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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27화 (27/408)

# 27 < 대결 (1) >

수많은 수사가 북적대는 걸 보며 마동탁이 물었다.

“분위기는 어때? 어떤 식으로 흘러갈 것 같아?”

“현재 강원도지사가 입구를 차지하고 있지만, 누구도 저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아마 조만간···. 한바탕하지 않겠습니까?”

“흠···.”

마동탁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김춘수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준혁에게 손짓했다.

“너는 내려가서 더 살펴보고, 최 수사 우린 물러나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살펴보다 돌아가자.”

“네. 선배님.”

“네. 선배님.”

잠시 후 김춘수는 왔던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더니 수사들 사이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준혁과 마동탁은 한참을 뒤로 물러나다가 산 중턱 바위 위에 내려앉고는 멈춰 섰다.

“여기면 적당하겠네.”

그렇게 준혁과 마동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싱크홀의 입구를 둘러싼 무리가 조금씩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매우 느렸다.

+++

1주일 후.

“드디어 일이 터지겠네.”

마동탁의 말에 혈단법에 대한 사색을 멈추고 눈을 뜬 준혁이 멀리 떨어진 무리를 바라보았다.

강원도지사를 중심으로 모여있던 수사들이 전부 법기를 꺼내든 채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그 주위를 경기도지사 무리가 천천히 둘러싸고 있었다.

“설마 전면전으로 싸우진 않겠죠? 도율님께서 이미 중재를 한번 하셨다던데.”

“응? 아! 최 수사는 모르겠구나.”

“네? 무슨?”

잠시 생각을 정리한 마동탁이 말했다.

“원래는 정식 제자가 된 후에 말해줘야 하지만···. 뭐. 그렇게 될 거 같으니까 미리 말해줄게. 사실 사조께서 저들을 중재한 적은 없어.”

“네?”

준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자 마동탁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 둘을 중재한 건 사조의 두 번째 제자인 가라온 사백이시지. 사조께선 대사백과 함께 설악산을 떠나신 지 벌써 100년이 넘으셨어.”

“네에??”

“그러니 저들도 표면적으론 강원도 내에서 큰 분쟁을 일으키진 않을 테지만···. 중요한 순간엔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지.”

마동탁의 설명에 준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제가 알기론 도율님께선 매년 단골 가게에 들리신다던데.”

“아? 최수사도 그 얘길 알아?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것도 꾸며낸 거야. 내 스승이자 사조의 세 번째 제자이신 강만학 스승님께서 매년 사조로 위장한 채 그곳에 들리시는 거야.”

“굳이 왜···.”

준혁의 혼잣말에 마동탁이 오히려 의문이란 듯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당장 사조께서 이곳에 100년이나 자릴 비운 걸 알면 주변 문파나 세가에서 가만있겠어?”

“아···. 억지력.”

“맞아. 그분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이곳이 산수의 땅인 거지. 이건 중요한 비밀이니깐 다른 곳에서 절대 발설하면 안 되는 건 알지?”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후훗. 그럼 저쪽에 집중이나 하자고,”

별것 아니란 듯 웃으며 말했지만, 마동탁의 말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동안 영기가 풍부한 꿀 같은 지역인 강원도가 겨우 결단기 몇 명만이 지키는 형세나 다름없는 것.

그렇다면 다른 문파나 세가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물론 원영기인 도율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섣불리 움직이진 않겠지만, 만약 시간이 더 흘러간다면 어찌 될까?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을까?

도율이 비경 깊은 곳으로 들어가 죽었다고 말이다.

아직 유명한 비경들은 그 끝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어떠한 영수나 괴수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테니 많은 이들이 마수를 뻗칠 게 불 보듯 뻔했다.

‘중요한 걸 알게 됐군.’

언젠가는 이 정보가 요긴하게 쓰일 거란 생각이 준혁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쾅-

“이 비겁한 놈들!!”

“죽여라!!”

“와아아!!!”

그때 서로 견제하고 있던 두 무리 중 누군가가 공격을 시작하자, 그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그 상황을 조용히 살피고 있던 마동탁이 말했다.

“흠. 이상한데?”

“무엇이 말입니까?”

준혁이 되묻자 마동탁은 턱을 매만지며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경기도지사 무리 속에서 터진 공격 말이야. 혹시 봤어?”

