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장 邊荒至尊의 誕生
천외삼비세(天外三秘勢)------!
그들의 숫자는 구천(九千)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의 전면에 전개되어 있는 오만의 대군세!
숫자만으로 본다면 당연히 열세였다.
하나,
천외삼비세에 속한 누구도 그런 숫자의 불리함에 겁먹는 인물은 없었다.
저..... 백년 전에도 그랬듯이......
천외삼비세의 선두,
삼인(三人)이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한데,
그들 삼인은 모두 여인들이 아닌가?
대체.....?
세명의 여인들,
각기,
십대 후반의 싱그러운 여인과 이십대 중반의 성스러운 비구니,
그리고,
삼십대 중반의 중년미부가 자리해 있었다.
그 중앙의 여인,
긴 머릿결이 인상적으로 나부끼고 있었다.
약간은 검은 듯한 피부,
다른 여인에 비해 목 하나는 더 클 정도로 훤칠한 미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걸치고 있는 것은 검은 가사(黑袈裟)였다.
그 가슴으로 길게 그어져 있는 시퍼런 뇌정문(雷霆紋)!
아아....
그것은 바로 뇌정마찰의 지존만이 지닐 수 있는 벽정뇌흔문(碧霆雷痕紋)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여인은 바로 뇌정마찰의 지존후였단 말인가?
겨우,
십팔세 정도의 늘씬하면서도 강인한 철혈뇌기를 뿜는 이 여인이......?
실로 경악할 일이었다.
여인,
이십대 중반의 비구니였다.
황금빛 가사에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반짝였다.
하나,
그것만으로 그녀의 미모와 성결스러움을 어찌하진 못했다.
중년미부...
삼십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흡사,
만추(晩秋)에 피는 한 송이 백국화(白菊花)와도 같았다.
여름의 작렬하는 태양과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고 온유롭게 서 있는
고고한 백국화....
아니,
그녀는 비취색의 국화였다.
고고함과 후덕함을 동시에 지닌 미부....
아아.....
---천외삼신녀(天外三神女)!
뇌정천후(雷霆天后)------!
비취여왕(翡翠女王)------!
황금성모(黃金聖母)-------!
여인들의 이름이었다.
변황에서 가장 존경받고 경외감을 일으키는 천외삼비세의 지존후들....
공교로운 일이 아닌가?
새황오패천만이 아니라,
천외삼비세의 종사들까지 여인일색(女人一色)이었다니!
“........! ”
“........! ”
“........! ”
“........! ”
여인.... 여인들,
여덟 명,
열여섯 쌍의 그윽하면서도 아름다운 봉목이 어우러져 있었다.
물론,
그 내부엔 격렬한 전의(戰意)가 감춰져 있었다.
문득,
비취여왕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스슷......!
천외삼신녀 중 연장자였기에 그녀가 은연중 대표를 맡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슥-----!
새하얀 백의미인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빙모(氷母)!
그녀가 새황오패천의 대표가 된 듯 했다.
그것은.... 천외삼비세와 새황오패천의 후견인들이 극한 대립을 피하고자
가장 이성적이며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들을 대표로 내보낸 사전결과였다.
비취여왕이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백년전.... 새황은 영원히 야망의 불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맹세했어요. ”
빙모가 차분히 말을 받았다.
“맞아요! ”
“그런데.. 어쩐 일이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유는? ”
“우린.... 약속을 어긴 일이 없어요! ”
“서역... 사막에서 일어난 일이 당신들과 무관하단 말이군요? ”
어조는 잔잔했으나,
그 내면에 실린 어감은 점차 신랄해지고 있었다.
“새황오천왕은 새황을 배신한 역모자들이예요! 그자들은 우리도 찾아
죽여야할 대역죄인일 뿐이죠. ”
“사자무언(死者無言).... 그자들이 죽었다는 핑계로 발뺌을 하는 건가요? ”
“발.....뺌? ”
일순,
빙모의 하얀 백미(白眉)가 날카롭게 꿈틀거렸다.
이어,
“호호호-------! ”
빙모는 싸늘한 냉소를 터뜨렸다.
이어,
츠으.......!
그녀는 서늘한 안광을 번뜩이며 비취여왕을 직시했다.
