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 막내아들-118화 (118/200)

118화

하북성 진주(晉州)

팽무성은 진주언가에 홀로 모습을 드러냈다.

팽무성이 진주언가를 향해 직선으로 걸어오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다섯의 무인은 금방 팽무성을 식별할 수 있었다.

“누군가 오는군.”

“대비해라.”

네 명은 자리를 잡으며 여차하면 바로 합공을 펼칠 준비를 했고 남은 한 명은 뒤로 슬쩍 물러나 목에 걸고 있는 호각을 입에 가져갔다.

정문 주변에 피워놓은 횃불에 어둠에 가려진 사내의 얼굴이 드러나자 언가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팽무성!”

“어째서 이곳에?”

팽무성은 팽가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인물이기에 언가의 무인들은 팽무성의 얼굴을 사전에 인지한 상태였다.

삐이이이이익

날카로운 호각의 소리가 진주언가로 퍼져 갔고 전각 곳곳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팽무성은 느긋하게 진주언가의 정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팽가 놈들은 어디에 있는 거냐.”

퍼버벅

질문과 동시에 언가 무인들이 팽무성의 주먹에 쓰러지고 있었다.

언가 무인들은 자신들이 당한 것을 인지조차 못 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보면 모르나, 혼자 왔지.”

팽무성은 앞으로 걸어가 진주언가의 현판을 한 번 보더니 그대로 정문을 후려쳤다.

콰앙

일권에 정문이 박살이 나고 팽무성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팽무성이다!”

“감히! 본가의 정문을!”

정문의 수문 무인이 분 호각 덕분인지 정문에는 일단의 무리가 팽무성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흐음.”

팽무성은 진주언가 전체로 기감을 넓혔다.

정문에 모인 이들 말고도 진주언가 전체의 기척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은 팽무성이 바라던 바였다.

팽무성은 적아도를 뽑아내며 진주언가의 무인들과 눈을 마주했다.

그 강렬한 안광을 정면에서 마주할 이는 이 중에는 없었다.

“하북팽가의 팽무성이다. 막아봐라. 진주언가!”

내공이 실린 팽무성의 목소리는 진주언가 전체에 쩌렁쩌렁 울렸다.

보란 듯이 도발하는 팽무성의 행동에 언가 가솔들은 분통을 토해냈다.

“건방진!”

“본가를 우습게 보지 마라!”

언가 무인 위로 솟구친 팽무성은 그대로 도풍을 쏟아냈다. 도풍에 맞서 권풍이 연달아 솟구쳤지만 도풍에 의해 허무하게 갈라질 뿐이었다.

콰가각

“피해라!”

이에 놀란 언가 무인은 도풍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져야 했다.

“막아라!”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

사방에서 뿜어지는 권풍과 장력.

뒤를 생각하지 않고 내공을 마음껏 끌어올린 공격이기에 그 기세가 제법 흉흉했다.

그러나 적아도가 번쩍일 때마다 맹렬하게 날아들던 권풍은 한 줄기 산들바람이 되어 허무하게 흩어졌다.

콰릉

뇌명이 일었을 때 정문에서 팽무성을 막아서던 언가 가솔들이 모두 쓰러진 뒤였다.

팽무성은 그대로 언가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대현각을 지나갔습니다!”

“횃불을 더 밝혀라!”

여기저기서 언가 가솔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팽무성은 굳이 경공을 펼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진주언가를 뒤덮던 어둠이 곳곳에서 밝혀진 횃불로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그 가운데 전각의 지붕에서 언가 가솔들이 쏟아져 나와 팽무성을 덮쳤다.

콰아앙

도풍에 휘말려 공중에서 몸을 날리다 도리어 전각에 처박힌 이도 있었고, 팽무성의 손에 의해 직접 날아가 벽을 뚫고 쓰러진 이도 있었다.

팽무성은 그저 산보하듯 나아가며 가끔씩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진주언가는 팽무성의 발걸음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이익!”

팽무성이 자신들을 우롱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러니 언가 무인들은 더욱 성이 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뭣들 하는 것이냐!”

“빈틈투성이인 것 같은데 도저히 닿지 않습니다.”

팽무성을 막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쪽도 받는 쪽도 곤혹스러웠다.

차라리 팽무성이 압도적인 무공을 뽐내며 파죽지세로 뚫고 지나가는 것이 낫다고 여길 정도였다.

“밤 산책도 제법 즐거운 면이 있네. 그렇지 않나?”

팽무성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을 가득 채운 별 대신에 진주언가 무인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적아도가 가볍게 세로로 그어졌다.

