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장 豫言을 내버린 女人들
파아아아.......!
바람(風)!
가이없는 사막에서 폭풍같은 바람이 휘몰아쳐 갔다.
하나,
그것은 사막에 유일하게 부는 죽음의 바람은 아니었다.
하나의 인영(人影)이 일으키는 인위적인 바람이었다.
잔모래를 뿌옇게 일으키며 짓쳐나가는 모래바람,
“칫! 두고 봐! 붕비가 혈붕황인지 뭔지가 되는 날엔 이 모욕은 철저하게 갚아줄테니까! ”
모래바람 속에서 튀어나오는 한마디의 말이었다.
독고붕비!
황금여왕의 곁에서 무작정 뛰쳐나온 그가 미친듯이 사막을 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스윽......!
독고붕비는 신형을 멈춰 세웠다.
작렬하는 태양(太陽).......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 열기는 강철이라도 녹여버릴 듯이 뜨거웠다.
하나,
“........! ”
그 아래 서 있는 독고붕비,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고 서 있었다.
(안다..... 어려서 부터 내게 식수(食水)로 공청석유(空淸石油)를 마시게하고
구지자엽초(九枝紫葉草)와 만년청죽순(萬年靑竹筍), 만년삼왕(萬年蔘王)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간간이 간식(間食)으로 설정자련실(雪精紫蓮實)과
음양천밀과(陰陽天蜜果_를 먹여 주었지...... )
오오......
이 무슨 소린가?
----공청석유!
---구지자엽초!
---만년청죽순!
---만년삼왕!
---설정자련실!
---음양천밀과!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 하나하나는.......
천만근의 황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가 아니던가?
범인(凡人)이 복용하더라도 일평생을 무병장수(無病長壽)할 수 있는 절세의
영약(靈藥)임은 물론이었고,
만일,
무림인(武林人)이 그것을 먹는다면 능히 한가지만으로도 삽시간에 백년(百年)을
면벽수련(面壁修鍊)해서 얻은 공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었으니.....
한데,
그런 것을 한 두가지도 아닌,
무려.....
수십가지나 되는 그런 엄청난 영물(靈物)을 밥과 물 대신에 먹어대고 살아왔다는
말이 아닌가?
대체......?
독고붕비의 체내에 잠재된 잠재력(潛在力)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 ”
독고붕비,
그는 망연히 작렬하는 태양을 올려보고 있었다.
한데,
기가 막히지 않은가?
그는 한번도 눈이 부시다거나 깜박인다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림을 보는 듯 담담한 눈길로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만상(萬象)중에 그 광명(光明)스러움이 으뜸인 광휘(光輝)의 정화(精華)!
그것을 눈 한번 깜박임 없이 주시할 수 있는 생물(生物)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물며,
기름진 산하(山河) 위에 떠 있는 태양도 아니고,
그대로 태초의 작렬하는 폭염(爆炎)을 드러내는 열사의 대사막에 떠오른 태양은
그보다 세배는 뜨거운 것이었다.
한데,
독고붕비.....
그는 아랑곳없이 저 작렬하는 태양을 눈 한번 깜박임없이 주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득,
흐흐흐........!
그의 눈가로 예지(銳智)가 피어 올랐다.
핏빛의 혈기(血氣)!
그의 동공에 물든 적하(赤霞)가 유난히도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섬뜩하기조차 한 혈전광(血電光)!
하나,
그것은 무공을 익혀 폭출되는 안광(眼光)은 결코 아니었다.
선천적인 패도적(覇道的)인 기질과 동공에 맺힌 혈기류(血氣流)!
거기에,
어려서부터 복용한 수 많은 절세영약(絶世靈藥)의 영기가 복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전율할 일......
무공(武功)의 무자도 모르는 독고붕비였다.
하나,
그럼에도 한번의 도약으로 십장을 훌쩍 뛸 수 있고,
일권(一拳)으로 천근거암을 박살낼 수 있으며,
눈을 치뜨면 안광이 일장은 폭출되어 나왔다.