“한족(漢族)에겐 이런 속담(俗談)이 있다더군요! 사별삼일(士別三日)이면....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
비취여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비를 삼일 후에 만나도 그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뜻이지요. 과거에
자신보다 아래였던 사람이라도 함부로 대하진 말라는 잠의(潛意)가 담겨
있기도 해요. ”
비취여왕은 담담한 어조로 설명했다.
“삼일(三日)이 아니라 백년이 흘렀어요. 너무 아래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요? ”
빙모의 어조는 실랄했다.
“우리 새황오패천의 힘은 백년전보다 강해졌어요! 천외삼비세는 그 반대가
됐다지요? ”
심한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하나,
비취여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맞아요. 그때 천외삼밀종께선 우리 삼문의 최후, 최강의 무결(武訣)인
지존삼공(至尊三功)을 지닌신 채 은거하셨지요. ”
거기까지는 자조가 섞여 있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츠----- 츠츠츠......!
오오오-------!
비취여왕의 전신으로 퍼져오르는 비취색의 노을빛!
그것은 장중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막대한 위광을 뿜으며 하는 비취여왕의 말,
“하지마! 새황오패천 정도가 아무리 강해져도 그 더러운 야망을 분쇄할
힘은 있어요. ”
힘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결국 실력으로 우리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밖에 없군요. ”
스----- 스스스.......!
빙모!
그녀도 빙하천강기를 폭출시키며 맞받아쳤다.
협상은 깨어진 것이었다.
진실을 가리는 것은 어쩌면 한계가 있었다.
그들은 진실을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나,
아주 가끔은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해버릴 때도 있었다.
서로의 감정이 좋지 않을 때... 폭발시키고 싶어 꼬투리를 잡고 있을 때,
비취여왕,
그녀의 내심은 말하고 있었다.
(십년 전... 새황에서 역모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배신자들이 지금껏 살아 음모를 꾸민다는 사실이 미심쩍어 온 것이거늘....
거짓말같지는 않지만.... 흥! 저 오만함이라니! 지금꺾지 않는다면 백년전과
같이 기고만장해서 변황의 평화를 깨뜨릴지도 모른다. )
빙모,
그녀의 내심도 비슷했다.
(강력하게 증거를 제시하면 저들도 믿을 것이지만..... 말로 해서 믿지 않는
것을 그렇게 비굴하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지금 꺾이면 영원히 새황오패천은
천외삼비세의 아래가 된다. )
두 여인의 자존심이었고,
새황오패천과 천외삼비세의 힘겨루기였다.
천외삼비세는 말로서가 아니라 증거를 원했고,
새황오패천은 증거를 갖다바치는 구차함을 피하고 대등하게 말로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믿음을 의심하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그럼 힘으로 밖엔 안되겠군요? ”
비취여왕은 그렇게 단정지었다.
“그것이 무림의 율법이 아닌가요? 무인의 숙명이고..... ”
빙모도 뱉듯이 말했다.
아아....
지상에 무림이 탄생되고......
그때부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철혈율법!
강자.... 존(强者存)!
강한 자만이 존재한다.
강한 것만이 법이고 진리(眞理)이다.
철저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
그곳이 무림이었다.
패배를 죽음보다 치욕으로 여겨야만 하는 것이 무인의 숙명이었고......
그 비정(非情)의 철혈율법대로 행할 것을 천명한 것이었다.
그리고,
츠----- 츠츠츠------!
스으..... 스으......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급속하게 팽창되었다.
명령일하(命令一下)면....
오만 대 구천의 대격돌이 벌어질 찰나였다.
슥......!
휙-------!
비취여왕과 빙모의 교수가 허공으로 치켜올려졌다.
그리고,
그 손이 막 내려올 찰나였다.
돌연,
구------ 워어억!
천지를 떨어 울리는 엄청난 대붕후(大鵬吼)!
“어---- 엇! ”
“뭐, 뭐야? ”
“음? ”
오만 구천명,
십일만 팔천 쌍의 눈이 일제히 허공으로 향해졌다.
그리고,
“헉! ”
“저.... 저것은......! ”
“오......! ”
그 눈들은 경악으로 흡떠졌다.
“혈붕(血鵬)이다. ”
“만년 혈붕! ”
“변황 최후의 신화......! ”
“오오.....! ”
경악은 경이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우------! ”
인간이되 천신(天神)의 노호성같은 뇌성이 허공에서 울려퍼졌다.