후우웅

길게 늘어진 도풍이 그대로 언가 무인들을 날려버렸다. 어떤 수를 써도 팽무성의 옷 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니 진주언가 무인들의 공세가 누그러들었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무력감과 두려움이 마음속에 스며든 것이었다.

팽무성은 묵묵히 진주언가의 대로를 걸었다.

“이 방향은...”

“태상가주께 가는 것인가.”

계속 따라다니며 팽무성을 막아서던 언가 무인들은 팽무성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아차렸다.

팽무성을 쳐다보는 진주언가 가솔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진주언가를 단신으로 돌파하고 십대고수에게 도전한다. 이것이 과연 후기지수가 할 수 있는 발상인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막아서라.”

“팔이나 다리라도 잡고 버텨보란 말이다.”

진주언가의 경계를 맡은 지휘를 맡은 이들이 대경하여 소리쳤다.

이렇게 팽무성이 태상가주의 거처까지 도달한다면 문파 대전의 승패에 상관없이 자신들은 처벌을 면하기 힘들었다.

문파 대전에 참여하지 않고 진주언가 경계의 총책임을 맡은 언태균은 손톱을 깨물며 전진하는 팽무성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소가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소가주!”

이에 언태균이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시끄럽다!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냐. 밥값을 하란 말이다. 못 막겠으면 그냥 죽어!”

언태균의 폭언에 가솔들의 표정이 굳어졌으나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생각을 해야지. 한심한 놈들! 그러니까 너희들이 문파 대전에 참여하지 못하고 개처럼 집이나 지키는 거다.”

“소가주라는 새끼가 이런 헛소리나 하고 있으니.”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언태균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언태균이 대경하고 몸을 틀자 그 뒤에는 팽무성이 서 있었다.

방금까지 저 앞에서 걷고 있던 팽무성이 언제 이곳까지 올라왔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려 했는데 귀에 너무 거슬리네.”

“팽무성!”

언태균은 당황하면서도 냉큼 주먹을 뻗었다.

뿌득

팽무성이 손날로 언태균의 손목을 가볍게 두들기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크악!”

팽무성은 비명을 지르는 언태균의 멱살을 잡아 들더니 그대로 전각의 지붕에 꼬라박았다.

콰앙

언태균은 지붕을 부수고 바닥을 하나 더 뚫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한방에 기절해버린 언태균을 보던 팽무성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 * *

진주언가의 심처.

권왕 언가후의 거처에 도달한 팽무성은 앞으로 걸어갔다.

언가후는 백가회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자세 그대로 앉아있었다.

“팽무성. 이렇게 재회할 줄은 몰랐구나.”

언가후도 이번 문파 대전에서 팽무성과 맞붙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첫날부터 진주언가로 직접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팽무성은 인사 대신에 패도적인 기세를 언가후에게 뿜어냈다.

이에 언가후도 얼굴을 굳히곤 기세를 흘렸다.

드드득

초월경 고수끼리의 기세가 맞붙자 주변의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각이나 담장의 기와도 잘게 떨더니 하나둘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누구 하나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도중, 팽무성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때처럼 손쉽게 제압할 수가 없나 보지.”

“말이 제법 짧아졌군.”

팽무성의 비아냥에 백가회의 일을 떠올린 언가후는 이마의 주름을 구겼다.

“건방지긴 하지만... 인정해야겠구나.”

언가후도 팽무성에 대한 소문을 들어서 알고있었다. 팽무성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무엇이 너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

언가후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더욱 강해진 기세가 팽무성에게 밀려들었다.

후우웅

허나 팽무성도 한 치의 밀림도 없이 언가후의 흉포한 기세를 감당해냈다.

“같은 초월경이라도 격차가 있는 법이다. 십대고수의 별호가 제각기 다른 이유도 거기에 있지.”

“권왕, 말이 많군. 겁이라도 난 건가. 까마득한 후배에게 패배할까 봐.”

이 말을 끝으로 팽무성과 언가후는 동시에 기세를 거두어들였다.

뿌드득

언가후의 전신에서 뼈와 살이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그렇지 않아도 근육질이던 언가후의 몸이 점점 부풀었다.

입고 있던 무복을 찢고 바위와 같은 단단한 근육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마치 몸을 풀 듯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언가후는 살기 어린 눈으로 팽무성을 노려봤다.

“진주언가에서 살아나갈 생각은 마라.”

콰앙

언가후의 신형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음푹 패인 구덩이만 남았다.

폭발적인 각력으로 단번에 팽무성의 등 뒤를 점한 언가후는 그대로 주먹으로 천령개를 내리쳤다.

