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9 장 赤沙地帶의 天緣 (12/30)

   제  9 장   赤沙地帶의 天緣

독고붕비.......

그는 사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발걸음만 돌리면 무릉도원이 있거늘 그는 고집스레 뜨거운 열사의 사막을 걷고 있었다.

푹..... 푹.......

발목까지 빠져드는 모래더미를 밟으면서.......

이미,

그의 입술은 바짝 메말라 쩍쩍 갈라져 있었다.

하나,

그의 눈(眼),

츠으으.......

파아란 안광이 작렬하고 있었다.

내공(內功)의 발산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 한계를 향한 정신력의 발로라 쳐도 좋았다.

죽음조차 초월한.......

“후훗......! 어쩌면 누님들은 내가 되돌아오길 기다릴지도 모르지만 결코 돌아가진

  않아! ”

중얼거리는 그의 입가로 메마른 미소가 피어 올랐다.

고집!

자신이 결정한 일은 하늘이 두쪽나도 행(行)하고야 마는 옹고집이 그의 눈엔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독고붕비 자신도 모르는 혈통(血統)에 의한 자연스런 발로였다.

철혈독고천가(鐵血獨孤天家)의 핏줄만이 지닌 고독행(孤獨行)의 실현!

누구도 그가 가는 길은 가로막을 수 없었다.

설사,

죽음이 앞에 있더라도......

푹...... 푹........!

모래는 그의 발목이 아니라 무릎까지 빠져들고 있었다.

작렬하는 태양(太陽),

그 빛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목구멍의 침뿐만이 아니라......

피부속으로 파고들어 체내의 피(血)를 빨아 흡수해가는 듯한 느낌을 그대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한데,

“.......! ”

묵묵히 걸어가는 독고붕비,

그의 영민한 머리도 한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가 다녀본 사막의 길......

발목 이상을 모래가 삼키는 경우란 없었다.

한데,

지금.....

모래는 그의 무릎을 지나 허벅지까지 빠져들고 있지 않은가?

걷는다기 보다는 헤쳐나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였다.

........

얼마나 걸었을까?

이미,

그의 의식은 점차 침잠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 ”

독고붕비는 흠칫했다.

더이상 나아가기가 힘겨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정신을 추수린 그는 바닥을 내려보았다.

(피(血).......? )

그의 눈이 휘둥그래 흡떠졌다.

오오..... 그랬다.

그의 허리 아래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피(血)가 그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하나,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는 아니었다.

(혈사(血沙)........ )

모래였다.

보통의 모래보다 열배는 축소된 듯 부드러운 모래알맹이는.....

그 하나 하나가 핏물에라도 담그었다 꺼낸 듯 붉은 적사(赤沙)였던 것이었다.

(어긴..... 적사지대(赤沙地帶)! )

그의 내심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설사,

죽을지라도 눈썹 하나 까닥이지 않을 독고붕비였다.

한데,

그런 그가 기절할 듯 놀라는 이유라니......?

---적사지대(赤沙地帶).

우우......

사막의 공포(恐怖)!

아니,

다른 사막지대에는 없는.......

타클라마칸 사막만이 지닌 피의 전율(戰慄)이 그것이었다.

저..... 대사막 어딘가에.....

피의 사해(沙海)가 있었다.

그것은 사막에서 백년(百年) 이상을 살아온 노옹(老翁)들에 의해 입으로 전해지던

  신화(神話)였다.

물론,

누구도 실제 본일은 없었다.

단지,

사막에 인간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구전되어 내려온 신화이전의 설화(說話),

---어딘지는 모르나 피(血)의 사해(沙海)가 존재하느니......

설사,

기러기의 깃털 조각이라 할지라도 가라앉고 만다.

한번 빠져들면 다시는 태양(太陽)을 보지 못할지니......

죽음의 바다로 되리라..........

그것이 적사지대에 대한 설화였다.

하나,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설화의 마지막......

---만일......

적사지대에서 살아나오는 자(者),

고금역사상(古今歷史上)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대초인이 되리라!

하나,

그것은 말 그대로 설화였다.

누구라도.....

적사지대에 들어갔다 살아온 사람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독고붕비,

그는 기력이 쇄진해지자 발걸음 닿는대로 오다가 자신도 모르게 설화의 대지인

  이곳 적사지대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후후.....! 예전 선선국에 갈적엔 관음성후 누님이 데려다 주었기에 쉽게 갔거늘....

  역시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무리였는가? ”

독고붕비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런중에도,

스스스스......

그의 몸은 점차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허벅지를 지나 사타구니에 이를 정도였다.

“발악해봐야 더 빨리 죽을 뿐....... ”

그도 알고 있었다.

적사지대......

이곳의 피의 모래는 그 알갱이가 너무도 작아 어떤 무게라도 박차고 나올 수 없음을....