순간,
“크----- 흑! ”
“으으.....! ”
“츠으으......! ”
장내의 인물 중 구할이 귀를 틀어막으며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그러나,
나머지 소수의 최강무인들은 볼 수 있었다.
한 명,
혈의인(血衣人)이 저 만년혈붕의 등뒤에 우뚝 서 있음을......
둥실,
일순,
혈의인은 가볍게 신형을 날렸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전신을 붉게 혈기류가 휩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혈붕의 강막이.....
화르르르르------!
표표히 지면으로 내려서는 혈의인.......
그는 천외삼신녀와 새황오천후의 중앙을 침범하고 있었다.
“........! ”
“........! ”
“........! ”
여덟명의 여인은 주춤거리며 두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어리석은 계집들이로군! ”
혈붕강막의 속에서 웅혼한 폭갈이 터져 올랐다.
순간,
“계..... 집! ”
“어리.... 석어? ”
“이......! ”
여덟 명의 여인들은 일시간 멍청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어난 이래로 난생 처음 들어보는 욕설이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피를 흘리려하는가? ”
우르르르......!
터져오른 폭갈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학------! ”
“으음-------! ”
여인들은 기혈이 뒤집어지는 충격을 느끼며 교구를 휘청였다.
(어.... 엄청난 고수다! )
(음성만으로 기혈이 역류(逆流)하다니...... )
(대체..... 누구기에......? )
불신과 의혹이 범벅이 되어 여인들은 혈붕강막에 싸인 신비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휙------!
휘----- 이익!
양측의 대오에서 여덟 명의 노인들이 솟구쳐 날아왔다.
그리고는,
쿵-------!
쿵! 쿵......!
그들은 모조리 신비혈의인의 앞에 무릎을 지면에 박으며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새황오패천 쪽에서 나온 오인의 노인들......
배화천옹!
폭풍천로!
환상노군!
빙파파!
무적천신!
그들이었고,
천외삼비세 쪽에서 나온 삼인,
뇌정마찰의 집법장로---- 뇌정불마존(雷霆佛魔尊)!
황금성니암의 참회수석비구----- 성령신니(聖靈神尼)!
비취연맹의 원로원주----- 비취천사옹(翡翠天師翁)!
천외삼비세에서 가장 연장자이자,
최강의 무공을 지닌 천외삼신녀의 후견인들이 그들이었다.
한데,
각기....
새황오패천과 천외삼비세에서......
어쩌면,
새황오천후나 천외삼신녀보다 더 존경을 받는 그들이....
다짜고자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무.... 무슨 짓이예요? ”
“할아버지! ”
“사백조(師伯祖)..... ”
여덟명의 여인들은 의혹과 불신에 찬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한데,
노인들은 오히려 그런 그녀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지 않는가?
“빨리 무릎을 꿇어라. ”
“경의를 표하지 않고 무얼 하는게냐? ”
“오만도 상대가 있는 법! 빨리 예를 취해라! ”
“예? ”
“무.... 무슨......? ”
“왜......? ”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여덟 명의 여인들은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폭풍천노(暴風天老)의 입에서 우레와도 같은 폭갈이 터져 나왔고,
“혈붕황(血鵬皇)께서 강림하신 것을 모르느냐? ”
꽝-------!
여덟 명의 여인들은 고막이 터져 나가는 듯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혈붕황.......? ”
“변황 최후 신화...... ”
“모든 영광과 권위의 완성자..... ”
“변황에 속한 모든 무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지닌 신화속의 대초인(大超人).... ”
“죽음으로 천년충성(千年忠誠)을 맹세해야 하는..... ”
“변황..... 지존! ”
넋을 잃은 듯 중얼거리는 그녀들의 뒤로,
털------ 썩!
쿵! 쿵! 쿵!
오만 구천 명의 대군세가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이어,
“삼가..... 혈붕황을 뵈오이다. ”
“변황지존이시여. ”
“천년충성을 맹세 하오이다! ”
“변황의 영광이 영원히 혈붕황께 영속되오리라. ”
“지존----- 천세-------! ”
“혈붕황 만세! ”
쿠------ 쿠쿠쿠------1
대.... 합창!
조금전까지만 해도 철천지 원수처럼 으르렁거렸던 양대진영이었다.