“죄송합니다. 제 안력이 그 정도는 되질 않아···.”

물론 준혁도 보았다. 그리고 의구심이 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연기기에 불과한 자신의 상태를 고려해 거짓을 말했다.

“하긴. 축기기에 올라야 전신에 영기를 활성화할 수 있으니깐. 방금 말이야. 경기도지사 무리 중 한 명이 공격에 적중당하며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건데···. 아무도 공격을 한 사람이 없어.”

“네?”

“저들이야 다박다박 붙어있어 인식 못 한 거겟지만. 멀리 떨어진 나는 확실히 알 수 있거든. 방금 아무도 공격한 사람이 없는데. 혼자 공격당해 쓰러진 거야.”

“그 말은 자작극이란 말입니까?”

“아마도? 변화를 만들기 위한 경기도지사의 지시이거나. 아니면 다른 세력이 끼어든 것이거나.”

두 사람이 말을 나누는 사이 멀리 떨어진 두 무리는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했다.

불과 얼음 따위의 각종 부적이 날아다녔으며 처음 보는 모양의 법기들이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매섭게 쇄도했다.

“최수사. 우리 가까이 가볼까?”

마동탁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내자 준혁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 저들끼리 싸울 때 몰래 숨어들어 보물을 가져오면 좋지 않겠어?”

“지금 저곳엔 결단기 수사만 두 명이고, 축기기 수사도 몇 명이나 있지 않습니까? 선배님과 제가 가능하겠습니까?”

준혁이 정색하고 말하자, 마동탁이 피식하며 웃어 보였다.

“역시 그때 그 머저리랑은 다르네. 좋았어. 사리분별 할 줄 아는 사제가 생기면 편하고 좋지.”

처음부터 장난으로 얘길 꺼낸 듯 마동탁은 엉덩이를 탈탈 털더니 비행 법기를 꺼내 들었다.

“돌아가자. 스승님께서 저곳에 분쟁이 시작되면 돌아오라 하셨거든.”

“아···. 네. 그런데 조금 전 말한 사람은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 아~ 있어. 어차피 볼일 없으니깐 몰라도 돼. 아니지. 나중에라도 볼 수 있으려나? 아무튼 지금은 신경 쓰지 마.”

“알겠습니다.”

준혁 역시 그를 따라 공간대에서 비행법기를 꺼내며 영기를 주입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떠나려는 그들을 붙잡았다.

“허락도 없이 떠나면 되나?”

이제 막 비행 법기에 오르려던 두 사람은 동시에 흠칫하며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들이 있던 장소에 두 명의 사내가 소리 없이 떨어져 내렸다. 두 명은 각자 축기기 초기와 중기로 보였다.

‘저자들은!’

준혁은 그들의 가슴 한쪽에 새겨진 청룡 문양을 보며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청룡가 놈들이 이곳에 왜? 설마 벌써 내가 있는 곳을 파악했다고?’

“너희들은 누구길래 이곳에서 훔쳐보고 있었던 거지? 수상하게 얼굴을 가리고선.”

갑자기 나타난 사내중 덩치가 커다란 사내가 질문하자, 마동탁이 긴장한 눈빛으로 뒤로 몇 걸음 더 물러났다.

“저흰 그저 지나가는 산수입니다. 보물에 욕심낼 이유 없으니, 이만 물러가게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마동탁은 애초에 싸울 의지가 없는지 처음부터 저자세로 나갔다. 하지만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건 안 되겠는데. 가리개를 치워라. 얼굴을 확인하고 보내주지.”

두 명의 청룡가 축기기 수사는 말을 하며 공간대에서 법기를 각각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마동탁이 검은 막대 같은 걸 앞으로 내던지며 준혁을 향해 소리쳤다.

“최수사, 도망쳐!”

그리고 검은 막대가 땅에 닿은 순간.

퍼엉-

거대한 뭉게구름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동시에 준혁은 가까이에 있던 마동탁이 자리에서 사라졌음을 느꼈다.

‘허. 어처구니가 없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 도망가다니. 그나저나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 것이지? 갑자기 왜 도망가는 것이며? 나는 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 하나둘이 아니었기에 준혁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뭉게구름이 사라지자, 그 자리엔 준혁과 청룡가 수사 한 명만이 남아있었다.

