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을 기르다.
"꽈과광~!"
"우와~!"
흑색화약이라고 해도 폭발력이 약한 것이 아니다. 현재의 흑색화약은 무연화약의 약 절반정도의 화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화약들은 현재와는 다른 조성비를 가지고 있으며 재료에 불순물이 많아서 화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16세기의 흑색화약은 현재의 흑색화약이 거의 완성된 19세기의 화약에 비해 25% 정도의 성능 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조선의 화약은 1636년 당시 병조 판서인 이서의 화포식언해(?)에 따르면 5개정도의 종류가 있었다. 이중에 일반적인 화약의 조성비는 염초 76.1%, 버드나무재 18.9%, 석류황 4.7%, 기타0.3% 인데 임진왜란 이후의 조성비이므로 균이 사는 16세기 중반 에는 그보다 더 못하거나 비슷한 조성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거기에 화약의 주 재료인 초석은 대체로 순도가 낮은 방법인 초석밭을 만들거나 아 니면 먼지를 끓여서 얻는 방법등이 많이 사용되었고 임진왜란 후에는 맛이 이상한 흙들을 모아서 재와 오줌을 섞어 태우고 끓여서 1개월에 천 근의 초석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임진왜란때의 화약부족을 미루어보면 아직도 먼지에서 염초 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게 현재의 조선화약이 조성비나 초석의 제조등에서 큰 진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반면 균이 만든 화약은 문제가 많았다. 먼저 균은 현재의 화약조성비를 사용했다.
질산칼륨 74.0%, 목탄 15.6%, 황 10.4%로 큰 차이는 아니지만 조금 차이가 난다. 거 기에 가장 중요한 초석을 근처 섬의 새똥에서 충당했다.
다도해의 섬에는 새똥이 칠레초석만큼 많지는 않지만 균처럼 소량의 연구개발용이라 면, 거기다 황을 구하기가 힘들어 애초에 많은 화약을 만들 수 없다면 어느 기간 정 도는 사용할 분량이 되었다. 또한 섬이라서 조선후기의 화약제조방법을 따를 수 없 기에 선택한 방법이였다.
그리고 그 결과을 이번 포통실험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포통은 일종의 수류탄인데 큰 것은 평균 32센티미터 정도에 거의 원형의 폭탄이다. 손으로 투척하기에는 조금 힘들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균은 작은 것(그래도 평균 17센티미터)만 도입해서 나 중에 완성될 소총과 같이쓰기위해 폭탄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보다도 엄청난 폭발이 있어서 포통에서 가까이 있던 균은 잠시 귀를 막 고 인상을 지푸렸다. 그런데 옆에 있던 나원호는 귀를 잠시 막은 채 멍하게 폭발관 경을 바라보더니 화약의 연기가 날아간 후 폭발한 곳을 보고는 다급히 균에게 말했 다.
"마마! 화약에 다른 것을 넣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오. 원래 화력이 저 정도가 아니오?"
"저 정도면 대질려포통급입니다. 도저히 지금 들어간 화약의 양으로는 저정도의 폭 발력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
무기생산부장 나원호가 흥분했다. 여기 있는 장인들중에서 화약을 만들어 본 자는 없다. 조선시대에는 화약을 만드는 것은 일급기밀이라 균이 빼오기 힘들었다. 그나 마 조선의 화약무기를 본 인물도 나원호가 유일하다. 그가 말한대로라면 균이 만든 화약이 지금의 화약보다 몇배나 강하다는 말이 된다.
균이 저 말을 듣고는 느끼는 것이 있었다. 예상보다 화약이 강해서 총신이 못버티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조선의 금속제련술은 이미 상당하다. 신라때의 성덕대왕 신종의 주물기술이 완전히 남아있는 알 수 없지만 고려대의 금속활자와 1503년 은제 련법을 발명하는 등 금속기술강국의 전통은 어느정도 계승되었다. 아무리 조금 큰 대장간수준의 무기공방이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실패만 하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현재의 조선총통은 그 포구안을 포탄으로 가득 채우고 발사할 정도로 튼튼하 다. 화약의 성능이 좋다고 해서 그다지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지금 대 장간에 쓸만한 장인은 열 손가락에 꼽히며 섬이라서 좋은 재료조달에도 애로가 많았 다. 하지만 균은 일단 이점을 나원호에게 말해보았다. 아무래도 전문가인 나원호가 들으면 무엇인가 다른 점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다.