팽무성은 직접 보지도 않고 고개를 틀어 피해냈다. 그와 동시에 발목과 허리를 회전시켜 각법을 펼쳐냈다.

뻐억

호련각(虎連脚)이 옆구리에 적중했으나 언가후는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팽무성도 발끝에서 올라오는 반탄감에 별 피해를 주지 못했음을 눈치챘다.

언가후의 주먹이 비틀어지며 수십의 권영을 만들어냈다.

와호장의 장력을 벽 삼아 권영을 막아낸 팽무성은 좌수로 호조수를 펼쳐 언가후의 가슴을 할퀴었다.

허나 팽무성의 손가락은 잔상을 갈랐고 언가후는 추사영보를 펼쳐 팽무성의 반대쪽 측면을 노리고 있었다.

언가후가 좌장을 내질렀고 팽무성도 똑같이 장법으로 맞섰다.

두 고수의 손바닥이 정면으로 맞붙자.

뻐엉

공기가 터지는 거대한 소리가 나며 두 고수는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언가후가 땅으로 반발력을 흘려보내고 곧장 접근하자 팽무성도 기습적으로 진각을 밟으며 몸을 날렸다.

어깨와 옆등으로 배호고(排虎?)를 펼치며 쏘아지는 팽무성의 기세는 흉흉했다.

거기에 철호피공으로 몸의 경도까지 높였으니 하나의 포탄이 쏘아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언가후는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주먹과 어깨가 충돌했음에도 벽력탄이 터진 양 폭음이 울렸다.

언가후는 곧바로 좌수를 뻗어 팽무성의 목덜미를 잡으려 했고 팽무성은 몸을 푹 숙인 채 언가후의 하단을 노렸다.

몸을 띄워 팽무성의 각법을 피한 언가후는 팽무성의 정수리를 향해 주먹을 깍지껴서 망치처럼 내려찍었다.

콰앙

팽무성은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쌍장을 교차했다. 그에 팽무성이 서 있는 주변의 땅이 들썩였다.

빠지직

팽무성의 양손에서 붉은 뇌기가 솟구치자 언가후는 급히 팽무성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콰르릉

팽무성이 그런 언가후를 향해 정권을 지르자 주먹 끝에서 붉은 뇌전이 쏘아졌다.

호왕투법 적뢰권(赤雷拳).

한눈에 보기에도 경시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지자 언가후도 귀류음영권의 십귀절요(十鬼切謠)를 펼쳐냈다.

언가후의 주먹에 둘러진 권기가 배로 덩치를 불리더니 그대로 허공에 쏘아졌다.

십여 개의 권력이 연달아 분출되며 적뢰권과 한가운데에서 충돌했다.

콰아아앙

두 초식의 충돌에 거대한 먼지구름이 솟구쳤으나 팽무성과 언가후가 손을 휘젓자 단숨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언가후는 팽무성을 잠시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왜 도를 뽑지 않는 거냐. 감히 나를 농락하는 것이냐?”

“내가 창안한 호왕투법이라는 것인데, 권왕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군.”

그 말에 언가후의 눈이 가늘어졌다.

호왕투법. 처음 듣는 무공이었다.

언가후가 경험한 호왕투법은 창안된 시기에 비해서 그 수준이 제법 깊었다.

조금만 다듬는다면 무림의 어떤 권각술에 비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팽무성이 이를 창안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별 볼 일 없는 박투술이더군.”

언가후가 속내를 숨기고 말하자 팽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개선할 것이 많은 무공이지.”

그러면서 팽무성은 도병으로 손을 잡아갔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오호단문도라는 도법을 펼칠 테니 평가해 보시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적아도를 보며 언가후는 지금부터가 진짜임을 체감했다.

도법이 아닌 박투로 자신과 어느 정도 동수를 이룬 팽무성.

이에 경계심이 짙어진 언가후는 자세를 바꿨다.

처음 보는 자세에 팽무성이 몸을 낮췄다.

“본래 검존에게 처음 선보이려 했던 무공인데 네놈이 첫 상대가 되었구나.”

그에 팽무성이 쓴웃음을 흘렸다.

“이 와중에 설마 무림맹주의 자리도 노리고 있었나.”

“당연한 것을, 내가 하북팽가를 집어삼키는 것에 만족할 것 같더냐?”

“한결같은 노인네. 욕심만 많네.”

팽무성의 말에 언가후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도기와 권기가 용솟음치며 팽무성과 언가후가 다시 맞붙었다.

콰콰앙

다시 되찾은 그 이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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