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장 樓蘭聖殿
누란성전(樓蘭聖殿).
선선국의 제일중지이자..... 서역 삼십육국 모두에게 있어 최대의 성역이었다.
저 아득한 옛날......
이천년 이전에 있었던 일임은 분명했다.
누란왕국이 서역의 지배자로 군림했을 때......
누란왕국이 아닌 다른 곳에 하나의 성전을 세웠다.
그리고,
누란왕국이 사막의 모래속으로 파묻혀 버렸을 때,
누란왕국의 살아남은 신민들은 누란성전의 근처로 모여들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것이 선선국의 탄생이었다.
누란성전,
기이하게도 그곳은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직,
누란왕국의 혈통을 이은 여인들......
그것도 처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고 난 후 사흘 이내에만 부부가 들어갈 수
있을 뿐이었다.
결국,
선선국의 공주가 탄생되면......
그녀가 부마와의 초야를 끝내고 삼일간 누란성전에 들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직 한 가지만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보고 들은 것은 모조리 망각의 늪속에 버려야만 하는 불문율을
지키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부마가 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서역에서 존경을 받았다.
하나,
지난 일천년의 세월 도안,
누란성전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당금의 백년 이내엔 누란성전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이유 간단했다.
당대의 선선국왕인 선선천왕 아율라의 부친과 조부는 딸을 낳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대에 와서야 두 명의 딸을 낳았던 것이고.......
누란성전은 두 번 문을 열어볼 기회를 맞이한 것이었다.
하나 그 말도 틀린 것이.....
두 공주.... 서역쌍미가 동시에 한 사내에게 안겨버린 것이었으니......
한번 밖엔 열어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휘----- 익!
누란성전의 앞으로 세개의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독고붕비,
그리고,
사라와 나나였다.
“흠......! 여기가 누란성전이란 말이지? ”
독고붕비는 대리석으로 지어진 단층의 석조건물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오랜 풍상 속에서도.....
대리석의 흰빛은 일푼의 변화도 없었다.
“후훗! 여길 들어가는게 그리 까다로웠다니. ”
그는 사라와 나나의 허리를 양손으로 끌어 안았다.
“붕비는 그대들과 몸을 섞었으니 내 몸에도 누란혈령기가 있을테지? ”
“그... 그래요! ”
“오늘이 마지막이예요. 누란성전에 들어갈 기회는..... ”
사라와 나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참... 희한한 일이야.... 누란혈령기가 없는 인간이 들어가면 미친
광자(狂者)가 되어 나와서 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니.... ”
독고붕비는 의혹의 빛을 뿌리며 중얼거렸다.
그랬다.
누란성전의 저주!
그것은 하나의 예외도 없었다.
과거,
이천년의 세월동안.....
누란성전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은밀히 숨어들어갔던 일은
부지기수.....
하나,
성한 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모조리,
싱성해서 뛰쳐나와선 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었으니......
급기야,
천년 전부터 아예 그런 무모한 모험을 시도하는 자는 없었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기에....
“가볼까? ”
독고붕비는 문앞에 선 채 육중한 대리석문을 밀었다.
순간,
그----- 그그긍.......!
하얀 대리석문은 굉음을 토하며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와아-----! ”
설록공주 나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치뜨며 탄성을 터뜨렸다.
“어, 어찌.......! ”
봉황공주 사라,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오오..... 보라!
누란성전의 안,
방원 일천장에 달하는 넓은 대전이었다.
한데,
황금(黃金)!
밖에는 대리석이었으나 그 내부는 완전히 황금의 궁전이 아닌가?
바닥도 다섯치 두께의 황금벽돌이 깔려 있었고,
벽이나 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좌우, 사방에 진열되어 있는 갖가지 기물(奇物)들...
전체가 금강석으로 주조된 검이 있는가 하면,
희귀한 녹옥(綠玉)의 도끼도 보였다.
각종의 십팔반 병기들.....
모두가 희귀한 보물이 아닌가?
그 하나만이라도 들고 나간다면 능히 천하 백대거부의 반열에 들 수 있을 정도였다.
하나,
그것들은 단순한 보옥만은 아니었다.
그 하나하나가 금옥을 무우 베듯 하는 신병이기들이었다.
그런.....
각종의 병기만도 무려 백 수십 자루였다.
뿐인가?
한쪽에 수백 개가 쌓여 있는 야명주(夜明珠).....
황금덩이들과 각종 보석패물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서역쌍미가 아무리 일국의 공주라해도 이런 재보(財寶)를 본 일은 없었다.
해서,
그녀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하나,
독고붕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역시......! )
(이런 재화(財華)에도 흔들리지 않으시다니.....! )
그런 그를 훔쳐보는 서역쌍미의 가슴은 이 순간 또 한차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들이 모르는 일이었다.
독고붕비,
그가 어려서부터 지내온 곳,
관음성전은 그렇다 치고라도,
황금성전!
그곳은 그야말로 황금성(黃金城)이었다.
누란성전의 모든 재물을 합쳐도 그것의 십분지 일도 못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독고붕비가 돌멩이 보듯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흠.....! 나중에 날 키워진 그 관음성전과 황금성전의 누님들한테 선물하면
좋아하겠는걸! ”
고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황금성전의 백팔황금요화.....
관음성전의 사십구 관음비구니.....