"나부장, 아무래도 우리 화승총말이오. 혹시 화약이 너무 세서 깨지는 것이 아니오?
화약이 몇 배이상 강하다면 총신에는 그 이상의 무리를 주지 않소? "
"설마 그러겠습니까? 우리 조선의 총통은 튼튼합니다."
"하지만 화약이 예상보다 세다면 그렇 수도 있지 않겠소? 혹시 모르니 지금의 화약 과 비교해서 실험하는 것은 어떻겠소?"
균은 왠지 칠레초석의 질이 좋다는 글만 읽고 근처의 바다새들의 변을 이용한 초석 을 쓴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총과 화약이 맞아야 최상의 효과 를 내는데 화약만 앞서버린다면 총은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칠레초석같은 것은 그 순도가 높아서 20세기까지도 사용된 좋은 재료였다.
그러니 거의 19세기의 화약을 16세기의 총에 넣고 쓴다면 하는 생각이 들자 균은 이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다음날 나원호는 웬일인지 나주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균은 선선히 허락해 주었다. 다시 섬에 돌아와서도 몇 일을 퇴근도 하지 않은 채 나원호 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는 듯 했다. 그리고는 꼬박 십여 일만에 얼굴이 핼쓱해져서 균에게 찾아왔다.
"마마, 문제는 여러가지였습니다. 일단 화약이 3배가 넘는 좋은 화력을 만들어 냈습 니다. 거기에 황이 부족해서 많이 아낀 것도 문제였습니다. 알고보니 황이 섞이면 총신에 부담이 덜 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저희가 느티나무 재라고 받아온게 이상한 다른 나무로 만든 재 였습니다. 아시겠지만 느티나무가 아니면 화약이 너무 빨리 폭 발합니다. 그러니 총열에 부담이 가중된 것이지요."
원래 황이 없이 초석과 목탄만으로도 화약이 된다. 실제로 19세기 독일군은 갈색화 약이지만 황을 안 쓴 화약을 사용한 적도 있다. 하지만 황은 총열내의 온도를 낮추 는 기능이 있다. 또한 목탄은 화약의 반응속도를 결정한다. 조선의 화약이 반응속도 가 느린 편인 이유가 느티나무재를 쓰기 때문인데 56식 소총같은 총에는 반응이 느 린 목탄이 알맞은 편이다.
이처럼 세 가지나 되는 이유가 겹쳤는데도 총이 안 터진 것을 보면 장인들이 얼마나 총신을 잘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이건 모두 너무 좋은 초석을 만들고 황도 제대로 못 구해다 주었으며 장인들도 몰랐기는 하지만 이상한 잡재를 공급해 준 균의 책임 이였다.
재료도 이상한 것만 구해다 주고는 총 못 만듣다고 구박을 한 셈이니, 균은 총이 완 성되어 기쁜 마음과 장인들에게 미안한 마음 그리고 백과사전만 믿던 자신을 자책하 는 마음이 겹쳐 나원호가 슬그머니 나가는 것도 모르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아무 튼 56식 소총은 완성 1년만에 실전배치가 가능해졌다.
무기개발부는 화약의 결점을 즉시 보완했다. 초석은 새똥대신 초석밭을 만들어 해결 이 가능했고 느티나무재는 거래선을 아예 바꾸어 구입했지만 황은 약재로 쓰이는 정 도가 전부여서 대량으로 확보하기에 힘들었다. 그나마 균이 정인기를 통해서 구해 보았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화약의 생산에 큰 차질이 있었다.
화약과 총검, 기타 다른 물건을 만드는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전 무기개발부원들 은 장인들을 중심으로 소총생산에 열을 올렸다. 비금도의 무기공방이면 굉장히 큰 대장간이지만 제대로 주물을 다루는 인원이 적어서 소총은 하루에 1~2개꼴로 생산되 었다.
