로 호위무사들이 바뀌었고, 사천왕이
입성을 하였다. 여러 가지로 어수선한 시기였고, 오늘이 지나난다면
점차적으로 용화전의 호위가 단단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소소를 지키고 있던 유수아였지만, 설마 이 자리에 벽
황이 나타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유소소를 죽이려 왔던
복면녀의 행동도 유수아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소수천마무의 경지가 십성 이상이면 벽황의 기척을 몰랐을 리도
없었고, 벽황이 그녀의 기세를 눈치 챌 수도 없어야 했다.
유령신공을 익힌 유수아는 소수천마무가 얼마나 은밀하고 은형적
인 무공인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기를 우정 흘
렸거나 실수를 했다는 말인데, 그것이 어느쪽이라고 하여도 혼란스
럽긴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사실 유수아에게 있어서 복면녀보다도 벽황이 나타난 것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이는 공부가 직접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결론
에 앞서, 왜 유소소를 죽이려 했느냐 하는 문제였다. 일단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가 유소소를 죽여야 할 필요성은 전혀 없었다.
지혜로운 그녀도 용진의 불안함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유수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가볍게 손을 휘둘러 유소소의 혈
을 풀어주고 유령처럼 사라졌다. 잠이 들어 있던 유소소의 눈이 떠
지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그녀가 볼 수 있
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히 누군가가 있었던 느낌만 든다.
밀실 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중앙에 앉은 공노야와 그의 앞, 양 쪽으로 나누어 앉은 네 노인
들은 모두 나이를 짐작하기가 어려울 만큼 정정해 보이는 모습들이
었다. 그 들 중 엔 공무령도 있었다.
공무령이 공노야를 보면서 말했다.
“의외로 시간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벽황은 성공할 수 있을까
요?”
공무령의 물음에 공노야는 희미한 웃음기를 머금었고, 대답은 공
무령의 맞은편에 앉은 자가 말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단지 용취아와 함께
있는 화천왕이 걸리긴 하지만, 그녀는 용취아를 지키고 있을 것이
다. 용취아의 방과 유소소가 있는 방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으니,
은밀하게만 행동한다면 유수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
소소를 호위하는 자들 중 벽황을 상대할 만한 고수는 없으니 성공
확률은 매우 높다.”
노인의 말에 공노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월공(月功)의 말이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
했을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공노야의 말에 공무령의 바로 옆에 앉은 노인이 말했다.
노인의 허리엔 한 자루의 도가 걸려 있었다.
“노야, 유소소가 죽고 난다면 그 파장은 매우 클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어쩌면 그녀의 죽음은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용부의 세력들 중, 신룡각을 지지하는
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힘을 모으고, 정파의 힘을 진이의
이름 앞에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 아니 꼭 그렇
게 되어야 한다. 벽황이 유소소를 죽이고 오는 순간 우리는 준비한
걷르을 공개하고 신룡각이 곧 마교임을 천하에 알리면 된다. 그리고
마교의 무공에 죽은 유소소의 시신을 증거로 그들이 유소소를 죽였
다고 몰아가면 일은 저절로 될 것이다. 마침 정파의 정예들이 사공
운의 행적을 쫓아 용부 근처로 몰려들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에게도
이를 알리고 협조를 요청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도를 찬 노인은 공노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이미 정파의 힘은 우내육존 중 소림의 원공대사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공이란 말이지.”
공노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
고 있던 노인을 바라보았다.
“자공(自功)”
“말씀하십시오.”
“지금의 세력분포는 어떤가?”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우리가 아주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생각한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졌을 때 이야기입니다.”
자공은 잠시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우리의 계획대로 용진 공자를 주축으로 용부의 일부 힘과 사공
운을 비롯한 사천왕, 그리고 정파의 힘이 뭉치고, 거기에 금룡각의
힘이 더해진다면 세력과 절대 고수의 수에서 우리가 상당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공부는, 힘의 일부를 감추어도 충분
할 정도입니다. 이는 마교의 절대 고수들 상다수가 이미 사공운에게
당했고, 금룡각의 숨은 힘도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금룡각을 끌어 들이는 것은 별로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들 자공의 얼굴을 본다.
“호공(護功) 공무령이 알아낸 대로라면 사공운과 금룡각은 이미
손을 잡기로 모종의 결론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설혹 그게
아니라도 일단 손을 잡고 신룡각과 마교를 친 다음, 용부의 일은 그
다음에 논하자 하면 그들은 거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이젠
명분도 생겨날 것입니다. 그리고 신룡각과 마교의 힘은 어느 한 곳,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
의 숨은 힘을 아는 자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교의 일이 마무리 되
어도 그들은 사공운과 사대천왕, 그리고 호공 공무령 정도만 견제하
면 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들로서는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
할 것입니다.”