단지,
그 정도만으로도 독고붕비를 어찌해 보려면 최소한 대륙일백강좌(大陸一百强座)에
드는 고수자라야 가능했다.
제대로,
무공조차 익히지 못한 독고붕비에게.....
“........! ”
독고붕비는 시선을 내려 바닥을 내려 보았다.
“십(十).... 이년(二年)! ”
홍얼거리는 그의 눈가로는 한줄기 회한의 빛이 스쳐갔다.
“잊고 있었다. 신비흑기사(神秘黑騎士)! 그분을...... ”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
나이 세살에 신비흑기사의 철갑속에 싸여 대륙을 떠나왔던 그.....
아무것도 당시엔 알지 못했다.
왜 잠자다 깨어보니 집이 아니고 사막이었는지를......
또한,
눈을 떠보니 아름다운 여자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모든 사랑을 주었었다.
(나는....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가 있어! 분명히.... )
그는 지그시 입술을 짓씹었다.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그 후 신비흑기사 아저씨가 어찌 되었는지....
두분 누님도 말을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붕비는 알 수 있다! 그분이
심각하게 위해되었음을...... ! )
꽉------!
그는 주먹을 힘있게 움켜 쥐었다.
(찾는다! 지구(地球)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
그의 얼굴엔 굳은 결심이 서려 있었다.
(그래야만 내 가문과 부모님이 어찌 되셨는지 알 수 있다! )
츠으......!
그는 삼엄한 예기가 뿜어지는 눈길을 다시금 허공으로 올렸다.
(만일 그분이 위해되셨다면..... 그분을 만든 자를 찾아야 한다. )
츠츠..... 팟!
그의 동공에 서린 혈하(血霞)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복수한다! 받은 이상으로 철저하게! )
지그시 이를 악무는 독고붕비!
그의 전신에서 진한 고독감이 흘러나왔다.
(비구니 누님과 황금 누님도 단지 우연히 날 구했을 뿐..... 예언이니 뭐니 하지만
뜬 구름 잡는 애기일 뿐이다. )
한줄기....
서글픈 빛이 그의 눈가로 스쳐 지나갔다.
(혈붕황..... 누님들이 기다리는 것은 그것뿐..... 나는 아니다! )
스------ 윽!
그는 힘없이 한걸음 내디뎠다.
(간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운명이 어찌될진 모르지만 가야한다.
누님들에 대한 나 자신의 열정이 깊어지기 전에..... )
뚜벅..... 뚜벅........!
내디뎌지는 육중한 걸음걸이......
푹...... 푹.......!
그의 발목까지 모래는 잡아끌어 당기고 있었다.
(선선국(善善國)을 거쳐 대륙으로 나간다! 나나(那那)와 사라(沙羅)를 한번은 보고
가야겠지? )
문득,
그의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두 명.....
그가 십이 년을 지내온 여인들 이외에 알고 있는 또다른 여자들 영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과연.......?
× × ×
삼일(三日),
독고붕비는 끊임없이 걸어갔다.
한번의 도약으로 십장을 나아갈 수 있는 그이지만 그는 일푼의 힘도 쓰지 않았다.
(내가 누님들께 받은 모든 것은...... 버려야 한다! 그 힘은 붕비에게 준 것이
아니라 혈붕황이란 놈에게 줄 것이 잘못 온 것 뿐이니까? )
그것이 이유였다.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
---혈붕황(血鵬皇)!
저 예언 속의 변황지존(邊荒至尊)!
아울러,
삼천 년(三千年)의 신비(神秘)를 간직한 채 죽음의 사막에서 기다려온 관음성전
(觀音聖殿)..... 원세관음밀교(元世觀音密敎).
황금성전(黃金聖殿)....... 황금대상벌(黃金大商閥)!
오오......!
그 삼천 년 신비력(神秘力)의 모든 것.......