한데,
그들 모두가 무릎을 꿇은 채 신비혈의인에게 한마음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었으니.....
---혈붕황(血鵬皇)!
그 위대한 대초인!
변황무림에 있어 최후이자 최초의 신화!
누구라도.....
감히,
그 앞에서 이의를 제기할 순 없었다.
그 이름은....
수천 수만의 신에게조차 양보받는 위대한 명칭이었다.
탄생되면서......
가슴 속 깊이 각인되어 내려오는 신화!
그 현세 앞에 목놓아 감격해 하는 것이었다.
기뻤을까?
구------ 우우------ 웍!
창공을 날고 있는 만년혈붕!
놈은.... 군웅들에게 화답하듯 장쾌한 대붕후를 토하며 날개짓을 일으키고 있었다.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나,
여덟 명의 여인들은 여전히 서 있었다.
문득,
“본좌를 거부하는가? ”
혈붕강막 속에서 웅혼한 혈붕후가 터져나왔다.
장내에 있는......
육만에 달하는 인물들이 앙복하고 있었다.
......
그들은 질식한 듯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신화속의 변황지존 혈붕황!
그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변황무인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외감을 표시하지 않는 자에 대한 응징의 의무도 지니고 있었다.
한데,
서 있는 여덟 명의 여인,
그들이 이제껏 소속되어 있는 문파의 지존후(至尊后)가 아니던가?
감히.....
그녀들에게 덤빌 용기는 없는 것이었다.
문득,
슷------!
화후(火后)!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붉은 천조각으로 젖가슴을 질끈 동여매었고......
얇은 적건(赤巾)으로 사타구니를 돌아 허리에 감은 도발적인 자태였다.
그녀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혈붕강막을 쏘아보았다.
“우린 승복할 수 없어요! ”
젊음!
피가 끓는 청춘이었다.
더욱이,
이제껏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여본 일이 없었으며,
자파(自派)의 최강절기를 한몸에 지닌 자존심의 극치를 가슴에 담고 있었기에
억울한 것이었다.
그녀가 막 반발하는 순간,
구----- 아------ 욱!
창공을 비행하던 만년혈붕!
놈이 대기가 찢어져나가는 듯한 날카로운 대붕후를 지르더니,
피------ 아아아------!
그대로.....!
날개를 접으며 벼락처럼 쏘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창날같이 날카로운 부리끝을 아래로 향한 채......
그 목표......
화후였다.
“미물 따위가.....! ”
만년혈붕의 공세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태워..... 주마! 허울좋은 신화! ”
화르르르------!
일순,
그녀의 전신에서 시뻘건 불기운이 치솟고......
“열화천강폭------! ”
뾰족한 교갈과 동시,
푸------ 화악!
흡사,
활화산(活火山)이 폭발하듯 거창한 불기둥이 허공으로 폭출되었다.
그리고,
퍼---- 펑!
불기둥은 그대로 만년혈붕에 격중되었다.
“호호! 숯덩이가 되었..... 헉! ”
회심의 교소를 터뜨리던 화후!
그녀는 경악에 찬 헛바람을 토하며 눈을 흡떴다.
아아...... 보라!
구---- 워------ 어어억!
만년혈붕!
불기둥 속을 그대로 관통하며.....
털 하나 그슬린 곳도 없이.......
분노의 괴성을 토하며 쏘아져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 어찌.....! ”
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화후는 망연자실해 있었다.
“일장 두께의 만년한철강벽도 녹여버릴 열화천강폭이거늘..... ”
불신과 회의가 그녀의 전신을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구----- 우우------ 웍!
만년혈붕!
놈은 자신을 공격한 화후에게 무한대의 적개심을 폭발시키며 내리 찍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정수리를 향해....
그 순간,
“그..... 만! ”
혈붕강막 속에서 한 소리 웅혼한 음성이 터져오르자,
구----- 우----- 웍!
촤------ 아아아아------!
만년혈붕은 막 쪼아가던 부리를 하늘로 치켜올리며 비상해 올랐다.
실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만년혈붕...... ”
“혈붕황을 수호하는 무적의 수호영물(守護靈物)..... ”
“신화는 사실이었는가? ”
“아......! ”
만년혈붕의 위력!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화후(火后)의 공세를 아무렇지 않게 육탄으로 파괴시킬
인물은 없었다.
