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228)

 돈을 모으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균은 외숙부 정인기의 집으로 향했다. 정인기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조카 균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숙질은 천천히 걸어서 한성부의 중심인 육조거리에 위치한 종친부로 향했다.

당시 종친부의 수장은 성종의 아들인 무산군 이였다. 원래대로라면 왕의 적자소생인 대군이 수 장이나 대군이라곤 대궐에 있는 8살 꼬맹이 하나뿐 인데다가 원자였다. 그래서 성종의 서자중 가장 높은 후궁인 명빈 김씨소생인 무산군이 종친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종친들에게 녹봉도 내려주지 못하는 수준이니 대군이 있을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왕도 종친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왕에게 있어서 종친이란 친척이 아니라 잠재적 왕위찬탈자이다.

특히 지금은 대비에게 잡혀서 이런데 쓸 신경도 없었다.

균이 무산군에게 인사를 드렸다. 아직 작은 아이라서 절하는 게 귀엽다. 무산군은 균의 작은 할 아버지 뻘이라서 그런지 어린 균이 귀엽게 느껴졌다.

"오 그래, 균이라고 했던가? 덕흥군의 셋째 아들이고?"

"그러하옵니다. 무산군마마."

"허~ 고놈 참 귀엽게 생겼구나. 그래 염전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자세한건 제 외숙이 말씀드릴 겁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인기라 하옵니다."

"아!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정세호대감의 막내 아드님이라고 ?"

"그렇사옵니다. 무산군마마."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정인기에게 무산군은 침통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이미 한성부근처의 염전은 포화상태이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라도에서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전라도라면 이 곳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곳이 아니지 않는가?"

"어차피 몇 식구 호구대책으로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소금가마도 1개만 신청할 생각입니다."

"뭐라고 한 개?"

무산군은 놀랐는지 표정이 변했다. 소금가마 즉 염좌 한개면 직접 운용해도 1년에 30섬의 소금 이 나온다. 쌀로는 15섬인데 세금을 떼고나면 쌀 한 섬으로 한 달에 10명이 살아가야 하는 것 이다.

"한 개라 해도 일 년이면 쌀 10여섬정도야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면 그럭저럭 굶지 않고 다섯 식구 살아가기에는 충분합니다. "

"그래도 너무 적군. 세금도 소금가마 10개부터 붙는데 한 9가마 신청하게나."

"저도 그러고 싶지만 저희 집안에서 그다지 많은 돈이 없는데다가 많이 하면 땔감구하기도 힘들 고 팔기에도 힘듭니다."

"이런……."

균은 정인기의 불쌍한 듯한 표정을 보면서 감탄했다. 자기도 얼굴표정은 잘 바꾸는 데 아무래도 외가쪽 핏줄의 영향인 것 같았다. 저 정도 표정이면 빌어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 하지만 자신도 마찬가지다. 불쌍한 소년가장을 모티브로 해서 어제 연습한데로 표정을 짓고 있다.

숙부 정인기의 눈빛을 보니 숙부도 어린 조카의 표정연기에 놀라는 듯했다. 아무튼 두 숙질은 정말로 불쌍하게 보였고 무산군은 안타까운지 유리한 조건을 찾아내 제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엔 무산군이 최종적인 제시안을 내 놓았다.

"우리 이렇게 하세. 소금가마가 20개부터는 국법으로 꼭 세금이 붙으니 일단은 19개를 하게나.

그 다음에 한 개는 직접 경영해도 되고 나머지는 다른 상인에게 세를 놓으면 되지 않겠나. 그 것도 적지는 않을 껄세. "

"그래도 세금을 내면 거의 남지 않을 텐데요."

"그건 내가 알아서 안내도록 하겠네. 주상전하께서도 그 정도에 인색한 분은 아니시니까? "

"감사합니다. 무산군마마."

"뭐 그 정도야 종친끼리인데. 걱정 말고 가보게. 인가가 떨어지면 내 연락하겠네. 그리고 균아 ."

"네, 무산군마마."

"힘들더라도 널 위해 힘들게 일하는 숙부를 생각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한껏 무게를 잡고 균을 다독거리는 무산군에게 정인기가 초를 쳤다.

"저, 대감."

"왜 그러나?"

"저는 돈이나 대주고 이렇게 같이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실제로 염전에서는 균이가 감독할겁니다 . "

"뭐라고 자네 미쳤나? 이 어린걸 그런데 혼자두어! "

"제 조카가 어리지만은 혼자서 해보고 싶답니다. 스스로 혼자 남은 제 모친과 형제자매들을 봉 양하겠다고……. 제……. 제가 도와 준데도……. 최대한 오지 말고……."