관음지존(觀音至尊)임과 아울러,
황금지존(黃金至尊)이라 불리울 변황의 최후신화(最後神話)!
지난 삼천 년의 시공(時空)에 걸쳐 모든 변황인이 고대하고 있는 구원자!
그는 아직 출현(出現)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지도 몰랐다.
피(血)의 바다(海)에서 탄생된 혈붕(血鵬)의 제황(帝皇)!
혈해혈붕(血海血鵬)의 주인이 될 대전황(大戰皇)!
그가 바로 혈붕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독구붕비!
그는 예언의 실현자가 될 수 없음을 자각하고 떠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혈붕황이란 예언의 집행자가 받아야 할 권위와 힘을 쓰지 않기로 결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 삼일간.....
그는 보통의 사람과 똑같이 행동했다.
푹.....! 푹.......!
발목까지 빠져드는 모래......
작렬하는 태양의 혹서는 땀이 배일 틈도 없이 증발시켜 버린다.
지옥,
팔열지옥(八熱地獄)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걷고 있었다.
거칠게 메마른 입술은 어느덧 갈라져 있었고,
“후후......! 후우......! ”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나,
그의 눈길은 고정되어 있었다.
동(東)으로..... 동으로......
까마득한 동천(東天)을 직시하며 그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죽어도 혈붕황인지 뭔지 하는 놈이 써야할 힘은 쓰지 않는다! ”
악무는 입술.......
터져 흐르는 핏물마저도 메말라 붙어 있었다.
“선선국(善善國)의 창포호(蒼浦湖)에 삼일 안에 이르지 못하면 죽을 지라도..... ”
툴...... 툴.......!
메마른 웃음이 그의 목젖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는 힘없이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갔다.
천천히......
과연........?
× × ×
한편,
사막의 가장 사각지대에 자리한 죽음의 대지.....
사실,
모래로 뒤덮힌 사해(沙海)의 사막에도 길은 있었다.
삼백리(三百里)를 깃점으로......
작은 녹천(綠泉:오아시스)이나 쉬어갈 그늘이 연이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路)이 될 수 있었다.
하나,
이 열사의 대사막----- 타클라마칸사막!
그 서단의 사해지구만은 완벽한 죽음의 대지였다.
사방 일천리(一千里) 어디에고 녹천은 커녕 풀 한포기 없었다.
인간은 물론이고,
낙타조차도 그 안에 들어선다면 온몸의 피와 수분이 탈진되어 푸석한 모래와
동화(同化)되어 죽는다!
한데,
그 중앙(中央)엔 꿈의 무릉도원이 존재했으니.....
성곽!
모래로 찍어만든 거친 성곽이 방원 십리(十里)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 안,
수십개의 정갈한 불전(佛殿)과 화려하기 그지없는 황금전각(黃金殿閣)이 줄이어
세워져 있었다.
뿐인가?
우거져 있는 짙은 녹음(綠陰)......
뽀르르..... 뿅........
그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이름모를 새들.......
거기에,
졸졸졸......
시원하고 맑은 샘물이 흐르기까지 하고 있었다.
오오...... 이 비경(秘境)!
무릉도원이 따로 없지 않은가?
모래의 성곽을 사이에 두고서 지옥(地獄)과 천국(天國)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었으니....
정자,
한 마디로 기괴한 정자였다.
절반은 황금기둥에 받쳐져 있는 화려한 황금정자였다.
한데,
나머지 절반.....
푸석한 모래벽돌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정자의 안,
“......... ”
“......... ”
두 여인이 대좌해 있었다.
---관음성후(觀音聖后)!
---황금여왕(黃金女王)!
바로 그녀들이었다.
각기,
독툭한 미감(美感)으로서 짝을 찾을 수 없는 미모의 소유자들.......
뿐인가?
그녀들이 걸친 옷자락이라니......
관음성후!