한데,
만년혈붕은 그 일을 해냈던 것이고.....
그런 만년혈붕을 완벽하게 조종하는 신비인 혈붕황!
그에 대한 무한의 경외감이 절로 엄습해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문득,
“그대들.... 본좌에게 모두 덤벼라!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 본좌를 이긴다면
본좌를 혈붕과 함께 영원히 사라질 것이고.... 그대들이 진다면....
인정하라! 본좌를 혈붕황으로서! 변황지존으로.......! ”
혈붕황의 선언이었다.
그러자,
전의를 상실해가고 있던 여덟명의 지존무후(至尊武后)들은 파아란 독기를 뿜어냈다.
“권위는 인정하겠사옵니다. 하지만.... 본문의 치욕을 주는 망언(妄言)은
삼가해 주십시오. ”
빙모!
그녀가 차갑게 외쳤다.
그에 뒤이어,
“일문(一門)이 혈붕황의 상대가 못됨은 인정하나, 우리 천외삼비세의
지존삼벽합(至尊三壁合)만으로도 적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
비취여왕이 은은히 노기를 띠운채 교갈을 터뜨렸다.
하나,
혈붕황은 그녀의 최후로 남은 자존심마저 짓뭉게 버렸다.
“훗! 지존삼공(至尊三功)도 잃어버린 주제에 주둥아리만 살았군! ”
이어,
혈붕황은 빙모 등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천외삼비세에게도 밀리는 주제에 자존심을 내세운단 말이지? 후후후! ”
조소였다.
순간,
“익! ”
“감히.....! ”
“용서치.... 않겠다. ”
여덟 명의 여인들.....
분노는..... 이성을 박살내 버렸다.
왜 약을 올리는 것인가?
(혈붕황의 신화.... 변황주인이라면 숙명으로 안고 있기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
하지만..... )
혈붕강막 속에서 혈붕황은 내심 어떤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저들중 오할 이상은 불만을 품고 있다! 내게 그런 힘이 있는지를.....
일격(一擊)! 일수(一手)에 저 여인들을 꺾어 버려야만 진정으로 복종한다. )
그랬다.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혈붕황-----!
그 신화를..... 신화였기에 불신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백개의 국가와 수천개의 종파와.... 수만 개의 무문(武門)으로 갈라진 변황을
일인군림(一人君臨)한다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유일한 가능성이 혈붕황의 신화였지만.....
그 실체가 얼마만큼 거대한 것인지는 사실 회의감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혈붕황은 그런 그것을 증명해 보이려 이들 팔대무후(八大武后)를 도발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격장지계는 성공하고 있었다.
“단단히 맛을 보여주겠다. 암흑파초권(暗黑破天拳)! ”
흑장미!
그녀의 쌍수가 내쳐치고.....
콰----- 쾅!
그 고운 교수와는 달리 가공할 권세가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폭풍천강-----! ”
콰우우우웅------!
폭풍여제의 몸에서 거창한 폭풍력도(暴風力道)가 휘몰아쳐왔고,
“만상(萬象)을 얼려버린다. 빙하(氷河)----- 천멸폭(天滅爆)! ”
쿠----- 쿠쿠쿠------!
빙모의 빙수에서 새하얀 얼음기둥이 솟구쳐 짓쳐나갔다.
“호호! 환상(幻想)----- 천륙참(千戮斬)! ”
스스스스.......!
일천개의 소수가 환상미후의 아지랑이같이 일렁이는 환상신무(幻想神霧)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찻! 태워..... 죽일테야! 열화천강폭! ”
화후!
푸----- 하악!
그녀는 마지막 힘까지 쏟아붓고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비취----- 천류검-----! ”
비취여왕!
챙------!
그녀는 허리에 감고 있던 요대에서 최색빛의 연검을 뽑아들었고,
쩡------!
일천 가닥의 살인검강이 벼락처럼 쏘아져 나갔다.
“호호! 우주최강의 힘은 뢰! 부순다. 천뢰마강! ”
콰----- 콰콰콰콰콰-----!
뇌정천후!
그녀는 뇌정마찰에서 두번째로 극강한 뢰공을 일으키고 있었다.
황금성모,
“금황(金黃) 파천수! ”
그녀의 가사가 펄쳐지고.....
