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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 막내아들-170화 (170/200)

170화

장창이 길게 뻗어지며 주변의 대기가 그 방향에 따라 도망치듯 밀려났다.

콰자작

주위의 건물들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밀려오는 풍압과 그 가운데 숨어있는 날카로운 예기. 거칠게 펄럭여 거추장스러운 장포를 내던진 곤세마왕은 입가를 비틀었다.

양손을 사선으로 교차시킨 곤세마왕은 대기를 움켜쥐듯 쥐어짰다.

뻐어어엉

대기가 터지는 파공음이 크게 울리더니 일순간 바람이 잦아들었다.

그것도 잠시, 창성의 창날이 부르르 떨리더니 수십 가닥의 창기가 빗줄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단순한 찌르기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위력을 동반하고 있었다.

거기에 창과 맨손. 거리까지 우월하니 곤세마왕은 접근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크하핫!”

곤세마왕은 짧은 웃음을 터트리곤 양손에 가득 머금은 마기를 마치 장난을 치듯 두 손으로 흩뿌리며 움직였다.

창기와 조기가 허공에서 끊임없이 격돌하며 서로를 짓이겼다.

그 여파로 사방에서 들려오는 무인들이 싸우는 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곤세마왕은 쉬지 않고 방금보다 더욱 진득한 마기를 끌어 올렸다.

양손에서 크기를 키운 진한 마기는 어느새 곤세마왕의 덩치과 비슷해지고 있었다.

촤악

곤세마왕이 사선으로 손을 그어 내리며 탐정식마조를 펼쳐냈다.

다섯 가닥의 거대한 조기가 솟구쳐 오르더니 시야를 가리는 건물들을 쪼개고 있었다.

전각에 비견될 정도로 무식하게 커다란 조기. 땅에 깊은 상흔을 남긴 채 쇄도하는 조기를 본 창성은 창을 힘껏 내질렀다.

콰아아앙

조기를 받아내는 창성의 오른발이 땅을 움푹 파고 들어갔다.

창대를 타고 밀려오는 거센 충격에 창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정말 무식한 노괴로군.’

펼치는 초식마다 내공이 필요 이상으로 실려있었다.

마치 엄청난 내공의 양을 과시하듯이.

그 사이 거리를 좁힌 곤세마왕의 열 손가락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손가락이 지나간 허공에 검은 실선이 남아 창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한 호흡에 사방을 뒤덮던 검은 조기가 백여 개가 넘어갔다.

이에 촘촘함을 넘어서서 순간 주변에 어둠이 내려앉았나 싶을 정도.

곤세마왕의 조기 다발은 그대로 창성을 향해 좁혀들어갔다.

부웅

창대를 길게 잡고 있던 두 손의 간격을 좁힌 창성. 이내 두 손으로 창대를 회전시키자 강력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빠르게 회전하는 창대는 사방에서 압박해오는 조기를 찢어 내더니 그대로 솟구쳐 곤세마왕의 머리를 쪼개려 들었다.

꺼엉

회전에 힘이 실린 채 꽂혀오는 창날을 막아낸 곤세마왕의 팔꿈치가 흔들렸지만, 그것이 고작이었다.

곤세마왕은 남은 한 손으로 하단에서 사선으로 할퀴어 창성의 몸을 두 동강 내려고 들었다.

그러나 창성이 손목을 비틀어내자 창대의 끝이 기이한 호선을 그리며 곤세마왕의 손을 짓눌렀다.

곤세마왕은 당장 손을 오므려 창대의 끝을 박살 내려 했지만, 창대가 철이었고 창성의 내공까지 실려있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에 곤세마왕이 아쉬운 대로 내공 싸움을 유도하려고 하자, 창성의 코웃음을 치며 창대로 내공을 흘려냈다.

짧고 거칠게 운용되는 창성의 내공.

뻐엉

곤세마왕이 잡고 있는 창대의 끝부분에서 작은 폭발이 터지며 창대와 곤세마왕의 손이 떨어졌다.

창성이 내공 싸움을 거부하자 곤세마왕이 히죽 웃었다.

“내공에는 자신이 없나 보지?”

“노괴, 네놈의 장단에 맞춰 줄 것 같으냐.”

식마종의 마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직접 겪어보며 그 위력을 실감하는 창성이었다.

무공을 익힌 이래로 머리가 저렇게 백발이 될 때까지 수많은 사람의 정혈과 내공을 갈취했을 터.