그녀는 모양은 비구니가 입는 가사이지만, 속살이 훤히 비치는 잠자리 날개 같은
나삼을 걸치고 있었다.
황금여왕!
그녀도 그에 못지 않았으니.....
저..... 천근의 황금덩이로 주조한 듯한 거대한 젖가슴을 작은 구슬로 엮은
젖가리개로 윗부분만을 감싸고 있었다.
그 아래,
저 만월 같은 둔부를 조인 한줄 황금사(黃金絲)와 은밀한 신비의 둔덕을 덮은
손바닥보다 작은 황금의 조각이라니......
가히,
석불(石佛)일지라도 눈이 뒤집혀 달려들 정도의 황홀한 육체를 여인들은 소지하고 있었다.
한데,
“........ ”
“........ ”
그런 여인들이 다소 무거운 신색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황금여왕이 먼저 입술을 달싹였다.
“벌써 붕비(鵬飛)가 가출(家出)한지 오일(五日)...... ”
“휴.......! 그 아이가 왜 삐졌는지...... ”
관음성후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고 있나요? 언니...... ”
일순,
황금여왕의 금안으로 삼엄한 예기가 피어 올랐다.
“그럼..... 동생은 알고 있었단 말야? 그런대도 왜 가만히...... ‘
관음성후는 말꼬리를 흐렸다.
황금여왕이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몰라요? 붕비가 왜 화가 났는지? ”
“글..... 쎄...... ”
관음성후는 곤혹스런 빛으로 반문하고 있었다.
“그 아이가 언니를 원했었죠? ”
“그랬어. ”
“거절했겠죠? ”
“그랬지...... ”
“혈붕황이 되기전엔 안된다는 이유를 달았겠죠? ”
“그래, 예언이지 않았어? ”
“그랬죠! 예언은 분명 그랬어요. ”
문득,
황금여왕은 저 멀리 동천(東天)으로 시선을 돌렸다.
독고붕비,
그가 사라진 방향이었다.
“붕비, 그 아이는 우리에게 무엇이죠? 언니? ”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내 생명(生命)! ”
관음성후는 입술을 깨물며 힘있게 말했다.
“생명.... 그래요...... ”
황금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생명보다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되었어요. 붕비는...... ”
그녀는 망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알아요? 그 아이가 점점 장대해지면서 내 가슴이 얼마나 커지고 부풀었는지? ”
“.......! ”
“예언? 흥! ”
황금여왕은 콧방귀를 뀌었다.
“혈우천하가 피바다에 잠기고 아수라(阿修羅)의 대겁풍(大劫風)이 휘몰아 칠때
떠오른다는 혈붕황의 신화! 하지만...... ”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런 세상의 구원자에게 전할 황금대상벌(黃金大商閥)과 백팔황금요화
(百八黃金妖花)이지만..... 이젠 그것을 버리겠어. ”
“동생, 그게, 그게 무슨 말이지? 황금대상벌과 원세관음밀교 삼천년 염원을
버리겠다니? ”
하나,
황금여왕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래요! 만일 혈붕황이란 인물이 아니라면 난 그에게 황금은 던져주겠지만..... ”
일순,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두 손으로 잡았다.
뭉------ 클......
차서 넘쳐흐르는 묵직한 육질감......
“이것은 붕비에게 줄 거예요! 내 육체는 이미, 내 영혼(靈魂)을 소유해버린 붕비에게! ”
아아..... 황금여왕!
그녀는 그렇게 결심하고 있었다.
---혈붕황(血鵬皇)!
삼천년을 기다려온 예언의 구원자!
그는 원세관음밀교에 속한 사십사(四十四) 관음비구니들과,
황금대상벌을 수호하는 백팔황금요화들에게 있어 목숨 이상의 존재였다.
아니,
삶의 존재가치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황금여왕은 선언한 것이었다.
---혈붕황!
그에게 황금(黃金)과 권위를 줄 순 있다!
하지만,
이 육체(肉體)는 오직 한명..... 독고붕비에게 바치겠다.