새로 보급된 총은 유효사거리가 150미터로 초기에 비해 많이 사거리가 줄었지만 그 래도 왜조총이 실제 유효사거리가 100미터 이내인 것에 비하면 무척 유용했다. 거기 다. 왜조총의 발사속도가 2~3분당 한 발꼴인 반면 56식은 1~2분당 한 발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였다.
이는 페이퍼 카트리지와 철제 장전봉을 따로 지급한 덕분인데 임진왜란시 왜군도 대 나무통에 총과 화약을 담았다고도 하지만 빨리 쏘면 총신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총 신이 식기를 기다려야 했고 총알과 총신구경의 차이가 심해 명중률이 저하되어 같은 시대의 두 총을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
보급은 늦었지만 일단 총이 개발되자 균의 경비대는 빠르게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어 갔다. 물론 일반 조선군의 복식이지만 상대적으로 소매등이 줄어들어 간편해진 군복 에 총검을 착검한 소총을 들고 허리에는 탄약과 총구손질대, 장전봉, 단검등이 부착 된 띠를 두르고 대오를 맞추어 행진하는 모습은 조선에서는 볼 수없는 유일한 모습 이였다.
균은 어느정도 화약이 보급되고 또한 병사들이 총에 익숙해지기를 기다려 대규모 훈 련을 계획했다. 전병력 500여명, 총 5개 초를 재편해서 활을 잘 쏘는 자들을 모은 궁병초, 창을 잘 쓰는 자들을 모은 창병초, 그리고 3개의 총병초로 나누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일제사격,교대방포술을 시험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 시대에는 그런 전술이 유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올해는 이미 4월달에 입궐하여 며칠간 세자랑 놀아준데다가 문정왕후가 시비 를 걸 가능성도 있기에 균은 한성부로 올라가기를 포기하고 비금도에서 백과사전을 탐독하거나 다른 부서들을 관리감독하고 아니면 지도의 정인기를 찾아가서 물자 좀 대신 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 해 말인 1561년 12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300정의 소총을 보급완료하였고 이에 따 라 계획했던 5개 초의 편제가 완료되었다. 균과 각부장등 고위층만 참관하는 가운데 병영근처의 빈 공터에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었다.
균이 준비된 단상(이라기 보다는 좀 높은 지대)에 각 부장들과 함께 올라서자 오백 의 군사가 도열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남쪽의 섬이지만 12월의 겨울 날씨에도 병사들은 한치의 움직임이 없이 도열해있다가 균이 단상위에 서자 군례를 올렸다.
"하성군영감께 군례!"
"충!"
영장 임꺽정의 지휘하에 일반 병사들은 무기를 든 채 고개를 숙였고 앞의 장수들은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며 '충'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균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임 꺽정의 지휘하에 처음의 도열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 그 정예함이 균의 마음에 꼭 들었다.
이만하면 예정대로 나중에 내금위군으로 편성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론 아직은 전투훈련을 더 받아야 하겠지만 최소한 자신이 대궐에서 보았던 내금위 위사 들보다는 훨씬 군기가 들어보였다.
균이 혹시나 하고 박수익을 보니 무장으로써 피가 끓는 듯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 다. 잡색군같은 농민군을 지휘하다가 진짜 정예군을 보니 저 군대를 지휘하면 정말 좋겠다는 눈빛이였다. 박수익의 그런 심정에 균은 더욱 기뻤다.
"임영장은 훈련을 실시하라!"
"각초, 이동 준비."
균의 지령이 내려지자 임꺽정은 즉시 각 초에 명령을 하달했다. 병사들은 자신이 휴 대하고 있던 병기들을 들거나 매고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오늘 훈련은 교대방포 실 사격 훈련이였다. 그래서 이미 좌측에 길다란 천에 사람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 고 가상적군노릇을 하게 된다. 조금 시간을 둔 균은 상황부여를 시작했다.
"좌측에 적 보병대출현!"
"좌측 적 보병출현! 각 총병초 교대방포준비! "
"교대방포준비!"
균의 상황부여에 따라서 임꺽정이 각 초에 명령을 하달하자 세명의 총병초장들이 자 신의 초에 명령을 내렸다. 총병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가상적군에 대해서 각 초 별로 3열 횡대를 취했다. 따라서 제 1열의 총병은 각 초의 제 1기에 속하는 병사들 이였다.