다른 청룡가 수사는 마동탁을 쫓아 설악산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호오. 너는 살기를 포기한 모양이구나? 하긴 겨우 연기기 후기가 살아나갈 방법은 없겠지. 저놈이 저리 도망간 걸 보니, 아마도 강만학이나 도재학의 제자겠지? 성과 좀 올릴 수 있겠군.”

청룡가 수사의 말에 준혁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저희가 도율님의 산하에 있는 제자들인 걸 알면서 공격하신 겁니까? 그것도 강원도 내에서?”

“뭐? 하하하. 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인가 보군. 불쌍하긴 하다만 그것도 네 운명이지.”

그 순간 준혁은 꺼내든 판자형 비행법기를 공간대에 집어넣으며 장검 형태의 비행법기를 꺼내 즉시 도망쳤다.

그 모습을 본 축기기 사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이제 와서? 하하. 내가 참 쉬워 보이나 보군. 그래 한번 신나게 도망쳐 봐라!”

말을 마친 축기기 수사는 평범한 속도로 멀어지는 준혁을 보며 비행 법기를 꺼내 영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곤 이내 가속하며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

결국 얼마 도망가지도 못한 준혁은 겨우 산 하나를 넘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따라 잡히고 말았다.

동시에 거대한 칼날이 등 뒤를 베어오자, 곧바로 비행법기에서 내리며 바닥을 굴렀다.

“재롱은 다 피웠느냐?”

바닥을 수 바퀴 구른 준혁이 그 반동으로 일어나며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자, 청룡가 수사가 비행 법기에서 뛰어내리며 가소로운 듯 비웃었다.

“옷매무새 만질 틈이 있다니, 아직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지 못하나 보군?”

그 말에 준혁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처지를 인식 못 한 건 당신 아니겠습니까? 혼자 이곳까지 따라오는 게 겁나지 않습니까? 이제 보는 눈이 없습니다.”

“뭐? 크하하하하. 내 살다 살다 이리 웃긴 이야기는 처음이군.”

사내의 웃음이 멈추길 기다렸다가 준혁이 물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한 가지만 알려주시겠습니까? 도대체 저희를 왜 죽이시려는 겁니까?”

“흠. 뭐 좋다. 알려주지. 가는 길에 마음 편하게 가야지.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부터 그곳은 함정이었기 때문이지.”

“함정 말입니까?”

“자세한 건 직접 알아보고 이만 떠나거라.”

말을 마친 청룡가 수사는 공간대에서 기다란 은색 장도를 꺼내 들더니 영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은색 장도 위로 희미한 불길이 넘실거리며 피어나 주변의 온도를 살짝 높였다.

“참. 성미도 급하십니다. 한 가지만 더 알려주십시오.”

“미친놈. 죽을 놈이 궁금한 것도 많군!”

사내는 더 이상 들어주기 힘들다는 듯 은색 장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 동작에 따라 화염이 장도를 따라 움직이며 주변을 수놓았다.

“청룡가의 축기기 수사들은 전부 구색초를 구하러 떠난 거 아니었습니까? 당신들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순간. 장도를 내리치려던 사내가 비틀거리며 동작을 멈추고는 살기 어린 눈으로 준혁을 노려보았다.

“그걸 어찌 알고 있는 거지?”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말해라! 어찌 알고 있느냐?! 설마! 아까 그놈이 도망가기 전 최수사라고 한 게?”

사내가 윽박지르자 준혁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얼굴 가리개를 잡아 뜯었다.

그리곤 입가를 끌어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최준혁입니다.”

그 순간. 준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룡가의 수사가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동시에 비행법기를 발동시키며 도망치려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채 5m도 움직이기 전. 허공 한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싶은 순간, 거대한 적색 도가 사내의 몸을 단숨에 베어버릴 듯 치켜들었다.

“윽!”

사내는 준혁의 공격에 도망가기를 포기한 건지 곧바로 바닥에 떨어져 내리며 은색 장도에 영기를 잔뜩 주입했다.

그러자 장도 위로 아른거리는 불꽃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넘실거렸다.

탁-

어느새 사내 앞에 내려선 준혁은 그런 그를 보고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말해보시지요. 이곳에서 무얼 하는 겁니까? 구색초 구하기도 바쁜 시기에?”

준혁의 손에 쥐어진 적마도가 시뻘건 기운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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