그녀들에게 저 신병이기들을 선물하겠다는 것인데......
후일,
탄생될 것이다.
---일백오십팔(一百五十八) 천병수호신녀군단(天兵守護神女軍團)!
혈붕황의 방원 백장 이내를 그림자처럼 에워싸며 따르는 여인군단.
그녀들의 손엔 각기 한 가지씩의 절대보물로 제련된 신병이기가 들려 있었다.
그 위력은 십만강병(十萬强兵)도 뚫지 못할지니.....
기대해도 좋았다.
누란성전의 좌측,
그곳엔 은은한 향기를 뿌리는 자단목으로 짜여진 서가가 있었다.
“흠..... 무공비급들이로군! ”
독고붕비는 서가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이미,
아득한 세월이전에 실전(失傳)된 고대 변황과 서역, 대륙무림의 실전비학들
일천 종이 비장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들이 밖으로 유출된다면 피바람을 불러일으킬 것들이지만 독고붕비가
알고 있는 무공보다 강한 것들은 없었다.
무공비급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종의 의서(醫書)와 기문진경(奇聞眞經)들이 즐비하기도 했다.
그 서체(書體)는 대부분 고대문자(古代文字)였다.
물론,
그 내용들도 독고붕비가 팔할은 이미 본 것이었다.
“쩝......! 볼만한 것도 없군! ”
독고붕비는 서가를 지나치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 ”
그의 눈길이 한곳에 멈췄다.
대전의 제일 안쪽,
하나의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붉은 혈수정으로 조각된 거대한 의자,
아니,
혈붕(血鵬)이 나래를 편 모습을 하고 있는 의자였다.
두 활짝 핀 날개는 손걸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등은 앉을 수 있게 편편했으며....
그 위엔 푹신한 적색의 보료가 깔려 있었다.
등받이는 혈붕의 꼬리가 추켜세워져 있었다.
흡사,
만년혈붕을 이십배 축소시켜 놓은 듯한 정교한 의자였다.
한데,
그 위,
하나의 혈수정 옥함이 올려져 있었다.
딸깍-------!
옥함은 쉽사리 열렸다.
그 안,
두 개의 양피지가 들어 있었다.
우선,
독고붕비는 맨 윗글을 읽어 보았다.
<이 글을 보시는 분......
혈붕천좌성(血鵬天座星)을 타고나셨으리라.
아니라면 혈정강막을 뚫지 못할 것이고....
혈정옥함을 열지도 못하실 것이외다.
형붕성계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문이 적힌 도해(圖解)를 보시고 혈붕의
뜻을 얻으시어 혈붕황으로 등극하시오소서......
이 척박한 변황의 대지......
대륙천하로부터 위협을 받고,
그럼에도 항시 분란이 끊기지 않은 용투야(龍鬪野)의 대지인 변황의
유일천(唯一天)이 되시어 평화를 주소서!
미거한 위인이 혈붕황을 위하여 누란의 피를 이은 여아를 남길지니.....
희첩으로라도 삼아주신다면 감사하겠소이다.
누란천황(樓蘭天皇) 배서(拜書). >
아아..... 누란천황!
글은 저 흉노와 한제국의 싸움에서 서역을 구해낸 영웅이 남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밑,
한장의 붉은 핏물이 들여있는 양피지가 있었다.
그 상단엔 기이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오직,
독고붕비만이 해독할 수 있는 천조비문(千鳥秘門)이었다.
<혈붕천비도해(血鵬天秘圖解). >
글은.... 그런 뜻을 나타내고 있었다.
무수한 혈선(血線)이 그어져 있고,
이상한 기호가 덮혀 있는 지도(地圖)!
“흠.....! 혈붕성계로 들어가는 곳이 따로 있었군! ”
독고붕비는 지도를 해독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나,
그것은 이미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이었다.
푸스스.....!
혈붕천비도해는 그대로 그의 손아귀 안에서 가루로 으스러져 내렸다.
이미,
그 자신이 거쳐온 곳이기에,
털----- 썩!
독고붕비는 의자에 몸을 걸쳤다.
“갖고 나갈 것도 없는걸? ”
독고붕비는 사라와 나나를 멀뚱히 보며 중얼거렸다.
한데,
“그럼... 재미나 보죠! 뭐! ”
나나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엉? ”
독고붕비는 느닷없는 그녀의 말에 눈을 둥그렇게 떴다.
한데,
나나는 언행(言行)이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으니....
스르르르..... 륵!
이미,
그녀는 옷자락을 훌훌 벗어던지고 있었다.
저 탐스럽고 하이얀 알몸을 드러내고.....
휙!
그대로....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독고붕비의 허벅지 위로 올라앉은 것이 아닌가?
“할일 없어 심심하시다는건 나나가 용서할 수 없어? ”
그녀는 손을 밑으로 뻗어 독고붕비의 하의를 풀어내리며 쫑알거렸다.
한데....?
어쩌고 저쩌고 할 사이도 없었다.
독고붕비는 그대로 그녀에게로 돌진해 버렸다.
“정말......! ”
옆에 있던 사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나나와 독고붕비의 모습이 너무도 자극적이었기에......
그러나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질 않았다.
그대로 독고붕비는 쾌락의 극치를 맛보고 있었다.
이곳,
누란성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