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장군님?”
잠시 생각한다는 것이 꽤 오랫동안 생각했나보다. 아니면 천하의 서축군 중의 중역인 장군들이 이렇게 조바심을 내는 것을 보면 상당히 긴장했다는 뜻이거나.
“우선 그대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지. 우장군부터 차례대로 말해봐”
“신 우장군 사마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곳 서축은 황도와 연왕과 왕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부터 거리가 멀어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현 황상이신 유표폐하께서 치세를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표폐하께서 주지육림에 빠져 환관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고 칩거한지 벌써 5년. 환관들이 이 나라를 피폐하게 만든 것은 분명한 사실 중 하나입니다.
환관의 말 만 듣는 황상이 싫어서 젊은 나이에 황도를 떠나버리신 두 분 왕자님이 그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연왕은 강대한 곤제국과 북방의 오크족 및 놀족과 맞대고 싸워온 호전적인 인물.
당연히 현 상황이 맘에 들지 않으실 겁니다. 연왕께서 황도를 떠나 북방으로 간 것이 벌써 10년입니다. 오히려 그 동안 오래 참았다면 참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서로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서축이 황도와 아무리 멀어도 소문이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민란이 일어났다는 소문도 돌고 있고 산적들과 수적들의 세가 더욱 강해져서 녹림십이채니 장강수로채니 하는 것들이 군을 농락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용천도 사마군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저번에 황도에 갔을 때 만난 연왕은 지독히도 환관들을 싫어했으니 말이다.
용천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생각에 잠겼다.
‘휴우.. 연왕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구나.. 나의 오랜 친우여.’
사마군은 장내가 정리되고 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찌됐든 연왕은 움직였고 단숨에 강북, 강남, 산서, 산동을 집어 삼켰습니다. 물론 황궁을 정리한 것은 당연한 말. 4성은 일찌감치 연왕에게 붙은 듯 싶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호북을 집어 삼켰을 수도 있습니다. 호북에 강대한 무림세가인 무당신전과 제갈세가가 있다지만 그들은 아마 끼어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이번 일에는 끼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쨌든 호북성주는 환관에게 뇌물을 써서 성주가 된 인물입니다. 그 밑의 인물들 안 봐도 뻔하지요.
호북을 공격하는 장군은 대장군중 한명인 강북의 맹룡인 모용천 대장군입니다. 비록 저희 서축군과 비교 할 수는 없지만 강하다면 강한 군대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서축군은 이대로 좀 더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 됩니다.”
사마군이 말을 마치자 뒤이어 마청이 말을 이었다.
“신 전장군 마청. 말씀드리겠습니다. 오히려 왕자님들을 도와 연왕을 치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무리 연왕이 황제의 형이라고는 하지만 황제의 위(位)는 연왕보다 황태자인 소패왕 유혼왕자님이 더 가깝다고 생각 됩니다. 명분도 연왕 보다는 두 분 왕자님에게 있다고 보여 집니다.”
전장군 마청도 하후양과 마찬가지로 한제국 이전의 전국시대의 유명한 장수의 후손으로 그의 선조는 한족과 이종족인 가르족과의 혼혈이었으나 그의 용맹을 왕에게 인정받아 마씨 성을 왕에게 받고 그에게 충성을 맹세 하였다.
그의 선조가 섬기던 나라가 바로 한제국이여서 대대로 서축에서 그 핏줄을 이어 가고 있었고 그의 후손들은 목마장을 유지해 왔으며 그들의 승마술은 하늘이 놀랄 정도라고 알려 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전쟁으로 인해 마씨 가문은 마청 하나 밖에 남지 않은 것이 작금 현실이었다.
“신 좌장군 양탁.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장군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 외옵니다. 그리고 서축과 황서의 경계도시로 병력을 더 보내야 할 것으로 생각 되옵니다. 그리고 전장군. 그대의 말도 틀리지는 않으나 고래로부터 황제의 자리를 다투는 싸움에 함부로 끼어들어 패가망신한 자들이 한둘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서축과 서축의 백성들이지 황제나 황도의 백성들이 아니라네”
황제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니!
꽤나 과격한 발언이었지만 모인 장수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제국이 세워 질 때부터 용씨가문은 황제로부터 서축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 군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라는 명령도 받았다.
초대황제의 이 명령은 후세의 다른 황제들로 써도 어찌 할 수 없는 천명.
그렇기에 서축군은 서축만 지키게 된 것이다.
“다른 장군들의 생각은 어떤가?”
“신 후장군 이련. 우장군님의 말씀이 옮다고 생각 합니다.”
“신 강린. 우장군 말씀이 옳다고 생각 합니다.”
다른 장군들도 우장군의 말에 찬성을 하였고 마청의 말에 찬성하던 이들도 다들 우장군의 말에 결국에는 찬성을 하였다. 비록 마청만이 조용히 투덜거렸다.
“그럼 황서와의 경계로 병력을 보내 좀 더 보강하도록 하고 정찰병을 좀 더 황서로 자주 그리고 많이 보내서 황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 알아보도록. 그리고 유민들과 상인들 무림인들의 이동에 대해서 좀 더 검사를 강화하도록 하지. 그럼 심각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하고, 오랜만에 다들 모인 김에 한잔씩 하지.”
“예. 장군”
장군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또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아니면 오랜만에 싸워본다는 긴장감을 즐기며 대청을 나섰다.
정말로 오랜만에 모인 장군들이었다.
다들 이종족과의 접견지역인 서축 곳곳에서 그곳을 지키다가 황적관으로 모인 것이었다.
물론 서축의 성도는 난주였고 성주 역시 난주에 있지만 장군가인 용천의 가문은 대대로 황적관에서 지냈고 용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다른 장군들 모두 황적관으로 모인 것이다.
젊은 장군들은 같이 온 병사들과 함께 술을 즐기며 기녀를 만나러 떠났고 나이든 장군들은 서로서로 모여서 이번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이민족들의 현황이 어떤지 등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다른 장군들이 고민을 잠시나마 잊으며 즐겁게 마시고 즐길 때 용천은 좌, 우장군과 함께 황적관 성벽에 있는 성루에 올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용천을 지키는 친위대도 일찌감치 해산해 쉬고 있었다.
성루는 황적관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멀리 땅과 하늘이 붙어버린 곳이 어둠속에서도 슬그머니 빛을 발하고 있었고 모래바람도 그쳐 시원한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었다.
하늘도 맑아 별들은 땅으로 막 쏟아질 듯하늘에 달려 있었다.
오늘의 회의만 아니었으면 정말 술안주로는 제격이었을 밤이었다.
“사마군, 그대는 연왕이 어떻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사마군은 용천의 의도가 무엇인지 잠시 용천을 바라보며 생각 했다.자신의 생각은 이미 다 말했지 않은가. 용천은 그런 사마군을 바라보며 조그마하게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해보게. 자네 속마음을 말이야. 남들이 다 아는 사실 말고 자네와 내가 함께한 세월이 얼만가. 아.. 하하하. 좌 장군 그대도 마찬가지야”
“예. 대장군.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양탁은 황급히 대답했다.
오늘 회의야 좀 사안이 심각했기는 했지만 용천이 이정도로 기분이 가라앉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장래의 일이 걱정되는 것이겠지...'
“아무래도 연왕이 직접 여기로 올 것 같습니다. 그것도 4성에서 모은 병사들을 모두 이끌고 말입니다.”
사마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