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228)

 세력을 기르다.

예상대로 경재명은 5만냥의 돈을 보내왔다. 김호진의 말로는 말을 듣자마자 그 통통 한 몸으로 뛰어나가서 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돈을 빌려가는 김호진을 극진 히 대접해서 누가 돈을 빌리는 쪽인지 헷갈렸다는 말도 있었다. 거기에 예상보다 많 은 물자도 보내주어 김호진이 하루 늦게 섬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균과의 거 래로 버는 돈이 몇 만냥인데 그정도는 당연한 것이다.

아무튼 김호진이 돌아오자 6명의 사람들이 본단의 대회의장에 모였다.

경재명상단 출신이지만 이제는 천일염에 반한 소금생산부의 황재훈.

별 이유없이 관에서 쫒겨났다가 정인기에게 등용된 무기생산부의 나원호.

망한 상단출신이지만 쓸만한 상인인 인사관리부의 김호진.

말이 필요없는 장사인 자치경비부의 임꺽정.

유이한 양반이자 유일한 무관출신자 정보감찰부의 박수익.

마지막으로 이들을 통괄하고 비금도를 다스리는 하성군 이 균.

이렇게 6명이 이 곳 비금도의 최고수뇌들이였다. 물론 정인기도 있지만 지도관아에서 서류를 처리하느라 정신없고 또 임꺽정이나 박수익을 보아서는 안됬다. 아무리 친족 이지만 지금 균의 행동은 반역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심하면 한성부에 보고해 버릴지 도 몰랐다. 그만큼 170년간 뿌리내린 조선왕조는 이 땅의 주인이였다.

그리고 이들 육인의 첫 회의도 바로 조선조정의 대규모 수색에 대한 대책이였다.

"지금쯤이면 토포사 남치근의 장계가 한성부로 보고되어 조만간에 조회가 열려서 이 동한 주민들과 군사들의 행방을 찾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리라 예상하오. 일단 자세한 정보는 나의 숙부이신 정현령께서 알려줄 것이지만 그전에 우리의 조직을 재편해서 더욱 그 결속력을 다져야 할 것이오. 한 동안은 이렇게 오부체제로 가고자 하니 각 부장들은 휘하조직에 대한 통솔력을 높히는데 주력하도록 하오. "

"예, 마마."

"먼저 김부장이 5만냥에 해당하는 쌀과 물자들을 가지고 왔으니 필요한 예산은 충분 하고도 남을 것이오. 필요한 예산은 나중에 인사관리부에 공문서로 청구하시오. 그리 고 김부장이 잘 나누어주시오. "

"예, 마마."

먼저 전체적인 지시를 하달한 균은 본격적으로 현재의 안전망을 점검했다. 그 대상이 신임 정보감찰부장 박수익이였다.

"박부장. 일단 조사해본 우리의 안전은 어떠하오?"

"예, 시간이 적어서 확실히는 파악을 못했지만 큰 문제는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자세히 보고하시오."

"네 먼저 전라우수영의 판옥선의 건조가 지지부진합니다. 이는 전국각지의 민란을 진압하느라 수영에 제대로 자금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우리 비금도를 비록한 이곳 서남해일대는 조정의 행정력이 거의 미치치 않으며 그나마 지도현령께서 우리측 인물이라서 우리의 존재유무도 파악하지 못합니다.

또한 막대한 돈이 지출되지만 나주의 소금거상을 통해서 소금을 유통하여 한성부는 물론 나주일대에서도 우리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인심을 얻고 있으며 섬주민의 편의를 봐주는 척하며 다른 지역의 주민과의 차단을 시도하고 군사력을 확 보하여 차단망이 견고합니다. 그래서 예상보다는 안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다행이군..."

혼잣말을 한 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보다 조정전문가인 박수익이 그렇게 보았다면 자신이 의도한대로 조정이 이 곳을 찾을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박수익의 말 은 끝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위장에 가장 전제가 되는 것은 바로 수군의 규모입니다. 지금 전라 우수영이 일개 포구정도의 전력이지만 경상도의 수군을 일부만 차출해서 지원해도 위

험해집니다. 거기에 정현령님은 모르지만 경재명은 그렇게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혹시나 제거하더라도 바로 표시가 납니다."

"과연. 그렇구려."