정인기는 탁월한 연기자였다. 원래부터 능글능글해서 선비답지 않은 것을 균도 알고 있지만 이 건 남사당패에서 모셔갈 수준이다. 안약도 없이 눈가에 눈물이 맺히다니……. 균은 감탄할 수밖 에 없었다. 하지만 무산군은 더했다.

원래가 성품이 어질고 순해 4명의 왕(연산군,중종,인종,명종)이 바뀌는 정치적 격변기에도 무사 히 살아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정인기와 같이 눈물이 맺힌 것이 아닌가? 옆에 있던 다른 관리들 까지 분위기를 타는 듯 홀짝거렸다. 아무리 조선시대라서 텔레비전에서 연기하는 것을 못 보았 다고 해도 효과가 너무 좋은 듯했다.

 "내 정말 최선을 다해주겠네. 균아 장하구나.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해쳐나기렴."

"네……. 무산군마마……."

울상까지는 계획에 있지만 이렇게 우는 것은 예상 밖 이였다. 정인기의 연기실력이 그만큼 뛰어 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균은 속으로 정인기를 예조판서(외교 및 교육담당 장관)로 낙점했다.

그 연기에 당할 명과 왜의 사신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두 숙질이 종친부를 나오자 두 숙질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균아 너의 표정은 참으로 불쌍했단다."

"저도 오늘 숙부님을 보고 안계를 넓혔습니다. "

"아무래도 우리 가문이 그런 것 같구나."

'가문이 문제가 아니라 멜로영화를 찍어도 되겠습니다.'

잘 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란 옛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미 정인기의 표정은 근엄 한 선비였다. 눈가의 물기도 다 말라버린지 오래다. 균은 생각만 하고는 입에 침을 바르고 말했 다.

"후릅~ 꿀꺽~, 하~ 옮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려가는 것을 열흘 후로 미루어야겠 습니다."

"아니 왜?"

"아무래도 누가 만나자고 할지도 모릅니다."

잠시 같이 걸어가던 두 숙질은 연락이 오면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균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아무래도 명종이 나를 보자고 할 것 같군. 무산군이 울면서 고할꺼니 사람 좋은 명종이 왠만해 서는 나를 보려 할꺼고 너무 잘나 보이면 견제를 받고 못나 보이면 녹봉이나 많이 나오고 염전 은 반려될 테니……. 문제로다.'

균의 우려는 현실로 들어났다. 다음 날 선전관(국왕의 호위무관, 어명을 전하기도 한다.)이 균 의 집에 온 것이다. 그리고는 왕의 밀명이라고 작은 종이를 전했다. 어린 균이 제대로 한자를 모를 까봐 종이에는 한글로 써져있었다.

'내일 해가 지면 영추문으로 오라.'

조선 13대 국왕인 명종 이환은 덕흥군의 이복형제다. 전체적으로 중종의 자식들은 몸이 약하고 착했다. 인종, 명종, 덕흥군 모두 마찬가지다. 명종도 상당히 순한 성품을 지녀 대비 윤씨의 방 해에도 이복형 인종을 잘 따랐고 현재 친정중임에도 어머니 윤씨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보나마나 성품이 비슷한 무산군이 울면서 청하자 한 번 보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잘못되면 왕과 대비, 윤원형에게 걸려 멸문지화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잘되면 더 빠르게 계획을 추진하는 계기가 된다. 비록 자신을 적당히 숨기는 힘든 과정이다.

균은 이미 어제부터 어머니 정씨가 노려보는 가운데 어머니의 거울 앞에서 벼라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표정연기 연습이다. 그리고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명종과의 대담을 가상해 답변을 준비 했다. 그리고 결전의 당일이 밝았다. 아니 저물었다.

경복궁은 4대문이 있는데 그중 영추문은 서문이다. 특히 영추문은 통행량이 많은데 이는 궁내에 있는 귈내각사(궁내의 정부부서)가 있어 대부분의 관헌들이 출퇴근을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 리고 해가 지고 난 뒤면 관헌들이 다 퇴근한지라 무척이나 조용하기도 하다.