"적 보병대 이동! 거리 삼백보!"
"적 보병대 접근! 사수 탄약 장전!"
병사들은 허리춤은 탄입대에서 페이퍼카트리지를 하나씩 꺼냈다. 종이탄피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은 앞으로 수백년은 지나야 사용되는 것으로 기름을 먹인 종이에 화약 과 총알을 싼 것이다. 급박한 전장에서 정량의 화약을 빠르게 넣고 총알의 명중도도 높히는 효과가 있는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것이였다.
페이퍼카트리지의 화약을 총구로 부어넣은 병사들은 철제장전봉을 꺼내서 총알과 화 약을 다졌다. 이 역시 수백년후에나 도입되는 기구로 기존의 나무장전봉에 비할바가 아닌 물건이다. 그렇게 신속히 탄알이 장전됬다.
"적 보병대 이동! 거리 이백보!"
"사수 화승에 점화!"
병사들이 화승에 불을 붙이면서 발사준비가 끝났다. 자연스래 병사들은 가상적군이 천의 모양들을 조준했다.
"적 보병대 일백보 접근!"
"제 1열 사수 일제... 사격!"
백여명의 화승총이 일제히 발사되자 그 소리가 제법 요란했다. 총을 쏘아본 경험이 있는 균이나 멋지다는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을뿐 박수익이 귀를 막고 구경하고 나머 지 부장들은 몸을 숙였다. 물론 병사들이야 가끔씩은 쏘아본지라 좀 어리버리해보이 는 사람은 빼고는 별 반응이 없었다.
"제 1열 뒤로 이동! 2열 사격준비! "
각 초의 제 1기 병사들이 좌우로 나누어져 뒤로 빠지고 제 2기 병사들이 사격준비를 했다. 이미 장탄과 점화는 마친 상태라서 지휘관의 발사명령을 기다렸다. 임꺽정은 가상적군이 초기피해를 수습하고 다시 접근해온다는 가정하에 발사명령을 내렸다.
"제 2열 사수 일제... 사격! "
다시 한번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제 2기의 병사들이 뒤로 빠지져서 제 1기의 병 사들처럼 총열을 간단히 청소한 후 재장전을 하는 시늉을 냈다. 화약이 부족해서 몇 십발씩 쏘기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곧 제 3기의 병사들도 사격을 끝냈다.이에 균은 다시 상황 부여를 했다.
"전방 적 기마대 출현! 급속 접근중!"
"창병초 앞으로! 궁병초 발사대열!"
소총의 재장전시간을 노린 적 기마대의 등장을 가상해서 준비된 창병초와 궁병초가 총병대 앞으로 진출해서 빠르게 방어진을 치고 궁병대는 알아서 견제 사격을 시작했 다. 그들이 날린 화살이 이미 그을리고 구멍난 천을 뚫고 들어갔다. 이렇게 2개초가 시간을 벌어준 대신 다시 총병 제 1열이 가상으로 장전을 끝내고 사격자세를 취했다 . 그 즉시 2개 초는 좌우로 빠져서 총병의 사격구간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교대방포와 일제사격술을 겸한 훈련이 끝났다. 균은 무척이나 만 족했다. 총알의 명중도는 낮아보였지만 총이 다 보급된 것이 며칠전의 일이다. 그보 다도 일사분란한 군대의 움직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산적과 신병으로 이루어진 군대치고는 정말 훈련이 잘 됬다.
"김부장, 원래 군대면 적절한 포상은 꼭 필요한 법이오. 오늘 당장, 병사들에게 쌀 닷 섬씩 포상으로 내리시오. 장수들은 열 섬씩 내리고 회식비도 두둑히 지급하시오.
불만따위는 용납하지 않겠소."
"예... 마마..."
박수익은 아직도 총소리에 놀라서 예예거리는 김호진은 상관도 없이 병사들을 바라 보고 웃고 있는 균을 보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저 나이에 그 요란한 소리에도 안 놀라고 오히려 기분이 좋다니... 하긴 평산에서 도 그랬지. 아마도 영감은 전생에 대장군이였을 꺼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지지.
장을 지저. '
이제 박수익이 손에 장을 지질일만 남은 명종16년의 말미였다.