균의 세운 계획의 약점이 바로 이것이였다. 현재 조선수군은 맹선들을 판옥선으로 교 체하는 중이다. 따라서 다른 수영에는 맹선이 남는 편이다. 특히 규모가 큰 경상도의 수군이라면 노후화된 작은 맹선정도는 전라도수군에 지원할 수 있고 그렇다면 예상보 다 빠르게 조선의 행정력과 군사력이 이 일대에 미치게 된다.

경재명 역시 거래대상일뿐 확실히 믿거나 통제할 수 는 없는 대상이다. 지금은 우호 적이지만 언제든 돌변할 수도 있다. 특히 권력자랑 결탁한다면 말이다. 영원히 믿거 나 동반자관계는 곤란했다. 아예 부하로 만들거나 제거하고 유령회사를 차리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마마,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나부장, 무슨 생각이오?"

잠시 고민에 빠진 균에게 나원호가 제안을 해왔다. 원래 조방장출신의 나원호는 수영 에서 일하다가 쫓겨난 인물이나 의외로 유능했다. 아무래도 모함을 받은 듯하여 균이 많이 아끼는 기술자였다.

"듣자하니 판옥선으로 대체되면서 기존의 맹선들이 민간에 팔리거나 조운선으로 사용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일부를 사들여 소금수송선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그러 면 전라우수영에 지원되는 전투함이 줄어들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수군에 영향력 이 없는 이상은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부장의 말이 일리는 있지만 지금은 수송선이 충분합니다. 거기에 배를 사드리려면 돈도 많이 들고 더욱이 위장해서 구입해야 하는데 오히려 노출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투함의 재배치는 확정되지도 않은 일이니 부족한 자금을 낭비해서는 안됩니 다. "

역시나 돈문제가 나오자 김호진이 반대를 했다. 그리고 충분히 일리있었다. 경재명이 매년 평균 5만냥이라는 소득을 올리지만 완전한 이익은 아니다. 뇌물이라던지 헌납금 기타 상단운영비들을 빼면 그보다 훨씬 적다. 이번에 5만냥을 마련한 것도 상당한 무 리였고 전의 염좌대여료인 10여만냥이후에는 잠시지만 상단자체가 휘청거렸다. 아마 도 균이 20만냥을 다 받았다면 망했을 지도 몰랐다.

맹선은 조선초기의 주력 전선이다. 단층선으로 이층인 판옥선에 비해 작고 낮아서 을 묘왜변때 그 약점을 노출한 이래 도태중이였다. 그 수요는 총 737척으로 대맹선은 80 명, 중맹선은 60명, 소맹선은30명이 탑승해 전체탑승인원은 2만4400명이였다.

이는 조선수군의 절반이나 되는 수로 수군의 2번교대와 맞는 수이다. 맹선은 도태가 진행중이고 그동안 비전투손실이 많아서 제대로 유지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500척이 상이 유지되었고 아직도 조선의 주력전투함이였다.

현재 전라우수영의 군선은 판옥선 2척에, 대맹선 2척, 중맹선 5척, 소맹선12척으로 총 21척의 전투함과 병력 2천여명정도로 경상도수군로 치면 포구 2개정도의 전력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상도수군이 개입하면 곤란하다.

그들은 최소 100척정도의 맹선을 지원할 여력이 있다. 그러면 당장 비금도에도 포구 나 진이 설치되고 균의 세력이 들통날 것이다. 그러면 왕이 되기는 커녕 살기도 힘들 다. 하지만 자금도 부족하고 또한 맹선을 구입하는 것도 상당히 표가 많이 나는 일이 다.

"동시에 맹선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유통망을 운용하지 않는 이상 은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자금사정은 연말까지는 어려워 다수의 맹선구매가 불가능합 니다. 그러니 맹선의 구입은 현실적으로 불가합니다."

"그러면 경재명상단에게 구입하로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우리 덕분에 유통망도 늘려야 하니 배도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동시에 맹선도 나쁘지는 않은 배 입니다. 그쪽도 생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경재명상단은 우리 덕분에 여유자금이 없기도 합니다. 당장은 이루어지기 힘 들겁니다. "

"하지만..."

"그만! 황부장의 생각은 어떻하오? 자네는 누구보다 경재명을 잘 알터이니 한 번 말 해보시오."