경복궁은 내금위와 선전관들이 경비하는데 그 수는 무척이나 적어 수백에 지나지 않는다. 영추 문을 지나면 수정전이 있고 왼쪽으로 경회루가 있다. 그리고 그대로 직진하면 바로 왕의 침소인 강녕전이다. 국왕과의 면담은 100% 강녕전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균이 영추문에 도달한 시간은 유시(오후 5시 반~ 6시 반)가 다 지나서였다. 영추문에는 빨간색 도포를 두른 선전관을 중심으로 수십 명의 군사들이 당당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일단 균은 어제 왔던 선전관을 먼발치에서 살펴보다가 해가 완전히 인왕산을 넘어가자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오셨습니까? 안쪽에서 기다리십니다."

선전관은 즉시 균을 데리고 궁내로 들어섰다. 궁궐을 들어서자 약간의 초지가 나타났고 건물은 조금 더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마도 침입자에 대비한 공간인 듯했다. 초지를 다 지나고 들어선 곳은 수정전이였다. 수정전의 원래이름은 집현전이다. 학자들의 서재와 침소로 무려 200 칸의 방이 있었다.

하지만 연산군때 그 유명한 흥청들의 침소로 쓰인 후 각종사화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 다. 그 유명한 흥청망청의 유래가 되는 곳으로 연산군처럼 흥청들과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는 망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부럽다.

선전관은 수정전을 지나다 말고 갑자기 수정전의 안쪽으로 향했다. 수정전의 안쪽은 경회루이다 . 국왕이 잔치 때나 쓰는 그런 곳이다. 순간 균의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바로 사관이다.

조선의 국왕은 절대 혼자 있지 못 한다.

강녕전은 국왕의 침소이자 개인 사생활을 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국왕도 곤룡포대신 일상복 을 입고 다녔다. 하지만 왕의 방에는 언제나 사관이 있다. 왕비나 장인 종친 등 모든 사람을 만 나도 다 사초에 남는다. 투명한 통치를 위한 것인데 좀 심한 것도 있다. 즉 균의 방문이 기록에 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로 경회루에서 기다리는 듯했다.

그 순간 균은 전율했다. 머릿속에 생각나는 한 가지. 바로 국왕은 왕비나 후궁과 동침해도 4명 의 상궁이 발을 치고 보고 있고 그 방밖에는 내시, 호위,궁녀등 수십 명이 둘러싸고 있다는 것 이다. 쪽팔려서 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냥 왕이 되는 것도 다시 고려를 해야지. 소금장수해도 잘 먹고 잘사는데……. 아무리 미녀들 이랑 결혼해도 누가 보고 듣고 으~ 끔직하다.'

원래 조선의 왕은 힘들다. 무보수에 하루 12시간 노동이다. 쉬는 날은 일요일이 없는 관계로 가 끔 높은 신하가 죽으면 슬퍼한다는 이유로 쉬는 게 전부이다. 명절연휴? 종묘사직에 제사지내라 . 백성들에게 멋나게 모습 보여주랴. 그리고 국사도 돌봐야한다.

그뿐이면 좋다. 왕권유지를 위해 신하들과 싸우라, 후사와 왕권을 위해 싫어도(내심은 아니겠지 만) 후궁을 들이고 죄 없는 자식을 사사해야 할 때도 있다. 가끔은 명나라 황제에게 아부도 떨 어야한다. 거기다 까딱하면 인종처럼 독 먹고 죽을 수도 있고……. 자유시간? 거의 없다.

이만하면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대표적인 3D업종이라 할 수 있겠다. 조선국왕의 평균수명이 고 작 38세라니 그것도 녹용, 산삼 같은 명약과 허준 같은 뛰어난 어의, 매일 변을 통한 건강검진 을 받고도 그 모양이다.

그 평균수명도 다 못 채우고 죽는 왕중 하나가 바로 지금 균앞에서 있는 30대 초반의 모습을 한 사람이다. 현 주상 명종 이환은 아직 25세인데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한지 대여섯 살은 더 나이 먹은 모습이다.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초가 젋게 보이는 정도니 문정왕후 윤씨가 얼마 나 괴롭히는지 알만했다.

"이균이 주상전하 뵙사옵니다."

이균은 절을 올리면서 원래는 더 길겠지만 그냥 짧게 말했다. 지금의 균은 정신연령은 30이 넘 었으나 몸은 7살, 잘 봐주어야 9살 정도이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처럼 올리면 여러모로 좋 지 않다. 아마도 영특하다고 몸에 나쁜 한약을 내려줄 것이다. 사약 말이다.