오히려,

더욱 흡입력을 강화시켜 더빨리 빨아들이는 유사(流沙)였던 것이었다.

.........

허리께까지 혈사(血沙)는 독고붕비를 삼키고 있었다.

“두가지가 아쉽다. 죽는 것에 대해서..... ”

독고붕비는 팔짱을 낀채 허공을 올려보며 중얼거렸다.

“그 첫째는..... 흑기사 아저씨를 찾아 가문이 어찌됐는지 알아야하고..... 그

  복수를 해야하는 것과..... ”

스스스.......!

모래는 가슴께까지 스며 점차 빨려드는 속도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둘째는...... 혈붕황이란 작자와 대결해 놈을 깨버리고 누님들을 내 여자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 건데 말이야! ”

그는 씁쓸한 고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나,

이내 그는 목이 뻗뻗해짐을 느껴야만 했다.

모래는 그의 목을 삼켜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 누님들.... 그리고 나만 기다리겠다던 사라(沙羅)와 나나(那那)도.....

  안.... 녕..... ”

그 말을 끝으로......

........

대지는 정적으로 파묻혔다.

피의 모래.....

적사지대는 다시금 태고의 정적으로 휩싸여 있었다.

독고붕비......

그는 진정 죽은 것인가?

                 ×              ×                ×

이곳.......

어디인가?

분명,

지저(地底)임에는 틀림 없었다.

태양의 빛이 한점도 없었기에.....

하나,

그렇다고 어둡지는 않았다.

은은한 빛이 사방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것은.... 피(血),

소름끼치도록 붉은 적광이었다.

그리고,

드러나는 광경,

사방이 막힌 동굴이 있었다.

한데,

동굴의 벽면......

피를 머금은 듯한 혈수정(血水晶)이 아닌가?

자체로 은은한 혈광(血光)을 흩뿌리며 동굴은 뿌옇게 혈무(血霧)에 휘감겨 있었다.

한데,

“......... ”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인영(人影),

혈수정의 빛이 아니더라도.....

그의 긴 장발은 저넉노을을 보는 듯 타오르는 적발(赤髮)이었다.

비록,

핼쓱해지고 추췌한 얼굴이지만 그의 잘생긴 미안을 감출수는 없었다.

하나,

그의 신색은 완전히 흙빛이었다.

장시간 목이 졸려져 공기가 유입되지 못해 질식사한 시체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한데,

그.... 시신의 모습,

아......!

---독고붕비!

바로 그가 아닌가?

적사지대로 빨려들어 갔던 그가 어찌하여 이곳에 있단 말인가?

모를 일.......

적사지대의 밑에 이런 신비의 혈수정동굴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듯했다.

.......

얼마의 시각이 흘렀을까?

스으..... 스으.......

혈수정의 혈광을 받으며 일렁이는 혈무.....

그것이 가볍게 허공을 부유하며 독고붕비의 곁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아는가?

---혈정무극원영기(血晶無極元靈氣)!

태양과도 같은 열기에 의해 만들어지는 혈수정(血水晶).....

혈정(血晶)의 빛(光)을 쪼이며.......

태초(太初)의 혼돈(混沌)에 존재했던 무극원기(無極元氣)가 억겁의 세월을 흐르며

  조화되는 태극정령원기(太極精靈元氣)가 그것이었다.

태초에 생명(生命)이 있게한 가장 순수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대활력(大活力)의 기(氣)!

우연이었을까?

지금.....

그것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설사,

무생물(無生物)의 바위일지라도 거기서 생명(生命)의 숨결을 일으킬 수 있는

  하늘의 영기(靈氣)가.....

휘류류류류.........

혈정무극원영기!

이미,

오랜 시간 공기가 유입되지 못해 가사상태에 빠져 있는 독고붕비의 전신을 덮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스......

그의 전신모공을 통해 서서히 흡수되고 있었으니......

........

얼마의 시각이 흘렀을까?

안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단지,

혈수정의 혈광(血光)만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반짝.......

독고붕비!

그의 눈이 떠지고......

“.........! ”

독고붕비는 혼미한 가운데서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

아아...... 달라져 있었다.

쩍쩍 갈라지고 푸석했던 그의 피부엔 완연한 생기(生氣)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욱 미려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또 하나의 다른 점......

그의 적발(赤髮)에 서린 혈기가 더욱 찬란하게 변색되어 있었다.

흡사,

붉은 가운데서도 섬함이이 느껴지지 않는 혈수정의 광채와도 같이.....

뿐인가?

그의 동공.....

은은히 맺혀 있는 붉그스레한 빛이.....

신비로운 적수정(赤水晶)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으니......

혈(血)!

피는 붉었다.

그리고,

붉은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하나,

독고붕비.......