이미,
내 영혼(靈魂)을 소유한 그에게.......
오오.....
가장 위대한 사랑?
그 선언이었다.
“백팔 황금요화들에도 따르지 않는다면 가장 혹독한 형벌을 받을 텐데? ”
관음성후는 그런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그랬다.
황금율법(黃金律法)------!
황금대성벌로 전해지는 삼천년의 율법이 그것이었다.
설사,
황금여왕일지라도 거부할 수 없는 신성(神聖)의 율법!
---황금지존..... 혈붕황에게만 황금대상벌의 모든 황금과 그에 따른 권위를
계승시켜야만 한다.
만일,
그 대벌후(大閥后)가 되는 황금여왕이 황금율법을 어기고 다른 사내에게 눈을 돌릴시엔,
휘하 백팔황금요화가 지옥십팔겁(地獄十八劫)을 모조리 경험하는 형벌을 내러
죽음으로 인도할 것이고,
그와 반대의 경우라면 황금여왕은 모든 힘을 동원 백팔황금요화를 처단해야만 하느니....
서로가 감시자가 되어야만 하는 피의 율법.....
물론,
이제껏 그런 피의 학살극이 연출되었던 적은 없었다.
한데,
한데,
황금여왕.........
그녀는 죽음을 각오한 선언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관음성후는 그런 그녀에게 황금율법을 일깨운 것이었고.....
한데,
황금여왕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호호.... 물론 그애들도 본녀와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어오! 어제 그녀들에게 말
을 했더니 같이 동조하여 붕비만을 섬기기로 결정했어요. 혹.... 혈붕황이
나타난다면.... 황금과 황금대상벌의 권위만을 넘겨줄 것도 아울러서요. ”
“그..... 랬구나..... ”
관음성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는 의미있는 미소를 머금으며 입술을 열었다.
“몰랐어..... 붕비, 그 애가 우리의 가슴에 이토록 크게 자리해 있을줄은...... ”
슥.....!
그녀는 망연히 하늘로 시선을 들었다.
드물게.....
하늘은 맑았다.
한 무더기의 백운(白雲)마저 표표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말......
“지난 십이년.... 언제라도 볼 수 있었고 삶을 함께 해왔기에 언제까지라도 있을
줄 알았지. 하나...... ”
애틋한 애련함이 그녀의 옥음(玉音)속엔 자리해 있었다.
“언제까지고 아이로만 생각했던 그가 남자였어. 하지만 관음계율(觀音戒律)을
깨뜨릴 순 없었어....... ”
나직이 흘러나오는 음성에 담긴 하나의 단어,
관음계율(觀音戒律)------!
원세관음밀교의 삼천년 역사와 함께 해온 신성의 제물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우연인지 그 계율의 내용도 황금대상벌의 황금율법과 흡사한 것이었다.
“붕비가 떠난지 사흘이 되던날이었을거야..... ”
관음성후는 허공의 구름을 올려보며 중얼거렸다.
“사십사 관음비구니들이 모조리 내게 몰려왔어! ”
하이얀 한점 백운(白雲)은 한명 미청년의 얼굴을 만들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독고붕비였다.
“붕비를 보지 못한다면 살아갈 목표가 없다는 거야! 혈붕황인지 뭔지 그딴 사람에겐
자신들의 손도 만지게 할 수 없고.... 오직 붕비에게만 자신들의 몸을 소유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었어. ”
“....... ”
“그렇지 못할바엔..... 차라리 내손에 팔겁형(八劫刑)을 당하겠다는 거야. 차라리
죽는 것이 더 행복할 정도로 끔찍한 여덟가지 형벌을..... ”
슥.......!
관음성후는 시선을 내려 황금여왕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요? ”
황금여왕은 긴장된 빛으로 물음을 던졌다.
“어쩌긴..... ”
관음성후는 어깨를 들썩였다.