고오옹오.......!
소맷자락에서 황금빛 수강이 노을처럼 일어났다.
변황에서.......
가장 강력한 여덟가지 대공세(大攻勢)가 일거에 폭발한 것이었다.
그리고,
콰-------- 콰콰콰콰------ 쾅!
작렬!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혈붕황에게 펼쳐들었다.
콰----- 아아아앙!
천붕지열의 대폭음이 대기를 찢어발겼다.
그리고,
휘----- 우우웅------!
바람이 먼지를 거두우기까진 일다경 정도가 흘렀다.
........
“........! ”
“........! ”
“........! ”
침묵,
죽음같은 정적이 흘렀다.
무릎꿇고 있는 오만 구천 명의 시선은 한곳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과연......?
“아.......! ”
“으음......! ”
“어.... 어찌.....! ”
“헉.....! ”
여인들.....
휘청.....!
교구가 경련을 일으키며 비틀거렸다.
그런 그녀들의 중앙,
피빛의 혈붕강막은 건재해 있었던 것이었다.
그 깃털 한 조각 흔들림도 없이.....
조금의 반격도 않은 채..... 혈붕황은 변황에서 가장 강력한 팔대무공
(八大武功)을 튕겨내버렸던 것이었다.
순간,
“오오.... 혈붕황이시여------! ”
“변황지존께 천년충성을! ”
우르르------!
우레와도 같은 대합창 소리와 함께,
털----- 썩!
쿵-----!
그대로 무릎꿇고 있던 천외삼비세와 새황오패천의 문도들은 아예 머리마저
지면에 박으며 최대의 경의를 표하고 있었으니.....
굴복!
완전한....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충성의 맹세였다.
한데,
(어이구.... 아파라! )
혈붕강막의 안,
혈붕황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웬 여자들이 저리 손속이 매워? 온몸이 성한 데가 없는 것 같잖아! )
그랬다.
혈붕황은 멀쩡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내부는 엄청난 충격에 내장이 제자리를 이탈해 있었고,
기혈이 목구멍까지 역류해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의 갈비뼈 중 네개가 금이가 있었으며,
그의 몸 전체는 피멍이 들었을 정도였다.
(에효.....! 내가 미쳤지! 계집들끼리 머리채 잡고 싸울 것을 내버려두는건데.....
가만! )
통한하던 혈붕황은 일순 여인들을 보자 울화가 치밀었다.
(나 혼자만 당해서야 너무 억울하잖아? )
여인들을 보는 혈붕황의 눈가로 반짝 이채가 스쳐갔다.
(히야....! 이제보니 전부 미인(美人)이네! )
그것이 화근이었다.
미인.....
아름다운 것이 죄는 죄인데.....
“감히.... 본좌에게 대항한 죄(罪)! 그 대가가 어떤 것이란 것쯤은 알겠지? ”
우르르르.....!
거창한 노호성이 터져 오르고,
부르르......!
여인들은 교구를 경련시켰다.
그제서야 느낀 것이었다.
저 엄청난.....
가히,
인간의 힘으론 어찌해 볼 수 없는.... 하늘에 대고 팔매질을 한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그녀들 모두 최강의 무력(武力)을 격중시켰다.
하나,
철벽을 두드리는 듯한 충격과....
손으로 되돌아오는 가공할 반탄력(反彈力)은 그녀들의 내부를 뒤흔들어
버릴 정도였다.
알아야만 했다.
---혈붕파천황!
존재했던 그 어떤 호신강기보다 강력한 절대강막!
또한,
그것에는 무서운 파멸강기의 요결도 들어 있었다.
만일,
그것이 발출되었더라면 여인들은 자신들이 내친 공세에 다섯배의 위력으로
튕겨오는 파멸강력에 박살나 고기덩어리가 되어 있으리라.
“아......! ”
“흑.......! ”
눈에 보이는 하늘이 자신이라 생각했던 여덟 명의 지존무후(至尊武后)들이었다.
하나,
천외천(天外天)!
도저히.....
자신의 힘으론 백년을 노력한다해도 오르지 못할 천산(天山)을 건드렸다는
공포(恐怖)가 그녀들의 뇌리를 얼려버리고 있었다.
그때,
츠----- 으......!