그는 일반의 통념을 부숴버리고 있는 것이었으니.......

강렬함과 신비로움이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그의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미안(美顔)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살아난 건가? ”

독고붕비는 자신의 몸을 내려보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몸에 상처하나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좌우를 둘러보았다.

“마음에 드는 곳이군! 꼭..... 어머니의 품과 같이..... ”

그의 눈가엔 따사로움이 흐르고 있었다.

어머니(母).....

그는 그런 실체(實體)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생모(生母).....

---장미부인(薔薇婦人) 적설하(赤雪霞)!

그녀는 중원한족(中原漢族)의 여인이 아니었다.

저 대월지국(大月之國)이 멸망하면서 남은 최후의 왕녀(王女)......

대륙에까지 쫓겨와 역신들에게 붙잡힐 찰나 한명 사자(獅子)의 제왕(帝王)에 의해

  구원을 받았다.

그리고,

여인은 모든 권위와 영광을 내버린채 여인지로(女人之路)를 걷게 되었던 것이다.

불타는 듯한 적발(赤髮)과......

붉은 혈장미(血薔薇)같이 뜨거운 사랑을 지닌 여인은........

그리고,

그녀는 잉태를 한 후,

엄청난 난산(難産)끝의 산고(産苦)를 이기지 못해 죽고 말았다.

그것은 독고붕비, 생후(生後) 백일(百日)을 앞두고 벌어진 비극이었다.

아니,

그것은.... 예측된 변고이기도 했다.

대월지국의 멸망후.....

저 멀리 십만리(十萬里)의 대정정끝에 대륙에 다다른 그녀에게 사랑은 벅찬 일이었다.

하나,

그녀는 잉태를 했고.......

목숨 이상으로 사랑하는 남편의 씨앗을 내버릴 순 없었다.

그녀를 보살피던 의생(醫生)은 아이를 포기할 것을 종용했지만......

하나,

그녀는 그런 사실을 자신만이 간직한 채 모험을 강행했다.

그리고,

결과는 예측 그대로 나타났던 것이었다.

(좋아....! 이 느낌이...... )

독고붕비,

그는 눈을 감은 채 포근하게 밀려드는 향수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의 외모가 모계로부터 이어져온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그는 확실히는 알지 못했다.

단지,

붉은 것은...... 그에게 좋았다.

더욱이,

이곳,

천정도 벽도 바닥도......

모조리,

은은한 혈수정의 빛이 휘감고 있었으니.....

흡사,

그는 어머니의 모태(母胎)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느낄 정도로 편안함에 젖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건 그렇고.... 여긴 대체 어디지? 적사지대의 지저에 이런 신비가 있다는 말은

  못들었는데? )

독고붕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하나,

그의 물음에 대한 해답은 없었다.

적사지대.....

일명(一名),

불귀지옥사해(不歸地獄死海)라 불리우는 죽음의 대지였다.

그곳에서 살아나온 자가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일이었고......

그와 같은 맥락에서,

적사지대의 신비가 어떤 것인지 아는 인물이 없음은 불문가지의 일이 아니겠는가?

결국....

“몸으로 부딪쳐 보는 수밖엔 없군! ”

그것이 결론일 수밖에 없었다.

이어,

뚜벅......

생각이 끝났으면 실행(實行)으로 즉각 옮기는 것이 독고붕비의 철칙이었다.

                 ×               ×              ×

얼마나 들어왔을까?

하루 정도는 걸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이상한데? 전혀 배가 고프질 않으니....... ”

독고붕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어찌 알겠는가?

혈정무극원영기------!

태초이전의 혼돈태극계(混沌太極界)에 존재하던 생명의 원초적 기운!

설사,

무생물의 바위(岩)일지라도 생명의 진화(進化)를 일으킬 수 있는 무한대의

  영력(靈力)을 지닌 바로 그것이......

독고붕비의 체내에 깃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 효능은 가히 추측불가였다.

이제껏.......

어떤 인간도 그것을 접해보지 못했기에.....

하나,

한가지는 확실했다.

독고붕비의 극도로 저하된 체력(體力)을 단시일에 증폭시켜 주었고,

작렬하는 사막의 태양에 그슬리며 갈라진 피부....

완전히 아물어 버렸음은 물론,

이전보다 더욱 피부가 생기에 넘쳐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내공이 십갑자(十甲子) 증진된 것보다 더한 효능이 아닐 수 없었다.

적(敵)과 아무리 싸워도 내력이 고갈되지 않고 샘솟듯 증폭되며.......

설혹,

상처를 입는다해도 금방 회복되어 싸울 수 있는 엄청난 기연(奇緣)!

하루는 커녕,

앞으로 열흘을 굶는다해도 끄덕없을 정도의 힘이 충만해 있는 독고붕비,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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