창성도 물론 몇몇 영약을 먹었지만, 곤세마왕에 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빌어먹을 노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집어삼켰기에 이리 팔팔한 거냐.’

창성과 곤세마왕의 무위는 제법 엇비슷했다. 아주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생사결의 양상은 곤세마왕이 약간의 우세를 점하는 상황.

콰아앙

곤세마왕의 손짓에 주변의 건물 서너 채가 일거에 무너져 내렸고 그 잔해 속에서 창성은 오연하게 창을 찔러내고 있었다.

곤세마왕은 내공을 조금도 조절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지간한 초월경 고수보다 압도적인 곤세마왕의 내공.

곤세마왕은 이 장점을 아주 제대로 활용하는 중이었다.

실제로 보통 내공의 두세 배가 실리니 평범한 초식도 절초에 비견되는 위력을 내고 있었다.

이에 창성도 상당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콰자자작

곤세마왕의 양손이 그어지며 창성을 비롯한 주위 삼 장에 거대한 손톱자국이 그려지고 있었다.

마치 지진에 땅이 벌어지듯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예기가 창성의 전신에도 밀려오고 있었다.

창성이 휘어진 창을 뻗어 초식을 막는 사이에 거리를 좁힌 곤세마왕.

마치 포옹을 하려는 듯 두 손을 뻗어냈다.

창성은 창대의 허리 위로 손 위치를 바꿔 짧게 잡아 단창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그동안 무림의 여러 무인을 상대하며 창의 장점을 깨기 위해 거리를 좁히려는 이들은 수없이 만나본 창성.

이제 창성은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창술을 지닌 지 오래였다.

까가가강

본래와 다른 창법을 펼침에도 창성의 기량은 전혀 줄지 않았다.

창성의 창은 도리어 더욱 빨라져 뻗어질 때마다 창날이 서너 개로 나뉘는 잔상을 보였다.

창날과 손톱이 맞붙은 반발력에 자연스레 두 고수의 틈이 벌어질 때.

창성은 어느새 창을 원래 잡던 파지법으로 잡은 채 창을 내지르고 있었다.

창날이 뱀처럼 휘어지는가 싶더니 곤세마왕의 가슴에 달할 때는 직선으로 곧게 찔러오고 있었다.

관천묵창(貫天?槍)의 절초, 승료회아(昇?廻牙)를 맞닥뜨린 곤세마왕은 창날의 일점에 집중된 아주 작은 와류를 놓치지 않았다.

그 크기는 작았으나, 그렇기에 더욱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창성의 그 강대한 찌르기가 이 작은 일점에 집중된 것이기에.

“으하하하!”

곤세마왕은 내공을 아낌없이 풀어내 호신강기를 전개하면서도 탐정식마조의 절초를 펼쳐냈다.

내공을 나눠서 운용함에도 곤세마왕의 펼치려는 천명탐탐(天命眈貪)에 실린 힘은 창성의 것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괴물같은.’

이를 곧바로 파악한 창성의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승료회아의 전력이 모인 일점에 천명탐탐의 열 줄기 조기가 연달아 교차되며 날아들었다.

쿠르릉

두 절초의 격돌에 어느새 마을은 본래 모습을 감춘 뒤였다.

마을을 중심으로 밀려오는 기파에 주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병력들은 급히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땅이 흔들리고 마을의 건물이 한 채도 남김없이 무너지면서 그 파편과 먼지구름으로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쩌어엉

다시 두 고수가 격돌했는지 마을 주변을 감싸던 먼지구름이 크게 들썩이며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창성께서 무사하신 것 같군.”

“곤세마왕께서 아직도 끝을 못 내시다니.”

주변에서 싸우는 무림맹도와 마인도 먼지구름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종종 살피며 전투의 양상을 살피려 들었다.

파아앙

촤자작

창성의 찌르기에 먼지구름에 집채만 한 구멍이 뚫리고 곤세마왕의 두 손에 먼지구름이 잘게 흩어졌다.

그렇게 드러난 두 고수는 여전히 굳건히 서 있었다.

다만 창성은 오른팔이 베인 듯 찢어진 소매 사이로 피가 흥건했고 곤세마왕도 옆구리 부분이 찢겨나간 상태였다.

보면 곤세마왕의 부상이 더 심각해 보였지만 곤세마왕의 상처는 점혈하지 않았음에도 피가 점점 멎어가고 있었다.