"그래. 네가 균이구나. 네 아비의 일은 참으로 안됐느니라."

"망극하옵니다."

"그래 염전을 갖고 싶다고? 그런데 너는 가장 어린 셋째가 아니냐?"

"예 전하. 저의 형들은 모두 아비를 닮아 건강이 좋지 않는데다가 학문에 능합니다. 저는 나이 는 어리나 형제 중에서 가장 건강하고 글공부도 가장 미진하여 적임이라고 생각하옵니다."

"그래도 네 나이 이제 겨우 7살이라고 들었다. 우리 부(순회세자)보다도 한 살 어리지 않느냐?"

"제 나이 고작 7살이오나 사람이 살아갈 길은 알고 있습니다. 이미 저의 어미는 지아비를 잃고 상심해 계시옵니다. 이때 자식 된 도리로 어머니의 근심을 보살펴 드리지 않으면 저희 형제들은 어미마저 잃을 지도 모르옵니다. "

"어찌 어린 네가 천한 상업에 뛰어드는 것이 네 어미의 상심을 더는 길이란 말이냐?"

"원래 여인은 아비와 지아비 그리고 아들을 따른다고 하옵니다. 이제 지아비를 잃고 홀로 저희 들을 기르실 어머니께 든든한 아들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 돈을 벌고자 하는 일은 아니옵니다.

훌쩍~훌쩍~."

"……."

균은 연기 반 진심 반으로 울먹이기 시작했다. 얼마간 연습한 연기와 실제 역사를 아는 감정이 입이 겹쳐지자 제법 좋은 연기가 나왔다. 물론 그런 것 가지고는 사람상대에 이골이 난 국왕의 눈을 피하기는 힘들겠지만 어둠이 균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주었다.

사람 좋고 여린 명종은 자기 외동아들만한 균의 모습에 문득 비교가 되었다. 총명하지만 여린 부와 어리지만 강인한 균. 문득 지금 같은 시기라면 균같은 아이가 보위를 잇는 게 좋겠다는 생 각이 들었다. 물론 부를 놔두고 균에게 왕위를 주는 것은 절대불가였다. 단지 생각이다.

명종은 잠시 착했던 이복 형 덕흥군을 생각했다. 어머니 대비 윤씨 말대로 경계할 필요도 없던 형이였는데 그만 일찍 죽고 어린 4남매만 남아있다. 그나마 큰 아이가 11살에 제 아비를 닮아서 대체로 병약하다고 알고 있다. 명종은 일단 어린 조카를 부른 이상 어느 정도의 선물을 주기로 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네 외숙을 전라감영의 참봉으로 내려 보내겠다. 거기서 네가 자리 잡 을 곳을 담당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일백 가마의 소금가마를 허락하고 세금을 물지 않게 할 테 니 내 숙부와 같이 돌보도록 하거라.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신, 매년 한 번씩은 입궐하여 과인에게 얼굴을 보이도록 하라. "

"예, 전하."

"밤이 늦어가는구나. 어서 네 어미의 품으로 돌아가야겠지. 그리고 내일은 집에 꼭 있거라."

"예, 전하."

균은 다시 한번 절을 하고 물러났다. 문득 명종이 힘들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다지 마 음에 닺지 못했다. 숙부라고는 하지만 오늘 처음 본 친척이다. 균은 집으로 오면서 손익을 따져 보았다.

'백가마면 예상보다는 많은 액수다. 이를 소금상인들에게 권리이전을 하면 상당한 금액이 될 것 이다. 거기다 숙부도 같이 있게 되니 무척이나 이익이다. 1년에 한 번씩 입궐하라는 것은 우리 가문으로는 좋은 일이나 내가 연기연습을 많이 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번에는 어둠과 현 세자와는 반대되는 모습으로 왕의 호감을 얻었지만 다음에 조금 잘못하면 왕위는커녕 목숨이 어렵다. 하지만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즉위 후에는 더욱 힘들다. 찰거머리 사림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

균은 꼭 외줄타기를 하는 사당패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끝나버리는 위험한 놀 이를…….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왕위에 오르면 운신의 폭은 무 척이나 좁아진다. 자신이 생각하는 역사를 위해서는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다. 그리고 4 년만 숨기면 되는 일이다.

명종의 외동아들 순회세자가 죽고 나면 종친들이 왕위계승자가 된다. 원래의 이균도 두각을 보일 만큼 왕재가 없는데 업그레이드된(?)이균은 차기 국왕으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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