방원 오장대로 퍼져 있던 혈붕강막의 일부가 치켜 올려졌다.
발,
혈붕의 두 다리가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츠으으으......!
그 끝이 펴지고....
날카로운......
피빛의 발톱이 곤추세워졌다.
열개이 칼날같은 혈붕의 발톱,
그 어떤 것이라도,
한 번 그어진다면 그대로 종이짝처럼 찢겨나갈 것임은 명약관하한 일이었다.
털------ 썩!
털썩.......!
여인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는.....
“혈붕황......! ”
“변황지존이시여...... ”
“용서를..... ”
“이 천한 계집들의 죄를 용서하소서...... ”
애원하고 있었다.
(쩝......! 나란 놈은 여자에겐 너무 약하단 말야! )
혈붕황은 내심으로 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래 여자들 틈에서 자란 때문일거야. 에효....... )
한숨을 내쉬고는,
츠으........
다시금 내밀었던 발톱을 감추어 들었다.
---혈붕천조공(血鵬天爪功)!
닿는 무엇이라도 박살내리는 파멸의 발톱!
스치기만 해도.....
인간의 여린 육체는 그대로 찢어발겨져 버렸다.
“흥!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는 꼴이로군! 본좌가 이 자리에서 죽었다면
그대들이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렸을까? ”
준엄한 질책!
“.......! ”
“.......! ”
“.......! ”
여인들은 고개를 떨구었다.
맞는 말이 아닌가?
무차별 공세를 펼쳐놓고..... 상대가 강하자 덤빈 것을 용서하라는 것은
그녀들이 생각해도 용서가 될 수 없는 일이었다.
.......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여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들의 옥용엔 어던 필연한 의지가 떠올라 있었다.
“죄를.... 받겠사옵니다. ”
“천녀들이 뿌린 씨앗이니.... 스스로 거두겠습니다. ”
스윽.....!
그녀들은 교구를 일으켰다.
이어,
“따라 오시옵소서! 천녀들의 죄를 갚겠사오니...... ”
그녀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죄.......
(어떻게 무엇으로 갚겠다는 거지? )
짐짓,
엄포를 놓았던 혈붕황의 눈가로 호기심의 빛이 떠올랐다.
이어,
그는 여인들의 뒤를 따랐다.
× × ×
천막,
십인(十人)이 둘러앉을 수 있는 원탁이 가운데 있었다.
바로,
새황오패천후가 회의를 하던 곳이었다.
그곳.......
“.........! ”
“.........! ”
여덟 명의 여인이 들어서 있었고,
혈붕황 역시 원탁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문득,
휙-------!
휘익------!
여인들은 모두 원탁 위로 교구를 날렸다.
“.........? ”
혈붕황의 눈가로 의혹의 빛이 떠올랐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감히 혈붕황께 지은 죄 이몸으로 씻겠사옵니다. ”
비취여왕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몸...... 으로? ”
혈붕강막 속에서 호기심에 찬 물음이 튀어나왔고,
“........! ”
“........! ”
여인들의 시선이 서로 교차되더니......
스르륵.......!
오오...... 이 장관!
모조리..... 일시에 옷을 벗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투----- 툭......!
스스슷--------!
그대로 여인들의 옷자락은 하나씩 원탁의 아래로 떨구어졌다.
그리고,
“으음.......! ”
거친 숨결이 토해져 나왔다.
오오------ 보라!
저 황홀한 여체의 숲을......
그것도 원탁에 올라 도열해 있는 여인들의 알몸을........
스스스스........!
혈붕강막이 흐릿하게 지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나는 사내의 모습,
독고붕비!
그 영준함과 준수함은 이미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아......! ”
“어쩜.......! ”
“저리도 아름다울 수가.....! ”
여인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는 것도 아주 당연한 일이었고,
이후(以後)의 일.....
상상도 못할.....
글로써 형용할 수 없는 무자비한 죄의 대가가 치뤄졌다.
삼일의 밤과 삼일의 낮에 걸쳐.....
그리고,
탄생되었다.
변황지존------- 혈붕황!
항시,
변황팔존후(邊荒八尊后)로 불리우는 여덟 명의 절세미녀들이 따르고.....
일언에 십만변황대무호(十萬邊荒大武豪)가 따르는......
죽은 신화가 아닌,
살아있는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