균은 손을 들어서 두 사람의 말을 끊고 지금까지 논쟁에 참가하지 않고 있던 황재훈 을 불러서 의견을 물었다. 십여년을 경재명과 일한 터라 자신의 심복으로 하기 가장 까다로웠지만 그만큼 많은 정보를 알수 있는 자였다. 물론 지금은 완전한 균의 편이 다. 대우도 좋지만 주인으로써 균이 더 좋은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이미 경재명상단으로서는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차라리 다른 상단을 연계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여기 박부장님만 더 힘들어 질겁니다. 그러니 일단 맹선 구입은 보류해야 합니다."

"저도 황부장의 말에 동의합니다."

동급의 부장이지만 아무래도 평민이나 중인인 부장들은 양반인 박수익에게 경어를 썼 다. 그리고 균도 이를 제제하지는 않았다. 그 것이 정상이지만 균은 자기보다 아버지 뻘의 사람들에 반말을 내뱉는 것은 절대 사절이다. 하오체라도 써주어야 최소한의 예 의는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른 의견은 없소?"

균이 부장들을 둘러보자 임꺽정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은 됬지만 깨우지는 않았다. 단지 다음에는 꼭 서유생을 부르겠다고 다짐할 뿐이 다. 아무 의견이 없자 잠시 고민을 하던 균은 생각를 정리했다.

"내가 아는 봐로는 맹선을 재배치하는 계획은 아직 없다고 알고 있소. 그리고 대책이 있으니 걱정할 바도 아니오. 그리고 경재명은 조만간에 만나서 그 마음를 알아보겠소 . 그것은 내가 전담해서 할 일이니 상관없고 또 다른 의제는 없소?"

"혹시나 어떤 대책을 세우신 것인지?"

박수익은 균이 별로 걱정하지 않자 이상했다. 자신이 알기로는 균이 가진 세력으로는 권력없고 또 들어나서는 안되기에 경상도수군을 움직을 힘이 없었다. 박수익의 걱정 스러운 표정에 균은 웃으며 말했다. 속으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에 균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하하. 대책이라고 할 것도 없소. 박부장, 수군절도사들이 다 박부장같은 사람들이 아니지 않소. 내가 수군절도사라면 민간에 맹선을 팔아먹고 그 돈을 횡령하고 말 것 이오. 아니 그렇소? 아니면 그 돈으로 판옥선을 더 건조하면 공적이 되는데 왜 전라 우수영을 도와주겠소? 설사 조정의 명이라도 형식에 지나지 않을 것이오."

가뜩이나 재정난으로 예산도 다 안 나오는 수군이다. 거기다 배의 건조나 무기제조는 각 수영의 몫이다. 같은 조선수군이지만 운영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돈이 되는 배를 넘겨줄 리는 없었다. 거기다 임진왜란때는 판옥선과 사후선등이 주력으로 쓰였다. 이 미 맹선은 그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어서 설사 몇척 넘겨진데도 그 운명은 뻔했다. 그 러니 균이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전라우수영은 설사 조정의 명이 있다고 해도 10척이상의 맹선를 확보하지도 못하고 판옥선만 그 수가 조금씩 늘어날 것이오. 당연히 조운항로가 우선이니 이곳까지는 몇 년은 걸려야지 그 통제력이 미칠 것이니 걱정할 것이 없소. 조금 초계가 이루어진다 해도 그건 숙부님이 처리할 것이오. 그러니 지금 하던데로만 하면 되오."

"듣고보니 마마의 말씀이 지당합니다.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

"마마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왜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

방금전 균의 웃음소리에 깨어나서 정신없는 임꺽정을 빼고는 모두들 균의 생각에 동 의했다. 어떻게 저렇게 조그마한 머리에서 그런 생각이 나오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대 단하게 보였다. 균은 잠시 무게를 잡고 말했다.

"하지만 그대들의 의견은 틀린 것이 아니오. 단지 나는 여러군데를 대충 아는 것이고 그대들은 한 곳을 잘 아는 것의 차이일뿐이오. 그러니 다음부터는 각 분야의 전문가 들인 그대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내서 내가 종합해서 결정하도록 도와야 하오. 내 말 뜻을 이해하시겠소? "

"예.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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