“원하는 대로 해주었지 뭐..... ”
“설..... 마! 그녀들을 모조리 팔겁형에 처해버렸단 말이예요? ”
황금여왕은 봉목을 흡뜨며 교수를 가늘게 떨었다.
“아니! ”
관음성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의 입가로는 잔잔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나도 그녀들의 맘과 같거든! ”
“언..... 니! ”
덥----- 석!
두 여인의 교수가 하나로 쥐어졌다.
“후..... 걱정인걸? ”
문득,
관음성후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뭐..... 가요? ”
“백아홉에 사십오를 더하면 얼마지? ”
“백오십사(百五十四)지요. ”
“붕비가 그 많은 여자를 어떻게 처리해줄지..... ”
아주 심각한 걱정을 관음성후는 하고 있었다.
하나,
황금여왕은 걱정없다는 듯 생긋 웃으며 말했다.
“호호! 언니..... 혹시 해구신(海狗腎)이란거 알아요? ”
“해구신이라면? ”
화들짝 놀라는 관음성후의 옥용,
빨갛게 노을처럼 물들고 있었다.
알고 있다는 현상이었는데......
“호호.... 천년금령해왕구(千年金靈海王狗)의 신(腎)을 붕비에게 먹여주었어요. ”
오오..... 여인!
얼굴색 하나 변함이 없이 생글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한데......
이 무슨 소린가?
---천년금령해왕구!
물개(海狗).....
놈의 정력(精力)은 한마디로 끝내준다고 설하거니와......
그놈이 천년(千年)을 살면 영기(靈氣)를 체득하여 온몸이 검은 빛이 아닌
금색(金色)으로 변화된다.
그리고,
놈은 해구의 제왕(帝王)으로 군림하며 일천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게 되니......
보통의 해구신만으로는 황금 백냥은 호가한다.
한데,
해구의 제왕인 천년금령해왕구의 그것이라면 가히 무가지보(無價之寶)가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이제껏 그놈의 그것을 먹었다는 위인은 없었다.
만수괴이지(萬獸怪異志)라는 상고(上古)의 괴수(怪獸)에 대한 기서(奇書)에나 그
이름이 나올뿐 누구도 잡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간혹,
바다 멀리 나갔던 어부들중 보았다는 인물도 없지 않았지만 그 뿐이었다.
하늘의 영기를 지닌 천년금령해왕구!
놈은 자신에게 우협이 가해지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곤 심해(深海)속으로
도주해 버린다.
그러니,
누가 놈을 잡을 수 있겠는가?
한데,
그런 천년금령해왕구의 그것을 독고붕비에게 먹였다는 말이 아닌가?
“호호! 그 정도면 아마 백오십명 아니라 천첩(千妾)도 끄덕없을테니 붕비를 걱정할
필요 없어요! ”
“세상에! ”
관음성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호호..... 아마.... 세상에 붕비를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여잔 없을걸요.....
그러니까 붕비는 반드시 돌아와요. 사실 여기 아니면 붕비가 맘놓고 욕화(慾火)를
불사를데는 없을테니까요. ”
황금여왕,
그녀는 단언하듯 잘라 말했다.
“이제 남은 일은 붕비가 왔을 때 누가 먼저 그 아이의 품에 안기느냐 하는 거예요. ”
“.......! ”
그녀의 말에 관음성후는 아연실색했다.
(차례를 정해놔야 한다니...... )
기가막히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나,
두 여인에겐 자못 심각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었으니.......
과연.....
처음은 누구일까?
이곳.......
사랑의 요람이었다.
관음성전과 황금성전이라는......
그 안에 있는 여인들의 수효는 일백오십사명(一百五十四名)!
한명 한명이 가히 일만여인(一萬女人)중 하나가 있을까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美女)들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오직 한명의 사내에게 사랑을 바치기로 결의한 것이었으니.......
누군가?
그 행복함의 극치를 맛볼 사내는.......
독고붕비-------!
그 사내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