탐정마공으로 쌓아온 정혈을 통해 상처의 수복을 빠르게 한 것인데 이를 본 창성이 질린다는 듯 입술을 구겼다.

창성이 다시 창을 들려고 할 때, 창성의 눈길이 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무림맹과 마교가 전투 중이었는데 그 방향으로 새로운 기척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있었다.

본래 마교의 공세에 버티다 못해 뒤로 빠진 사도천 강서지부와 묵현산장이 지원을 올 예정이었다.

“오, 드디어.”

“사도천 놈들, 너무 늦장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이에 무림맹도들은 기뻐하며 한 마디씩 꺼냈지만, 창성의 얼굴은 되려 굳어지고 있었다.

창성의 기감에 느껴지는 것은 진득한 마기뿐이었으니.

실제로 시야에 새롭게 등장하는 병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무림맹도들의 표정도 서서히 굳어졌다.

새롭게 등장한 병력의 앞에는 사도천의 깃발이 아닌 마교의 깃발이 걸려있었다.

마인들의 선두에 서 있던 식마종주의 피 묻은 손에는 한 노인의 수급이 들려있었다.

“묵현산장주의 수급이다!”

뒤이어 식마종주의 옆에 있던 권마종주도 들고 있던 수급을 높이 들었다.

“사도천 강서 지부장의 목이다!”

종주들의 외침을 듣고 있던 창성의 눈빛이 가라앉았고 곤세마왕은 웃음을 터트렸다.

“무림맹이 지원을 나온다길래, 노부도 뒤에서 놀고 있던 병력을 끌어왔네. 결과가 이렇게 나와 버렸군.”

한참 머리가 복잡해질 창성의 표정을 천천히 바라보던 곤세마왕이 히죽 웃으며 물었다.

“이 사지를 어떻게 빠져나갈 셈인가. 창성.”

그 말을 신호로 종주들이 이끌고 온 마교 벙력이 무림맹의 측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사지? 웃기지 마라.”

사나운 얼굴을 한 창성의 장창이 거세게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 * *

내용을 듣던 팽무성이 침음을 흘렸다.

“그렇게 강서 전투가 패배한 것이로군요.”

“창성, 그 친구가 남아서 마인들을 막아준 덕분에 무림맹 병력이 전멸은 면했네.”

창성이 홀로 마인들을 막아섰다는 말에 팽무성이 눈가를 좁혔다.

“그럼 창성께서 설마.”

팽무성의 심각한 목소리에 남궁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살아있다. 심각한 중상을 입기는 했지만.”

곤세마왕이 이끄는 군단은 무림맹이 있는 호북으로 향하지 않고 안휘를 향해 북상 중이었다.

곤세마왕이 이끄는 군단만으로 무림맹 본성을 함락시키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그 사이에 무림맹이 시간을 벌어 북쪽의 정파에서 지원이 온다면 그 확률은 더더욱 낮아지리라.

애초에 곤세마왕의 군단이 맡은 임무가 호북 위쪽의 성을 침공하여 무림맹의 손발을 끊어 놓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저희가 안휘성으로 지원을 가야겠군요.”

이에 남궁구가 고개를 저었다.

“안휘성의 전선은 하북과 하남, 산동에서 지원을 보낼 예정이다. 그리고 권왕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니 곧 움직일 거다.”

팔이 잘린 권왕이라도 여전히 초월경의 고수다. 기량이 현저히 떨어졌겠지만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한 일.

창성이 회복할 때까지 그 빈 자리를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사패는 무천궁을 지원해야겠다.”

남궁구의 말에 팽무성은 중원 전도의 호남성을 쳐다봤다.

본래 호남성 남부에 처져있어야 할 전선이 호남성 중턱까지 올라온 상황이었다.

“낭왕과 난세마왕이 충돌했는데 낭왕이 패퇴했다.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간신히 유지되던 호남성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흐음.”

중원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나 그다지 유리한 곳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위기인 상황이 더 많았다.

본래 마교의 병력에 정체를 숨기고 무림에 숨어든 마교 문파나 요마종에 의해 넘어간 문파들이 합세하며 마교의 덩치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흐름을 바꿔야겠구나.’

팽무성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 * *

“사패가 무림맹 본성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음, 사패는 무천궁을 지원하려는 것인가.”

“마이각에서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등을 돌린 채 수하의 보고를 듣던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라단에게 준비하라고 일러라.”

“존명.”

열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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