공노야와 나머지 세 노인도 자공의 말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공노야갸 확정하듯이 말했다.
“일단 벽황이 돌아온 다음에 상황을 보아가면서 일을 진행시키기
로 하고, 준비를 하도록.”
공노야가 결론을 내릴 때였다.
밀실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중년인이 들어왔다.
급한 일이 아니면 함부로 문을 열지 말라고 했었던 공노야의 표
정이 굳어지면서 장년인을 바라보았다. 장년인은 황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노야 백구가 날아왔습니다.”
“백구.”
공노야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공의 얼굴에 모두 놀
란 표정이 떠올랐다.
정말로 급한 일이 아니면 백구가 날아들지 않는다.
“가져와라!”
장년인은 품안에서 마치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비둘기를 꺼내어
공노야에게 전했다. 아직도 백구의 다리엔 전서구가 그대로 달려 있
었다.
공노야는 급히 전서구를 풀어 읽기 시작했다.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공노야를 향했다.
전서구의 내용을 끝까지 읽은 공노야의 표정은 더 할 수 없이 딱
딱하게 굳어 있었다.
“지금까지 계획했던 일은 전면 수정한다.”
모든 시선이 공노야에게 집중되었다.
“진이와 벽황의 정체가 발각 되었다.”
자공이 물었다.
“누구에게 말입니까?”
“유령의 전인들에게 발각되었다고 한다. 그들 중 사공운과 용설
아가 이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유령의 청구가 그 사실을 담고 화천
왕을 향해 날아갔다고 한다.”
“시간이 없군요.”
“이젠 사공운과 용설아가 돌아오기 전에 용부 내부의 일을 정리
해야 한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공과 장년인의 얼굴도 굳어졌다.
공노야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공부가 숨겨 놓은 힘을 전부 동원해서, 오늘 밤이 새기 전에 모
든 일을 정리한다. 우선 이 경우에 죽여야 할 자와 살려야 할 자를
갈라야 한다. 자공.”
자공운 마른 침을 삼키고 대답하였다.
“반드시 죽여야 할 자는, 벽황과 용취아, 유소소 그리고 좌호법인
태양신군(太陽神君) 모용광과 사천왕입니다. 또한 공정이 당주로 있
는 흑룡당과 전통적으로 천룡전에 충성심이 강한 청룡당은 우리가
숨겨 놓은 간세들을 제하고 전부 몰살해야 합니다.”
“공정도 죽여야 합니까?”
호공, 공무령이 묻자, 자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공정이 우리 공부의 인물이지만, 우리와 뜻을 같이 해온
것은 아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용부에서 자랐고, 용가에 충성을 해
온 자다. 차후라도 설득이 불가능한 자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자공과 호공이 말할 때 공노야의 명령이 그들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우선 가장 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삼천왕
에게는 호공과 월공이 수하들을 이끌고 가라! 호공은 그들과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니, 기습으로 먼저 한 두 명을 죽일 수 있을 것이
다. 그리고 그들이 머무는 곳도 청룡당이니, 청룡당까지 처리해라!
단 한 명도 살려두지 말고 모두 죽여라! 그 후 모든 힘을 동원하여
흑룡당을 처리해라! 그리고 도공은 유소소와 용취아, 그리고 화천왕
을 죽여라. 그 곳을 지키고 있는 호위무사들은 모두 우리 편이다.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을 죽이고 역시 흑룡당으로 와라!
빨리 움직여라!”
호공과 월공 그리고 허리에 도를 차고 있던 도공이 밖으로 뛰어
나갔다.
공노야의 시선이 이번에 자공을 향했다.
“청룡당과 흑룡당 그리고 용화전의 일이 밖으로 새지 않게 외부
와 철저하게 차단하라! 특히 흑룡당의 눈과 귀를 잠시 동안 막아 두
어야 한다. 이 일은 진이와 함께 자공이 맡아서 처리해라! 진이가
있어야 나머지 용부의 인물들이 우리의 명령대로 따를 것이다.”
자공이 허리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공노야갸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중년의 사내를 보며 말했다.
“공호찬, 너는 구유참인도법을 얼마나 익혔느냐?”
“약 팔성 가량 익혔습니다.”
“벽황이 육성 정도 익혔으니, 그를 죽이는 것은 충분하겠지.”
중년인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아직 어린 아이입니다. 저와 비교한다면 저를 너무 무르게 보는
것입니다.”
공노야는 그런 공호찬을 나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벽황을 우습게 보지 말라!”
공호찬의 얼굴이 굳어졌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올 때가 되었는데.”
마침 공노야의 말이 끝났을 때, 벽황의 그림자가 밀실 문 밖에
날아 내렸다.
한편 백구가 공노야의 손에 들어갈 즈음, 거의 같은 시간에 청구
한 마리가 유수아와 용취아가 있는 방의 창문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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